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상반기 게임업계 10대 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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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날을 맞은 것이 엊그제 같은데 올해도 이미 절반 이상 지나갔다. '아니 벌써~'라고 생각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고 제대 날짜를 손꼽아 기다리며 '세월 참 안 간다'고 탄식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방부 시계는 거꾸로 세워 놓아도 간다는 말처럼 2006년도 중반을 훌쩍 넘어섰고, 지난 6개월간 게임 업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온라인 게임 종주국을 자처하는 한국 게임들이 블리자드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무릎을 꿇어야 했고, MMORPG의 부진이 계속된 반면 캐주얼 게임들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에, 2006년 상반기 동안 화제가 되었던 주요 뉴스를 간추려보았다.
리니지 명의도용 사태
매년 선정하는 10대 뉴스지만 엔씨소프트는 언제나 첫번째를 놓치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아쉽게도 좋은 소식이 아니다. 지난 2월 13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임에 가입하지 않았는데도 자신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로 '리니지' 계정이 개설됐다"는 신고와 함께 촉발된 명의도용 사태는 10일 후인 23일 피해자가 13만명을 돌파했고, 3개 방송사 9시 뉴스에 연일 보도되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결국 엔씨소프트의 대국민 사과에도 불구하고 5천여명에 이르는 피해자가 소송을 걸었고, 엔씨소프트의 부사장이 입건되는 최악의 상황까지 발생했다. 아마 엔씨소프트 입장에서는 올해 가장 잊고 싶은 사건일 듯 하다.
게임 업계 빅3 폭풍
영화 산업이나 가요계에서 주로 들을 수 있었던 빅3라는 용어가 올해는 게임계에서 유행했다. 여기서 빅3란 100억원의 제작비를 들인 블록버스터 온라인 게임 - 넥슨의 '제라', IMC게임즈의 '그라나도 에스파다', 웹젠의 '썬 온라인'을 의미한다.
비슷비슷한 시기에 공개되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뒤를 잇는 차세대 MMORPG 제왕은 누가 될 것인가'라는 점에서 높은 주목을 받았지만, 정작 게이머들은 초반에만 반짝 관심을 보이다 이내 시들시들해져 최근에는 빅3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가 되었다.
월드컵 여파로 게임 업계 한파
60억 지구인의 축제이자 전국 방방곡곡에 '대한민국'이라는 함성이 울려 퍼지게 만드는 '2006 독일 월드컵'이 6월에 개최되면서 게임 업체들은 악몽의 한달을 보내야 했다.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스타크래프트'나 '리니지 2',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같은 간판급 게임들까지 접속률이 내려가며 울상을 지었다. 6월 한달 동안 공개 서비스를 진행한 것은 '레드카드' 뿐이었고, 대다수의 업체들이 7월로 일정을 연기했다.
하지만 이러한 게임 업계의 분위기와 달리 네오위즈의 'FIFA 온라인'은 월드컵 특수를 확실히 누려 최단 기간내에 동시접속자 18만명을 기록하는 경이로움을 보였다.
세계 최대 게임 전시회 E3 개최
세계 최대의 게임 전시회 E3(Electronic Entertainment Expo)가 5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컨벤션 센터에서 사흘간의 일정으로 개막돼 전세계 게이머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이번 E3에서는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닌텐도, EA 등 다국적 업체를 포함해 세계 80여개국 400여개 업체가 1000여종 이상의 게임과 게임 관련 상품 등을 일제히 선보였으며, 소니와 닌텐도는 최신 게임 콘솔인 PS3와 위(Wii)를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국내 업체로는 엔씨소프트, 웹젠, 예당온라인 등 3개 회사가 독립 부스를 설치하고 네오위즈, 한빛소프트 등 16개사가 한국공동관으로 참가해 게임 한국의 위용을 높혔다.
WOW 세계 온라인 게임 시장 평정
블리자드 최초의 온라인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WOW)가 전세계적으로 대성공을 거두면서 한국 게임이 주도해 온 세계 온라인 게임 산업의 지형도를 바꾸어 놓았다.
그 동안 한국은 세계 최초의 MMORPG '바람의 나라'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는 MMORPG '리니지' 시리즈,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게이머들이 즐기고 있는 '라그나로크 온라인' 등을 배출하며 성과면에서 우위를 점유하고 있었으나 WOW의 등장으로 인해 변화를 맞게 된 것.
WOW의 매출액은 리니지 1, 2의 2005년 매출 합산(약 2,339억원)보다 높은 3,000억원을 넘어섰으며, 전세계 시장 점유율면에서도 라그나로크와 리니지 1, 2를 밀어내고 39.7%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며 국내 업체들과 격차를 벌여나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업체들도 '아이온' 같은 대형 게임을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은 그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게임 업체 M&A 바람
게임 시장의 양극화 시장이 가속화되면서 업체들간에 덩치를 키우기 위한 M&A(인수합병)가 많이 진행되었다.
한게임과 네이버를 가지고 있는 NHN는 5월 '신야구'와 '던전앤파이트'의 개발사 네오플을 240억원에 인수했으며, 네오위즈도 4월 자사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 팔았던 레드덕을 다시 합병한 데 이어 '디제이맥스'로 유명한 펜타비전을 153억원에 인수했다.
또 바른손은 3월에 'SOS온라인'을 개발한 아레아인터랙티브를 3억원에 인수했고, 소프트랜드는 5월 '천상비'의 개발사 하이윈을 98억원에 사들였다. 이 외에도 IT업체인 유비다임과 하우리가 각각 '디오 온라인'의 개발사 씨알 스페이스와 '칸 온라인'의 개발사 미리내를 인수하기도 했다.
하반기에도 이러한 현상은 지속되어 더 많은 업체들의 M&A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e스포츠 프로게임단 창단 붐
그 동안 SK나 KTF같은 대형 통신 업체만 참가해 온 e스포츠 프로게임 리그에 2006년 상반기부터 비IT기업의 참여가 이루어지면서 본격적인 프로게임단이 창설이 이루어졌다.
국내 최대의 스포츠 용품과 의류 업체인 화승은 2월 프로게이머 오영종 등이 포함된 플러스게임단을 인수하면서 르까프 프로게임단을 창단했고, 게임방송인 MBC게임 역시 박성준, 박지호 등 탑 클래스의 선수들 포함된 POS 게임단을 인수해 프로게임단을 창단했다.
또 CJ그룹 역시 4월에 서지훈ㆍ마재윤 등이 포함돼 있는 '지오(G.O)' 팀을 인수해 CJ 엔투스를 창단했으며, 전문게임방송인 온게임넷도 지난 2004년 열린 SKY 프로리그 2004에서 강호 KTF를 꺾고 3라운드 우승을 차지한 바 있는 KOR을 인수, 온게임넷 프로게임단을 창단했다.
이외에도 서울시시설관리공단이 서울시와 6월 아마추어 e-스포츠 팀을 만든데 이어 하반기에도 줄줄이 창단이 예정돼 있어 프로게임단 창단 러쉬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국적 게임 업체 온라인 시장 공략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전세계적인 흥행 성공 이후 다국적 게임 업체들이 자사의 블록버스터급 프랜차이즈를 이용해 온라인 게임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게임 업체 EA는 네오위즈와 'FIFA 온라인'을 공동 제작하는 한편 '다크 에이지 오브 카멜롯'의 제작사 미씩 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해 본격적인 온라인 게임시장 공략에 나섰다.
또 다국적 게임 업체인 아타리는 레이싱 게임 '테스트 드라이브'의 국내 배급을 위해 포털 사이트와 손을 잡을 계획이며, THQ와 액티비전도 각기 자사의 킬러 타이틀인 'WWE 스맥다운'과 '콜 오브 듀티'를 온라인 게임으로 서비스하기 위해 국내 업체들과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
이 외에도 '발더스 게이트', '제이드 엠파이어' 등으로 유명한 RPG의 명가 바이오웨어가 '바이오웨어 오스틴'을 설립하고 MMORPG 제작에 착수했으며,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시리즈로 유명한 앙상블 스튜디오도 온라인 게임을 위한 별도의 팀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국내 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해 보인다.
FPS, 대기만성이었다!
그 동안 마니아 장르로 불리던 FPS 게임들이 네오위즈의 '스페셜포스' 성공 이후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드래곤플라이가 제작, 네오위즈가 배급하는 스페셜포스가 동접과 매출면에서 대박을 터뜨린데 이어 게임하이가 제작하고 CJ인터넷이 배급하는 '서든어택'도 동시접속자 12만명을 돌파하자 게임포탈들이 새로운 FPS 게임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된 것이다.
넥슨은 주력 FPS인 '워록'의 마케팅을 강화하고 신작 FPS 게임인 '컴뱃암즈'를 곧 배급할 계획이며, 네오위즈 역시 새로운 FPS '크로스파이어'의 퍼블리싱 계약을 맺었고, 프리챌은 시온소프트의 2차 세계대전 FPS '투워'를 배급할 예정이다.
짜투리 소식
이 외에도 월드컵을 맞아 축구 온라인 게임이 대거 제작되었고, 소니,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세계 3대 게임 콘솔 플랫폼 홀더인 닌텐도가 한국에 지사를 세우기도 했다. 또 회사 직원이 게임 아이템을 빼돌리거나 공금을 횡령하고 다른 업체로부터 뇌물을 받기도 하는 모럴 해저드 현상도 여느 때 보다 많이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