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에도 틈틈이.

겨우 책 몇 글자 보는 정도.
<포르노랜드> 읽을 수 있겠어? 했는데
서정적인 글보다 오히려 더 잘 읽히는 건 반전이다. ㅋㅋ
재독이라 그럴지도.
대신 글을 쓸만한 마음의 여유는 없...

북플 글도 대충 휘리릭, 제대로 못 읽음.
당분간 이럴 예정.






아마 포르노가 그 이용자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에 대항하는 가장 목소리 큰 논리는 "포르노는 판타지다"라는 주장일 것이다. 이 논리에 따르면, 판타지는 머릿속에 존재하고 그 안에만 머무르며, 관계, 섹스, 사람, 친밀감이 존재하는 현실 세계로는 절대 새어 나가지 않는다. 남자는 포르노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그 이미지를 액면가 그대로 받아들일 정도로 바보가 아니다. 이들은 포르노를 재미있는 판타지로 즐길 줄 아는 교양 있는 소비자로 선을 넘는 형위나 유치한 플롯, 과장된 신체 묘사는 물론, 매번 여자는 비명을 지르며 오르가슴을 느끼고 남자는 다량의 정액을 분출하는 장면으로 끝나는 터무니없는 성적 장난질을 그저 즐길 뿐이라는 얘기다. 포르노가 끝나면 남자는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고, 아무런 변화도 겪지 않은 채 현실 세계로 돌아온다. 일부 포르노 옹호자의 주장에 따르면, 이를 반박하는 사람은 판타지와 현실을 혼동하는 함정에 빠진 것이다. (207/433)

아이러니하게도 포르노는 판타지라고 주장하는 측이 놓치고 있는 짐은 실은 포르노가 우리의 상상력과 성적인 창조성을 오히려 제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포르노가 전달하는 이미지가 사고를 마비시킬 정도로 내용이 반복적이고, 정신이 둔해질 만큼 단조롭기 때문이다. (211/433)

"포르노는 강간으로 이어지는가?"라는 질문 대신, 포르노의 메시지가 우리의 현실과 문화를 형성하는 방식에 대해 더 섬세한 질문을 던진다면, 이미지가 곧 강간으로 이어진다는 논의의 함정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질문을 재정립함으로써, 포르노의 서사가 그 일관성과 통일성으로 만들어 낸 세계관이 이용자의 사고체계에 통합되어 그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이해, 인지, 해석을 어떻게 형성하는지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214/433)

남아와 성인 남자는 비디오 게임, 영화, 텔레비전, 광고, 남성잡지에서 그러한 이미지를 접하며, 그 이미지는 그들에게 여성, 남성, 섹슈얼리티에 관한 서사를 제공한다. 포르노의 역할은 이 같은 여성에 대한 문화적 메시지를 가져다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거의 없는 간결한 방식으로 그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일부 미디어 이미지는 여러 사람에 의해 다양한 방식으로 읽히기도 하지만 (미디어 연구에서는 이를 ‘다의적polysemic‘이라고 한다) 특히 곤조 포르노의 경우 - 여성을 향한 노골적인 멸시와 여자가 굴욕당하고 폄하당하는 걸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끝도 없이 보여주는 서사를 통해 남자에게 아주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이들은 성차별적 대중문화 이미지로 가득한 사회에서 자란 덕분에 어느 정도의 포르노적 시선을 이미 체득한 상태다. (215/433)

해방을 위해 싸워 온 집단이라면 누구나, 미디어 이론가들이 수십 년에 걸쳐 깨달은 사실, 즉 미디어 이미지가 억압당하는 집단을 체계적으로 비인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직관적으로 안다. 이 이미지는 결코 개별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어떤 집단에 가해지는 지속적인 억압을 합리화하는 메시지의 더 광범위한 체계 안에 연루되어 있고, 그것이 가진 권력은 대개 태도나 행동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억압을 묵인하는 이데올로기를 강화하고 정상화하는 데서 나온다. (217/433)

텔레비전에서 예컨대 흑인이나 유대인을 계속해서 인종차별적 혹은 반유대주의적으로 그리는 드라마나 시트콤이 쏟아져 나온다고 가정해 보자. 백인 남자가 이들의 머리를 잡아당기고, 얼굴을 가격하고, 목을 조르며 그들의 입에 이물질을 집어넣는다면 어떨까? 추측건대 격한 항의에 부딪힐 것이고, 그러한 이미지는 단지 판타지라는 이유로 옹호받지 못할 것이며 보이는 그대로 간주될 것이다. 그 정체는 다름 아닌 한 집단이 다른 집단에 가하는 가혹행위다.
포르노는 폭력에 성적인 외피를 덧씌우며 그것을 비가시화하며, 결과적으로그 폭력에 저항하는 이들은 반폭력주의자가 아니라 반섹스주의자로 규정된다. (218/433)

포르노가 강간에 개입하는 방식은 복잡하고 다층적이다. 포르노를 이용하는 모든 남자가 강간을 저지르는 건 결코 아니지만, 포르노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정상화하고, 합리화하고, 묵인함으로써 페미니스트들이 ‘강간 문화‘라고 부르는 것을 형성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미지들은 폭력과 학대로 가득한 섹스를 당사자 모두에게 깊은 만족감을 주는 ‘섹시‘한 것으로 묘사한다. 이러한 포르노의 메시지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비정상적이며 용인될 수 없다고 규정하는 사회의 규범을 갉아먹는데, 사실 이 규범은 남성지배적 사회에서 이미 끊임없이 공격받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대량 생산된 이미지 대다수가 여자에게는 존중받아야 마땅한 신체 온전성이나 영역, 경계가 없는 것으로 묘사한다. 이들 이미지는 총체적으로 작용해 그러한 경계선을 넘는 행위를 여자가 원하고 즐긴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는 포르노가 그 이용자에게 전파하는 다양한 강간 신화 중 일부이다. 포르노에는 다른 수많은 신화가 내재해 있는데, 모두 성폭력을 폭력의 행위가 아니라 합의에 기반한 행위로 묘사하는 게 목적이다. (234/433)

포르노의 영향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질문을 뒤집어 보는것이다. 포르노가 이용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묻는 대신, 어떤 조건에서 그러한 이미지가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을지 물을 수 있다. 즉, 남자가 포르노의 서사에 대항하려면 어떤 것에 노출되어야 할까? 나를 비롯한 미디어 연구자들은 자본주의와 짝을 이루는 소비주의 이데올로기의 지속적 유입으로부터 사람들의 면역력을 길러주는 방법을 논의할 때 비슷한 질문을 던진다. 대개 그 해답은 그것에 반하는 이데올로기를 제공하여 소비 이데올로기의 허위적 본질을 드러내고 대안적 세계관을 제시하는 데 있다. 포르노의 반이데올로기 또한 그와 유사한 방식으로 그 메시지를 방해하고 파괴해야 하고, 포르노만큼 강력하고 즐거워야 하며, 남자에게 포르노 속 여성의 이미지는 허구이고, 특정한 형태의 섹스만을 팔기 위해 꾸며낸 거라고 설득해야 한다. 또한 이 대안 이데올로기는 이성애 섹스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야 하며, 그것은 성 평등과 정의에 입각해야 한다. 그러한 페미니즘 이데올로기에 노출된 남성은 극히 드물다. 남자(그리고 여자) 대다수는 성 불평등이 자연스러우며 생물학적으로 결정된 현실인 것처럼 느낄 정도로 지배적인 성차별 이데올로기를 매일 주입당하며 살아간다. 포르노는 이 이데올로기를 최대한으로 뽑아먹을 뿐 아니라. 그것을 포장해서 고도로 성애화한 형태로 남자에게 돌려준다. 그것에 대항하는 반이데올로기가 부재한 상태에서 이같이 달콤한 성차별 이데올로기는 지배적 사고방식이자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으로 자리 잡는다.
포르노는 사회화의 유일한 행위자는 결코 아니지만, 그 강렬한 이미지와 우리신체에 미치는 영향 덕분에 강력한 설득의 도구가 되었으며, 남자가 여자를 동등한 존재로, 자기가 당연히 갖는 인권을 마찬가지로 당연히 가지는 존재로 보는 능력을 잠식하고 있다. (237/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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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포르노랜드 : 당신이 웃어넘긴 야동의 실체 열다 페미니즘 총서 5
게일 다인스 지음, 신혜빈 옮김 / 열다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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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잠깐 본 티브이프로그램에 미국의 ‘반전’ 배우들 이야기가 나왔다. 누군지도 벌써 생각나지 않으려 하지만 남자고 유명 배우였고 나락으로 떨어졌다가 재기에 성공했다는 이야기였는데(한국프로그램) 그 ‘힘든’ 과정에 “부인에게 폭력을 행사해 이혼”한 것을 고통스러운 이혼 뭐 이런 식으로 묘사했다. 아놔. 지가 잘못해서 이혼한 걸 힘들고 고통스럽다고? 한참을 버럭버럭했다.

이동 중인 차 안에서 잠깐 펼친 <포르노랜드>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아 사진은 아래에 있다.
“21세 때까지 두 번의 결혼과 두 번의 이혼, 파산이라는 소용돌이를 통과해야 했으며 마침내 …에 이르렀다.”
이 부분은 타임지 기사의 일부이다. 심지어 플린트(잡지 허슬러를 만든 인물)를 까내리는 기사다. 그런데도 결혼 이혼 파산 같은 주제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이 느껴지지 않는다.

70년대 기사나 2022년 티브이프로그램이나 미국이나 한국이나 발화의 형식은 바뀌지 않는다. 언제까지 남성의 ‘힘들었던’ 삶을 영웅화할 것인가. 언제까지 우쭈쭈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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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10-15 21: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기사는 뭔가 스트립 클럽을 열었다는게 구국의 영웅쯤 되었다는 투로 말하네요. ㅎㅎ

난티나무 2022-10-17 01:36   좋아요 0 | URL
맞아요. 역경을 이겨내고 성공한 스토리. ㅋㅋㅋ 그나마 되게 부정적으로 쓴 기사인데도 우쭈쭈.ㅋㅋㅋ

호우 2022-10-16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바람돌이님 의견에 동감. ‘마침내‘ 스트립 클럽 여덟개를 열어 성공한 인생이 되었다는 뜻인가요? 으이 ㅆ.

난티나무 2022-10-17 01:37   좋아요 0 | URL
그러니 다른 성공 스토리는 어떻겠습니까.. ㅠㅠ
 
















두번째 읽기(시도)이므로 나는 이 책의 내용을 아주 세세하게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대체로 어떤 내용인지는 이미 안다. 이 책을 언제 읽었나 찾아보니 2020년 9월이다. 무려 2년 전! 자 그렇다면 이번의 읽기는 그동안 내 생각이 어떤 변화를 거쳤는지 혹은 변화하지 않았는지를 살필 좋은 기회다. 그땐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구절들이 있을 수도 있다.(아마 많을 것이다.) 2년이라는 갭을 생각하니 좀 즐거워진다. 내용에 대해서는 즐거워할 수가 없지만. 문제는! 나 토요일에 여행 가거든??? 10월 말까지 느긋한 시간이... 없을 예정이거든??? 하. 어떡하지. 예전에 읽을 때 간단히 메모 형식으로 글을 남기기는 했으나 성에 차지 않았었다. 이번엔 좀 조목조목 읽고 쓸 수 있으려나 싶었는데 시간이 나를 돕지 않는구나.(응?) 


포르노에 대한 내 생각은 그동안 크게 바뀌지 않았다. 반대합니다, 여성혐오와 폭력으로 점철된 포르노! 이랬는데, 며칠전 읽은 책 한 권 때문에 아주아주 조금 흔들흔들하고 있다. 구분이 필요하다. 이게 구분이 가능한 일인가 하는 의문이 있는데 바람직한 상황에서 바람직한 전제가 있다면 가능할 것도 같다. 그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도 어떤 의미인지 이해는 가지만(그래 무슨 말인지 알아! 안다고! 하지만) 포르노에 대한 내 거부감이 너무 커서 이해와는 별개로 용인&동조하고 싶지는 않... 물론 거기서 말하는 포르노는 <포르노랜드>에서 비판하는 '곤조포르노'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남성들이 포르노를 대하는 태도로는 그 저자의 의견이 지지받지 못하리라는 사실은 너무도 자명... 그러므로 책을 읽는 여성들도 쉽게 거부감을 가져버릴 거라는 사실도 자명... 그런 이유로, 그런 일부분 때문에, 그 책을 무지무지 소개하고 싶으나 그러지 못하고 있다.ㅠㅠ 아 슬퍼. 



◦◦◦

"주류 잡지, 포르노 업계, 심지어는 일부 페미니스트조차 이런 변화를 두고 우리 사회가 점점 더 성적으로 자유로워지고 있다는 증거라며 축배를 드는 동안, 나와 대화를 나누는 많은 여학생들은 그 축제를 즐기지 못한다. 그들은 압박받고, 교묘하게 조종당하고, 획일화된 모습을 따르도록 강요받는다고 느낀다. 이들이 만나는 남자는 포르노 섹스를 기대한다. 그것은 유대감도 친밀함도 없이 익명으로 전개되는 섹스이며, 그것을 얻지 못한 남자는 그저 다른 여자를 찾아나설 뿐이다. 여자가 남자의 기대에 부응한다 해도 마찬가지다. 포르노 문화에서는 어떤 여자든 어느 정도까지 통상적인 '섹시함'의 기준을 충족한다면 다른 여자와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머리말, 전자책 25/433)



'그것을 얻지 못한 남자는 그저 다른 여자를 찾아나설 뿐이다.' '어떤 여자든' 

이런 구절들을 읽는데 마침 이번주에 읽었던 다른 책의 구절이 떠올랐다. 


◦◦◦

"캐주얼 섹스를 묘사하는 수많은 글은 서로 이름도 모르고 섹스하는 것을 자랑삼아 강조한다. 리사 웨이드가 미국의 대학 캠퍼스에서 이뤄지는 섹스를 연구한 보고서에서 밝혔듯, 남성은 파티에서 뒤에서 다가가 여성의 엉덩이에 자신의 성기를 비비는 것으로 성적 의도를 표현한다. "남성은 일반적으로 여성의 뒤에서 다가가는 탓에 여성은 자신의 엉덩이를 건드리는 페니스가 누구의 것인지 전혀 알지 못한다." "(에바 일루즈 <사랑은 왜 끝나나> 116) 



여성이 누구든, 이름이 무엇이든, 몇 살이든, 상관없다. '그녀'는 '엉덩이'를 가졌으니까. 이렇게 확실하게 여성을 성기로만 보는 경우라니. 그렇게 이루어지는 캐주얼 섹스(대체로 여성에게는 거부하지 못하게 되는 이유와 상황들이 있다.)는 아래의 장면처럼 될 확률이 매우 높다고 한다. 


◦◦◦

"페미니스트이자 작가 겸 배우인 리나 더넘의 작품에 등장하는 섹스는 철저하게 날것이다. 리나 더넘의 2010년 영화 <타이니 퍼니처>에 나오는 섹스 장면은 (좀 우울하기는 하지만) 가장 현실적으로 묘사된 장면 중 하나일 것이다. ...... 두 사람은 대략 십 초 정도 키스를 한다. 남자는 바지 지퍼를 내리고 아무 말 없이 여자의 머리를 자기 아래쪽으로 밀어낸다. 남자는 여자에게 "더 세게 빨아"라고 말하며, 쉴새없이 울려대는 여자의 스마트폰에 대고 욕을 한다. 그 다음에는 허둥지둥 여자의 몸을 돌려 뒤쪽으로 삽입한다. 남자는 피스톤 운동을 하다가 사정을 하는데, 사정까지 고작 일 분도 걸리지 않는다. 남자는 단 한 번도 여자의 얼굴을 보지 않는다. 오라의 표정은 흥분 상태에서 당황함, 약간의 실망감, 그리고 체념으로 변해간다. 관계 후에 남자는 문자를 확인하면서 작별인사를 한다. 이 장면을 보면 민망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가슴 아프고, 고통스러우며, 당황스럽고, 현실적이다." (페기 오렌스타인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은 질문들> 전자책 75/438)


(영화 속 여자와 남자는 심지어 처음 만나는 사이도 아니었다... )


포르노 문화로 인해 남자들이 여자를 바라보는 방식이 심하게 왜곡되는 건 당연지사다. 이 책들에서 공통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은 '친밀감 따위 개나 줘버려 마인드'로(대부분의 남성은 친밀감이 뭔지 모른다) 여성을 쾌락 충족의 도구로 사용하는 남성의 행태다. 그 저변에는 포르노 문화가 있다. 문제는 인터넷에 차고 넘치는 곤조포르노 뿐만이 아니다. 사회는 이미 어딜 봐도 그런 이미지들로 넘쳐난다. 유모차를 탄 아기들도 길거리 광고판에서 벗은 여자의 몸, 얼굴 없이 (흔히 쇠사슬과 함께) 진열된 여자의 몸을 볼 수 있는 세상이다. 초등학생들이 인터넷에서 포르노를 보며 섹스를 배운다. 자본주의 상품과 여성의 몸을 결탁시킨 광고들, 포르노 간접 광고, 일상에서 들리는 성적 대상화 발언들...  끝이 없다. 와 진짜 이 문화 어떻게 바꾸나??? 


머리말 겨우 읽고 페이퍼 하나 겨우 남기고 오늘은 여기서 뿅. 


+ <포르노랜드>와 함께 보려고 꺼내놓은 <포르노 판타지>를 방금 펼쳐봤는데(이 책도 2020년에 <포르노랜드>와 함께 읽었었다) 아 이런 이 책도 다시 읽고 싶어진다. 워쩔. 오늘은 13일이지만이지만이지만이지마아아아안... 저기 근데 여행 갈 때 이 두 권을 들고 갈 수는... 없지는 않지만... 내 눈 내 머리 내 감정 어쩔? 안 돼. 그럴 순 없지. 월말까지 다 못 읽을 수도 있으니 이번엔 느긋하게 11월에라도 리뷰 쓸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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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10-14 06: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무도 대답하주지 않는 질문들.. 을 사야겠네요?
언급하신 영화속 장면, 아주 많은 영화에서 그런 장면들이 보여지죠. 제가 봤던 영화 <블루 발렌타인>에서도 콘돔 없이 갑자기 남자가 뒤에서 순식간에 시작하고 끝을 내거든요. 여자는 콘돔 없이 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남자는 그냥 합니다. 둘은 연인 사이었고요. 그리고 여자는 네, 혼자! 임신하고 혼자! 아이를 키우게 되죠.. 후..

난티나무 2022-10-14 23:58   좋아요 0 | URL
후아... 맞아요 지금까지 우리가 봐온 영화속 섹스신...ㅠㅠ
책들을 훑어보면서 한국에서도 이런 책이 빨리 나왔으면 하고 생각했습니다. 일상의 이성애와 연애, 사랑, 에 대한 책이요. 똑똑한 여자들아, 책 좀 더 많이 써줘라요~~~~~~!!!! 더더더 많은 이야기가 필요합니다.

얄라알라 2022-10-14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편의점 담배 광고가 (잠재적 소비자가 되야만 하는) 청소년 타겟으로 낮게 설치되었던 데 시정 요구가 있다는 글 읽었었는데....


난티나무님 글 읽다보니, 유모차 탄 아가들도 고개 돌리면(다행이 글자도, 광고 뉘앙스도 모르지만), 여성의 몸 사진이나 요란한 광고문구를 볼 수 있는 세상 맞네요....흑..

난티나무 2022-10-15 00:00   좋아요 0 | URL
원치 않게 끊임없이 그런 이미지들을 접합니다. 담배도 알콜도 모두 그렇지만 이 포르노문화는 어떻게 규제/처벌해야 하는지 아득하네요. 개념 없는 정치인들,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

얄라알라 2022-10-14 14: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년 만에 다시 읽으시며, ˝내 생각이 어떤 변화를 거쳤는지 혹은 변화하지 않았는지를 살필 좋은 기회˝라 하시는 난티나무님께,
지금 제가 옆에 두고 읽는 정희진의 [페미니즘의 도전] 개정판 후기 문장을 올려드리고 싶어졌어요. 당연히 이미 읽으셨고, 마음에 새기고 계실지 모르는 문장이겠지만요....


˝부끄러움 속에서 내가 깨달은 것은, 결국 나는 자기 변화를 위해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물론, 내가 ‘나를 바꾸고 이저노가 같이 생각하지 않기 위해서 책을 쓴다.‘는 미셸 푸코와 같지는 않겠지만....(288)


저는 [포르노랜드] 이번 주말부터 읽기에 합류하겠나이다!

난티나무 2022-10-15 00:01   좋아요 1 | URL
오 <페미니즘의 도전>! 저도 2년 전쯤 읽었을 텐데 조만간 다시 읽으려고 하고 있어요.^^
맞아요, 자기 변화를 위해!!! 나는 귾임없이 변한다!!!ㅎㅎㅎ

<포르노랜드> 화이팅입니다. 아주 그냥 욕지기가 수시로 나오지만...ㅠㅠ
 

최근의 내 캐릭터(?) 중 하나인 '책사캐'. (다 읽지도 못하면서) 책 사(대는) 캐(릭터). 이 캐릭터에 충실하기 위해 짬짬이 책을 산다.(응?) 


어제는 월요일, 그러니까 알라딘에서 하는 수많은 이벤트 중에 100% 페이백 대여, 인가 뭣인가가 있다. 지금 4주차이고 여성작가의 책들이 매주 화요일에 한 권씩 소개되었다. 첫 책은 버지니아 울프의 것이었는데 살까말까 망설이다가 그만 놓쳐버렸... 두번째는 음 뭐였더라, 뭐였지, ㅠㅠ 아! <석류의 씨>였을 것이다. 전자도서관에 있었다. 세번째가 비비언 고닉의 <사나운 애착>이었다. 이건 대여로 사야지(?). 5500원 대여하고 페이백 받기 하면 적립금 5000원이 들어온다고 했다. 일단 대여해서 읽고 종이책 살지 말지 결정해야 겠다 벼르고 있었는데 날짜가 쉬릭쉬릭 가버려 어느새 월요일. 어찌어찌 결제를 했다? 대여는 적립금 마일리지 쿠폰 등 아무것도 적용이 안 된다. 구입. 그러고 페이백을 받아야 하는데? 전자책 다운로드를 받고 알라딘서 페이백 받기를 찾아도 없다? 자정이 넘어버렸다.ㅠㅠ 그거 딱 일주일 내에 해야 되는지를 모르고 뻘짓을 했...@@ 결국 적립금 못 받았다. 켁. 
















전자책을 되도록이면 안 사고 싶다. 아무래도 친해지기 어려워서. 그런데 매달 적립금 모으면 그것도 꽤 되어서 늘 갈등한다. 보관함을 뒤져 한 달에 한 권 정도 사기는 하는데, 그렇게 사놓은 책이 지금 최근에만 대여섯 권 안 읽고 방치... 이래서야 될 일인가. 쩝. 















그래서 가격 비교적 저렴하고 할인폭이 크고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것같은 느낌의 책을 주로 전자책으로 고른다. 이 책도 그래서 당첨. 















쿠폰을 쓰기 위해 종이책을 사는 건 좀 어불성설인데 뭐 어차피 살 책들 보관함에 꽉꽉 채워져 있으니 일단 한 권씩. '성적 차이에 관한 라캉주의적 탐구'래. 와! 















'현실과 재현, 독자와 문학 사이의 비평' , 여러 저자들의 글모음 책이다. '페미니즘에 입각해 비평의 주요 쟁점을 다루'고 있다고 한다. 처음 봤을 때부터 진짜 읽고 싶었던 책인데 지금 보니 왜 감흥이 덜하지? ㅠㅠ 
















영화를 즐겨 보는 편은 아닌데 가끔 한번씩 보게 되면 꼭 '씹게' 된다.(아 표현 ㅠㅠ) 좀더 잘 '씹고' 싶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고 위의 책 <문학은 위험하다>와 같은 맥락으로 보고 싶어진 책이다. 목차를 가져온다. 바바라 크리드! 크리스테바! <여성 괴물, 억압과 위반 사이>! 


◆ 목차 

서론 - 페미니즘 영화이론계를 대표하는 네 명의 여성

1. 페미니즘 영화의 주요 이론과 개념
영원히 여성적인 것 / 정신분석학과 페미니즘 / 영화이론의 도구들 / 영화(속 여성)를 어떻게 볼 것인가
2. 로라 멀비 - 남성적 응시
성 정치학 / 눈의 욕망 / 여성 관객 / 서사 영화는 여성을 배제하는가?
3. 카자 실버만 - 여성적 목소리
여성적 고백 / 모성적 목소리의 판타지 / 동성애적-모성적 환상 / 여성 저자 / 여성적 목소리는 왜 음향적 거울로 기능하는가?
4. 테레사 드 로레티스 - 젠더 테크놀로지
여성의 역설을 넘어서 / 성의 테크놀로지 / 젠더 테크놀로지 / 여성영화 재고하기 / 서사에서의 욕망 / women과 Waman은 어떻게 다른가?
5. 동성애적 욕망
영화와 가시적인 것 / 성적 비非차이 / 레즈비언의 페티시즘 / 섹슈얼리티는 어떻게 주체에 뿌리내리는가?
6. 바버라 크리드 - 괴물스러운 여성성
아브젝트The Abject / 태곳적 어머니 / 메두사의 머리 / 치명적인 여성 거세자 / 재난 TV / 여성은 왜 공포스러운 존재인가?
7. 위기의 남성성
지배적인 허구 / 역사적 트라우마 / 스크린과 응시 / 남성적 마조히즘 / ‘위기의 남성(성)’이 왜 바람직한가?
8. 멀비· 실버만· 드 로레티스· 크리드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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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11일인 거 실화? 그런데 벌써 다섯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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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10-11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사캐??
ㅋㅋㅋ
그럼 저도 책사캐네요ㅋㅋㅋ

난티나무 2022-10-12 01:03   좋아요 1 | URL
책사캐 동지~~~~^^

라로 2022-10-11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괜찮아요, 괜찮아! 저는 300권 방치하고 있어요. ㅎㅎㅎ ᄏᄏᄏ😂😂😂🤣🤣🤣(웃는 게 웃는 게 아님. 아쉬쥬?ㅠㅠ)

난티나무 2022-10-12 01:03   좋아요 0 | URL
하핫~ 라로님 완전 동지~~~!!! ㅋㅋㅋㅋㅋㅋ

얄라알라 2022-10-13 15:24   좋아요 0 | URL
두분 책사캐 인증! 300권 ㅎ

한국 아파트 생활하면 어려운 책사캐...라로님 댁에는 공간이 많으실듯^^

거리의화가 2022-10-12 08: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따지면 몇백권 몇천권은 우습습니다~ㅎㅎㅎ 전자책 저도 은근 쌓여서 사기만 하고 방치하고 있어요ㅠㅠ 알라딘 적립금 이벤트 저도 보고 2주차 석류의씨만 구입했어요. 다행히 저는 페이백 받기는 했는데 문제는 아직 안읽었;;;ㅋㅋㅋ 얼른 읽어야겠어요.
벌써 11일이군요ㅠㅠ 아휴 이번달 읽을 책이 왜 이리 많은지 마음이 바쁩니다^^; 난티나무님도 화이팅!ㅎㅎㅎ

난티나무 2022-10-12 18:40   좋아요 1 | URL
우리 따지지 말아요....ㅋㅋㅋㅋ
페이백 받으셨군요. 아 저의 뻘짓 ㅎㅎㅎㅎ 어쩌면 좋아요?ㅎㅎㅎ
저는 어젯밤 겨우 며칠내내 읽던 책 한 권을 끝냈습니다.^^;;;
읽어야 할 책이 느무 많은데 참 큰일이에요.^^;;;;
같이 화이팅~!!!!!

얄라알라 2022-10-12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티나무님 5000원인데 제가 아까운 건 뭐죠...아, 그 자정 그 자정..아깝네요^^:;

근데 저 최근 ‘츤데레 츤대레?‘도 언어충격이었지만
책사케는 ㅋㅋㅋ 재미있어요^^ ㅋㅋ아, 책사캐군요?

난티나무 2022-10-12 18:41   좋아요 1 | URL
아놔...ㅋ 적립금 천 원 자정 지나면 사라지는 게 왤케 아까워요? 그것도 아까운데 5천원...@@
늠 급히 만든 단어라 너무 직접적으로 의미전달이 되어버렸네요?ㅎㅎㅎㅎ

호우 2022-10-12 1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사캐?! 괜찮은 캐릭터 같은데요. 욕심을 내려놓고 살자고 해도 책에 대해서는 그러기가 쉽지 않죠. ^^ 밀리 구독해 본 적 있는데 책 핑계로 폰 중독이 될 거 같아 접은 적 있어요. 매일 신간이 업데이트 되니까 눈이 돌아가더군요. 사피엔스를 전자책으로 읽었는데 실물책을 받아 안으니까 훨씬 더 실감나고 뿌듯했던 거 같아요. 역시 종이책이 좋은 거 같아요

난티나무 2022-10-12 18:43   좋아요 2 | URL
저는 딱 책에만 좀 욕심을 내고 살기로 헀어요. 어차피 계속 살 것 같으니..ㅎㅎ
밀리.. 아 신간들 쏟아지면 정말 유혹적이죠. 그래도 책은 (아직은) 종이책이 최고죠!!!!ㅎㅎ

예닮365 2022-10-12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사케 완전 재밌는 캐릭터예요^^ 저도 그 길을 살포기 기웃거리는 책린이입니다^^;;;

난티나무 2022-10-12 18:44   좋아요 0 | URL
재밌다 해주시니 고맙습니다.^^
열심히 읽읍시다~!!

바람돌이 2022-10-12 22: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사캐..... ㅎㅎ 알라딘에 잔뜩 있는 캐릭터....
저도 저 이벤트 봤는데 일단 아직은 책은 무조건 종이책을 옹호하는지라 그냥 넘겼네요.
왠지 전자책은 읽는거 같지가 않아서 아직은 안사고 싶어요. 이것도 똥고집이긴 한데 말이죠. ㅎㅎ

난티나무 2022-10-13 03:09   좋아요 0 | URL
저도 한국에 있다면 전자책 안 살 거 같아요.^^;;
책사캐가 많아서 위로가….ㅋㅋㅋㅋㅋㅋㅋㅋ
 

북커버를 다시 만들었다. 제목을 지난번 것은 잊어주세요,라고 써야지 하다가, 그럼 나는 이 두번째 북커버를 왜 만들었지,를 다시 생각했다. 나는 이 북커버를 왜 만드는가,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가 오늘 생각의 시작이다.


지난번 것은 잊어주세요. 나는 이걸 보이기 위해 만들고 있나? 쪼그리고 앉아 다림질을 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보기 싫거나 말거나 이미 하나를 만들었고 좀 덜 실용적이긴 해도 어쨌든 책이 더러워지는 것을 막아주기는 할 텐데 굳이, 더 예쁜 천으로 다시 만드는 이유는 뭘까? 읽던 책을 팽개치고 사서 고생을 하는 진짜 이유는 뭘까? 첫 시작은 물론 책을 보호하기 위한 커버가 있어야 겠다는 생각이었다. 이 지점에서 다시 의문. 책은 꼭 보호해야 할까? ^^;;; 나는 이미 답을 안다. 필요 없다. 그냥 책주머니(이것도 이미 있음)에 넣어 다니면 된다. 아무데나 얹어두지 않으면 된다. 그런데도 나는 시간을 들여 커버를 만든다. 왜? 갑자기 퐁퐁 솟아나는 창작(?) 욕구? 뭐 하나에 꽂히면 꼭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아무리 생각해도 보여주고 싶은 욕구가 없었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이 글을 읽을 이웃님들, 밖에서 책을 꺼냈을 때 혹여 와닿을 모르는 사람들의 시선, 그런 것들을 바라지 않는다고 할 수 있나?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행위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보여지기 위한 행위. 그렇게 생각하자 나도 별 수 없이 인간이구나,와 함께 그래서 좀은 다행이구나, 싶기도 하고 반대로 그러지 않고 싶어지기도 한다. 시작은 그저 (필요는 없지만) 필요하다는 생각이었을지라도 결과물이 내 마음에 들지 않자(이것도 이유 중 하나이기는 하다) 서둘러 레벨업을 해야 겠다는 욕망이 생겨버렸다. 그 바탕에, 사실 더 잘 만들 수 있어요, 이만큼요,가 있다.(두번째라고 해서 썩 마음에 드는 건 아니다.ㅠㅠ) 한마디로 인정 욕구 + 과시 욕구다. 결과물에 대해 그것이 얼마나 뛰어난지(?) 객관적 평가를 내릴 수는 없다. 결국 자기만족이겠지. 결과물에 대한 만족이라기보다는 과정과 행위에 대한.


커버를 다 만들고 책이 벌어지지 않도록 단추를 달거나 고정끈을 만들거나 해야 하는 필요를 느꼈다. 판매되는 북커버들에 똑딱이나 고정끈이 있는 이유다. 여러 가지를 생각하다가 실과 코바늘을 꺼냈다. 코바늘로 뜬 팔찌는 어느 정도 늘어나는 성질이 있어 책에 끼우면 웬만큼 고정이 될 수 있겠다 싶다. 별 생각없이(라고 쓰고 열심히 색을 골랐다고 읽는다. 이런 거 하나도 나는 얼마나 별 생각없다고 쓰는지.) 근처에 있던 녹색과 갈색실을 합쳐서 끈을 뜨기 시작했다. 절반쯤 뜨고 커버에 맞추어 보는데 색이 이내 마음에 차지 않는다. 이런. 일단 뜬다. 끈은 몇 개라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단추를 달까 그냥 통으로 이어버릴까를 고민하면서 세로고정할 수 있는 길이 하나를 떴다. 어제 본 합창경연이 생각났다. 참가팀 중에 음악을 전공한 주부&엄마들이 모여 만든 합창단이 있었다. 그들은 전부는 아니지만 대부분 다른 사람에게 아이들을 맡겨두고 출전했다. 연습기간에는 아이를 등에 업고, 가족에게 맡기고, 돌아가며 봐주었다. 그들의 노래는 아름다웠다. 보고 듣는 내내 눈물이 흘렀다. 저렇게 노래를 잘하는 사람들이 하고 싶은 일을 맘껏 하지 못하고 중단한 채 집에서 독박육아를 하고 있구나. 답답함과 억울함과 분노가 뒤섞였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수많은 여성들이 저렇게 '엄마'의 역할을 하느라 갇혀 살고 있구나. 얼마나 많을까. 얼마나 아까운가 말이다. 끈 색을 바꾸어 다시 가로끈을 하나 더 뜨면서 만약 내가 어릴 적부터 뜨개를 꾸준히 해왔다면 지금 전문가가 되어 있겠지, 뜨개 뿐이랴, 하는 부질없지만 쓸데없지는 않은 생각을 했다. 나도 아깝다. 그들도 아깝다. 저기 너머 여성들도 모두, 아깝다.


완성된 고정끈 색이 아무래도 마음에 안 든다. 살짝 색을 바꾸어 다시 가로끈을 떴다. 단추도 달았다. 통으로 연결하면 다른 책에 사용하지 못하니 조금 넉넉하게 떴다. 이쯤에서 북커버의 단점을 말해야겠다. 책을 펼치면 손에 쥐는 느낌이 불편하다. 책 크기에 꼭 맞는 커버라도 펼쳤을 때 책과 천 사이가 뜨게 마련이다. 책에 촥 붙지 않아서 조금 신경쓰인다. 책을 덮어두면 예쁘지만 계속 덮어둘 것도 아니고, 크기고정커버는 조금만 판형이 다른 책에 씌우면 책과 커버가 겉돌기 일쑤다. 이런 걸 왜 사고 만들고 하는 걸까? 완성 후 또 질문을 던진다. 이제 안 만들어야지, 끝! 이래야 하는데 나는 반대로 간다. 아, 다음에는 책 크기에 고정할 게 아니라 여러 책에 맞게 책날개를 조절할 수 있게 만들어야 겠다. 그러자면 보자, 음 이렇게 접어서 이렇게 고정하고 거기에 고무밴드를 달고... 응? 또 만든다고? 아니 도대체 왜??? 책이 더러워지는 게 싫으면 가지고 나갈 책만 종이로 싸주면 되지 않나? 이뻐보이지만 실용적이지는 않은 천커버(혹은 뜨개커버)에는 왜 욕심을 내는 것일까? 자기만족, 인정과 과시 말고 또 무엇이 더 있나?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1.이렇게 글을 끝내려고 하는데 지금 막, 책을 펼쳤을 때 천과 책 사이가 뜨지 않게 만드는 기가 막힌(?) 방법 하나가 떠올랐다. 이걸 시도해봐? 말아?)

(2. 그 기가 막힌 방법을 조금 더 머릿속에서 발전시켰더니 책에 단추 모양만큼의 자국이 생길 것같다.)

(3. 일단 보류.)

(4. 3을 쓰는 순간 2를 해결할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혹시 나는... 천재?)

(5. 4의 두번째 문장은 취소다.)




(사진을 어떻게 찍어도 천의 제 색깔이 안 나와서 포기한다. 두번째 가로끈 장착. 여행 준비 끝. 응?) 





(첫번째 세로 고정끈 장착하고 어둠 속에서 찍은 사진. 이게 뭐라고 색이 제대로 안 나온다고 투덜투덜. 역시 사진 하나도 보여지는 것에 매우 민감하다... 믿거나말거나 실물이 훨씬 이쁨.ㅋㅋㅋㅋㅋㅋㅋ) 





(최소한의 바느질을 추구했다. 그래도 커버 양 날개를 잇는 것과 단추 다는 건 바느질을 해야 했다는.) 





(얌전하게 안에 들어가있는 책. ㅎㅎㅎ)





(뜨개고정끈은 여차하면 팔찌로도 사용 가능.) 



(짐승일기 한정 북커버 뻘짓 끝! 그런데 어제도 나는 뻘짓을 하나 더 한 것같다? 그거슨 전자책으로 한 뻘짓... 하... 뻘짓은 계속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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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2-10-11 2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아라하는 색 올리브그린 바탕에 너구리 넘 귀여워요. 뜨개로 가름끈을요 ~ 우아합니다
팔찌로도 다용도네요. 헤어밴드로도 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아니 진짜 솜씨가 보통 아니에요 난티나무 님.

난티나무 2022-10-11 21:27   좋아요 0 | URL
아! 헤어밴드도 되겠어요!^^ 하고선 지금 바로 머리에 쓸려고 했더니 안 들어가네요.ㅋㅋㅋㅋㅋ 책이 작은 크기라 ㅎㅎ
☺️❤️🥰

프레이야 2022-10-11 22:19   좋아요 0 | URL
ㅋㅋㅋ 안 들어가나요

난티나무 2022-10-12 01:04   좋아요 1 | URL
끈이 짧은 건지 머리가 큰 건지?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10-11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난티나무 2022-10-12 01:05   좋아요 1 | URL
헤헷~ 🥰

거리의화가 2022-10-12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티나무님 똥손인 저는 그저 놀랍기만 합니다ㅠㅠ

난티나무 2022-10-12 18:47   좋아요 0 | URL
뭘 만지작거리는 걸 좋아했어서 ㅎㅎㅎ 그런데 저는 좀 마무리를 못하는 성향이 있어서, 벌여놓고 마무리 짓지 못한 미완성 무언가들이 너무 많아요.^^;;;;;;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ㅠㅠ

건수하 2022-10-12 09: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사실 저는 저번 것도 예쁘다 생각했는데요 ^^;; 이번 커버는 확실히 훨씬 더 예쁘네요!
(뭘 스스로 만들 생각을 하지 않는 자)

책표지가 코팅되어 있으면 책과 천을 양면테이프로 고정해도 되지 않을까요?;;

저도 <포르노 랜드>를 화장대에 올려놨더니 남편이 왠지 움찔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 아이가 포르노가 뭐냐고 물어보면 곤란하니까 안쓰던 북커버를 찾아 씌웠답니다. 크기가 거의 같아서 아슬아슬... 천의 신축성을 믿으며 억지로 당겨끼웠어요.

난티나무 2022-10-12 18:54   좋아요 1 | URL
우와 수하님, 지난번 것도 천이 얇아서 그 모냥이 되었지만 ㅎㅎㅎ 이쁘다 해주시니 고마워요, 흑흑.
(그거 추가터치 들어가는 거 안 비밀. 만들었으니 일단 쓸 수 있게!ㅋㅋ)

커버는 그냥 일반천이라서 양면테이프 고정 안 되고 제가 어제 또 미련이 남아서(못산다) 안쪽에 테이프를 달아서 좀더 책 표지랑 천이 딱 붙어있게 만들었어요. 그랬더니 좀 낫네요. 그립감도 조금 낫고요.^^

포르노랜드....ㅋㅋㅋㅋㅋㅋㅋ

2022-10-12 0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12 18: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14 14: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15 0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호우 2022-10-12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솜씨 너무 좋으세요. 😃 책 싸 놓으니 얌전하니 참 이쁘네요^^

난티나무 2022-10-12 18:56   좋아요 0 | URL
호우님 칭찬 감사해요~^^

바람돌이 2022-10-12 22: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진짜 멋지잖아요. 역시 일단 바탕 색깔이 이뻐야 하고요. 왠지 이건 팔아도 될 것 같은 고퀼러티인데요. 거기다 뜨개고정끈까지 럭셔리합니다. 난티나무님 옆에 있으면 나도 해줘하면서 막 칭얼거릴거 같습니다. ^^

난티나무 2022-10-13 03:13   좋아요 1 | URL
아하하 만들어서 팔까요?@@ 저는 수작업으로 물건 만들어 파시는 분 존경합니다. ㅎㅎㅎ
책커버 말고 팔찌는 가능~ㅎㅎㅎㅎㅎ

파이버 2022-10-12 23: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뜨개고정끈 넘 멋지고 예쁜걸요. 랫서팬더 커버도 귀엽고 끈 색깔과 잘 어울려요. 머릿속의 상상을 실물로 옮길 수 있는 손재주가 마치 마법 같습니다.

난티나무 2022-10-13 03:14   좋아요 1 | URL
마법!!! 우와 🤩 ‘특급 칭찬’이네요. ㅎㅎㅎ (김희애가 떠오르면서 ㅋㅋ)
감사합니다~^^ 😊

그레이스 2022-10-12 23: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 예뻐요 😍 💕

난티나무 2022-10-13 03:15   좋아요 2 | URL
헤헷 감사해요. 칭찬 듣고 싶어 다시 만들었습니다.^^;;;;;

psyche 2022-10-13 01: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너무 이쁘네요! 뜨개끈도 딱 맞춤이고요. 난티나무님 솜씨가 너무 좋으세요.

난티나무 2022-10-13 03:19   좋아요 2 | URL
아아 사실 그렇게 좋은 솜씨는 아니라서 좀 부끄럽지만,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