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책 리뷰나 페이퍼도 잘 안 쓰면서 읽고 싶은 책들 목록은 왜 작성하고 싶은지? 


이틀 동안 계속, 종이책을 사대는 나를 어찌 하면 좋을까 생각했다. 어젯밤 책에 책을 타고 전자도서관에서 검색을 하다가 빌려읽고 싶은 책 목록을 노트에 한 페이지 넘게 작성하고 말았다. 적으면서 실실 웃음이 나왔다. 하루에 한 권도 읽을 수가 없는데 하루만에 이렇게 목록이 늘어나면... 음 그러니까... 지금 적어놓은 목록이.. B5 노트로 6장 반이다. 봤다고 체크한 책은 열 권도 안 되네? 한 페이지에 대략 17~20권이 적혀 있으니 12페이지에 무려 240여 권이 @@. 이것만 다 읽으려고 해도 1년은 걸리겠다. 실실 웃으면서 아 이제 진짜 책 그만 사야지 생각했다. (거짓말 하기 싫으니까 구입에 10%의 여지만 남겨둬야지.ㅋㅋ 꼭! 종이책을 사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니. 안사90%가 지켜지기를 바라며.) 


그래서 아래 목록은 살 예정인 책들이 아니라 읽고 싶은 책들이다. 하하.ㅠㅠ 
















해리엇 러너의 책들. 번역된 책들이 제법 많다. 

<무엇이 여자를 분노하게 만드는가> <무엇이 여자를 침묵하게 만드는가> 

사랑은 무엇인가, 가 요즘 내 질문 중 하나라 벨 훅스의 <올어바웃러브>를 읽고 있다. 거기에도 여러 작가와 책이 나온다. (반갑지만 반갑지 않다. 전자도서관에 없어.) 목차를 훑으니 당장 이 두 권이 읽고 싶어졌다. 보관함에 담아놓고 하루를 지내니 좀 나아졌다. 참아야 해. 책 정보를 다시 보지 마. 목차도 보지 말고. 


















M.스캇 펙, <아직도 가야 할 길> 

이 작가도 벨 훅스 책에 나온다. 책 엄청 많아! 세트 막 다 읽어보고 싶고. 사랑에 대한 정의, 좋아요. 


















핍 윌리엄스, <잃어버린 단어들의 사전> 

"사전에서 누락된 여성들의 언어를 복원하다" 라는 문구를 보고 보관함에 넣지 않을 수가. 

















유***님이 강추하신 책, 마리아 포포바, <진리의 발견> 

훑어보니 진짜 읽어보고 싶어졌고요. 비싸고요.ㅎ 그러나 전자책도 있고요. 그러니 진득하게 기다려 볼라고요. 

















지야 통, <리얼리티 버블> 

심하게 땡기는 책. 이런 책을 계속 읽어야 내 생활에도 지속적인 변화가 가능할 것 같다. 습관은 무서워. 아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전자책으로 산 <이러다 지구에 플라스틱만 남겠어>도 아직 덜 읽었.... 반성해라 반성! 

















미지수, <지속 가능한 삶, 비건 지향> 

<리얼리티 버블>과 같은 맥락에서 읽고 싶은 책. 끊임없는 의문이 그동안의 삶과 충돌한다. 목차를 보니 아주 유용할 것 같기는 한데. 전자책으로 사버려? 하고 째려보는 중이다. 10%의 여지에 들어갈 만한가를 좀더 고민해 보자. 

















샐리 진 커닝햄, <나의 위대한 생태텃밭> 

장-마르탱 포르티에, <소규모 유기농을 위한 안내서> 

텃밭에도 관심이 많다. 지금은 안 하지만 몇년 전까지 손바닥 정원에서 흉내만 내어봤다.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면서 텃밭 다시 하고 싶어졌다. 관심 가는 두 권을 담아두었다. 


















마거릿 애트우드, <오릭스와 크레이크>  

보관함에는 한 권만 있지만 애트우드 책 한권씩 다 사려고 벼르는 중. 전자책으로 사기 참 싫다. 종이책으로 <시녀이야기>, <증언들>, <그레이스>, <페넬로피아드>를 갖고 있다. 헉. <그레이스>와 <페넬로피아드> 아직 안 읽었어. 우선 다 읽자. 

















케이트 커크패트릭, <보부아르, 여성의 탄생> 

"보부아르와 사르트르의 관계를 새로운 관점에서 다시 정의"한다고 하니 이 전기로 보부아르의 생을 읽어보고 싶어진다. <제2의 성>도 안 읽었는데. 물론 다른 책도 못 읽어봄.ㅠㅠ 


















오드리 로드, <시스터 아웃사이더> 

북플 읽고싶어요 체크했더니 추천 리뷰가 뜬다. 뭥미,가 절로 나오는 리뷰였다. 열 받아. 아무거나 막 추천하지 말라고. 

















여러 작가 지음, <야자나무 도적> 

여성작가들의 SF단편 모음집! 

"전 세계 페미니즘 SF의 작은 박물관,
28편의 중단편을 엮은 《혁명하는 여자들》 완역판!" 

전자도서관 검색하니 올라왔다! 기다린 보람 있다. 

















여러 작가 지음, <곰과 함께> 

"현대 작가 열 명이 '환경 위기와 인류의 미래'를 주제로 쓴 소설'이라고 한다. 


















박선영/유지영, <말하는 몸 1,2> 

읽고 싶은 책을 모두 읽고싶어요 표시를 할 수 없어서 보관함만 넘쳐나는데 그 중 하나인 책. 사랑은 무엇인가와 함께 몸은 무엇인가 역시 내 요즘 질문 중 하나이기에. 



이밖에도 수많은 책들이 있으나 여기까지. 끝없는 이야기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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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1-02-04 01: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캇 펙 책 예쁘게 나왔네요 ^^ 스캇 펙 책 언젠가는 다 모으고 싶어요. 난티나무님이 읽고 싶은 책 저도 함께 읽고싶어지네요 ^^

난티나무 2021-02-04 02:08   좋아요 2 | URL
오 그런 작가입니까? 전 처음 들어서 ㅠㅠ 꼭 읽어봐야 겠어요!! 댓글 감사합니다!^^

han22598 2021-02-04 02:47   좋아요 2 | URL
스캇이 무신론자였다가 나중에 믿음을 가지게 되시는데, 그 여정가운데 질문하고 고민하는 과정들이 이 책에 녹여져있어요. 하지만 종교적인 색체는 거의 없어요. 인간의 근본적인 질문들에 관한것들이어서....개인적으로, 크리스챤인 저에게는 신앙과 관련된 고민들에 대해서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난티나무 2021-02-04 03:16   좋아요 2 | URL
아하! 책 소개에도 그런 설명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더 호기심이 일었어요. 저는 종교는 없지만요.^^ 벨 훅스의 책 앞부분에서 사랑에 관해 말한 부분밖에 못 읽었지만 그것만 봐도 책이 좋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2-04 06: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전자도서관 들어가면 신간 나올 때마다 제목이랑 작가랑 위시리스트 슉슉 만드는데ㅋㅋㅋㅋ여태 적은 거 십 년 지나도 다 못 볼 거 같아요 ㅋㅋㅋㅋ

난티나무 2021-02-04 07:31   좋아요 2 | URL
아하하하!!!!!!!! 격하게 공감합니다! ㅠㅠ 웃퍼요...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라파엘 2021-02-04 08: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캇 펙의 ˝아직도 가야 할 길˝은 열음사에서 나왔던 예전 판본의 번역이 더 좋았던 것 같아요 ㅎㅎ

난티나무 2021-02-04 19:05   좋아요 1 | URL
라파엘님 안녕하세요?
아 그렇군요! 열음사 책들은 절판이네요. 전자책도 단 한권밖에 없고요. 하하^^;;;
어떻게 읽을 것인가를 좀 고민해 봐야 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다락방 2021-02-04 08: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벨 훅스 책 읽고 스캇 펙 저 책 샀거든요. 그게 벌써 몇 년전인데 아직도 안읽고 책장에 그대로 있어요. 어떡하죠? ㅎㅎㅎㅎㅎ

난티나무 2021-02-04 19:06   좋아요 0 | URL
오 역시 다락방님~ 어떡하죠?ㅎㅎㅎㅎㅎ 저도 책장에 작년에 산 책들 그냥 있어요. 어떡하죠? 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1-02-04 09: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언니 나 보봐르 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티나무 2021-02-04 19:06   좋아요 0 | URL
우왕~ 좋겠당~ 나도 사고 싶지만 참을 꼬야요!!!!!! ㅎㅎㅎ

막시무스 2021-02-04 09: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릭스와 크레이크는 부피와 질량이 심오하지만 꽂아두면 간지는 좀 나는것 같아요! 종이책 강추! 책 내용은 완전 강추입니다!ㅎ

난티나무 2021-02-04 19:07   좋아요 1 | URL
역시 종이책인 것이죠? 저도 그럴 줄 알았답니다.^^;;;;;;
부피와 질량이 심오하다니 더더욱 기대 되어요! 막시무스님 강추 감사히 받겠습니다~^^

비연 2021-02-04 1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난티나무님... 이런 페이퍼는.... 흑흑...

난티나무 2021-02-04 19:08   좋아요 0 | URL
비연님 울지 마세요... 흑흑...

단발머리 2021-02-04 1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골라먹는 재미도 아니면서 난티나무님 서재 완전 책맛집이군요. 뭘 골라야할지 몰라, 일단 다 집어넣는걸로 해요.
오릭스와 크레이크랑 나머지 두 편 다, 제가 좋아하는 작품이에요. 하트뿅뿅!!

난티나무 2021-02-04 19:09   좋아요 0 | URL
우와 책맛집!
애트우드 책 살 때는 단발머리님께 땡투하려고 마음먹고 있습니다~ㅎㅎㅎㅎㅎ 사야지 사야지 언젠간 사야지!!!!!!!
 

책소포를 부쳤다는 연락이 왔다. 원래 1주일 전에 떴어야 하는 소포인데 우여곡절을 겪고 다시 보냈다고. 일주일 만에 배송비가 올랐다고 한다. 코로나 때문에 붙는 추가요금이 킬로당 2천원 가량이 더 올랐다고. (추가요금은 또 뭔가요 @@) 14킬로 보내는데 19만원을 냈단다. 같은 무게에 지난주보다 2만원 넘게 더 낸 셈. 정말 엄청 올랐군.ㅠㅠ 


읽고 싶은 책을 종이책으로 구입해 꽂아두고 싶다는 열망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전자책으로 사면 바로 읽을 수 있고 보관할 공간도 필요없는데 말이다. 비싼 배송비를 내고 오랜 시간 기다렸다 손에 쥐는 그 마음은 뭘까? 나에게 필요한 건 이북리더기가 아닐까? 최선의 타협을 해야 하지 않나? 

전자도서관을 이용한 지 몇개월째다. 빌려보면 책을 사는 횟수가 줄겠지 했다. 빌려보고 정말 갖고 싶고 자꾸 읽어보고 싶은 책만 사자 했다. 그러나 전자도서관에는 아직 없는 책이 많았고 나는 언제 될 지 모르는 업데이트를 기다릴 여력이 없다. 종이책 구매 금액은 줄어들지 않았다. 하늘을 날아온 책들은 읽힐 차례가 언제인지도 모르고 기다리는 중이다. 전자도서관에서 빌려 읽을 책들의 목록도 길어져가기만 한다. 갈수록 가관이다. 


슬며시 마음이 반항을 한다. 내가 책을 사면 안되는 이유는 뭐야? 대체 왜 안 되는데?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둘 자리가 없어 쌓아두더라도, 박스에 담아 두게 되더라도, 나중에 처치곤란 애물단지가 되더라도, 다 끌어안고 살고 싶은 마음이 아직은 크다. 내 대책 없는 성격은 이럴 때 매우 낙천적인 생각을 하게 만든다. 시간이 지나 어차피 버릴 수밖에 없다면 그 전에 누구누구들에게 나누어 보내주어도 될 것이고, 이 근방이든 대도시든 한글학교 같은 곳에 기부를 해도 된다고 생각해 버린다. 더 큰 상상도 한다. 넓은 집으로 이사가서 한 공간을 책으로 가득 채우고 그곳을 개방하고 싶다는 상상. 한국책 읽고 싶은 사람들 와라. 한글은 당연히 배워야지. (아... 내가 이래서 프랑스어를 못하나?ㅠㅠ) 이 시골 구석까지 어떤 프랑스사람이 한글책을 읽고 싶다고 오겠냐마는, 안 와도 좋다. 그냥, 그렇다는 것이다. 

한국에 살고 있다고 해도 나는 이런 꿈을 꾸었을 것이다. 상상을 하다 보면 그 책꽂이들에 꽂힐 책들은 어떤 책들인가 생각하게 된다. 지금 내가 갖고 있는 책들을 돌아보게 된다. 이런 상상은 때론 유익하다. 책들을 통해 보게 되는 나의 모습. 


그러니까, 오늘의 질문. 

종이책을 계속 사? 말아? 












오늘까지인 적립금 2천원을 쓰려고 보관함과 장바구니를 오가다가 배송비 19만원이 생각나서 ㅠㅠ 책 말고 노트를 샀다.(읭?) 다행인지 불행인지 우체국에서 선박배송을 한다고 하니 이제는 웬만하면 배로 책을 받아야 할 것 같다. 배송추적도 안 되고 중간에 사라져도 어쩔 수 없고 2~3달을 기본으로 기다려야 하지만 20킬로 6만원(아마 이것도 올랐겠지) 선이면 엄청나게 비용을 아낄 수 있으니까. 아낀 돈으로 책을 더 사겠지만.ㅎㅎ 배로 받는다 생각하고 맘놓고(?) 노트를 산다. (트윈링 노트 검색하면 스누피 사진밖에 안 뜬다. 나는 늘 다른 걸 산다.) 


책을 사 말아 해놓고는! 배로 받을려면 이번달엔 책을 빨리 사서 빨리 보내라고 해야지 다짐하는 나, 19만원을 배송비로 날려먹으면서 적립금 2천원 아깝다고 2만원어치 노트를 사는 나는 도대체 뭔가. 뭐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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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2-01 23: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난티나무님 프랑스에 거주 중이시군요! 저도 책값 줄여보려고 도서관에서 한번씩 빌려오는데 결국 이것도 그것도 늘어나고 말았어요ㅠㅇㅠ 그치만 읽을 책들 바라봄 행복하잖아요?그..쵸?😊하..

난티나무 2021-02-02 00:02   좋아요 2 | URL
그니깐 산 책도 쌓이고 빌린 책도 쌓이고 진퇴양난이 따로 없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읽을 책들은 뿌듯하고 읽어버린 책들만 남으면 허무해서 자꾸 사는 건가 봐요. 저는 그동안 책을 너무 못 사서 늘 다 읽어버린 책들만 쳐다보고 살았거든요. 지금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책들을 훑으며 아 아직 많이 남았구나, 와 동시에 아 언제 다 읽지, 생각합니다.ㅎㅎㅎ 그래도 이북리더기 고민을 좀 진지하게 해야 할 것 같기는 해요.ㅠㅠ

psyche 2021-02-02 08: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방 한칸 또는 작은 사무실 같은 곳에 제 한글 책으로 채우고 사람들 빌려주기도 하고 커피도 마시고 뜨개질도 하고 음악도 나오고 뭐 그런 공간을 꿈꿨습니다만 몇년 전부터 종이책 구입을 최소한으로 하고 있어요. 책이 감당이 안되더라고요. 아까워서 버리거나 누구 주지도 못하는데 책장에 자리는 없어서 이중주차, 박스에 그냥 들어있고 그렇게 살다가 큰 맘 먹었죠.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어 긴축재정이 필요했기도 했고요. 영어책은 무조건 도서관, 한글책은 밀리의 서재와 가끔 전자책 구입으로 읽고 있어요.
전자책은 쓰다보니 익숙해졌어요. 저에게는 무엇보다 글자크기를 크게 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랍니다. 물론 사 놓고 안 읽은 전자책도 많은데 그건 자리를 차지하는 건 아니니까요. ㅎㅎ

수이 2021-02-02 16:07   좋아요 0 | URL
프시케님 저 그냥 킨들 사버릴까요? 말씀 들으니까 갈등 다시 시작되고 부글부글

psyche 2021-02-02 17:18   좋아요 0 | URL
수연님 킨들을 사시면 이제 종이책은 종이책대로 전자책은 또 전자책으로 사게 됩니다. 전자책의 장점도 많습니다만 정말 벗어날 수 없는 늪에 빠지시게 될 듯. ㅎㅎ

난티나무 2021-02-03 06:19   좋아요 1 | URL
psyche님 저도 그런 공간 만들고 싶습니다.ㅠㅠ 뜨개질 저도 좋아해요!
밀리의 서재 가입할까 저도 생각 중이에요. 그런데 그래도 종이책을 살 것 같단 말이죠. 흑흑. 눈이 너무 안 좋아서 전자책 괜찮을까 싶기도 해서 갈등입니다. 공간 차지하지 않는다는 게 최고의 장점이자 최고의 단점인 거 같아요....^^;;;;;;

psyche 2021-02-03 07:33   좋아요 0 | URL
난티나무님 뜨개질 좋아하신다니 더욱 반갑네요!
밀리의 서재는 작년 4월부터 시작했는데요. 원래는 무료 한 달만 하려던 게 결국 이렇게 되었네요. 생각보다 책이 많아요. 예전에는 전자책으로 나오는 책이 정말 적었는데 이제는 꽤 많더라고요. 한달에 10.99달라니까 두 권만 읽어도 이익이다 이러면서 끊지 못하고 있네요.

난티나무 2021-02-03 23:16   좋아요 0 | URL
저는 하룻밤 사이에 마음을 좀 고쳐먹으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하하~ 갈대라네 갈대~~~~
전자도서관에도 읽을 책이 많은데... 기다리지 못하고 먼저 읽고 싶은 마음에 자꾸 사는 거 같더라고요. 딱 끊어보면 어떨까 막 이런 생각.. 하아~ 뭐 이런 거 갖고 고민하냐 할 수도 있는데 이게 공간과도 연결되고 돈과도 연결되니 가벼울 수가 없네요.
맞아요 밀리의 서재도 두세 권만 읽는다 해도 이익이죠. 음 일단 책사기가 90% 이상 끊어지려는지 실험이라도 해 봐야 할 것 같아요. 10%는 양심상 남겨놓는 걸로~ㅋㅋㅋㅋㅋㅋㅋ
뜨개질 안 한 지 거의 1년째예요. 작년에 막 달리다 손목 탈이 나서 그때부터 계속 쉬고 있어요.^^;;;; 대신에 책을 읽었더니 이제는 목에 탈이 나려고 하네요.@@

잠자냥 2021-02-02 09: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적립금 2천원 쓰려고 배송비 19만원ㅋㅋㅋㅋㅋㅋㅋㅋ 웃게 되지만 알라딘 개미지옥 개미들은 다 그렇잖아요? 그놈의 적립금이 뭔지 왠지 안 쓰면 아까운 마음이 들어 그거 쓰려고 항상 배보다 배꼽이 더 크죠.... ㅠㅠ ㅋㅋㅋㅋ

난티나무 2021-02-03 06:21   좋아요 0 | URL
그니깐요. 어쩜 좋은가요. 맨날 우네요. 흑흑.
적립금 안 받는다 할 수도 엄꼬.... ㅋㅋㅋㅋㅋㅋㅋ
아 배송비 진짜...ㅠㅠ 울자...ㅜㅜ

잠자냥 2021-02-02 09: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종이책은 (영혼의) 사랑입니다~

비연 2021-02-02 10:16   좋아요 1 | URL
저도 요즘 이북리더기를 사야 하나... 계속 망설이기만.
종이책을 워낙 사랑하는 나머지 ..;;

단발머리 2021-02-02 11:52   좋아요 2 | URL
이북리더기로도 아이패드로도 읽을 수 있지만 저도 아직은 종이책이 좋아요.
뭐라해도 역시 책은 줄치는 맛이 최고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2-02 14:18   좋아요 0 | URL
저 역시 줄치는 맛이 살아있는 종이책을 사랑하지만 비연님이 이북 리더기 사는 건 추천합니다. 그럼 이만..

난티나무 2021-02-03 06:21   좋아요 0 | URL
종이책은 (영혼의) 사랑입니다~ 222222222222222

다락방 2021-02-02 14: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적립금 천 원 주면 그거 쓰겠다고 책 몇 만원어치 사요. 다들 이러고 사는건가 봅니다. 저만 그런건 아니니까... 다행이라고 해야할까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ㅠㅠ

수이 2021-02-02 16:07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운다 ㅠㅠ ㅋㅋㅋㅋㅋ

난티나무 2021-02-03 06:22   좋아요 0 | URL
같이 울어요...ㅠㅠ

수이 2021-02-02 16: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절충을 하면 좋지 않을까요 음 😳 저 리더기 살까 갈등중인데 갈등 다 끝내고 안 산다 했는데 그냥 이북으로 읽어도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왔다갔다 해요. 하지만 개미지옥에 들어온 이상 그대여 함부로 탈출을 꿈꾸지 마시기를😎

난티나무 2021-02-03 06:24   좋아요 0 | URL
아니 진짜 위에 프시케님 말씀대로 전자책은 전자책대로 사고 종이책은 종이책대로 사요. 이 무슨...ㅠㅠ 밀리의 서재 가입해도 똑!같을 거 같아 불안해요. 내 안의 합리화 기계를 뽀솨 버려야 하는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
 

리베카 솔닛의 책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 앞부분에 버지니아 울프와 관련한 솔닛의 강연 일화가 나온다. 


"그때 나는 청중에게 이렇게 말했어야 했다. 우리가 울프의 출산 상태를 추궁하는 건 그의 작품이 제기하는 멋진 질문으로부터 벗어나는 따분하고 무의미한 짓이라고. (기억하기로 그때 나는 어느 시점엔가 내 뜻을 그럭저럭 담았다고 할 수 있는, "이딴 얘기는 집어치우죠"라는 말로 사람들이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도록 이끌었다) 따지자면 아이를 낳는 건 많은 사람이 하는 일이지만, [등대로]와 [3기니]를 쓰는 건 오직 한 사람만이 해낸 일이었으며 우리가 울프를 이야기하는 건 후자의 일 때문이다." (p.15) 


혹시 새로 올라올까 싶어 가끔 전자도서관에서 버지니아 울프를 검색해본다. 얼마전에도 본 제목인데 위 구절을 읽은 후라 유독 눈에 띄는 제목이 있다. <버지니아 울프가 결혼하지 않았다면>. 솔닛이 이런 질문은 무의미하다고 했는데. 구미가 당겨 대출했더니, 소설이다. 















안이희옥, <버지니아 울프가 결혼하지 않았다면> 문학동네, 2000년 10월 


소설의 도입부를 읽으며 아 그만 읽을까 생각했다. 문체가 내 스딸이 아닌데. 평범하면서 거친데. 고민하는 사이 알라딘 정보 검색. 응? 성폭행? 설명도 간단하고 리뷰도 페이퍼도 없다. 좀더 읽어보기로 한다. 


"한영의 말대로 비극은 어차피 일어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소멸해가는 남녀간 사랑의 제도 속에 몸을 던져버리고 싶은 이 강렬한 유혹. 해체되어가는 가족 제도로 회귀하고 싶은 이 안일함. 그러나 못 이기는 체 감상과 낭만에, 감각에 자기를 맡기는 자는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다. 죽음을 극복하려면 새로 탄생하는 것에 시선을 돌려야 한다. 

무엇이 새로 태어나고 있는가? 희생당했던 여자들의 반란, 가족의 해체, 새로운 공동체의 실험, 거기에는 적어도 신선함이 있다. 그러나 그 신선함의 싹을 집요하게 뭉개버리려는 보수적 문화의 끈끈한 압력들, 이성간의 사랑을 우상시하는 지배 담론, 결혼 제도의 권력, 가족의 관습과 전통, 로맨스를 맹종하는 집단 무의식...... 가족 가운데서 온갖 고통을 받아오고, 남자 때문에 삶이 해체되는 극심한 고통을 겪은 나조차도 새로운 대안을 집요하게 추구하지 못하고 집단 세뇌의 끈끈함에 말려들고 만다면, 세상에서 주입하는 생각대로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이야 오죽하랴? 

그들은 허구의 행복을 신기루처럼 쫓다 불행을 마주치고는 어쩔 줄 모르고 파멸해간다. 누가 구원할 것인가? 아무도 없다. 불행한 사람 스스로가 자신을 구제해야 한다. 나처럼 파괴된 여성들 스스로 일어서야 한다. 끈질기게 자신을 치유하고 집단의 압력으로부터 스스로를 지켜내야 한다. 그렇다. 지금은 환상을 꿈꿀 때가 아니라 반란을 꿈꿀 때다. 여자들의 반란은 오래 전에 시작되었고, 점점 더 끓어오르고 있다." 


흠. 어느새 여기저기 밑줄을 긋는 나를 발견한다. 밑줄을 그으며 가만 보니 주인공의 목소리로 대변되는 작가의 분노가 느껴진다. 성추행, 성폭행, 윤간, 2차 가해, 사회적 낙인, 트라우마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경험으로 말하는 세계. 


" "친족 성폭행이 꽤 흔한 일이지?"

"그럼. 영국의 버지니아 울프도 일찍이 사촌오빠에게 성추행당했지, 흑인 작가 앨리스 워커도 근친강간의 경험이 있어. 그리고 한국에선 김보은, 김진관 사건이 있잖아. 평생을 성폭행한 의부를 찔러 죽인 거...... 성폭행의 삼십 프로 가량이 근친에 의해 일어나고 있어." 

... 

"성폭행에 관한 소설들은 나도 꽤 읽었어. 미국의 안드레아 드워킨이 쓴 [신에게는 딸이 없다] 같은 거...... 아홉 살 때 성폭행을 당했는데, 부모는 남자의 성기가 삽입됐는지 안 됐는지에만 관심을 갖지.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은 주인공이 엄청난 방황을 하는 아주 극단적인 작품이야. 일본 사람 오치아이 게이코의 성폭력 소설이나 흑인 작가 사파이어의 [푸시], 그리고 김형경의 [세월]도 읽어봤어. 그런데 뭔가 할 말이 더 있을 거 같다는 느낌이 자꾸 드는 거야." 

"그러면 너, 소설을 써보면 어떠니?" 

"내가 소설을 어떻게 쓰니?" 

"아니, 내 생각엔 누군가 써야 돼. 그리고 넌 쓸 수 있어. 생각해봐. 한국에선 성폭행 체험자들의 글이 많지 않아. 강간 범죄율은 세계 2위라는데...... 당한 여자들이 성폭행의 고통을 몰라서 그럴까? 왜 모두 침묵하는 걸까? 아니야, 침묵을 강요당하는 거야. 그러다가 김부남같이 병들 대로 병들어서 이십 년 전 자기를 성폭행한 동네 아저씨를 찔러 죽이는 극단적인 사건을 일으키는 거야. 영국보다 미국보다 일본보다 더 과격해. 왜? 감히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이야. 이래서는 안 돼. 말을 해야 해. 미치기 전에, 살인하기 전에 말을 해야 해." " 


주인공 현주와 친구 해경의 대화다. 해경은 여성단체에서 일하고 있다. 


"현주의 가랑이는 정육점에 걸린 죽은 고기처럼 벌려졌다." 


이 문장에서는 <육식의 성정치>가 떠올랐고. 


" "사이킥 에너지라구요? 그래요. 사실 내 안에는 박영미씨처럼 칼이라도 휘두르고 싶은 분노가 있어요. 그 분노는 전 세계라도 파괴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이에요. 더구나 어릴 때부터 계속 남자들한테 당해왔다는 생각이 들면 모든 남자를 살해하고, 거세시켰음 좋겠어요. 솔직히 말하면 나는 남자들이 멸종했으면 해요." 

남자 원장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약간 옆으로 돌리며 말했다. 

"남자들이 멸종하면 인류는 어떻게 유지되고요?" 

"인간 복제 기술이 발달하면 여자들끼리 과학적으로 단성 생식을 할 수 있을 거예요." " 


"왜 남자들은 성폭행을 할까?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 남자들의 힘, 남자들의 세력. 남자들은 그들의 힘을 이용해서 여자와 아이들을 지배하면서 가장이 된다. 남자 가장들이 모이면 사회가 되고 국가가 된다. 그들은 법을 만들고 기업을 경영하고 정치를 하면서 남자들 중심의 사회 제도를 만든다. 남자들 중심의 역사를 만든다. 흔히 말하는 가부장 제도이다. 가부장 제도 속에서 남자는 돈과 힘을 가지고 여자를 선택해 결혼하고, 대를 이어줄 아이를 낳고 기르게 한다. 일부일처 제도다. 그러나 사실은 여자에게만 순결과 정절이 강요된다." 


"그래, 삶의 방식이란 책꽂이에 분류된 책들이나 서류들처럼 일목요연하게 나누고 이름붙일 수 있는 게 아냐. 잘 정리된 이론은 삶의 해명에 도움이 되지만, 그 이론이 곧 삶의 전부를 설명하는 건 아니지. 내 경험을 정리해 주고 분노를 대변해주며 상처의 극복에 도움을 주는 여성해방 이론들은 더없이 소중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닐지도 몰라. 여성주의 이론에 내 경험을 꿰어맞추려는 시도는 어쩌면 또하나의 식민주의인지도 몰라. 앞으로 페미니스트들과 열심히 만나고 배워야 겠지만, 내 생활을 여성주의 이론틀에 꼭 맞추려고 애쓸 필요는 없겠어. 그냥 내 상황 그 자체를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해. 그리고 내 경험을 해석하고 극복해온 사고의 모험도 그냥 그대로 지켜보자. 그 모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 


조심할 것. 무조건 '여성주의 이론에 내 경험을 꿰어맞추려는 시도'는 위험하다고 나도 막연히 생각했다. 그러기는 아주 쉽다. 


현주에게 오랜 연정을 품고 있는 한영에 대한 작가의 태도는 좀 아쉬웠다. 그가 젊은 시절 한 일(짓)은 앞뒤 상황을 재어보지 않아도 확실히 잘못한 거라는 생각이 든다. (현주가 애인의 투신-죽음으로 정신을 잃을 정도로 술을 마시고 한영에게 옷을 벗고 덤벼들었다. 그는 그래 내가 책임질게 하며 그녀와 잔다.ㅠㅠ) 현주는 어린 시절 성추행을 당했고 그래서 남자들과의 접촉을 극도로 꺼리는 인물인데 어째서 그런 행동을 하는지가 우선 납득이 되지 않았다. (아니 그럴 수는 있지만, 애인의 이름을 부르는 현주를 안은 한영은 잘못이 없는 것일까? 여자는 제정신이 아닌데? 그런 맥락에서 시간이 흘러 만난 그 남자를 좋아하게 되는 것도 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무엇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소설 전체에서 느껴지는데 이 부분만큼은 설명이 부족한 것 같다. 아니면 한영의 캐릭터 자체가 작가의 의도였을까? 


하고 싶은 말을 꿈으로 표현하는 방식이나 인물의 대사로 표현하는 방식이 직접적이라고 할까. 말하고자 하는 것이 너무 많다고도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과격함이 그리 나쁘게 느껴지지만은 않았다. 제목에 끌려 읽게 된 소설이지만, 강렬했다. 2000년에 나온 소설이라 더 그렇게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권하는 건가요 물으면 쩜쩜쩜,이 답이 될 듯. 10년 전 20년 전에 쓰여진 이런 소설들이 어딘가에 더 있을까? 

(최근에 구입한 책이 떠오른다. 최진영, <이제야 언니에게>, 절반쯤 읽었다.)

읽었으니 기록. 

함께 빌린 다른 책의 제목은 <버지니아 울프와 밤을 새다> 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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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1-02-01 08: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이화경,이라는 작가를 처음 듣는데, 엄청 강렬한 소설을 썼군요. 읽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ㅠㅠ
<버지니아 울프가 결혼하지 않았다면>은 옆동네 도서관에 있다고 하네요. 상호대차를 신청해서 읽어봐야겠어요. 난티나무님 덕분에 좋은 책을 소개받아요. 우하하하하하! 감사합니다.

전 최근에 <버지니아 울프라는 이름으로>라는 평전을 읽으면서 ‘결혼‘할 수 밖에 없었지만 버지니아 울프가 좋은 사람과 결혼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런 생각도 조금 들었거든요. 무엇보다 울프의 천재성을 이해하고 지지해주는 사람이었고 둘 사이에 그런 끈끈한 동료애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울프 사후의 일들에는 논란이 있다고 하는데 그가 자신이 원하는 방식과 모습으로 울프를 제한했다는 논란도 있었던 것 같아요.
난티나무님 방에서 울프 이야기 하니까 좋네요. 전 2월에는 솔출판사 버지니아 울프 전집 순서대로 <등대로>를 읽으려고 합니다. 궁금하지 않으실수도 있지만 혹 궁금하실까 알려드려요^^

난티나무 2021-02-01 19:41   좋아요 1 | URL
엇 이화경은 <버지니아 울프와 밤을 새다> 저자입니다. 이 책은 소설 아니고요, 여러 작가들의 생애와 작품을 이야기하는 책이더라고요. 첫 시작은 제인 오스틴이고요. 목차에 사강도 있고 하길래 빌려보았습니다.^^
<버지니아 울프가 결혼하지 않았다면>은 음 위에도 썼듯이, 쩜쩜쩜... 뭐라 말하기가 어렵네요. 그래도 시도를 높이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도 버지니아 울프의 남편이 든든한 버팀목이자 조력자이자 뭐 그랬다고 어디서 봤는데요, 그렇기도 했겠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들도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냥, 넘겨짚어보는 생각입니다.ㅎㅎㅎ 그래서 버지니아 울프가 결혼하지 않았다면,이라는 문구에 끌렸나?ㅎㅎㅎㅎ 암튼 논란이 있었다니 그것 또한 궁금해 지네요. 평전도 나중에 읽어보겠습니다.

솔출판사 전집이 작품 발표 순서대로인가요? 오홍~ 저의 <등대로>는 이제야 한국 우체국에 갔답니다. 허허. 단발머리님 읽으시는 것 궁금해요 궁금해~!! 계속 궁금해 할 꼬야요~!!!


단발머리 2021-02-02 11:51   좋아요 0 | URL
앗! <버지니아 울프가 결혼하지 않았다면>이 소설이군요 @@

제가 확인해보지 않아서 출간 연도 순인지는 모르겠어요. 저는 출판사 시리즈 순서대로입니다. 올랜도는 워낙 궁금해서 그냥 읽었구요. 다음에는 순서대로요ㅋㅋㅋㅋㅋ 1. 등대로 2. 파도 이런 순으로 갑니다^^

난티나무 2021-02-03 06:27   좋아요 0 | URL
아아 기대된다...요 ㅎㅎㅎㅎㅎ
의식의 흐름 기법에 완전 취약한데 어찌 잘 읽을 수 있으려나 몰겠어요. 히히~

다락방 2021-02-01 09: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난티나무님 독서의 기록을 보는 일이 요즘의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책을 읽고 다른 책과 연결되고 그런 생각과 흔적들이 고스란히 녹아 있으니 말예요.

일전에 버지니아 울프 좋아하시던 분이 알라딘에 계셨는데(공부중이라 하셨던 것 같아요) 그때만해도 저는 버지니아 울프에 대해 관심이 전혀 없던 터라 그때를 생각하면 참 후회가 돼요. 그 때 읽을걸, 조금 더 빨리 알걸.. 하고서요. 저는 참 늦된가 봅니다.

올려주신 책은 검색해보니 절판이거나 품절도 아닌 고로, 저는 사서 읽도록 하겠습니다. 아하핫.

페이퍼 감사해요, 난티나무님!!

난티나무 2021-02-01 19:48   좋아요 0 | URL
사서 읽으신다니 부담 백배인데요. 글을 적으면서도 이 소설을 누가 사서 본다고 하면 말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잠깐 고민했어요.ㅎㅎㅎㅎ 사서 보고 다시 팔아도 되니깐, 하면서 혼자 정리했습니다.ㅋㅋㅋ 20년 전임을 감안하여 본다면... 아~ 모르겠어요~~~~~~~

늦되기로 말하자면 제가 더..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늦되는 거 없다고 생각합시다! 흑흑...

다락방님께 즐거움을 드려서 즐거운 난티나무.

수이 2021-02-01 09: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버지니아 울프가 결혼하지 않았다면_은 바로 읽어봐야겠어요. 읽다보면 저는 다른 식으로 이해할 수도 있을 거 같다 싶어요. 물론 다 읽어봐야 알겠지만요. 친족에 의한 성폭행은 제가 알기로는 50프로에 가깝다고 들었어요. 여가부에서 일하는 친구에게서. 비단 그 비율이 우리나라 뿐만 아니고 전세계적으로 더 플러스 될 거라고_ 왜냐하면 쉬쉬당하고 스스로 쉬쉬해서 밝히지 못하는 이들이 어마어마하니까_ 미투로 인해서 인식이 바뀌고 있고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겠다, 침묵하지 않겠다는 인식이 더 퍼져가고 있으니. 오늘 아침 기사에서도 30대 새아빠에게서 계속 성폭행을 당했으면서도 10대 장녀가 제가 조금만 참았더라면 우리 가족이 모두 행복하게 살지 않았을까요 아이가 그런 생각을 했다는 점, 그리고 사실을 밝힌다면 엄마에게서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는 점, 엄마와 동생들을 지키고자 그 어린 나이에 그런 생각을 했다는 거, 그 자그마한 아이를 지켜주지 못하고 아 세상이 개 같아요.

울프는 울프 그 자체로 우리에게도 다른 이들에게도 시대를 거슬러 계속 읽히겠죠. 좋은 작가란 이렇게 시대를 거슬러 읽힌다...... ‘강렬했다‘고 말씀하시니 일단 소설부터!

난티나무 2021-02-01 20:13   좋아요 0 | URL
거침없이 하고 싶은 말을 소설 속에 다 하는 게 아주 강렬했지요. 이거슨 소설인가 페미니즘 입문서인가.ㅎㅎㅎ 20년 전과 공식적인 퍼센테이지가 그렇게 차이나는군요. 아마 20년 전에도 지금처럼 혹은 더 많은 숫자였겠지요.ㅠㅠ 이런 통계와 글과 사건들을 보다 보면 울화통이 치밀어 오르는데 모든 남자가 그런 건 아니잖아,라는 말이 왤케 짜증나는지, 하아~ 세상이 진짜 뭣 같네요.ㅠㅠ

소설 읽고 글을 쓰면서도 작가의 고민이 내 고민 같고 나도 계속 고민 중이라 확실하게 어떻다고 말할 수 없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생각은 뭉게뭉게 더더 많은데 말로 표현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간단하게 쓰기도 했고... 내가 작가의 의도를 곡해하나 의심도 해보고, 아무튼 또 많은 생각이 들었네요!!^^

2021-11-02 1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1-02 19: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1-04 1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16 0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15 2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가 내린다. 장우산을 집어든다. 우산 쓸 일이 많지 않은데도 우산살 하나가 빠져서 덜렁거린다. 적당히 어깨에 기대어 들고 걷는다. 비오는 토요일에는 사람 그림자 찾아보기가 힘들다. 어지러이 울어대던 새들도 조용하다. 조용하다고 할랬더니 어디선가 새울음 소리가 들려온다. 저기쯤이라 짐작되는 나무 위를 쳐다보지만 헛일이다. 비를 맞고 있지는 않겠지. 많이 안 춥네 하던 생각은 방향을 틀어 바람을 얼굴에 맞게 되면 어김없이 바뀌어버린다. 몇 발자국 더 걷다가 주머니 안에 들어있던 모자를 꺼내어 뒤집어쓴다. 이 모자는 그러니까 햇수로 20년이 훌쩍 넘었다. 20년이 뭐야. 30년 가까이 된 것도 같다. 숫자로 적으니 놀랄 만 하구나. 30년 가까이 멀쩡하다니. 잡지를 사고 사은품으로 받은 것 같은데 넓은 챙모자만 어울리는 듯한 내 두상에 겨우 어울린다는 소리를 할 수 있을 디자인이라 겨울 내내 버리지 않고 쓴다. 쓸 일이 많지 않아서 오래 갖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우산 쓰고 걸어다닐 일이 없네 하고 보니, 재작년 여름 한국에서의 비가 생각난다. 모처럼 부산엘 왔다고 어디라도 데려가고 싶어해서, 그럼 보수동 책방골목에 갑시다 나선 길이었다. 비가 올 것 같아 우산을 있는대로 챙겼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나온 골목에는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백여미터나 걸었을까, 빗줄기는 점점 굵어져서 작은 우산으로는 막아내기가 버거워졌다. 줄줄이 가게 차양 밑으로 몸을 피한 채 이왕 젖은 거 계속 걸을래 그냥 돌아갈래.

나는 가보고 싶은 책방이 있었다. 헌책방들 말고 그 골목 언저리 어딘가에 있다는 작은 책방, 그곳에 가고 싶었다. 헌책방에는 책들이 안팎에서 습기를 견디고 있었다. 접은 우산의 물길이 책에 닿지 않도록 조심해서 걸었다. 다른 사람들이 헌책방 구경을 하는 동안 나는 작은 책방을 찾아나섰다. 동생에게 빌려신은 샌들은 이미 푹 젖은 채였고 치마바지도 절반은 젖은 채였다. 분명 지도에는 여기라 되어있는데 그 자리에 책방은 없었다.

주말이고, 계속 비가 내린다. 점심식사가 끝날 무렵의 시간, 길에서는 물소리만 들린다. 집집마다 다른 소리의 물들. 처마에서 땅으로 직행하는 물방울들의 소리, 모인 물이 통을 타고 흘러내리는 소리, 또락또락 떨어지는 소리, 통통통 튀는 소리, 하수구를 흘러내려가며 위에서 떨어지는 물과 만나는 포로퐁퐁 소리, 관을 울리며 나는 소리들, 화음들. 천천히 걷다가 문득 멈추어보기도 하면서 듣는 음악. 

그 장대비 오던 날 보수동 어귀의 작은 까페에서 커피를 한 잔 마시면 좋았을 걸. 옆지기와 예전에 갔었던 그 까페에 잠시 앉아있다 오면 좋았을 걸. 문을 열지 않아 아쉽게 돌아섰던 기억. 안해도 좋은 생각들.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 뜬금없이 그런 기억이 떠오른다. 헌책방의 책들은 무사할까. 물이 튀지 않아야 할 텐데. 나를 재촉할 거면 책방에 같이 가자고 하지 마. 이런 문장들을 머릿속으로 읊조린다. 암, 책방은 혼자 가는 맛이지.

젖은 우산을 현관에 기대어 두고 신발을 벗는다. 작은넘에게 작아져서 못신는 걸 물려(?)받았다. 방수 되는 겨울 신발이라 빗속을 걸어도 끄덕없다. 비와 눈의 산책을 가능케 해주는 물건이다. 들어오자마자 커피물을 얹는다. 스트레칭과 운동은 빼먹어도 오후의 커피는 빼먹지 않는 모순덩어리. 아, 커피는 치코레다. 카페인 제로. 슬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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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1-01-31 00: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머리 질끈 묶고 한책방 안에서 조용히 책을 읽던 주인장의 옆모습이 생각나는 글이네요~

난티나무 2021-01-31 06:07   좋아요 2 | URL
비연님 가보셨군요. 저는 서너 번쯤 간 것 같은데 한번도 느긋하게 책을 골라본 적이 없어요.ㅠㅠ 그래서 책을 산 적도 없답니다.ㅎㅎㅎㅎ
완전 그려져요, 헌책방과 주인장의 모습!!!!

hnine 2021-01-31 03: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도 좋은데, 사진마저 감성 듬뿍입니다.
(저도 제 아이 옷, 신발, 물려입고 물려신고 그런답니다 ^^)

난티나무 2021-01-31 06:10   좋아요 1 | URL
저 지금 입고 있는 스웨터도 아이 거예요. ㅎㅎ
폰 카메라 촛점이 나가서 엉망인데 가끔은 흐릿해서 좋을 때도 있더라고요. 꼭 촛점 맞아야 하나 싶을 때도 있고...ㅎㅎㅎㅎㅎ
좋게 봐주셔서 매우 감사합니다~^^

라로 2021-01-31 16: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이 음악처럼 읽혀요. 여기도 비왔는데. 저는 빗소리도 못듣고 일만;;; 암튼 저도 드디어 막내 옷이랑 신발이랑 물려받아 입고 걸치고 들고 다 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되나봐요.

난티나무 2021-01-31 19:57   좋아요 0 | URL
일하시는 라로님 응원합니다!
그렇게 되는군요~~ㅎㅎㅎ 애들 옷이 또 더 이쁜 것도 있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1-02-01 08: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진 너무 좋아요. 난티나무님 사진에는 뭐랄까 묘한 ‘느낌‘이 전해져요. 외국이라서 그럴까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전 부산에 두 번 갔었는데 헌책방은 못 가봤네요. 코로나 괜찮아지고 부산에 가게되면 한 번 가보고 싶어요. 작은책방 거리요^^

난티나무 2021-02-01 22:07   좋아요 0 | URL
느낌 있다 하시니 으흐흐 좋습니다. 촛점 나간 카메라 덕분(?)!!! ㅎㅎㅎ
부산에서는 늘 시간에 쫓겨서 다닌 것 같아요. 돌이켜보니 역시 여행은 혼여! 함께 하는 사람이 빨리 가자고 재촉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동행도 오케이! 아... 진짜 여행 느무 가고 싶네요.ㅠㅠ
 














"물론 이따금 불쑥 아무 상관없는 일들이나 음모론을 늘어놓는 사람 중에는 남자도 있고 여자도 있지만, 내 경험상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자신감이 넘쳐서 정면 대결을 일삼는 사람은 유독 한쪽 성에 많다. 남자들은 자꾸 나를, 그리고 다른 여자들을 가르치려 든다. 자기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든 모르든. 어떤 남자들은 그렇다." (p.15)


이런 성향을 가진 남자가 내 옆에도 있다. 그의 별명은 설명맨이다. 옛날에는 그의 말이 다 맞는 줄 알았다. 모르는 게 없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그렇게 빠삭하게 다 알고 그것을 확신할 수 있는지 부럽기까지 했다. 언젠가부터 조금씩 의문이 떠올랐다. 그거, 아닌 거 같은데. 그렇게 하면 안 될 것 같은데. 그래도 내 생각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나는 확신이 없었으니까. 몇 해가 더 흐르자 의문이 생기면 확신이 없어도 말을 내뱉었다. 그거 아닌 거 같은데. 이렇게 해야 될 것 같아. 내 의견은 쉽게 무시되었고 나도 내 의견을 주장하고 행동으로 옮길 의지는 없었다. 더 시간이 흘러 그 일에 관해 결국 내 의견이 맞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한번이 아니라 여러번. 결국 내 생각이 맞았네. 조금씩 그런 일을 겪으면서, 나는 확신 없이도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제는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 그거 아닌 것 같다고 대거리를 한다. 넌 어찌 그리 확신하냐고 묻는다. 다른 시각의 예를 든다. 편견이라고 비판한다. 그래서 그와 나는 종종 다툰다. 


리베카 솔닛도 서문에서 이야기하고 있듯, 이 책은 맨스플레인에 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 강간, 살해 이야기로 흘러간다. 사실 구분짓고 분류하는 것이 늘 바람직하지는 않다. 어떤 현상은 한 가지 원인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니까. 연결되어 있으니까. 그래서 페미니즘 책을 읽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대거리를 할 때 유용하다. 바로 이런 주제의 이야기를 할 때. 강간하고 살해하는 남자들이 왜 그러는 것일까를 이야기할 때. 처음에 설명맨은 그 남자들이 이상한 거라고 했다. 다음엔 정신적인 문제가 있어서, 어릴 때의 트라우마 때문에, 성적 학대를 당해서 등등의 이유를 들었다. 그럼 그 수많은 여자들, 트라우마와 성적 학대를 당한 여자들은 왜 범죄를 저지르지 않지? 왜 남자들만 저지르지? 여자를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인식은 어떻게 가지게 되었을까? 나는 설명맨의 성향을 갖고 있지 않으므로 설명에 종종 실패한다. 설명맨은 아직 이해가 힘들다. 이제 겨우 벨 훅스의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을 읽기 시작하며 아 요론 것이 페미니즘이군 하는 아주 단순한 단계이기 때문이다. 나는 설명맨을 대하며 페미니즘 책들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간접적으로, 그러나 온몸으로, 다시, 23년어치를, 새롭게, 느낀다. 


"사실 우리는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조차도 모를 때가 허다한데, 하물며 그 질감과 반영이 우리와는 달랐던 시대에 살다 죽은 사람에 대해서야 어떻겠는가. 빈틈을 메운다는 것은 우리가 완전히 알지는 못하는 어떤 진실을 완전히 안다고 착각하는 어떤 거짓으로 바꾸는 일이다. 우리가 무언가를 다 안다고 착각할 때는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자각할 때보다 사실 더 모른다. 완결된 지식을 가진 척하는 이런 태도는 어쩌면 실패한 언어의 문제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대담하게 단언하는 언어는 뉘앙스와 모호함과 성찰을 간직한 언어보다 더 간명하고 덜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후자의 언어에서라면 울프는 달리 비길 상대가 없다." (p.125) 


" "나는 최선을 다해서 그녀를 죽였다. 만일 내가 법정에 서야 한다면, 내 행동은 정당방위였다고 변명하리라.  ... 집안의 천사를 죽이는 것은 여성 작가의 격분에 포함되는 일이었다. 이제 천사는 죽었다. 그러면 무엇이 남았는가? 잉크병과 함께 침실에 앉아 있는 젊은 여자라는 단순하고 흔한 것이 남았다고 말할 수 있다. 달리 말해, 이제 젊은 여자는 자신에게서 허위를 제거했으므로, 앞으로는 그저 그녀 자신이기만 하면 된다. 아, 그러나 대체 그 '그녀 자신'이란 무엇인가? 그러니까 여성이란 무엇인가? 장담하건대, 나는 모른다. 당신이 알 것 같지도 않다."   "집안의 천사 죽이기, 그 문제는 내가 해결했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죽었다. 그러나 두번째 문제, 하나의 육체로서 나 자신의 경험을 진실되게 이야기하는 문제는 내가 해결한 것 같지 않다. 누구든 해결한 여성이 있을 것 같지도 않다. 여성을 막아선 장애물들은 여전히 엄청나게 강력한데, 그럼에도 정확히 규정하기는 대단히 까다롭다." " (버지니아 울프 인용 부분, p.145~146) 


나는 집안의 천사를 죽일 수 있을까? 이미 시작했을 지도 모르겠다. 설명맨은 내가 달라졌다고 한다. 그러나 그 시각은 여전히 설명맨, 그의 것이다. 아직은 좁고 편협한. 나는 달라졌을까? 만약 그렇다면, 어디가 어떻게 달라졌을까? 버지니아 울프의 말처럼, 잘 모르겠다. 리베카 솔닛의 울프 이야기를 읽으면서 울프 작품을 더 많이 읽어보고 싶어졌다. 


"누구나 그처럼 정규 교육에 앞선 사건들, 일상에 불현듯 등장한 사건들에서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그 배제된 영향력들을 나는 할머니들이라고 부른다." (p.105) 


할머니들. 할머니들. 가장 가까운 할머니, 그러니까 나의 엄마와 설명맨의 엄마가 떠오른다. 나의 엄마의 엄마가 떠오른다. 나의 아빠의 엄마보다 나의 엄마의 엄마가 더 가깝다고 느끼는 것은 고모보다 이모를 더 가깝게 느끼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으리라. 엄마의 언니들이 떠오른다. 또다른 할머니들이 연이어 떠오른다. 모든 떠오르는 할머니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들을 한다. 그런 행동들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가끔 아니고 자주. 어려서나 자라서나 늙어서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관계.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좋은 영향력은 있다. 아마도 대체로 여자들은 공감하고 대체로 남자들은 이해하지 못할, 집안의 천사로 살았던 그들의 삶에서 오는. 아아 이 즈음에서 반성 모드 자체 발동이다. 발동만 될 뿐, 아마도 나의 행동은 바뀌지 않겠지. 트라우마 너무 주셨다고요.ㅠㅠ 애증의 관계들. 


"어떤 여자들은 한번에 조금씩 삭제되고, 어떤 여자들은 단번에 몽땅 삭제된다. 어떤 여자들은 도로 나타난다.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모든 여자들은 지금도 그들을 사라지게 하려는 세력들과 싸우고 있는 셈이다. 여자의 이야기를 자기가 대신 말하려는 세력들과, 여자를 이야기와 족보와 인권현장과 법률에 기록하지 않으려는 세력들과, 자신의 이야기를 단어로든 이미지로든 스스로 말할 수 있는 능력은 그 자체로 이미 승리다. 그 자체로 이미 반란이다." (p.112)  


'반란'이라는 단어를 보자 얼마 전 읽은 소설집 <엄마의 반란>이 생각난다. 내가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던 것은, 그 단어가 가지는 일반적인 의미, 반란은 나쁜 것, 좋지 않은 것,이라는 편견 때문은 아니었나? 군사반란, 쿠데타반란, 이런 단어들에 익숙해진 것은 아닌가? 요즘은 책을 읽다가 혹은 글을 쓰다가 단어의 뜻을 찾아보는 일이 잦다. 반란이 꼭 나쁘게만 사용되는 단어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엄마의 반란'은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는 괜찮은 제목이 아닐까?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만큼의 일을, 용기내어 한다는 것, 내가 원하는 것을 말로 표현하는 것, 상대방을 납득시키는 것, 그러므로 사라 펜(엄마)의 '반란'은 승리라는 것. 제목이 별로라고 생각했던 생각이 슬그머니 꼬리를 감춘다. 요즘처럼 책 한권을 읽고 생각이 조금 바뀌는 일이 잦다면 나는 일년 뒤엔 어느 정도 거짓말쟁이 혹은 변덕쟁이가 되어있을지도. 


"걸으면서 말하는 동안 머릿속에서 여러가지 생각들이 맞아떨어졌다는 키츠의 일화를 보면, 슬렁슬렁 거니는 산책이 상상력을 거닐게 하고 그럼으로써 무언가를 깨닫게 해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이해는 그 자체로 창조활동이다. 성찰을 야외활동으로 바꿔놓는 활동이다. (p.135) ... 울프가 [거리 떠돌기]에서 묘사한 상상의 산책은 오락에 불과했을지도 모르지만, 울프는 실제로 그런 산책의 와중에 <등대로>를 구상했으며, 책상에 앉은 채로는 불가능했을지도 모르는 방식으로 창작을 북돋웠다. 창조작업이란 무릇 예측 불가한 방식으로 이뤄지는 법이다. 배회할 공간이 필요하고, 일정과 체계는 거부된다. 그 방식은 복제 가능한 공식으로 환원되지 않는다.(p.139)"


이 부분을 읽고 나도 배회하고 싶어서, '창조활동'을 하고 싶어서 매일의 산책에 도전하고 있다. 비가 내리니까, 추우니까, 더우니까, 어두워졌으니까, 이런 핑계들 꺼져! 나를 바깥으로 나가게 한 책, 힘이 대단한 책, 그러므로 칭찬. 책꽂이에 있던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를 꺼낸다. 페이지마커들이 조로록 붙어있다. 몇개월 전에 읽었지만 다시 읽으면 왠지 느낌이 또 다를 것 같다. 리베카 솔닛의 다른 책들도 더 읽고 싶다. (덧붙임 : 나는 이틀 전에 책을 구입했다. 알라딘은 감사하다며 적립금 천원을 또 쏘아주었다.ㅠㅠ) 















있는 책. 


아래는 읽고 싶은 책. 일단 요만큼만 읽고 싶다고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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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1-01-29 00: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들을, 전부 가지고 있는... 리베카 솔닛의 글은 예전 알랭 드 보통의 글을 대할 때와 비슷한 느낌을 주어서.. 나오면 다 사게끔 되는.. 뭔 책인들 안 그렇겠냐고 뭐라 하실 분들도 있겠지만 ㅎㅎㅎ ㅠㅜㅜㅜ

난티나무 2021-01-29 00:45   좋아요 2 | URL
우와!!!! 저도 한권씩 천천히 읽어봐야 겠어요! 3월에 또 한 권이 나온다고 합니다!^^ 아실 듯~~~^^

비연 2021-01-29 00:47   좋아요 1 | URL
3월에 사야할 책들이 차곡차곡 쌓여갑니다.. 흐미... ㅜㅜ

난티나무 2021-01-29 00:53   좋아요 0 | URL
📦 ^^;;;;; 역시 개미지옥!!!ㅎㅎㅎ

2021-01-29 07: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9 2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1-01-29 07: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걷기의 인문학을 소장하지 못했네요. 소장욕 부르는 페이퍼입니다.

저도 처음에 리베카 솔닛 읽고 너무 좋았던 기억이 나요. 페미니즘 책들은 처음에 다 그랬어요. 정희진의 페미니즘의 도전부터 시작해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강한 충격은 물론 삶에 의문을 갖게되었던 것들에 대한 답을 알 수 있었죠. 맞아요, 난티나무님. 대거리 할 수도 있었고요.

페이퍼에 언급하신 것처럼 설명맨 한두명쯤 안만나본 사람이 어디있을까요. 한두명이 다 뭐야, 저는 일상적으로 만나는 대부분의 남자들이 다 설명맨이더라고요. 잘 몰라도 확신을 갖고 설명한다는 것에 있어서도 그래요. 저 역시도 그런 점 때문에 상대를 천재인줄 알았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이건 아닌 것 같은데‘ 하는 것들이 생겨났고 그러다 제 말이 맞다는 것도 알게 됐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참동안을 상대가 더 똑똑하다고 생각해왔어요. 지금은 그것이 다 제 착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지만요.. 아, 갑자기 과거 생각나서 가슴이 답답해지네요.

세상에 읽을 책들이 많아서 좋으면서 싫고 싫으면서 좋으네요. 리베카 솔닛 아무 책이나 집어서 읽고 싶어져요. 집에 항상 책은 준비되어 있으니까요. 후훗.

난티나무 2021-01-29 21:03   좋아요 0 | URL
<페미니즘의 도전> 이것도 다시 읽어봐야 겠습니다. 왠지 몇개월 전이랑 지금은 또 다르게 다가올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지금껏 사서 읽은 페미니즘 책들을 모두 다시 읽어볼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하~ 읽을 책도 쌓여있는데 다시 읽기까지 하려면 도대체 어째야 하는 걸까요?ㅎㅎㅎㅎ 마지막 말씀 동감합니다. 좋으면서 싫은 마음! 격하게 공감!!! ㅠㅠ

2021-01-29 2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얄라알라 2021-01-29 08: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표지 사진, 아니 그림도 정말 강렬하죠? ^^ 책 읽고, 화가의 사이트에서 한참 놀았던 기억이 나네요. 그림 사진 중 퍼블릭 도메인에 놓인 건 한장도 없었지만.

난티나무 2021-01-29 21:09   좋아요 1 | URL
맞아요! 사진인 줄 알았어요.^^;;; 그림도 말을 한다! ㅎㅎㅎ 저도 사이트 찾아봐야 겠습니다!

수이 2021-01-29 12: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알라딘 나한테만 천원 준 줄 알았는데!!! 아니었구나!!!!!! 나한테만 주는 것처럼 이야기했으면서 흥!!! 저도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다시 읽고싶어지게 만드는 글이야.

난티나무 2021-01-29 21:10   좋아요 0 | URL
그러게 왜 자꾸 나만 주는지 알라딘이 절 사랑하는 줄 착각할 뻔 했잖아요.

라로 2021-01-31 16:48   좋아요 0 | URL
천원 주면 뭐합니까? 줬다가 금방 뺐어가 버리고 더구나 전자책에는 사용도 할 수 없는 것을. 놀리는 것 같아서 천원 볼 때마다 빈정 상해요. 거부하고 싶어. 수신 메일 체크하는 것처럼 춴원 안 받을래,,뭐 이렇게요.ㅋ

난티나무 2021-01-31 19:59   좋아요 0 | URL
줬다가 뺏고 ㅎㅎㅎㅎㅎㅎ 맞아요 전자책에 쓸 수 있음 좋겠어요. 해외거주 하는 사람들에게 전자책 쿠폰을 허하라!!! ㅋㅋ
춴원 아 또 써야 하나 ㅠㅠ 제가 그래서 종이책을 사는 거 아니겠습니까...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