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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8월
평점 :
인간은 이미 예전 부터 나온 것을 알고 있었는데, 사실 별로 읽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희곡이라고 하던데, 왠지 모르게 별로 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베르나르의 책은 왠만 하면 구매해서 보는데, 이 것은 도서관에서 오다가다 보게 되어서 얇기도 하고 해서 지하철에서 읽으려고 빌려보게 되었는데 단독적인 작품이라 보기 보다는 베르나르의 상상력 모음집인 생각의 나무의 한 열매같은 느낌이란 생각이 강하게 든다. 그냥 이런 일이 있으면.......이라는 상상력을 그려낸 작품이기 때문이다.
공간이 유리병속에 한정이 되어있기 때문에 답답함을 느낀다. 그리고 굉장히 암울한 기분을 들게 만든다. 주체성을 잃어버린 인간이라는것이. 사실 우리는 이런 상상을 많이 하곤 한다. 인간보다 더 절대적인 존재가 지구를 침공해서 인간이 동물들을 사냥하듯이 인간들을 사냥하고, 인간은 숨어서 피해 다녀야 하고 하는 그러한 것들을 말이다. 그리고 우리 인간이 고등 동물이라고 하면서 지식이 발달 되어있다고 하는데, 이것 보다 더욱 발달한 지능을 가진 존재가 없을까라는 등의 상상을 말이다. 베르나르는 또 그런 상상의 한 편을 이 인간으로 그려내고 싶었나보다.
하지만 베르나르의 소설은 이제 그의 생각을 어느정도 읽을 수 있게 만들어서 별로 신비로울게 없어졌다. 개미 - 나무 - 타나토노트 - 천사들의 제국 - 절대적이며 상대적인 백과사전 - 뇌 - 파피용 - 아버지들의 아버지 - 인간 - 그리고 파라다이스까지. 파라다이스는 사놓기만 하고 아직 보진 않았는데, 사실 어느정도 예측은 가능하다. 저 작품들을 읽어오면서 베르나르의 상상속의 세계가 어떤 세계인지 이제는 별로 신비롭지가 않다. 개미와 나무... 특히 나무는 나에게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해준 엄청난 작품이었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그의 상상력이 별로 발전 하고 있다는 생각을 들지 못하게 만든다. 베르나르는 자신의 상상력의 테두리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있는 듯하다. 물론 처음부터 엄청난 상상력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지금도 굉장하지만 나무 부터 지금까지 쭉 읽다보고 느낀것은 결국 하나의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작품을 순서대로 읽지는 않았어도 전체적인 느낌이 어째 비스무리하다. 그래서 점점 베르나르에게 식상해지는 것을 느낀다. 과거 같았으면 베르나르의 작품이라고 하면 기대가 너무 많이 되었지만 지금은 그냥 그저 그런 느낌으로 읽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래서 아직까지 신을 읽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아마 타나토노트나 천사들의 제국과 별반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음을 짐작한다. 파라다이스 역시 구매만 해놓고 천천히 읽으리라 생각중인데 아마 나무와 별반 다를것이 없을 듯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베르나르도 이제 스스로의 세계에서 탈피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의 작품을 읽어오다 보니까 정말 스스로의 생각이 뚜렷하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그의 작품들을 읽다보면 겹치는 것들이 정말 많음을 느끼게 될것이다. 최소한 작품으로 나온 그의 정신세계는 이미 대강 짐작을 할 수가 있을 정도다. 이것이 위험한 이유는 베르베르는 언제나 나에게 새로움과 신세계의 상상력을 제공해왔는데 인간이 적응하는 동물이다 보니까 더욱 새로운 자극이 오지 않으면 식상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미 개미와 나무 이후로 나에게 이렇다할 쇼킹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것이다. 그후에도 재미있게 읽기는 하였으나 슬슬 반감이 되어가는 것은 나 스스로가 느끼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간으로 마쳐보자면, 정말 안타까운 내용들이라고 생각이 된다. 라울과 사만타의 공간도 공간이지만 2세와 태어나자마자 헤어져야 한다니,,,, 아무튼 먼가 흥미로운 소재인듯하기는 하나, 그의 작품에 워낙 익숙해서 인지 딱히 흥미로운 내용은 아니었다. 다만 이야기 중반까지는 인간의 심리변화에 관심을 가져 보았으나 종반부로 치닫게 되면서 좀 많이 허무하게 끝맺음을 해가는 듯하다. 조만간 읽게 될 파라다이스에서도 과거 나무에서 느꼈던 그러한 신세계를 느껴 볼 가능성은 왠지 크지 않을 듯하다. 베르베르도 한번 변신을 꽤해야 할테지만 오랫동안의 정신세계를 바꾸기란 불가능 하다고 본다. 아마 앞으로도 그의 작품에서 터닝포인트적인 쇼킹한 내용이 개인적으로는 없을듯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드라마도 1,2회를 재미있게 보면 3회부터 재미가 없어도 그냥 의무적으로 보게 되듯이 그의 작품은 아마 끝까지 보게 될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