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알라딘도서팀 > [미리 보는 새책] 이상한 나라 앨리스 팬을 위한 희소식
올해는 앨리스를 좋아하는 한국의 독자에게는 각별한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마틴 가드너의 <주석 달린 앨리스>가 4월에 출간되었고, 또 이 책이 출간될 예정이니까요. 존 테니얼의 삽화가 그려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있고, 로버트 사부다의 팝업북이 있고, <주석 달린 앨리스>까지 끝내 구입하셔서 '이제 앨리스는 그만!'이라고 공언하신 분들이라면 페이퍼를 읽지 마세요. 이번에 소개할 <이상한 나라 앨리스> Classic Illustration Edition은 정말 못견디게 가지고 싶은 책이니까요. 무엇보다 그림책에 욕심이 많으신 분이라면 첫눈에 반할 정도입니다. '그림없는 책을 무슨 재미로 본담'이라고 투덜거렸던 앨리스라면 이 책을 아주 좋아할 겁니다. ^^
마틴 가드너의 앨리스가 주석판 앨리스라면, 베틀북 클래식의 첫번째 권으로 6월 13일에 출간될 예정인 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일러스트레이션판 앨리스입니다. 20세기 초에 활동한 일러스트레이터들이 그려낸 앨리스의 다양한 모습들을 한 권의 책에 알차게 실려있습니다. <이상한 나라 앨리스>의 삽화의 올스타팀이라고 할까요? 또, 루이스 캐럴의 원문을 꼼꼼히 살린 점도 높이 평가할만합니다. 이미 원서로 많이 알려진 책이기도 합니다.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사람에게 캐럴의 말장난은 아무리 노력해도 100% 이해할 수는 없을 겁니다. 저 역시 앨리스를 좋아해서 여러 번 앨리스를 읽었지만 솔직히 번역본으로는 캐럴의 '말장난'이 왜 재미있는지 모르겠더군요. 그리고 원서를 읽었을 때는 부족한 영어 실력과 배경지식으로 역시 그의 위대한 '말장난'의 맛을 알기는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캐럴의 책에는 '그림'이 있습니다. 온갖 기괴한 것이 출몰하는 이상한 나라를 여행하는 데에는 글보다는 역시 그림이 좋은 안내자이지요. 상상한 것 이상의 그림을 만날 때 삽화는 책을 이해하는 도구에서 한단계 업그레이드 되어 책을 새롭게 해석하는 틀이 되기도 합니다.
기존에 출판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는 주로 존 테니얼의 삽화를 만나셨다면, 이 책에서는 또다른 맛의 그림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존 테니얼은 물론 찰스 로빈슨, 아서 래컴, 윌리 포거니, 마거릿 태런트 등 20세기 초기에 활동했던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29명이 그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그림들이 실려 있답니다. 고전적인 느낌의 그림, 푸근한 유화 느낌의 그림, 섬세한 그림, 기괴한 그림, 장난스러운 그림, 장식적인 그림 등 하나의 텍스트가 이렇게 여러가지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도 참으로 놀랍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출간된 이래 수없이 많은 일러스트레이터에 의해 그려졌습니다. 이 책은 비교적 옛날 일러스트레이터들이 그린 그림답게 고전적인 아름다움이 넘칩니다. 레이스, 부풀린 소매, 하얀 양산, 부드러운 금발 머리, 푸른 잔디밭에서의 티파티. 빅토리아 시대의 풍요로움과 우아함, 낭만이 넘친답니다. 특별히, 이 책에 수록된 일러스트레이터들은 명성에 비해 실제 작품으로는 만나기는 힘든 작가들이라 기쁨이 배가됩니다.
정말 유명한 앨리스의 첫장면. 회중시계를 가진 토끼의 뒤를 쫓아간 앨리스는 정말 '이상한' 나라로 빠져듭니다. 테니얼의 앨리스가 기괴했다면 첫장을 장식한 앨리스는 참 소녀답게 이쁩니다. 푹식해보이는 금발도 그렇고, 빨간 입술도 그렇고... 느긋하면서도 활동력이 있어 보이는 소녀네요.
아기가 돼지로 변해버렸습니다! 이 앨리스는 어떤가요? 앞의 아이보다 훨씬 도회적으로 보이는 여자 아이입니다. 소녀다운 나긋나긋하면서도 때묻지 않은 아름다움보다는 씩씩한 아이다움이 더 느껴지는 앨리스입니다. 여러 명작동화에 삽화를 맡은 아서 랙컴의 그림입니다.
아주아주 무례하고, 아주아주 어이없고, 아주아주 괴상한 티파티. 빈정거림의 명수 토끼와 제멋대로 매드해터, 그리고 잠꾸러기 도올마우스의 티파티에 버릇없이 끼어든 앨리스의 모습. 다들 이상한 구석이 많은 사람과 동물들이죠. 이상한 나라에서는 오히려 정상일수도 있겠군요.
가엾은 앨리스. 그저 장갑을 가져다주려고 했을 뿐인데 몸은 작아졌다 커졌다를 반복하고... 이 무슨 수난이랍니까. 동물들은 그저 웅성거릴뿐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군요. 등을 보이고 있는 토끼가 바로 앨리스를 '메리 앤'이라고 부르며 장갑 심부름을 시켰던 그 정신없던 토끼겠지요.
상당히 독특한 느낌의 그림입니다. 20세기 초의 고전적인 느낌보다는 현대적인 느낌이 더 강해네요. 앨리스가 빨간 머리라니. 전형적인 영국 귀족 소녀였던 앨리스가 이 그림 속에서는 골목을 뛰어다니는 평범한 가정의 둘째딸처럼 표현되었습니다.
앤서니 브라운이 그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도 출간될 예정이라고 하니, 2005년은 정말 앨리스 팬에게는 최고로 즐거운 한 해가 -그러나 지갑은 한없이 얇아질- 될 것 같습니다.
-알라딘류화선(yukineco@aladin.co.kr)
*페이지 제작에 사용한 이미지와 새책정보를 제공해주신 베틀북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