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리뷰: 드래곤볼 Z 스파킹! 네오 (PS2)
처음 국내에 ‘드래곤볼’이 등장했던 것을 필자는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당시 드래곤볼은 큰 이슈를 일으켰고 높은 인기를 끌었다. 물론 이러한 상황은 일본 현지도 마찬가지여서 수 많은 시리즈와 관련 상품들이 발매되기도 했다. 게임 역시 빼 놓을 수 없을 테고 말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드래곤볼 관련 게임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처음에는 RPG 위주의 게임들이 주로 등장하더니, ‘초무투전’ 이후에는 점차 대전 격투 게임이 주류를 이루기 시작했다. 참고로 ‘드래곤볼 Z 스파킹! 네오’(이하 네오)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드래곤볼 Z 스파킹!’의 후속작이지만, 전작과의 비교보다는 네오만의 모습을 위주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게임인가, 애니메이션인가
비단 드래곤볼 시리즈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한 수 많은 게임들이 대부분 카툰 랜더링 방식의 그래픽을 채택하고 있는 것은 이제 그리 이상하지도, 신기하지도 않은 일이다. 이것은 카툰 랜더링이 만화의 느낌을 잘 살려주기 때문으로, 네오 역시 이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하지만 같은 카툰 랜더링이라 하더라도 퀄리티에는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는 법. 네오의 경우에는 상당히 높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어 원작과의 차이에서 오는 괴리감도 적을 뿐더러 카툰 랜더링을 사용한 여타의 애니메이션 기반 게임들과 비교해도 원작의 분위기를 한층 잘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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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 퀄리티로 캐릭터가 움직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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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전작보다도 한층 발전한 것으로, 단지 그래픽만 뛰어난 것이 아니라 모션 자체도 부드러우며 타격감 역시 훌륭하다. 2D로 그려진 애니메이션을 따라갈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에 가까운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게임에 등장하는 각종 기술 연출도 비슷하기에 원작의 감동을 다시 한번 느끼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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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지를 많이 입으면 외관도 달라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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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TV판에서 극장판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하다. 워낙 오랜 기간 시리즈가 나온 만큼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전작 역시 근 100여 명에 가까운 출연진을 자랑하지만 이번에는 그보다도 더 많다. 아마 대전 격투 방식의 게임들 중에서는 가히 최고가 아닐까.
RPG나 SRPG에서도 이 정도로 방대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게임은 그리 많지 않다. ‘삼국지’나 ‘환상수호전’ 정도라면 또 모를까… 주연급 캐릭터만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싸울 수 있는 능력이 되는 녀석들’을 소재로 하고 있기에 비중이 있는 캐릭터이면서도 등장하지 않는 캐릭터도 존재하지만 말이다.
기억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많은 기술
캐릭터만 많은 것이 아니다. 사용할 수 있는 기술 또한 엄청나게 많다. 흔히 말하는 커맨드 입력 방식의 기술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이 정도로 많은 기술이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가드에서부터 회피, 반격기는 물론이고 빠르게 대시를 하거나 일반 공격이라도 길게 모아 더 강력한 공격을 펼칠 수 있다. 여기에 3D의 장점을 살려 지상과 공중을 넘나들며 입체감을 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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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공탄을 튕겨낼 수도 있다 |
생각 이상으로 많은 기술들이 갖추어져 있다 |
이 정도라면 그냥 구색을 갖추눈 수준이라고 하겠으나 이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각 기술의 사용법을 모두 튜토리얼로 만들 정도니 얼마나 많은지 짐작이 갈 것이다. 일단 다른 기술들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네오의 시스템에 대하여 잠시 살펴봐야 할 것 같은데 게임상에는 두 개의 게이지가 존재하고 이들이 특수한 기술의 발동 여부에 관여한다.
기력 게이지는 별도로 기를 모으거나 공격 시 소량 상승하며(노멀 타입으로 배틀을 할 경우에는 시간에 따라 자동으로 조금씩 차 오른다), 블래스트 게이지는 시간이 흘러가면 지속적으로 올라간다. 기력 게이지의 경우 기공탄을 사용하거나 아래 소개할 블래스트 기술을 사용할 때 일정량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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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가 기력 게이지, 캐릭터 얼굴 아래의 숫자가 블래스트 |
변신 가능한 캐릭터일 경우 변신도 가능하다는 것! |
블래스트 게이지의 사용법은 조금 독특하다. 게이지가 가득 차게 되면 블래스트가 하나 상승하는데 게이지 자체는 계속 차오르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 블래스트가 계속 상승하게 된다. 하지만 최고 수치는 5까지이기 때문에 무작정 모으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이 두 요소는 어떻게 활용되는 것일까?
기를 최대치까지 모을 경우 스파킹 상태가 되어 다양한 공격 형태를 취할 수 있게 되는데, 일반 공격의 경우 스파킹 상태에서 기력 게이지가 다 떨어질 때까지 콤보로 계속 공격을 할 수 있고, 얼티밋 블래스트라는 최상급의 기술을 사용할 수도 있다. 또 이와는 별도로 블래스트 1과 블래스트 2라는 특수 기술을 사용할 수도 있다.
블래스트 1은 사용 시 블래스트를 일정량 소모하며 발동된다. 블래스트 1 기술은 직접적인 타격을 주기보다는 주로 순간적으로 상대에게 틈을 만들거나 얼티밋 블래스트 등을 사용하기 위해 미리 발동하는 경우가 많으며, 반면 블래스트 2는 기력 게이지를 소모하는 강력한 공격용 기술이다.
기본 공격 형태에 특수 기술, 여기에 스파킹까지 준비되어 있다 보니 기술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일은 그다지 없을 것이다. 단점을 꼽자면 거의 모든 캐릭터의 기술 조작법이 별 차이가 나지 않고 형태도 비슷하다는 것인데 어차피 기술의 발동 모습이 다른 만큼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게다가 기술이 같으니 따로 기술을 외울 필요도 없지 않은가).
그러한 이유 때문인지 캐릭터의 세기가 확연히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사실 원작이 있는 게임들은 주인공 격인 캐릭터가 타 캐릭터에 비해 강하게 설정된 것들이 많은데, 네오에는 약간의 캐릭터 우열이 존재하기는 해도 불평할 정도로 눈에 띄는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또 1대1 대전 외에 태그매치 식의 대전도 가능해 더 큰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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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력 게이지가 2단계로 접어들어 청색으로 가득 차면 스파킹 상태가 된다 |
원기옥은 먼저 이 블레이드 1 기술을 사용하지 않으면 쓸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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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래스트 기술들은 강력한 데미지를 자랑한다 |
가장 강력한 것은 역시 얼티밋 블래스트 |
다양한 모드를 즐겨라
대전 격투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보니 이것만으로는 혼자서 하기에 너무 지루하다. 하지만 가정용 게임이라면 혼자서 즐길 거리도 충분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런 점에서 네오는 나름대로 합격점을 받을 수 있을 듯 하다. 대전 모드는 물론이고 혼자서 놀 거리도 충분하게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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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다양한 모드들이 준비되어 있다 |
대전 모드에서는 다양하게 설정을 변경할 수 있다 |
가장 먼저 눈이 가는 것은 게임의 메인 모드라 할 수 있는 ‘드래곤 어드벤처’. 이것은 드래곤볼의 스토리를 따라가며 대전을 진행하는 것인데 길이도 꽤 길고 돌발 이벤트 같은 것도 준비되어 있어 은근히 재미가 있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아이템을 입수하거나 경험치를 통해 아이템을 성장시킬 수도 있고 말이다(이 부분은 아래 따로 소개하겠다). 또한 스토리가 하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리지널 스토리도 준비되어 있어 색다른 느낌으로 진행할 수도 있다(원작에 기반한 스토리는 샤이아인이 등장하는 부분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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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볼의 스토리를 그대로 즐길 수 있다 |
대전에서 승리하면 제니와 특정 캐릭터 사용이 가능해지기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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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시나리오도 진행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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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가 벌어지는 지역은 빨간 점으로 표시된다 |
‘드래곤 토너먼트’는 아래 소개할 에볼루션 Z 아이템을 구입하는데 사용되는 제니를 벌기 위한 토너먼트 모드이고, ‘얼티밋 배틀 Z’는 한 단계 한 단계 준비된 상대를 제압하는 모드로 하나의 코스를 모두 클리어 하면 별도의 보상을 받을 수 있으며, 또 다른 코스가 등장한다. 각 상대와 대결한 후에는 랭킹 표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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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제니를 벌어야 하는 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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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텝 바이 스텝으로 하나씩 쓰러뜨리면서 올라가는 것 |
얼티밋 배틀에는 수 많은 상대가 기다리고 있다 |
그 외에도 많은 요소가 갖추어져 있다. 전작의 데이터가 있으면 별도의 특전(?)을 받을 수도 있고, 다른 게이머의 캐릭터 데이터를 패스워드로 받아 이를 입력함으로써 대전을 해 볼 수도 있다. 또 캐릭터의 기술이 많은 만큼 별도로 ‘초수행’이라는 이름을 통해 각 기술을 연습해 볼 수도 있고, 각 캐릭터의 배경 스토리나 지금까지의 시리즈 줄거리를 살펴볼 수도 있다.
이중에서도 에볼루션 Z는 상당히 눈 여겨 볼 부분인데 이 게임에서는 각 캐릭터가 레벨 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기능이 있는 Z 아이템을 장비해 그 아이템의 레벨이 캐릭터 레벨에 합산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Z 아이템은 각각 레벨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아이템을 장비한 상태에서 경험치를 받다 보면 레벨 업이 이루어지는 식이며, 경험치를 얻을 수 있는 모드는 드래곤 어드벤처로 국한된다.
재미있는 것은 Z 아이템을 이용해 아이템 조합을 할 수도 있다는 것. 여러 아이템을 조합해 보다 강한 아이템을 만드는 것도 꽤 쏠쏠한 재미를 준다. 또 Z 아이템이라는 요소를 이용해 어느 정도 캐릭터의 스타일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잡아줄 수도 있다는 것도 재미 요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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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아이템을 장착해 보자 |
팬과 게이머 모두를 만족시킬 게임
서두에도 언급했던 부분이지만 드래곤볼을 소재로 하고 있는 게임들은 무수히 많다. 하지만 네오는 이렇듯 많은 게임들 중에서도 단연 군계일학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픽 퀄리티는 물론이고 확실한 게임성과 다양한 캐릭터, 복잡한 커맨드 입력 없이 버튼 조합만으로 이루어지는 수많은 기술들과 뛰어난 비주얼, 적당한 플레이 타임에 다양한 즐길 거리까지… 물론 결론은 모두 대전 격투인 만큼 어느 정도 하다 보면 지겨운 느낌이 들 수 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 자체에는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좋은 평가를 받았던 전작을 뛰어넘어 더욱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에 드래곤볼의 팬만이 아니라 일반 게이머들에게도 권하고 싶을 정도랄까. 게임 센터의 그것처럼 0.1초에 희비가 엇갈릴 정도로 전문적인 대전 격투 게임은 아니지만 단순히 원작의 인기만을 등에 업은 게임도 절대 아니다. 드래곤볼의 아기자기함도 잘 살아있고 대전 격투 게임의 재미 요소도 갖추고 있는 게임인 것이다. 아직 이 게임을 해 보지 못했다면 딱 한 시간만 즐겨 보기를 권한다. 그 후에는 저절로 빠져들게 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