왜 거짓말을 하면 눈을 깜박일까?
생활 이야기 - 지각쟁이 김대리
오늘도 지각한 김대리. 아내인 황옥길 여사가 일 때문에 일주일동안 일찍 출근한 덕분에 김대리는 요즘 거의 늦잠을 자고 지각을 했다. 헐레벌떡 사무실에 들어가 이리저리 조심스레 상황을 살펴본다.
“오늘도 늦잠을 자다니...일주일 내내 지각해서 오늘은 부장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
부장을 피해 고개 숙이고 살금살금 걸어가던 김대리는 갑자기 앞길이 어둡게 그늘지는 것을 확인한다. 숙였던 고개를 살며시 들자 부장의 시선과 딱 마주친다. 부장은 몹시 화난 얼굴이다. 김대리는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순간 기발한 생각을 해낸다.
김대리 털썩 주저앉더니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비장한 말투로 말한다. 그때 김대리 눈을 연속 깜박거린다.
“흑흑, 부장님,, 제 친구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밤을 새서 그 친구를 위로하다 이렇게 늦었습니다. 마치 제 어머니처럼 곱고 착하시던 분인데... 흑흑... 부장님, 삶이란 왜 이리 짧을까요? 흑흑”
김대리 눈물을 흘려가며 비통한 어투로 말하지만 부장의 얼굴색은 변함이 없다. 아니 도리어 호통을 친다.
“김대리, 내가 자네를 한두 해 알던가요? 거짓말하려면 눈을 깜박거리는 버릇을 고친다음에 해요! 이따 시말서 쓰는 것 잊지 마요!”
부장의 말에 김대리 당황한다. 그리고 생각한다.
“ 왜 난 거짓말을 하면 눈을 깜박거리는 걸까?”
원리를 찾아라!
거짓말에 대한 연구
‘거짓말 잡아내기’, ‘거짓말 까발리기’ 등 거짓말에 대한 여러 저서를 남겼고, 15년 이상 미국과 영국 등 세계의 경찰들에게 거짓말 탐지 훈련을 시켰던 거짓말 분야의 대가라 할 수 있는 캘리포니아대학 심리학과 교수 폴 에크만은 거짓말에 대한 연구의 일환으로 여러 사례들을 관찰해 왔다.
그의 연구 기록을 보면 정신질환 환자였던 메리라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녀의 행동을 녹화한 비디오를 보면 그녀가 거짓말을 할 때마다 특정한 비언어적 행동을 취했다. 즉 거짓말을 하기 직전 그녀의 얼굴이 아주 잠시 절망적인 표정이 된다던지 어깨를 살짝 살짝 으쓱거린다던지 손을 약간 돌린다던지 하는 행동을 취한 것이다.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모든 사람에게 거짓말을 할 때는 평소와 다르게 나타나는 미묘한 변화가 있기 마련이다. 그럼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거짓말의 증후는 어떤 것일까?
거짓말을 하면 눈을 깜박인다.
영국 W.앤밀트 박사는 사람들이 거짓말할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현상을 네 가지로 언급했다.
1. 과장된 웃음이나 얼굴의 근육 즉 얼굴 표정이 부자연스럽게 움직인다.
2. 거짓말 하는 순간 손이 얼굴이나 눈을 가리는 형상이 많다.
3. 거짓말 하는 경우에 눈을 오래 동안 감는 행동이나 눈의 깜박임이 많다.
4. 손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말과 다른 행동을 한다.
1번의 행동의 해석은 과장된 행동의 자신의 말을 강하게 인식시키기 위해서 무의식중에 나타나는 행동이다. 2번과 3번의 해석은 거짓말을 하는 경우 빨리 거짓말 하는 상황에 벗어나고 싶어하는 심리가 눈을 감는 거나 손으로 얼굴을 가리는 행동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4번의 해석은 거짓말을 하려면 말을 만들어 내야 하기 때문에 그 상황에 맞지 않는 행동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다.
거짓말에 대한 반응은 심리적인 것에 의해 좌우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거짓말’에 대한 전문가들은 거의 심리학자들이다. 생물학적으로는 거짓말을 할 때 뇌는 일종의 두려움을 느끼는 상태가 된다. 따라서 아드레날린 등이 분비되게 되고 이로 말미암아 심박수가 빨라지고 혈압이 상승하며, 땀이 나는 등의 현상이 나타난다. 이 같은 현상은 복합적인 심리 상태와 결합하여 자신의 상태를 숨기기 위해 얼굴을 손으로 가린다던지,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해 다리를 꼰다던지 머리를 긁는다던지 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거짓말을 하는 동안 대화가 오가면서 뇌는 쉴새없이 거짓말을 만들어내야 한다. 뇌는 거짓말을 하는 동안 우리가 흔히 말하는 ‘멀티테스킹’ 상태가 되어야 한다. 이 때문에 질문을 하면 그에 대한 반응이 평소보다 느려질 수밖에 없다. 때로는 손짓 등이 상황과 맞지 않게 나타나기도 한다. 거짓말을 잘 하려면 머리도 좋아야 한다는 말이 이 때문이다
거짓말에 능숙한 사람은 나쁜 사람이다?
폴 에크만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사람은 평균적으로 약 8분에 1번, 하루에 200번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대단하지 않은가? 우리 모두는 대단한 거짓말쟁이인 것이다. 물론 이것은 ‘요즘 어때요?’하는 물음에 ‘괜찮아요’라고 대답하는 식의 의례적인 인사부터 사실을 위장한 표정과 태도 등을 모두 포함했을 때의 결과이다.
거짓말이 반드시 필요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 그 대표적인 직업은 바로 간호사들이다. 왜냐면 간호사들은 환자를 돌보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수많은 상황을 겪어야만 함에도 얼굴에는 환한 미소를 잃지 않아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과거 폴 에크만은 간호사 지망생들을 대상으로 거짓말을 능숙하게 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실험을 행했다.
먼저 간호사 지망생들에게는 이것이 간호사 시험의 일환이며 합격과 불합격을 나누는 중요한 시험이라는 것을 인식시킨다. 그리고 그들에게 두 종류의 영상을 연속해서 보여주는데 아주 깨끗하고 아름다운 바다를 찍은 영상을 먼저 보여주고 바로 이어서 수술이나 사고 등 끔찍한 장면을 찍은 영상을 보여준다. 그들은 후에 면담관에게 매우 즐거운 필름을 보았다고 말해야 한다. 뒤에 봤던 끔찍한 장면들에 대한 감정은 조금도 보이지 않으면서 아주 즐거운 필름을 보았다는 기쁜 감정만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는 어땠을까? 그들 모두가 뛰어난 자질을 갖춘 이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데 있어서는 많은 차이를 보였다. 즉 어떤 이들은 면담관 모두를 속일만큼 능숙하게 주어진 과제를 해결했는가 하면, 어떤 이들은 전혀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 두 그룹으로 나눠진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성 검사를 실시했을 때 그들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거짓말에 대한 반응을 제외하고서는 두 그룹 사이에 특별한 차이점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들은 간호사 말고도 배우, 변호사, 외교관, 세일즈맨 등의 직업에서 그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거짓말에 대한 반응은 도박성에 비례한다.
거짓말에 대한 반응은 한결같지 않다. 만약 간호사 지망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간호사들이 이 테스트에 실패하더라도 아무런 피해가 없다고 했다면 그들 중 더 많은 사람들이 거짓말에 성공했을 것이다. 그들이 처한 상황이 합격과 불합격을 가르는 중요한 사안을 놓고 있었기에 그들에게 드러나는 태도는 더욱 달라지게 된 것이다.
화투나 포커같이 판돈이 걸리는 도박 게임을 생각해보자. 판돈이 적을 때 사람들은 쉽게 ‘포커페이스’를 유지한다. 왜냐면 그들이 거짓말을 함으로써 얻는 이익도 그리 크지 않고 잃을 손해도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판돈이 커지면서 거짓말의 성공과 실패로 얻고 잃을 것이 커지면 어지간한 고수가 아닌 이상 그들의 태도와 표정에서 거짓말을 하는지 아닌지를 파악하기가 쉬워진다.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는 이유 중 많은 부분은 이득을 얻기 위해서거나 처벌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이득의 크기가 커질수록, 처벌의 강도가 강할수록 거짓말에 더욱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고 거짓말에 대한 반응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즉, 거짓말에 대한 반응은 도박성에 비례한다.감 백신이 내년에는 소용이 없게 되는 경우도 있다.
조금 더 깊은 지식
거짓말을 밝혀내라! - 거짓말탐지기
거짓말에 대한 여러 연구들의 결과로 거짓말 탐지기가 개발되어 군사적 목적이나 범죄 수사 등에 유용하게 사용되어왔다.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거짓말을 할 때 사람에게 드러나는 비언어적 증거들은 많은 연구가 되어 있다. 얼굴 표정을 나타내는 근육들의 미묘한 변화나 심장 박동, 호흡, 혈압, 피부 전기 변화, 땀, 말의 속도 등 연구의 대상은 매우 다양하다.
인간의 피부의 전기저항은 여러 가지 조건에 따라 변하는데 땀이 나는 정도에 따라 저항도 크게 변한다. 일반적으로 땀이 나는 것은 정신적인 자극에 따라서 변한다. 거짓말 탐지기는 바로 이 변화를 이용한다.
거짓말 탐지기는 손목과 손바닥에 전극을 부착시켜 여기에 2~3볼트의 전지를 연결해서 수10 마이크로암페어의 전류가 흐르게 한다.
검사받는 사람에게 여러 가지 정신적인 자극을 주면 피부의 세포가 반사적으로 활동하여 피부의 전기저항이 감소해서 전류가 증가한다. 이것을 전기 피부반사, 또는 정신전기 현상이라 부르는데, 자극을 준 후 1∼2초 내에 반응이 일어나고 2∼3초 후에는 최대에 이르렀다가 서서히 원 상태로 되돌아 간다.
이 반사는 미세한 정서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작용하므로 이를 분석하여 거짓말을 파악하는 것이다. 용의자의 조사에 종종 이용되지만, 만능이라고 할 수는 없다. '심장'이 강한 사람이나 정신이상자에게는 잘 통용되지 않는다.
거짓말탐지 기술 - 열상 사진기
최근 메이오 임상연구소와 허니웰 연구소가 공동 발표된 기술은 얼굴의 열을 감지하는 사진기술로, 기존의 거짓말 탐지기보다 사용이 간편하고 실용적이다. 약 83%에 이르는 정확도로 범인을 색출했으며 이것은 현존하는 거짓말탐지기와 동등한 정확성이다.
이 기술의 핵심은 높은 해상도로 사람의 얼굴에 나타난 열을 감지하는 것이다. 거짓말을 할 때 사람의 얼굴은 상기되는데 이것은 공포심과 빨리 이 상황을 벗어나고자 하는 심리의 표출이다. 특히 용의자의 눈 주위에 나타나는 열은 원초적으로 사람이 거짓말을 할 때 나타나는 ‘공포ㆍ도주’ 반응을 잘 보여준다. 과학자들은 이 현상의 이유가 거짓말을 할 때 아드레날린이 분비되어서 얼굴의 혈관이 느슨해지기 때문일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탐지기는 심장박동, 호흡 그리고 땀의 변화를 측정하는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피검사자가 여기에 동의해야 하고, 검사자가 검사결과를 해석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추어야 하며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피검사자가 거짓말을 했더라도 미리 마음의 연습을 할 시간적 여유를 주기 때문에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열상 사진기는 피검사자가 검사하는 중인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사용이 가능하고 빠른 속도로 탐지가 가능하다. “그 지갑 안에 마약이 들어있지 않습니까?”하는 식으로 공항에서 짐 검색을 할 때 사용할 수도 있고 현장에서 용의자를 만나 즉각 탐지하는 것도 가능하다. 당연히 피검사자에게 준비의 시간을 주지 않게 되고 검사의 정확도도 올라간다.
거짓말탐지 기술 - 뇌파거짓말탐지기
기존의 거짓말탐지 기술은 정서 반응에 의존하기 때문에 죄가 없는 예민한 사람이 유죄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이성적이고 냉정한 죄인이 무죄가 될 수도 있어 신뢰성에 많은 의문이 제기되어 왔다. 이 단점을 보완하는 새로운 형태의 거짓말탐지기가 등장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뇌파를 이용한 거짓말탐지기이다.
첫째, 미국의 로렌스 파웰이 발표한 이론을 근거로 만든 P300파(波)를 이용한 방법이다. '뇌 지문감식'으로 불리며, 피검사자의 머리 위에 10여 개의 미세 전극이 내장된 장치를 씌우고 범죄 장면을 컴퓨터 화면으로 보여 주면서 뇌의 반응을 검사한다. 뇌는 익숙한 그림이나 문자를 지각하면서 P300으로 명명된 뇌파를 발생시키는데, 이 뇌파의 존재에 따라 거짓말 여부를 판별하는 것이다.
실제로 파웰은 1978년 살인죄로 종신형에 처해진 한 흑인의 뇌파를 측정, 이 흑인의 뇌가 범죄 장면에 대해서는 반응을 하지 않고 그가 알리바이로 내세우는 음악회 관람과 관련된 문장에 대해서는 강하게 반응하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무죄를 주장했다.
둘째, 자기공명영상법(MRI)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MRI로 뇌를 분석해서 거짓말을 할 때 뇌의 여러 부위에서 일어나는 활동에 따라 거짓말 여부를 판별하는 기술이다. 하버드대학교의 심리학자 스티븐 코슬린이 개발하였으나, 아직 활용 단계에 들어서지는 못하였다.
셋째, 질문에 대한 반응시간을 측정해 거짓말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으로, 역시 미국에서 개발되었다. 퍼스널 컴퓨터만 있으면 가능한데, 예컨대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여러 번 연습을 시키더라도 참말을 하는 사람보다 훨씬 늦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이용한 것이다.
<참고자료 : “거짓말 잡아내기” 폴 에크만, 윤영이 역, “거짓말 까발리기” 폴 에크만, 이미숙 역, “거짓말 탐지기의 종류” 인터넷 지식 검색>
(출처 : '거짓말의 심리적 대응' - 네이버 지식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