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럴 줄 알았지. 5,6월에는 작고 아름답게 매달 딱 5권 읽고 리뷰도 쓰고, 그러고 시간이 되면 한눈 팔자 생각했는데 생각이 생각대로 되면 그건 정말 너무나 계획대로 실천하는 인간 아니겠어. 인간미 없다, 그렇지 않나? 하고 합리화. 


한눈 판 책들 중 그냥저냥이었던 책들 모음. 
















강혜영 외, <몸의 말들> 

이 책 전체에서 맨 앞 정희진의 추천사가 가장 좋았다. 다양한 분야의 일과 경험 속 몸 이야기는 뭔가 이거다! 싶은 느낌이 덜 왔고 풍부하지 못한 느낌이다. 뭘 바라는 게 있었나? 어떤 이야기를 기대했나? 진짜 난 뭘 기대한 거지?? 추천사가 너무 강했어! 정희진 선생님 탓이네! 

















임경선, <태도에 관하여> 

작년 어느 즈음에 요조/임경선의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였던가를 잠깐 들춰본 적이 있다. 말 그대로 들춰본 거라 그 때의 느낌은 안 읽어도 되겠다, 였다. 그 뒤 요조의 책은 두어 권 읽었는데 나쁘지 않았다. 임경선의 책은 왠지 손이 선뜻 가지 않았다. 선입견. 그래 어느 블로그 평을 읽고 한번 읽어보자 싶어 대출 가능한 책 중 <태도에 관하여>를 읽음. 제목이 무지 헷갈린다. 태도에 관하여,인지 태도에 대하여,인지가. 끈기있게 읽어나가려고 노력하다가 한 페이지 두 페이지 설렁거리다가 휙휙 넘기다가 눈에 띄는 단어가 있으면 다시 돌아가 찬찬히 읽다가. 왤까. 문장들이 나에게 와닿지 않는다. 아니면 내가 문장들에 다가가지 못하는 것일 수도. 선입견 깨보려고 도전했으나 깨지 못하고 끝까지 읽는 것도 포기.

















전아리, <어쩌다 이런 가족> 

표지만 보고 만화라 생각했고 제목을 보고 에세이인 줄 알았다. 소설이었다. 에두르지 않고 직진. 인물과 사건을 쉽게 설명. 그래서 죽죽 읽히긴 했다. 뭔가... 말하려는 바는 알겠는데 왠지 꺼림직하다? 왜 있는 집 사람들의 변명이나 핑계처럼 느껴지는 걸까? 한없이 잔인하다가 갑자기 착한 척 하는 것도 웃기고 그 계기가 새 생명이라는 것도 진부하다. 결국 상황을 해결하는 건 고아 출신 남자와 조연인지조차 헷갈리는 단역 가난한 집 여자의 소극적 대응. 그래서 부자인 너희 주인공네 가족은 무얼 한 건데? 윽박지르고 약점을 계기로 협박해 이용해 먹고 이기주의 때문에 사람이 죽기까지 했는데 끝까지 잘 사는 건 너희들이네. 그러면서도 가족이 중요하다고, 한번 가족은 영원히 가족이라고, 지금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무엇이든 다 내버릴 수 있는 거라고? 끝까지 영악한 둘째딸 캐릭터는 또 어떻고. 이게, 뭔가 특권층이 가지는 희한한 사고방식을 보여주려 한 건가? 사람이 변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사람은 누구나 외로울 수 있다. 그것이 모든 행동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제임스 클리어,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생각만 하지 말고 실천을 해라. 생각하는 건 누구나 한다. 공부해야지, 책 읽어야지, 오늘은 꼭 운동을 해야지. 안 하면 그 뿐이다. 루틴을 만들어 습관화하기, 행동이 무의식적으로 반복될 때까지. 습관에 대한 책들을 읽으면 나오는 이야기. 정말 그렇네, 읽을 때마다 무릎을 치고는 또 안 한다. 다 알면서도 나쁜 습관은 계속된다. 앞으로도 습관에 대한 책은 계속 나올 것 같다. 헛웃음. 

















복주환, <생각 정리 기획력> 

하도 생각이 많고 정리가 안 되고 진전이 없어서 이런 책도 가끔 빌려본다. 이미 읽은 지 오래고 내 손에 책이 없으니 내용을 복기하는 일도 힘들다. 말은 누구나 한다. 아무튼,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은 말을 책으로 내는 것도 재주다.


















이동진 외, <뭘 할지는 모르지만 아무거나 하긴 싫어>

이건 왜 빌려봤지?@@ 아, 얼마나 참신한 아이디어가 반짝이나 싶어서. 설렁설렁 보고 반납. 부제가 '여행에서 얻은 외식의 미래'이다. 첨에 자기계발서인 줄 알았던 건 안 비밀. 
















이슬아,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 

이슬아의 책은 한권도 제대로 읽은 것이 없다. 읽어봐야 겠다고 결심하고 한 권을 빌렸으나 끝까지 읽기 전에 반납 기한이 닥쳤다. 그러니까 이 책은 읽으려고 애썼으나 시간에 밀려 끊어진 책이다. 역시 반납한 지 며칠 지나니 대부분이 기억에서 지워졌다. 일단 제목 너무 공감. 너 니네 엄마 표정이랑 똑같아, 이 소리 정말 듣기 싫어하는 나. 너무 닮기 싫은데 표정마저 닮았대.ㅠㅠ 이 책을 여기다 올려야 하나 잠시 망설였으나 절반 정도 읽는 동안 와 대단해 내지는 오 괜찮은데 혹은 멋찌십니돠 같은 소리가 안 나왔..다고 나의 희미한 기억력에 기대어 말해본다. 담에 다시 읽어볼게요! 


*** 

이 외에 한눈 판 다른 두 권은 각각 따로 글을 썼으니 패스.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와 <쿨한 여자>) 


그리고 지금 한눈 팔고 있는 중인 책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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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6-18 17: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조 책 한 권인가 두권 읽었고 임경선 한 권 읽었는데 둘다 더 안읽어도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임경선은.. 완전 별로였어요. -.-

난티나무 2021-06-18 17:11   좋아요 0 | URL
그렇죠? 그래도 요조는 뭐랄까... 뭐라 표현하기 어렵지만(많이 안 읽어서 ㅎㅎ) 읽다 보면 어? 하는 지점이 있더라고요. 근데 임경선... ㅠㅠ 저도 계속 안 읽을 것 같아요.^^;;;

- 2021-06-19 01:26   좋아요 1 | URL
저도... 임선생님 책 표지가 이뻐서 한권 읽었는데 ... 완전 ㄲ..ㅗ..ㄴ..ㄷ..ㅐ.. ㅋㅋㅋ 솔직히 그 때는 진짜 옛날이라 꼰대니 페미니 그런 기준도 없었는 데, 읽다가... 으음... 그 뒤로 회개(?)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안읽게됨..

난티나무 2021-06-19 01:51   좋아요 0 | URL
회개 ㅎㅎㅎㅎㅎㅎㅎ

얄라알라 2021-06-18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오늘 신간 한 참 뒤졌는데, ˝난티나무˝님 소개해주신 책들 지금 처음 봐요! 신나게 저장할게요. <몸의 말들> 추천사에 정희진 선생님, 조합이 짱인데요^^

난티나무 2021-06-19 01:51   좋아요 1 | URL
음, 위에도 썼지만 ‘그냥저냥‘이었던 책들이라...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빌려보시와요~^^

syo 2021-06-19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죄송스럽게도 임‘경‘선 선생님은 syo가 품은 오랜 의문의 주인공입니다.
‘이렇게까지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

난티나무 2021-06-19 00:57   좋아요 1 | URL
아 맞아요 syo님 글에서 본 기억 납니다.ㅎㅎㅎㅎㅎ
(그런데 이름 오타.. 속닥)
의문의 주인공이 점점 늘어나네요. 허허.

syo 2021-06-19 01:00   좋아요 0 | URL
수정했습니다. 고마워용 😉

희선 2021-06-19 0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별 계획없이 책 봐요 그냥 보고 싶은 걸로... 몇해 전에는 잘 좀 보자고 했는데, 다시 좋아하는 걸 더 보게 됐습니다 버릇은 자신이 하고 싶은 건 하다보면 돼요 다른 건 잘 안 되고 안 좋은 버릇은 쉽게 들죠 세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고 하니...


희선

난티나무 2021-06-19 16:28   좋아요 0 | URL
저도 별다른 계획은 없지만 매달 읽을 책을 미리 골라두니 은근히 푸쉬도 되고 좋더라고요. 물론 다 읽지 못했을 때의 좌절 비스무리한 감정도 함께 하기는 하지만요.ㅎㅎㅎ

수이 2021-06-21 06: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완독 못해도 죄책감 전혀 안 드는 경우가 있죠. 임경선 에세이는 사람들이 엄청 읽던데 건드리는 감성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이병률도 마찬가지 입장에서 대리 만족으로 읽는건가 싶기도 하고. 요조는 좋아하는데 글은 노래 정도는 아닌 거 같아요. 그래도 독서인들 사이에 자리 잡았으니 운이 좋은 것도 같고. 임경선 에세이는 한 번도 안 읽었는데 (읽다가 집어던진) 소설집은 에세이보다 나았던 거 같아요. 어릴 때 읽은 신경숙 느낌도 살짝 들었고.

난티나무 2021-06-22 19:09   좋아요 0 | URL
아, 저는 이병률도 그닥....ㅠㅠ 안 맞아요.ㅎㅎㅎㅎ
취향은 다르니까요.^^
요조는 그러고 보니 선입견이 좀 있는 걸 인정해야 겠네요. 다른 직업으로 먼저 알려진 사람이 책을 내면 어쩔 수 없이 갖게 되는 그런... 사실 잘 모르겠어요. 아무튼, 떡볶이 만 완독하고 책방무사 책은 훑어보기만 하고 아직 안 읽었거든요. ㅎㅎㅎㅎ 나쁘지 않다, 뭐 그 정도... 막 찾아읽어야지 이렇지는 않은 것도 맞고요.
 


전자도서관 들어갔다가 우연히 눈에 띈 제목, <쿨한 여자>. 쿨한 여자는 어떤 여자인지 궁금해져서 대출했다. 작가에 대한 정보 1도 없이 앞부분 1부를 읽고, 이걸 계속 읽어야 하나 싶은 생각에 작가 검색. 뭔 상도 받고 작품도 많고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책도 냈다. 그렇다면 참고 더 읽어보자 하여 끝까지 읽음.ㅠㅠ


"그녀를 다시 만난 건 순전히 외로웠기 때문이다. 

...

어쨌든 우리는 외로웠던 것 같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외로웠다. 왜냐면 그녀에게는 남자친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녀는 나와 헤어지고 난 후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여러 명(열두 명은 충분히 넘을 것이다)의 남자친구를 만나왔다. 대부분 멍청한 이들이었길 바란다. 

...

말하자면, 나는 그녀의 남자친구가 군대 간 틈을 꿰차고 새로 등장한 골게터였다. 골키퍼는 나라를 지키느라 몹시 바빴으므로, 한가하게 여자친구 따위를 지킬 수만은 없었다. 그것은 주로 할 일이 없는 백수나 설거지를 취미로 삼는 남편들이 하는 일이라고 이 사회는 가르치고 있다(이것은 절대로 내가 한 말이 아니다). 은하계에서 가장 절박한 생물인 군인의 여자친구를 뺏은 나는 은하계에서 가장 비열한 생물이라는 생각을 5분 정도 하기는 했으나, 그뿐이었다. 나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 " 


연애소설이라고 못박아놓은 문구가 있기는 하지만 연애도 사람이 하는 것인데 말이다. 어째서 화자의 외로움은 그저 옆에 누군가가 없다는 것이고 골키퍼 있다고 골 안 들어가냐는 소리를 해대고, 여자는 뺏고 뺏기고 지키고 이런 존재라고 생각??? 이 화자가 대한민국 남자들을 대표하는 캐릭터라고, 그저 일반적인 남자의 모습을 그려내어 무언가를 돌아보게 혹은 비판하게 만드는 게 목적이었다고 작가가 말한다면... 할 말이 없다. 그런데 과연 그런가? 


(표시해 놓은 구절들이 많은데 그걸 일일이 글자로 치려니 내 손목이 아까워서 사진으로 대신한다.)




여자는 항상 외모가 묘사되고(지는 외모가 어떤지 안 나옴) 가장 좋았던 순간, 기억에 남는 순간은 목덜미에 키스하는 순간이고 , 그걸 순수하다고 표현하고. 도대체 뭐가 순수한 건가요. 성욕 없이 키스하면 순수한 건가. 경계는 있고? 순수한 소년과 소녀의 접촉이라 해놓고 아래는 또 뭐지. 





순수 아니구만. '여자아이의 표정은 어찌 보면 싫지 않다는 것 같고'. 이런 착각을 아이들의 행동을 통해 표현하다니. 우웩.

밤바람이 시원하면 하는 게 키스고 껴안기던가. 뭔가 진중하게 발전한다는 건? 도대체 이 화자에겐 진중함의 의미가 무엇인가? 





술 아니라고 했는데 한강 가서 굳이 또 할 거 없다고 술 마시자고 하는 남자. 그렇게 술을 멕여야 겠니. 술 없으면 말도 못하는 머저리도 아니고 이 행동 이해 안 됨. 여자의 마음과 감정은 아웃오브안중, 자신의 감정(감정이라는 게 있다면)만 중요한 사람. 좋아했다고 하면서 회상하는 게 죄 여자의 외모다. '수녀'라니.@@ 그러니까 술 한잔 어때,라는 말은 이미 섹스 한 판 어때,라는 의도를 품고 있다는 말이잖나. 





자아도취라고밖에는 볼 수 없다. 너의 삶의 심장이 그녀의 목덜미냐. 상실한 건 도대체 뭔데.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못하고, 어느 정도 여성성을 방어기제나 무기(?)로 사용하는 여자 캐릭터도 고구마 만 개지만 이건 뭐. 





세세한 몸 구석구석 말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느낌을 받는지를 알려고 노력하라고. 서로에게 공평한 마무리? 아름다운 이별? 나는 왜 *뼈다구같은 소리로 들릴까? 





ㅠㅠ 뭐라 할 말이 없다, 진짜. 





그녀와 내가 연애를 하며 종종 나누던 '데리다'나, '푸코'나, '보부아르'가 등장하는 지적 대화. 덧붙임을 보면 아마도 화자가 하는 말이 '지적'인 것이었을 테지. 어떤 식으로 지적이었는지는 안 나오지만 말이다. 내가 보기엔 화자도 관심은 오로지 떡*밖에 없는 것 같은데. 뭐가 달라. 철학자 이름 나열은 잘난 척으로밖에 안 보임. '나 이런 사람이야.' 





이런 착각은 자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ㅠㅠ 





'그녀가 내게 건네는 감정의 모든 것'이 무엇인지 알기나 하는지? 소설 전반에 걸쳐 그녀에 대한 이야기는 온통 몸, 몸, 몸인데. 아무리 몸과 정신을 분리할 수 없다고 해도 이건 좀. 그래서 감정 = 섹스, 인가? 





도대체 여자가 생각한 '생의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작가가 이 여자캐릭터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건 무엇일까? 쿨한 여자는 어떤 여자인가? 입으로 쿨하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쿨하지 못한 것이 여자라는 말인가. 쿨해지려 해봐야 소용 없다는 말인가. 작가는 '쿨'하다는 단어를 어떤 의미로 사용하고 싶었을까? 

화자가 사랑한 것은 '그녀가 아니라, 그녀를 사랑했다는 사실의 기억'이 아니라, 화자 자신이다. 스스로 도취되었다. 스킨쉽과 섹스가 감정의 표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인 남자인가? 여자도 그러한가? 뭐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면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쓰면 안 되지 않나.(사실 쓰는 사람 마음이니 내가 된다 안된다 하는 것도 웃기지만) 그것이 사랑의 전부라고 착각하면 정말 큰코 다칠 일 아닌가. 그래서 이 소설의 주제는 뭔가요, 묻고 싶다. 사랑을 어떻게, 뭐라고 생각하냐고 묻고 싶다. 정말 이게 사랑이라 생각한 건지, 아니면 조금이라도 비꼬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지 묻고 싶다. 비꼬는 것이었다면 독자가 눈치챌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나는 소설 보는 눈이 부족한가, 그런 거 못 느꼈다. 문장을 칭찬하는 말도 있던데 동의할 수 없다. 오히려 눈에 거슬리는 이상한(?) 문장들이 눈에 띄었다. 이것 또한 내가 문장 보는 눈이 부족해서 그런 걸 수도 있겠지. 혹시나 이 소설 읽으신 분들 계시면 좀 알려주세요. 내가 너무 삐딱선을 탄 건지. 그러나 읽어보라고는... 못 하겠어요. 



***

요즘은 소설 읽기가 힘들다. 단연코 소설을 제일 좋아한다고, 소설만 읽는다고, 말하고 다녔는데(사실은 그리 많이 읽지도 못했으면서), 이제는 그렇게 말할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소설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내내 머릿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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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6-16 21: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거 뭐에요. 지적하신 거 다 맞지만 추가해서 이 작가 글도 너무 못쓰는데요 ㅜㅜ

난티나무 2021-06-17 01:38   좋아요 0 | URL
아 속 시원해요! 못 쓰는 거 맞죠! 진짜 아닌 문장들도 올리려다가 말았어요.ㅠㅠ 인용구보다 더 심한 부분들도 있다는...ㅎㅎㅎ

- 2021-06-16 22: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닠ㅋㅋㅋ 아닠ㅋㅋㅋㅋ 아닠ㅋㅋㅋㅋ 보부아르 무덤 찢고 나와서 울부짖을 소설이여 ㅋㅋㅋ 울 보부아르온니 아무나 입에 올리지 말라고 ㅋㅋㅋ

난티나무 2021-06-17 01:42   좋아요 1 | URL
보부아르와 사르트르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까요. 아마도? 저도 두 사람의 책을 아직 제대로 읽은 거 없지만 이런 이야기는 할 수 있거든요.^^;;;;;;;
다산책방 이미지 좋았는데 이 책 땜에 완전 깎아먹네요.
 















"꼭 난파선 상황이 아니더라도 남자들은 가부장적 서열에서 권력을 쥔 집단에 속한다는 이유만으로 종종 가혹한 처지에 놓인다. 전쟁에서 떼 지어 죽는 것도, 업무 관련 사고에서 부상을 당하는 것도, 때로는 마음 속으로 예술 분야처럼 수입이 불확실한 직종을 갈망하면서 할 수 없이 가계 부양자의 책임을 맡는 것도 대부분 남자다. 이 모든 것이 지배 집단에 속하기 때문이다. 이 집단에 속하는 것은 권력의 소유와 행사뿐 아니라, 권력을 갖지 않은 사람들을 도우며, 지배적 위치가 주는 스트레스를 감내함을 의미한다. 여자아이와 마찬가지로 젠더 이분법이 남자아이에게 주는 폐해는 어릴 때부터 시작된다. 그 중 가장 우려되는 결과는 감정 영역에 있다." (16장) 


난파선 이야기는 영화 타이타닉이다. 옛날옛적에 영화를 볼 때 식구들과 했던 말들이 떠오른다. 여자가 조금만 더 날씬했더라면 둘이 같이 나무판자에 올라갈 수 있었을 텐데, 라고 여자의 몸을 탓했고, 웃었다. 정말 여자가 날씬했다 하더라도 둘이 올라갈 수는 없었을 테니 농담이라고 생각하며. 여전히 여자를 탓했구나, 나조차도. 책에 나오는 것처럼 당연히 여자를 살려야 한다는 '기사도' 정신은 가부장제의 결과물인 것을. 또 구명보트에 여자와 아이들을 먼저 태우는 장면에서 발휘되는 '기사도' 정신은 남자식구들의 입에서 억울함을 내장한 발언이 되었다. 할 만큼 하지 않았어? 내 목숨보다 여자와 아이들을 먼저 살리려고 하잖아. 그런데 왜 여자들은 불평불만이지? 이런 식의 생각들. 그러니까. 그게 여자들 탓이 아니라 가부장제 탓이라니까? 이렇게 받아칠 줄 몰랐던 나는 좀 어이없었지만 뭐라 대꾸를 하지 못했었다. 하긴 그렇게 대꾸했어도 뭐라니~ 하는 반응들이었겠지만. 지금 생각하면 이 영화도 내 몸 바쳐 여자를 구했으니 고마워해라, 어쨌든 남자는 영웅일 수밖에 없다, 뭐 이런 말 하는 거 같아 매우 찜찜하네. 


위의 구절을 읽으면서 가장 중요한 문장에 밑줄을 긋는다. "이 모든 것이 지배 집단에 속하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이 사실은 인정하지 않으려 하면서 폐해들을 내세우며 남자도 피해자다, 여자만 억울한 게 아니다, 이런 주장을 한다. 남자들을 그렇게 만든 것이 이 사회이며 가부장제이며 가족과 결혼제도라는 것을 모른다.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 나는 이제, 남자도 피해를 본다구! 하는 말에 좀 대꾸를 할 수 있으려나. 


마침 읽고 있는 다른 책에 기사도 정신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사랑이 여자아이 전유물이라는 착각에 빠져 살며 우리는 여성과 남성의 관계에 대해서도 성차별적인 고정 관념에 갇혀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세월이 지나면 꽉 막힌 이 시야는 성차별적인 폭력, 특히 커플 간 폭력의 기반이 된다. 남자아이들이 사랑하며 성장하는 것을 방해하고, 자신이 중요하다고 느끼는 것보다 남들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기준에 맞추어 행동하게 한다. (중략) 

기사도보다는 예의를 갖추라고 가르치자. 페미니스트 블로거인 크레프 조제트가 콕 집어 말했듯 겉으로는 몹시 친절한 기사도 정신 역시 성차별의 다른 형태일 뿐이다. 그녀는 프랑스 대표 사전 라루스가 기사도를 가리켜 '여성 주변에 집중되는 예절과 친절'이라 설명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중세 시대 궁정에서의 사랑에서 전해 내려온 기사도 정신은 원래 여성들이 편히 이동하고 머물 수 있게 해주려는 데에서 시작되었지만 그와 동시에 유혹의 방편이기도 했다.(숙식을 제공해 주니 말이다.) 어느 각도에서 보아도 문제가 있다. 일단 기사도라는 것은 여성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그 사실만으로도 전적으로 성차별적이다. 그렇지 않은가. 둘째, 여성은 작고 약한 존재라 혼자서는 자기 옷도 하나 걸지 못하고 가방도 들지 못한다는 점을 암시한다. 셋째, 기사도는 종종 '대가'를 기대한다. 예를 들면 내가 밥값을 냈으니 이 여자도 내게 뭔가(대개는 섹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방식이다. 이쯤 되면 기사도 시대는 그만 끝을 내고 예의범절에 집중하는 것이 합당하지 않은가. 다른 이를 위해 문을 잡아준다든가 무거운 장바구니를 함께 들어준다든가 버스에서 자리를 양보하는 등의 행동은 예절에 속하며 남녀 구분 없이 모두에게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여성을 떠받들게' 두는 것은 몹시 겁나는 일이다! 따라서 우리 아이들에게, 성별을 떠나 모든 사람에게 호의적이고 친절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자.(여자는 공주가 아니다. 게다가 남자가 여자에게 친절을 베풀었다 해서 그 여자가 그에게 신세를 진 것도 아니다.) "

- <나의 아들은 페미니스트로 자랄 것이다> 중에서 


이 부분을 읽으니 기사도 정신의 유래에 대해 찾아보고 싶네. 엄청 많은 이야기들이 또 숨어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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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15 2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6-16 05: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eBook]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 - 꿈이 너무 많은, 꿈이 없는 청소년들에게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21
마르탱 파주 지음, 배형은 옮김 / 내인생의책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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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번역서 제목이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이다. 원제목은 "Plus tard je serai moi : 나중에 나는 내가 될 거야"다. 나는 내가 된다. 얼마나 좋은 표현인가.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 라니, 정말 구리다. 고민하는 주인공 아이(중학생)의 모습을 제목 문장 하나로 깔아뭉갠다. 철저한 어른의 시각. 이렇게밖에 안 됩니까? 


다음은 책소개의 줄거리이다. 

"셀레나는 아직 어른이 되고 싶지도, 진로를 선택하고 싶지도 않은, 아니 진로를 선택할 수도 없는 평범한 10대다. 그저 친구 베란과 나누는 수다가 행복하고, 입맛을 돋우는 로크포르 치즈가 좋고 온종일 시험으로 자신을 지치게 만드는 교육부를 욕하고 겨우 한 곡 쳐낼 수 있는 자신의 기타 실력에 만족하는 그런 소녀 말이다.


그러나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부모님의 한 마디는 셀레나의 인생을 꼬아 놓기 시작한다. “네가 예술가가 되면 좋겠구나.” 미처 이루지 못한 자신들의 꿈을 딸에게 투사하기 시작한 부모님은 점점 극단적인 방법으로 셀레나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한겨울의 집은 난방이 꺼지고, 용돈도 끊기고, 먹을 거라곤 감자 몇 톨이 전부인 삶이 되어 버린 것이다. 예술가는 원래 힘겹게 살아야 된다나 뭐라나. 이런 광기 어린 부모님은 어느새 스스로를 망치면서까지 셀레나를 자극하고, 셀레나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로 하는데…." 

셀레나 부모가 사용하는 방법들은 극단적이기는 하다. 그리고 돈도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생각을 하고 그 생각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그들이 조금은 부러웠다. 모든 게 처음이라 낯설고 어렵고 두려운 건 부모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중심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그걸 잘 못해 늘 휘청거리고 휘둘리는 게 나다. 어리버리하다 정신을 차리니 벌써 아이들은 이만큼 커버렸고. 그렇지만 인생에 대한 고민은 죽을 때까지 계속되는 것 아니던가. 나이와 상관없이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를 끊임없이 질문하면서. 그러니 계속 중심을 잡으려고 노력할 것. 식상한 말과 눈빛을 던지지 말 것. 하찮고 보잘것 없어 보이더라도 아이의 의지를 꺾지 말 것. 하. 이렇게 적으며 마음을 다잡지만 컴퓨터 게임에 매진하는 아이들의 등짝은 얼마나 스매싱하기 적당해 보이는지. 


Martin Page의 글은, 읽은 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겠으나 그 얼마 안 되는 걸로 약간의 선입견을 만들어본다면, 여지가 많은 글? 뭔가... 엄청 말하고 싶은 것이 많은데 다 쏟아낼 수가 없어서 자제하고 자제하다 그만 모자란 느낌? 아니면, 좀더 팍팍 나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웅크린 느낌? 동화도 쓰고 소설도 쓰고 에세이도 쓰는 작가, 달랑 동화 하나 소설 하나 읽은 게 다지만^^;; 나는 그냥 당신의 에세이를 읽겠습니다. 사서 읽다 만 책이 보이네요. <Les annimaux ne sont pas comestibles : 왜 고기를 안 먹기로 한 거야?> 


열린 결말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이 이야기의 결말이 그렇다. 셀레나의 부모는 그냥 그런 모양새를 유지하면서 극단의 조치에 대한 설명도 없고 이후의 설명도 없다. 셀레나 캐릭터에 비중을 실었기 때문이겠지만 아쉽다. 조금 더 이야기를 진전시킬 수 있지 않았을까? 다른 식의 결말을 이끌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친구 베란과 교장선생님, 그 특별한 캐릭터도 더 잘 살려냈어야 하지 않을까? 나는 내가 될 거라는 그 멋진 말은 왜 이야기 속에는 없나? 희뿌옇고 아무것도 선명하지 않은 중학생의 생각, 무엇이 (꼭) 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강박, 그건 잘 알겠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하고 싶나 하는 고민은 중학생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하는, 해야 하는 고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꼭 장래 희망이 있어야 하나? 되고 싶은 게 있어야 하나? 이런 질문을 작가는 던지고 싶었던 거겠지. 어쩌면 일반적이지 않고 자유로운 부모의 모습 속에서도 어른이, 사회가, 강요하는 무엇인가가 있다고 말하고 싶었던 건지도. 


정말이지 나는, 꼭 내가 되고 싶다. 절실하게 내가 되고 싶다. 아무도 그런 말을 해주지 않았다. 온전히 네가 되라고, 너는 너만 될 수 있다고, 누군가 나에게 말해주었다면, 지금쯤 나는 내가 될 수 있었을까.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하는 대신 너는 네가 되어라, 해야 겠다. 내가 듣지 못한 말, 이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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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6-11 22: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표지 너무 귀여워요! 이런 결론을 얻으셨음 별5개 아닌가요?ㅋㅋㅋ저 찜~♡

난티나무 2021-06-12 16:56   좋아요 1 | URL
음 책은 별 셋, 셋인 책을 읽고 별 다섯인 생각을 했으니 나는 별 다섯! ㅋㅋㅋㅋㅋㅋ
간만에 잘난 척 해봅니다. 크크크.
첨에 네 개는 주려고 했는데 말이죠, 글 쓰면서 생각하니 읽을 때보다 별로인 거예요. 그래서 하나를 깎았죠.ㅎㅎㅎ
사지 말고 빌려 읽으소서~^^
 

멀리 있는 후배(호칭을 뭘 써야 할 지...)가 전화를 했다. 오랜만의 통화. 혼자 프랑스로 유학왔을 때부터 결혼하기 전까지, 자주 왕래하던 사이다. 나이는 10년 차이 나지만 자주 얼굴 보고 이야기 나누고 어쩌면 동생처럼 언니오빠처럼 그렇게. 멀리 이사가면서 왕래가 거의 끊겼다. 일이년에 한 번 얼굴을 보면 다행인 거리에 산다. 그 사이 후배는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았다. 둘째 아이는 얼마 전 돌이었다. 

폭풍처럼 쏟아지는 말들을 들었다. 예측 가능한 이야기. 한 치도 틀림없이 뻔한 이야기. 답답하고 속상한 이야기. 옆에서는 아이가 소리를 질러댔다. 연년생 아이들, 쉴 틈 없이 반복되는 집안일, 아이들을 떼어놓고는 어디도 갈 수 없고 간다 한들 마음이 편할 수 없는 상황, 이 정도면 집안일 많이 도우는 거지 팔짱 낀 남편, 말싸움에서 지고 마는 아내. 무어라 할 말이 없다. 그 상황에서 벗어나야만 해결이 되는 문제 앞에서 위로가 되는 말은 아마 없을 것이다. 아이가 너무 소리를 질러대서 통화를 끝냈다. 내일 다시 하자니 수요일이라 아이들이 학교/유치원에 안 간다고.ㅠㅠ 

좌절감을 느낀다.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다. 그대로 두면 몸도 마음도 망가질 것만 같다. 이미 몸은 여기저기 아프다 한다. 원형탈모도 있다고. 그 아이 성격을 너무 잘 알기에 걱정이 된다. 내 집 남자는 어떻게든 바꾸고 말리라 가느다란 희망이라도 있는데 그 집 남자는 1도 안 바뀔 걸 잘 알아서 더 그렇다. 어쩌면 좋을까. 어떻게 하면 그 아이를 좀 끌어올릴 수 있을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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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9 08: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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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9 18: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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