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소파
제니퍼 와이너 지음, 장원희 옮김 / 신영미디어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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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바비인형을 가지고 놀기 때문에 왜곡된 바디이미지를 형성된다던가, 여분의 지방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바짝 마른 몸매에 기형적으로 긴 다리를 지닌 수퍼모델들 때문에 필요도 없는 다이어트를 하게 된다고들 말한다. 먹고 살 것이 없어 살이 찔래야 찔 수 없었던 옛날에야, 바싹 마른 몸매보다 살집이 있는 것이 더 높게 평가받았을 것이다. 인류에게 문명이라는 것이 생긴 이래 지금만큼 길고 가느다란 몸매를 찬양한 때가 있었을까.

모두들 강조한다. 외모보다는 내면이다.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내면을 가꿔야 한다. 그러나 결국 세상은, 다수가 멋지다고 생각하는 외모를 가진 사람들에게 관대하다. 백화점이든 동대문이든 옷을 하나 사러 가 보면 확실히 느낄 수 있다. 그런 사소한 것에 그치지 않는다. 취직을 하려고 해도 외모는 중요하다. 면접을 위해 지방제거를 하고 성형수술을 받는 경우가 그리 드물다고 할 수 없다. 이성을 사귀거나 결혼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듀오와 같은 결혼정보회사를 보면, 회원을 여러 등급으로 나누고 같은 등급의 사람들끼리 소개를 시켜주는데, 그 등급을 나눌 때 재산이나 학벌만큼, 아니 여자의 경우엔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기준이 바로 키와 몸무게이다. 키작고 뚱뚱하다고? 당연히 최하위 등급이다. 당신이 뚱뚱하다면 그런 곳에 등록하는 것은 돈만 날리는 일일 터이니 일치감치 그만두길 바란다.

<노란 소파>의 주인공은 뚱뚱하다. 뚱뚱한 히로인이라니? 그렇다. 이 책은 로맨스 소설이 아니다. 뚱뚱하지만 다른 매력이 너무나도 넘쳐나 남자들이 줄줄 따르고 결국 잘생기고 돈많은 남자와 이루어지는 그런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이야기도 아니고. 뚱뚱한 여자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받게되는 온갖 차별과 경멸과 비웃음을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다. 결국 여주인공은 자신의 가치라는 것은 외모에 있지 않고 내면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지만, 그것은 참으로 힘들고 괴로운 과정을 거친 뒤이다. 이 책을 읽고 아, 정말 그렇다. 한 사람의 진정한 가치는 그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가에 있지 않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에 있다. 라고 느꼈느냐고? 그렇지는 않다.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으면 그만큼 힘들고 괴로운 과정을 거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강해졌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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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층버스와 버버리코트
정미선 지음 / 김영사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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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부터 12월까지 영국의 주요한 문화행사나 기념일을 정리해 놓은 책이다. 우선 시간별로 서술되어 있어 빠뜨려진 것 없이 정리가 잘 되어있다는 느낌을 준다. 영국에 오래 머무른 사람이 아니면 잘 알 수 없는 크리스마스 세일 이야기, 축구 내기 이야기들도 재미있었고, 문화행사나 풍습의 내력을 소개해 준 것도 단순히 이런 문화행사가 있다 수준에서 그치치 않고 그 행사나 풍습이 영국인들에게 주는 의미를 파악할 수 있게 해줘서 좋았다. 저자가 성의있게 조사하여 글을 썼다는 느낌을 얻을 수 있었으며, 간간이 실려있는 사진들과 글과 어울리는 작은 일러스트에서 출판사의 성의도 느낄 수 있었다. 영국으로의 짧은 여행을 준비하기 위해 볼 책은 아니지만, 읽고 나서 영국에 간다면 조금은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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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EIC 터미네이터 L/C
변진협 지음 / 와이비엠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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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책의 편집도 깔끔하고, 예제도 녹음이 되어있으며, 연습문제의 양이 충분하다. 예전에 나온 리스닝교재 가운데에는 문제푸는 요령 혹은 문제의 유형만을 장황하게 설명하고 실제로 그 요령을 체득할 수 있게 하는 연습문제는 빈약한 것들이 꽤 많았는데, 이것은 연습문제가 아주 충실해서 마음에 든다.

테이프는 5개인데, 두명의 남자와 한명의 여자 목소리로 녹음이 되어있다. 그 중 여자가 아주 발음이 분명하고 목소리 자체도 듣기 좋았으나, 두 남자 중 한사람은 조금 뭉개진 발음을 하고 코맹맹이 소리를 내서 그 사람 목소리가 나올 때마다 왜 이런 사람을 썼는지 짜증이 났다. 실제로 외국인의 말을 듣는 경우 언제나 그 사람이 정확한 발음으로 듣기 쉽게 또박또박 말하지는 않겠지만, 이 책은 회화 교재가 아니고 시험 대비 교재이므로 특히 발음이 정확하고 목소리도 알아 듣기 쉬운 사람을 써 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문제의 수준은 평이하다. 모의고사 식 연습문제의 난이도를 조금 올렸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리스닝 교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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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손 클럽
배수아 지음 / 해냄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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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손 클럽>은 내가 처음으로 읽은 배수아의 작품이다. 나는 크리스천 여자의 고통부분을 읽고 혐오스러워하는 부류인가보다. 읽지 말았어야 했다. 잘 쓴 글인 것 같다. 배수아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이해가 간다. 그렇지만 나와는 맞지 않는 듯 하다. 단지 사람의 손이 튀김솥에 들어가는 묘사 때문은 아니다. 먼지가 수북하게 쌓인 방에서 개밥그릇에 시리얼을 부어 먹는 한나 때문도 아니다.

글을 읽는 동안 눈앞을 둥둥 떠다니던 그 끔찍스런 이미지들. 눈알이 흘러내리고 갈비뼈가 살을 찌르고 나와 몸을 덮은 손이 붉게 물들다. 작가가 원했던 의도가 무엇이건 간에 저런 이미지를 뚫고 그것을 탐색하기란 내겐 거의 불가능 했다. 흰된장을 풀고 마지막에 치즈를 얹는 라면을 끓이면서 '나는 불감증'이라고 말하는 첫부분을 읽으면서, 호. 어쨌든 이 주인공은 고독한 지식인입네 하는 부류는 아니군 하며 흥미를 가지게 되었는데, 섬뜩한 손 그림이 나올 때부터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 이후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보고 싶지 않은 이미지들의 연속이었다. 끝까지 보지 않으면 오히려 더 찜찜할 것 같아 결국 마지막 장을 보았지만, 지금도 무섭다. 작가 인터뷰를 읽으면 뭔가 더 이해할 수 있을까, 이 무서운 상상 속에 숨겨진 다른 의미를. 작가인터뷰를 보았다. 배수아는 그녀의 작품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사람이었다. 40이 다 된 나이에 소녀처럼 보이는 작가 사진을 봐도 그렇고 도대체 어떻게 이런 글을 써내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작가 인터뷰를 다 읽고 나서 더욱 무서웠다. 읽기전엔 아무 느낌도 없었던 표지그림조차 너무 섬뜩해 책을 어떻게든 처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젠 이 글보다 작가 자체가 더 무섭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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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공녀 웅진 완역 세계명작 6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지음, 에델 프랭클린 베츠 그림, 손영미 옮김 / 웅진주니어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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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소공녀'를 어찌나 좋아했던지, 티비에서 방영하던 애니메이션 소공녀도 꼬박꼬박 챙겨보고, 영화화된 소공녀도 모조리 빌려봤었다. 물론 책을 가장 좋아했다. 영화에서는 아버지가 살아돌아오는 좀 터무니없는 해피엔딩이라 느낌이 많이 달랐다. 특히 셜리 맥클레인이 주인공으로 나온 영화 소공녀는, 셜리 맥클레인의 땅딸하고 뚱뚱한 체형과 얄밉게 생긴 얼굴, 서투른 연기로 그야말로 볼 것이 못되었다. 래비니어의 친구 역할 정도를 했으면 딱 맞았을지도. 90년대에 나온 소공녀는 세라가 인도에 있었다는 것을 감안해서일까, 세라가 다른 학원 친구들에게 해주는 이야기가 인도풍이었다.

이 영화에 나오는 세라 역을 한 아역배우는 아주 예쁜 얼굴을 하고 있어서, 세라의 화려한 생활에 대한 동경을 더욱 자극했다.(그런데 금발머리였던 것 같다) 그러나 이 영화도 역시 아버지가 살아돌아오는 것으로 끝나 불만족스러웠다. <소공녀>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람다스가 다락방을 멋지게 꾸며주는 것과, 원숭이를 돌려주러 가서 옆집 신사가 아버지의 친구였다는 것을, 그 신사가 자신을 몹시 찾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되는 장면인데 그것이 몽땅 사라져버린 소공녀란..

어렸을 때 읽었던 책이 완역에 가까운 것이라 더 좋아하게 되었던 것 같다. 다시 완역본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참 기Q쁘다. 편집도 고급스럽고 그림도 예쁘다. 그림이 좀 더 많았더라면 더욱 좋았겠지만, 지금으로서도 소장할 만한 책이라 할 만 하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이나 조카가 있다면 선물하기에 아주 좋을듯. 버넷의 <소공자>도 완역되어 나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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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3-07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여러 출판사에서 나온 여러 종의 <소공녀> 중, 무엇으로 읽을까 고민하다 그림이 너무 예뻐 웅진닷컴(웅진.com)판을 샀더랬죠.
가끔 어렸을 적 읽던 동화책들 읽는 다시 찾아 읽는 기쁨, 읽어 본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

panda78 2004-03-07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맞아! ^^ 그리고 웅진닷컴의 완역판 동화는 책들이 다 예뻐서 전부 가지고 싶어요.

▶◀소굼 2004-03-08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에 책이 몇권 없던 시절에 갖고 있던게 소공녀였었는데...몇 번을 읽고 또 읽고^^;그것조차 가물가물해져버린 이 망할-_-;기억력이란...

panda78 2004-03-08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억이 가물가물 할때 다시 보는게 최고에요! >.< 기억력이 너무 좋아서 한번 읽은 책 계속 기억나면 살맛 안날 것 같은데요.. ^^;;

이파리 2004-06-03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인도풍 <소공녀> 저두 본 것 같습니다. 인도의 연인 이야기가 덤으로 들어 있는 것 맞지요?
그것은 그것대로 재미있게 본 것 같구, 또 하나의 영화 <소공녀>가 있는데... 그것도 아버지가 살아 돌아오는 것 같은데... 우헐~ 저주 받을 기억력...
판다님? 혹 <소공자>는... 어떠신가요?

panda78 2004-06-03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훗, 버넷이라면 뭐든지 좋습니다. ^^ 세드릭 이야기 사려구요.. 어린 폰틀로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