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지향 6개월째. 

오늘의 화두는 (확대)가족 내의 비건지향자,이다. 이때의 가족은 나만 빼고 모두 육식주의자. 

일요일 점심에 모처럼 고기를 먹겠다고 했다. 나는 내가 먹을 밥을 미리 준비해서 옆지기가 식사 준비(채소 손질)를 하고 있는 옆에 앉아 먼저 먹었다. 고기를 볶기 시작할 무렵, 식후 산책을 하고 오겠다고 집을 나섰다. 점심을 먹고 바로 산책을 나가는 것이 습관이 되기도 했고, 고기 볶는 냄새를 견딜 수 있을지 몰라서였기도 했다. 그런데 나중에 옆지기는 식탁의 빈자리가 마음에 걸렸다고 말한다. 앞으로 고기를 먹을 때는 이렇게 한자리가 비게 되는 거냐고, 이런 모습으로 우리 식탁의 모습이 변해가는 거냐고. 밥 먹을 때는 꼭 모두가 식탁에 앉아 있어야 하는 거냐고 되물을 수밖에. 밥 먹는 속도가 느린 나는 저녁마다 혼자 남겨지는 경우가 많았다. 한 시간 준비한 식사를 10분만에 먹어치우고는 먼저 자리를 뜨는 사람들은 누구였지? 어이는 어디 가고 맷돌만 있는 셈이구만. 

고기 냄새를 견디지 못하는 내가 그걸 참고 앉아 있어야 하는 이유는 없지 않나? 내가 그걸 보고 앉아 있어야 하는 이유는 없지 않나? 이런 의문은 네 식구의 식사에서는 오히려 쉬운 문제가 된다. 나는 내 주장을 할 수 있다. 가족을 확대해 보자. 모이면 고기를 구워 먹는 게 당연한 양쪽 집 식구들, 저는 고기를 먹지 않아서요, 고기 냄새를 못 맡겠어요, 하고 빠질 수 있는가? 이 지점에 이르면 문제가 복잡해지는 것 같다. 더군다나 나는 외국에 사는 딸이고 며느리다. 자주 보는 것도 아니고 2~3년에 한번 보는 게 다인데, 매달 매주 보는 것도 아닌데, 그 정도는 니가 맞춰야 하는 것 아니냐, 하는 소리를 들었다. 이 말은 동생이 한 말이다. 다같이 고깃집에 가자고 하면 어쩔 테냐, 못 간다고 빠질 수 있느냐, 가서 다른 거 먹으면 되지 않느냐. 이 논리는 다른 대화에서도 자주 적용된다. 얼마나 해봤다고, 멀리 있으니 그렇게 생각하지, 현실을 모르는 소리, 자주 하는 거 아니니 눈 딱 감고 그냥 해. 옆지기도 비슷하게 생각하는 듯하다. 본가에서 고기 먹자 하면 어떻게 할 거냐 묻는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되묻는다. 나도 잘 모르겠다. 그런데 고기 굽는 냄새를 참으며 그 자리에 있기는 싫다. 고깃집엘 갈 거면 나는 빠지겠다고 했다. 그게 맞는 거 같았다. 집에서 고기를 굽는다면 나는 외출을 하겠다. 과연 이것이 가능할 것인가? 친정 식구들이 모여 고기를 구워먹는다고 하면, 외출하겠습니다 할 수 있다. 욕은 좀 들어먹겠지만 그걸로 끝일 테고. 장소가 옆지기 본가로 바뀌면 이 장면은 어떻게 연출될 것인가? 과연 나는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외출하겠습니다 할 수 있을 것인가? 집에서의 모든 식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내가 가족을 위해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면서, 왜 그 방향을 거꾸로 돌리지는 못하는지 궁금하다. 나의 위치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순간. 


확대가족 안에서 비건지향자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무지 궁금해서 검색도 조금 해보았지만 딱히 나오는 게 없다. 비건 까페에 가입해야 하려나? 도대체 어떻게들 살아가고 계신 건가요? 좋은 아이디어 있으시면 좀 던져주세요. 이런 고민 있는 비건 관련 책도 아시면 좀. 


*** 

여기까지 적어두고 <비건 세상 만들기>를 읽었다. 뒷부분 슬렁슬렁 넘겨보니... 

이론과 증거를 들이대도 꿈쩍하지 않을 사람들을 회유(?)하기 위해서는 일단 숙이고 들어가라,는 요지의 글들. 윤리를 내세우지 말 것, 주장하지 말 것, 설득하려 하지 말 것, 판단하지 말 것, 상대방을 이해할 것. 대나무 말고 풀이 되라는. 좋아요 좋아. 그렇게 한다고 치자. 같이 고깃집 간다. 그런데 정말 생고기 굽는 냄새는 못 맡겠단 말이다. 중간에 뛰쳐나오는 것보다 내가 안 가는 게 낫지 않나? 고기 먹지 말라는 소리가 아니다. 못 먹고 못 맡는 사람이 있으니 중간 어디메쯤에서 타협하자는 거지. 양념한 건 좀 덜하니 그럼 불고기집이나 아니면 중국집, 이런 데로 갈 수도 있지 않은가? 아주 나중에 만약 내가 그마저도 정말 못 가겠다고 뻗대는 때가 오면, 그때는 어찌 할 텐가? 


오늘 읽은 두꺼운 빨간 책에 이런 문장이 나왔다. 

"목표는 의제에 남겨두고, 현존하는 제약 안에서 그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수 있다." 

"부엌으로 말하자면, 우리가 그곳에서 하는 일이 정치경제가 아니고 무어란 말인가?" 

""하나의 억압된 범주에서 다른 쪽으로 건너뛰는 식으로 체제를 공격하지는 못한다."" 


하아. 모든 노력이라. 대나무가 되어 들이받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막상 뻔히 드러나는 내 위치에 서서 안 쪼그라들고 들이받을 자신은 없고. 안 그래도 미운털(?) 박힌 둘째 며늘 이제는 꼴값 한다는 소리까지 듣게 생겼다. 그 꼴값, 아드님이 같이 하면 좀 나을까요. 더 가슴 아프실까요. (그럼 또 나만 나쁜x?) 


최대한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노력한다. 결론은 이거지 싶다. 그런데 정말 내가 노력해야만 하는 걸까, 정말 그런 걸까. 



















"'나는 옳은가?' 혹은 '이것은 나의 진리인가?'는 중요한 질문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것은 효과적인가?'이다." (178) (- 방법론적인 면에서 글쓴이의 주장의 일부를 내 경우에 비추어 가져온 문장이므로, 전체 책의 내용이라 볼 수 없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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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생존의 이야기 : 계급, 인종, 가정폭력 (재니스 하켄)


"벨 훅스는 '매 맞는 여성'이라는 용어조차 여성들의 수많은 경험을 일차원적인 규정으로 환원한다고 주장한다. 억압된 공동체에서 경제적 폭력을 비롯해 일상적인 고통에 시달리는 여성들과 매 맞는 여성들을 분리하는 선을 긋기란 그리 쉽지 않다. 극단적인 폭행 사례를 중심으로 결집하는 가정폭력 반대 운동은 여성의 신체와 정신에 일상적으로 가해지는 비교적 극적이지 않은 폭행을 과소평가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다." (p.217)  


"여성 폭력은 남성 폭력에 비해 훨씬 드문 데다 파괴적인 면이 덜하기야 하지만, 페미니즘 문헌에서 '핵심적인' 여성적 자아의 진정한 일부가 아니라 고색창연한 과거로 재현되는 경향이 있다. 또한 페미니스트들은 여성 폭력이 대개 방어적인 반면, 남성 폭력은 흔히 공격적이며 여성에 대한 지배를 확립하는 수단이라고 주장하는 경향이 있다(jhonson 1995). 이런 입장은 여성이 품는 분노의 뿌리 깊고도 다양한 원천을 간과해버린다. 실제로 가정에서 남성이 보이는 수동성이야말로 공공연한 폭력 행위보다도 더한 여성의 분노를 일으키는 원천이며 만성적인 문제이다." (p. 218)


인용구의 마지막 문장에 전적으로 동감하는 바이다. '수동성'! 

신체적 폭력에 비해 잘 드러나지 않고 증명할 길 없는 정신적 폭력에 대한 연구도 많아지면 좋겠다. '가정폭력'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글이었다. 




11장 모성과 섹슈얼리티의 이해에 관하여 : 페미니즘 - 유물론 접근법 (앤 퍼거슨) 


"우리는 애정적 유대를 육체보다는 감정적인 것으로, 성적 유대를 감정이나 사회보다는 육체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나는 사실 이런 생각은 서구의 이원론적 사고 패턴 때문에 초래되는 왜곡이라고 주장하고자 한다. 성/애정 에너지를 애정적/정신적/특별히 물리적이지 않은 상호작용에서부터 물리적이지만 특별히 애정적이지 않은 성기 접촉까지 아우르는 하나의 스펙트럼으로 이해하는 게 더 도움이 될 것이다." (p.260) 


이 인용구를 찍어 옆지기 톡으로 보내주었다. 무슨 말인지??? 라는 답이 돌아왔다. ㅠㅠ




"폴브레는 남성에 대해 여성이, 자식에 대해 부모가 착취당하는 정도를 측정하기 위해 가정 경제 안에서 임금노동과 비임금노동을 비교하는 경제 모델을 개발하는 중이며, 델피는 남성이 지배하는 가정 경제는 이혼한 뒤에도 지속된다고 주장한다. 어머니들이 훨씬 더 많은 직간접적 양육 노동을 떠맡을 뿐만 아니라, 아버지들 대부분은 양육비를 충분히 지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어머니인 여성에 대한 남성의 착취는 이혼과 더불어 증가한다. 따라서 독신모 가정이 늘어나는 것은 단순히 남편-가부장제husband-patriarchy의 쇠퇴가 아니라 새로운 가부장적 성/애정 형태의 증가로 보아야 한다. 우리가 '독신모 가부장제single mother patriarchy'라고 부르는 이 형태는 가족 중심적인 가부장 형태에서 비개인적인 국가 가부장제 형태로 변화하는 것과 연결된다." (p.267) 


옳으신 말씀. 




12장 가부장제와 교섭하기 (데니즈 칸디요티) 


"고전적 가부장제 아래서 여자아이들은 무척 어린 나이에 혼인을 통해 남편의 아버지가 이끄는 가족으로 넘겨진다. 그 집에서 여자는 모든 남자뿐만 (아니라,라는 단어가 본문에서 빠졌다) 나이 든 여자, 특히 시어머니에게 종속된다." (278) 


"... 어린 신부는 사실상 가진 것 하나 없이 남편의 집안으로 들어간다. 부계제에서 자기 자리를 확고히 하려면 아들을 낳는 수밖에 없다. 

부계제는 여성이 하는 노동과 낳는 자손을 모두 독차지하며, 여성의 노동과 생산에 대한 기여를 보이지 않게 만든다. 가부장적 확대가족에서 여성의 생애주기라는 것은 어린 신부일 때 겪었던 박탈과 곤경을 나이가 들어 며느리에게 통제와 권위를 행사하는 것으로 보상받는 식이다. 여성이 가족 안에서 누리는 권력의 순환적 성격과 시어머니의 권위를 물려받으리라는 기대 때문에 여성들 스스로 이런 형태의 가부장제를 철저히 내면화하게 된다." (279) 


어머니와 시어머니의 삶을 이해하면서도 동시에 거부할 수밖에 없는 마음, 대면하고서는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 용기없음, 돌아서서 억울해하는 분노, 다 그러고 사니까, 다 그래야 하니까,를 들이받고 싶은 마음 들이 엉킨 채 나는 그냥 서 있다. 어찌할 바를 모르는 채로. 




14장 여성 노동자와 자본주의 : 지배 이데올로기, 공통의 이해, 연대의 정치 (찬드라 탈파드 모한티) 


"여성을 가정주부로 정의하는 것은 또한 여성 노동의 이성애화heterosexualization를 암시한다 - 여성들은 언제나 남성과 혼인관계를 통해서만 정의되는 것이다. " (313) 


뜻을 검색해 본다. 신경쓰지 않고 살다가 단어의 뜻을 찾아보면 뜻밖으로 놀라게 되는 일이 잦다. 단어를 정의내리는 일에도 이미 사회적 관습과 차별이 존재한다. (<잃어버린 단어들의 사전>을 읽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 가지가 뻗는다.)

프랑스어로 가정주부, 전업주부를 가리키는 말은 femme au foyer 이다. 직설적으로 풀이한다면 집의 여자, 가정의 여자, 쯤이 되겠다. 가정주부의 뜻은 '한 가정의 살림살이를 맡아 꾸려 가는 안주인'이라 되어있고, femme au foyer의 뜻은 '커플의 경우 집안일이라고 명명되는 모든 것(자녀교육을 포함한)의 대부분을 하는 여자'라고 위키백과에 나온다. 외국인으로 서류를 작성할 때 직업을 적는 란에서 가정주부에 체크하는 일, 직업을 쓰는 란에 가정주부라고 적는 일이, 그동안 당당하지 못했다. 쪼그라들었었다. 뭔가 직업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없어서 부끄러운 기분. 어딘가로 출근하지 않고 집에 있으면 왠지 안 되는 것 같은 기분. 이런저런 직업들이 늘어서있는 목록 맨 끝에 직업없음과 같은 위치를 아니 더 아래를 차지하는 가정주부 항목. 아예 체크할 칸이 없는 가정주부 항목. 이제는 당당해지기로 한다. 그래야 한다. 직업으로서의 '가정주부'라는 말을 다른 단어로 바꾸고 싶다. 어떤 표현이 좋을까? 




16장 환상의 현실화 : 마킬라 작업장에서 이루어지는 여성과 남성의 생산 (레슬리 샐징어) 


"따라서 여성 노동자들이 공장에 존재하기 때문에 전 지구적 생산이 가능해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정반대로, 여성 노동자들은 전 지구적 생산의 최종 완성품이다. 젠더는 확실히 세계화의 중요한 측면이지만, 저비용 생산을 가능케 하는 것은 현실에 존재하는 여성들이 아니라 '여성성'이라는 수사다." (370) 


노동 현장 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에도 적용이 되는 말 같다.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복잡한 사회와 세계가 어떻게 숨통을 조이고 있는지를 점점 더 많이 보여줘서 때로는 머리가 깨질 것 같다. 그냥 눈물이 쏟아지기도 한다. 공감 능력이 두 배 세 배 열 배 증폭되는 걸 느낀다. 그러나 늘... 그뿐이다. 나는 최소한의 행동을 하며 살 것이고 주변 사람들은 나를 계속 이해하지 못할 확률이 높으며 나는 나 자신을 계속 의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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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3-13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옆지기님에겐 기초적인 책부터 찍어보내 주셔야하지 않을까요? 이책은 아무래도 고난이도 인듯해요.😆

난티나무 2021-03-13 20:27   좋아요 1 | URL
하핫! 저 인용구가 어려운 말이 아니지 않겠습니꽈??? ㅎㅎㅎ 제가 늘 하는 말이기도 하고요.^^;; 안 와닿는가 봅니다. ㅠㅠ

2021-03-13 2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3-13 2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3-13 2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3-13 2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21-03-14 02: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성이 가족 안에서 누리는 권력의 순환적 성격과 시어머니의 권위를 물려받으리라는 기대 때문에 여성들 스스로 이런 형태의 가부장제를 철저히 내면화하게 된다.˝ 이말이 콕 와닿네요. 그래서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이 농담처럼 얘기되어지는데 이말에 들어있는 억압구조의 순환을 끊어낼 필요가 절실하다는 생각을 또 잠시 하게 되요.

난티나무 2021-03-14 04:59   좋아요 0 | URL
언제쯤 끊어지게 될까요. ㅠㅠ 그 속에 있는 사람들이 끊어내고 싶어한들 아래로는 그래도, 할 수 있는 일, 위로는 안 되는 일.... 정녕 위로는 안 되는 일일까요. 아마도 그렇겠죠..ㅠㅠ

라로 2021-03-14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계속 문자 보세 주세요!! 그 뭐야요 한결같이 떨어지는 물방울이 돌에 구멍을 낸다고 하잖아요. 옆지기 님께 계속 저런 문장을 찍어 문자를 보내다 보면 어느새 구멍이 뚫리지 않을까용??^^;; 화이팅, 난티님!!!!

난티나무 2021-03-14 14:26   좋아요 0 | URL
라로님 댓글에 답글 안 달았지!!! 생각나서 들어왔더니 라로님이 또 댓글을 남겨주셨네요. 동시생각!!! ㅎㅎㅎㅎ
책도 읽히려고 무지 애쓰고 있습니다.^^;;; 문자도 계속!!!! 👌🏻
 













최진영, <해가 지는 곳으로> 


2017년 발표된 소설인데 바이러스 이야기가 나오니 지금의 여기가 겹쳐졌다. 바이러스보다 무서운 건 인간의 광기라는, 그 말에 몸서리치며 동의. 

플래그를 붙인 부분을 옮기려고 하나씩 펼쳤다가 그만두기로 한다. 때로 책을 읽을 때 밑줄이 강박으로 작용할 때도 있는 법이다. 그어야 해, 옮겨야 해. 대충 붙여놓은 포스트잇을 제대로 자리잡도록 해두는 것으로 만족한다. 다음에 펼칠 때 다시 눈에 들어오도록. 

지금의 나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도 있다. 나중 다시 읽을 나는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그럴 수도 있겠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 사람마다 다른 거니까. 절박한 상황에서는 모든 생각의 기준이 달라질 테니까. 

<눈먼 자들의 도시>도 생각나고 <시녀 이야기>도 생각나고 <브루스터플레이스의 여자들>의 몇 장면도 떠올랐다. 강간,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강간... 꼭꼭 씹어 읽으려고 침대 옆에 꽂아둔 최진영의 다른 소설 <이제야 언니에게>를 꺼내온다. 성폭행을 당한 고등학생의 이야기. 절반쯤 남겨둔 소설을 단숨에 읽었다. 아프다. 아픔과 슬픔과 절망 속에서 스스로 희망을 찾아나가는 흐름은 비슷하다. 글자들을 써내려갔을 작가의 시간이, 그 속도가, 느껴졌다. 나를 이해한다고 생각했던 가족조차도 위로가 되지 않음을 보여줘서 좋았다. 그럴 수도 있는 것이다. 

연대의 필요를, 중요성을, 힘을! 손을 잡을 수 있는 사람들, 잡은 손을 놓지 않을 사람들. 도리와 미소에게 지나와 건지가 있어서 다행이었다.(해가 지는 곳으로)  제야에게 이모가 있어서 다행이었다.(이제야 언니에게) 아무도 없는 누군가들에게 누군가가 옆에서 손을 잡아주면 좋겠다. 덜 아프기 위해, 덜 절망하기 위해, 나도 잡을 수 있는 손이 있으면 좋겠다 생각해 본다. 내가 떠올린 사람들이 내 손을 놓지 않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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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12 18: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3-12 18: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잊을 만하면 올리는 책 샀어요 페이퍼.ㅠㅠ 사실 잊은 사람 아무도 없다. 잊은 척 하는 것일 뿐이다.ㅋㅋㅋ 


책을 사지 않으려면 알라딘에 들어오지 말아야 한다. 진리(?)이고 사실이다. 알라딘 말고도 책을 살 수 있는 경로는 널리고 널렸으나, 적어도 여기에 들어오지 않으면 책구매의 90%는 줄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책을 사는 행위보다 알라딘에 들어오는 행위를 거스르는 것이 더 힘든 일이지 싶다. 적어도 지금은 그렇다. 예전처럼 또 몇년 소리소문 없이 사라질 수도 있겠지. 그래도 지금은 읽을 책이 쌓여있으니 그때처럼 책 못 사서 슬플 일은 없을 것이야. 며칠 전 북플에서 작은넘 낳고 올린 15년 전 글이 떠서 잠깐 추억에 잠겼었다. 그날의 출산기를, 병원에서의 기분을, 적어보려다 그만두었다. 오래 전부터 댓글로 친구해 주시던 분들, 지금은 안 계시는 듯한 많은 분들, 함께 웃고 울어주시던 분들, 마음을 나누어주시던 분들을 가끔 생각한다. 잘 지내시기를. 멀리멀리 떠나신 그 분께도 인사를. 드문드문 들어와 손만 흔들고 사라지던 때는 물론이고 지금도 잊지 않고 말 걸어주시는 분들도 있다. 감사를~ 지금도 좋아요를 누르고 가시는 여러분 사랑합니데이~ 


책 샀다고 말하기 쑥스럽니. 다른 소리를... 


















<싸우는 여자들, 역사가 되다> 윤석남 그림, 김이경 글 


미리보기로 넘겨보고 홀라당 넘어가서 장바구니로. 언젠가 살 거야, 보관함에 담아두었는데 미리보기 괜히 했다. 제목도 좋고 그림도 좋다. 그림이 특히 좋을 것 같다. 이런 책은 사야 한다. 전자책 노노. 그림은 꼭 종이책. 시도 꼭 종이책. 

















<오릭스와 크레이크> 마거릿 애트우드 

네네, 아직 <그레이스>도 읽기 전이고요.ㅠㅠ <페넬로피아드>도 있는데 안 읽었고요. 그런데 이 책이 그리 좋다고 하여 1권 일단 지르고요. 중고로 나온 거 놓쳐서 홧김에(!) 새책 샀고요. 

















<메리/마리아/마틸다>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메리 셸리 


리뷰적립금으로 5월 여성주의책읽기 도서 구입. 이 패턴 1월부터 반복. 적립금 땡큐. 덕분에 비싼 책 새걸로 막 삽니다. 
















<덜 소비하고 더 존재하기> 강남순 외, 여성환경연대 기획 


전자책 적립금 모아서 저번달 못산 책 한권 구입. 언제 읽을지 몰라요. 기약이 없어.... 




종이책 이게 다지 싶었는데 뭔가 이상한 기분. 구매함 열어보니 또 있어.ㅠㅠ 

1일 되자마자 적립금 쿠폰 등등 쓰려고 주문한 중고책. 여동생 커피 주문해주고 순전히 충동구매..까지는 아니고 암튼 막 급하게 골랐다. 



















<여자들의 사회> 리사 앨더 & 프랑수아즈 질로 


" - 책속에서


P. 36~37 2차 대전 중에 프랑스 여인들이 전쟁은 아랑곳없이 너무나 멀쩡히 일상생활을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왜냐하면 언제나 고고하고 화사한 모습을 유지했거든요. 사실 그 시기에 그 어느 때보다도 화려한 모자를 쓰기도 했어요. (…)

실상은 이래요. 독일인들이 비실용적인 목적으로는 새 천을 사용하지 못하게 금지해서 궁여지책으로 다락방에 있는 오래된 천들을 찾아내 모자를 만들어 썼던 겁니다. 또 하나, 독일인들의 신경을 긁고 싶어서, 우리 프랑스 사람들은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증명하고 싶어서 일부러 그런 겁니다. 파리는 패션의 도시이고, 그들이 우리를 억압하기 위해 어떤 짓을 일삼아도 우리는 여전히 패션의 도시에 살고 있다는 걸 온몸으로 보여주고 싶어 했던 겁니다. 


P. 73~74 어쩌면 처음부터 엄마의 외모에 반하고 집착했던 아빠를 향한 복수가 아니었을까요. 외양 때문이 아니라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받고 싶었을지도요. 하지만 실제로 아버지는 엄마의 모든 면을 숭배했어요.

가끔은 엄마가 나에게 이런 식의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게 아닐까도 생각했죠. “너는 이렇게 살지 마.” 아름다움으로 칭송받고, 남자의 눈에 들고, 남자의 요구에 맞추고, 그러다 다섯 아이의 엄마가 되어 빨래를 하고, 장을 보고, 얼굴도 보기 힘든 남편의 경제력에 의지하면서 그렇게 살지 말라는. 나한테는 그 메시지가 아주 크고 선명하게 들렸어요. 그래서인지 전 아이를 하나만 갖고 내 커리어를 가졌죠. 미모로 칭송받는 건 한 번도 내 옵션이었던 적이 없고요.  "

















<제주도에서 한번 살아볼까?> 김지은 


뜬금없는 제주도 책이라니. 부제가 '제주살이, 낭만부터 현실까지'이다. 제주에 살짝 미친(?) 나는 한국에 갈 때마다 어떻게든 제주에 간다. 그 여행을 위해 평소에 제주도를 판다. 땅 말고 정보를. 이것저것을. 지도를 똭 펴면 어디에 뭐가 있고 어떻고 저떻고를 줄줄 읊을 정도라고 하면 좀 과장일까. 아무튼 이것저것 들여다보는 게 많은 나는 그래도 제주살이의 낭만과 현실을 어느 정도는 (간접적으로) 안다고 생각한다. 1년살이가 됐든 한달살이가 됐든 어쨌든저쨌든 제주에서 오래 살아보고픈 (어쩌면 허황된) 꿈을 꾼다. 옆지기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옆지기는 현실을 좀 모르는 상태랄까.ㅋ 널 위해 준비했어, 제주살이의 낭만과 현실! (제목만 보고 급히 고른 거라^^;;;;;; 게다가 2017년판이니.) 





*** 


이것만 샀으면 다행인데 그렇지 못해 슬픈 건지 기쁜 건지 당췌 모르겠는. 1년여 만에 애정하는 중고가게에 다녀왔다. 다 읽지도 못할 책을 사는 것은 허영심인가 싶다. 




11권을 데려왔다. 이 날 중고가게 두 군데를 아주 오랜만에 들른 것치곤 많이 자제했다.^^;;; 






얀 마텔의 <포르투갈의 높은 산> 작년에 사놓고 읽지 않은 한글책이 있었는데 프랑스어판을 보니 반가워서 덥석. 아니 왜 반갑지? 분명 어려울 텐데? ㅋㅋㅋ 세뚜로 놓고 사진 찍으니 기분은 좋구나~ 

작은넘에게 한글판을 건넸다가 튕긴 적이 있다. 프랑스어로 읽으면 안 되겠니? 이렇게 핑계를 갖다붙여 본다. 내용 아직 1도 모르는 것이 함정. 






자자, 한글판 없으니 그냥 사진으로만.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요즘 페미니즘 책을 읽어대니 이런 책이 눈에 확확 들어오고 말이다. 프랑스의 여성 비행사, 여성 사진작가들 이야기. 이거 시리즈인 거 같은데 두 권밖에 없었다. 있었으면 다 쓸어왔을 판. 집에 와서 찾아보니 이 두 권이 다네. 






제목 일단 똭 눈에 들어옴. 음 난데? 자주 나야.ㅎㅎㅎ ("화난 여자") 

뒷면 책소개에 알제리 페미니스트 어쩌구 되어있길래 그냥 삼. 못 읽어도 삼. 읭? 






오옷! 한국 작가! 사야지!!!

구병모 <아가미> 



그밖에 아주 얇은 책 딱 한권밖에 안 읽었으면서 어찌 된 게 이름만 보이면 사모으는 중인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 두 권이랑 기타등등. 진중하게 한 권 읽고 분위기 파악을 해야 하는데 무작정 사모으면 안 되지요? 그렇지요.ㅠㅠ 



***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보내는 규격소포의 가격은 해마다 오르지만 코로나 시국이라고 해서 특별운송수수료가 붙지는 않는다. 한국에서 프랑스로 보내는 EMS에는 무게당 특별운송수수료가 붙는다. 이번주 띄운 소포의 무게는 4.8킬로 정도, 특별운송수수료 2만5백원이 추가되었다. 가는 것에는 수수료가 없는데 오는 것에는 수수료가 있다. 날이 갈수록 수수료도 조금씩 오르는 것 같다. 무엇 때문일까. (설마 나 책 못 사게 하려고 그러는 거야?!?!  뭐래니.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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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11 2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3-11 2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3-11 2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3-12 0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yo 2021-03-11 22: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알라딘놈들의 기술에 걸려들었어요.....ㅠㅠ

난티나무 2021-03-12 00:24   좋아요 1 | URL
알면서 걸려드는 우리는 바....부...?????? ㅠㅠ

라로 2021-03-12 01: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아~~~ 책 많이 사셨다 (근데 저도 방금 많이 샀어요,,소곤소곤;;;)!! 우리는 알라딘 바.............부.................탱........................이.................................들???인건 가요???ㅠㅠ

난티나무 2021-03-12 16:55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
책 모으기가 취미가 아닌가 싶습니다.ㅠㅠ
같이 계속 사요!!!!!!!! 으쌰!!!!!!

라로 2021-03-12 18:42   좋아요 0 | URL
저 책 사는 돈 아껴서 차 살래요,,,ㅠㅠ

난티나무 2021-03-12 18:55   좋아요 0 | URL
꽥! ㅎㅎㅎ
저는 차 팔아서 책 살래요.ㅠㅠ

2021-03-13 2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3-13 2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엇에 대해서든 말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한 일이라고, 나는 가끔 느낀다. 단어란 사실 중요한 방식으로 다른 것들을 하나로 뭉치는 일반 범주다. 파랑은 천가지 색을 뜻하고, 말은 순혈종과 조랑말과 장난감을 뜻하고, 사랑은 모든 것을 뜻하면서 아무것도 뜻하지 않는다. 언어란 연속된 일반화를 통해 불완전한 그림들을 스케치해나감으로써 무엇이 되었든 뜻을 조금이라도 전달하는 것이다.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범주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것이고, 범주는 필수적인 만큼 위험하다." (p.210) 



일상에서 겪는 일을 책 속에서 보는 것, 책에서 본 구절이 일상의 경험으로 나타나는 것은 때로는 유쾌하고 때로는 신기하고 때로는 풀이 확 죽는 일이다. 


지난주 어느 하루는 풀이 확 죽는 일이었다. 정말 오랜만에 옆지기와 나는 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렸는데 이렇게 집에만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일념으로 따라나선 길이었다. 내가 들고 나간 책은 리베카 솔닛의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 햇빛이 쏟아지는 초록색 들판을 쳐다보고 있노라니 책 제목을 본 옆지기가 화두를 던진다. 시작은 어찌 했는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어쨌거나 화두는 군 가산점,이었다. 십중팔구 군대 이야기가 나오면 흔히들 빠지는 구렁텅이로 새는 게 분명할 터, 몇번 그런 일을 겪고 나서는 신중하게 되었다. 그러나 나도 어느날 갑자기 재치 있는 토론자가 될 수 있는 건 아니어서, 예의 바락바락모드가 마구 충전되고 말았다. 그렇게 시작된 논쟁(?)은 과연 서로의 논리가 적절하고 맞춤한 것인지도 모르는 채 달리는 한시간 내내 이어졌고, 나는 열불이 터졌고 아마도 반대의 이유로 옆지기도 열불이 터졌겠고, 또 어김없이 화두에 오른 강간과 무고에 대해 내 나름의 논리로 반박하다 열받아서 책 속의 구절을 찾아 큰소리로 읽기도 했다. 다행인 건, 이제 이렇게 논쟁 아닌 논쟁을 해도, 서로 열받아도, 논쟁은 논쟁, 거기까지, 다음에 또, 이렇게 넘길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어쩌면 서로 조금씩 포기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길을 되짚어 돌아오는 길, 페미니즘이란 무엇인가, 또 던진다. 나는 저 위의 인용구를 어렴풋이 떠올렸다. 저 글을 읽기 전에도 그렇게 느꼈고 읽고 나서도 그렇게 느꼈고 지금도 그렇게 느낀다. 언어라는 것, 단어 하나가 덧씌우는 이미지들. 말로 설명하려 애써본다.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알수록 넓어지는 그 의미를 어떻게 한정된 언어로 표현한단 말인가. 

범주를 생각해 본다. 범주가 얼마나 생각을 갇히게 하는지를 생각해 본다. 나의 답답함과는 조금 다른 답답함을 느끼고 있을 옆지기가 벽에 대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벽?! ㅠㅠ (그건 넌데!) 나는 아직 멀었구나,와 말을 조심해야 겠다,를 동시에 생각하면서(그런데 나만 조심하면 될 일인가?) 서로 벽에 대고 이야기하는 꼴이네 했다. 내가 안 변하는 것처럼 너도 변하지 않을 것이고, 아니, 한 사람은 너무 느리게 한사람은 너무 빠르게 변할 것이고,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는 함께 잘 살 수 있을 것인가. 입 밖으로 내어보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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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3-11 0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쉽지 않은 일이더라구요. 배운대로 옆에있는 짝꿍을 변화시키고. 같은 여자이지만 또 다른 생각을 키워온 엄마를 설득시키는 것도요. 그러니 이 세계는 오죽할까요..😳뜨헉

난티나무 2021-03-11 00:42   좋아요 1 | URL
변화가 올까요???ㅠㅠ 벽에 금 내는 중인데 다시 쫙쫙 붙어버리는 이 느낌...ㅎㅎㅎ
엄마는...하아... 답도 없습니다. 결정판 그 자체! 요즘은 여동생과도 자주 의견충돌해요. 흑흑 미미님 슬프다요...

라로 2021-03-11 02: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난티님은 책을 많이 읽으셔서 그럴까요? 아니면 조분조분 잘 표현하시는 분이라 그럴까요? 위로(?)드리고 싶다는 생각보다,,왜 이렇게 글을 잘쓰지?? 작가 해도 되겠다...뭐 그런 생각 했어요. ^^;;;

난티나무 2021-03-11 17:12   좋아요 0 | URL
우왓!! 이거슨 최고의 위로가 아닙니까!!!!! 기분 완전 좋아요. 으흐흐흐흐 🎶🎵🎶🎵

다락방 2021-03-11 08: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페미니즘 책 읽기 시작하면서 주변 남자사람들하고 엄청 싸웠어요. 사소한 의견 차이부터 시작해서 알게 모르게 스며있던 여성혐오를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었고 그러다보면 아무리 애정을 가지고 있어도 어떤 부분에서 한계를 느끼고 생생하던 애정이 사그라들기도 하고 그러더라고요. 싸우지말자고 제가 스스로에게 몇 번이나 되새기지만, 어쨌든 그렇게 끊어낸 인연도 있고 그 뒤에 새로이 맺은 인연도 있고 그렇습니다. 그나마 남동생은 저랑 같이한 시간이 길어서 조금이나마 달라지게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아마 제 생각만 그런 걸지도 모르겠어요.

난티나무 2021-03-11 17:17   좋아요 0 | URL
새롭게 사람을 발견하는 기분....^^;;;;;; 이랄까요. 새롭다기보다는... 절망적이라고 말하는 게 더 맞을 수도...ㅠㅠ

남동생분 분명 영향 받았을 거예요. 그리고 인연을 끊어낼 수 있는 다락방님의 상황(?) 위치(?) 가 초큼 부럽다고 합니다.... 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