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서 코난 도일, 미스터리 걸작선 세계추리베스트 5
아서 코난 도일 지음, 한지영 옮김, 정태원 작품해설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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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코난도일이 쓴 미스터리라고 하면 홈즈가 나오는 것 뿐인줄 알았다. 그럴 리가 없지만, 국내에 번역소개된 것은 다 홈즈시리즈였으니. 이 책에는 홈즈가 등장하지 않는 단편이 6편 실려있고 정태원 씨의 해설이 딸려있다. 해설까지 합해 딱 200페이지다. 다소 모자란 감이 느껴지는 두께다. 다른 단편을 좀 더 넣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세계추리베스트의 다른 소설 분량정도로 책을 만들었더라면, 해설에서 정태원 씨가 언급한 것 중에 몇편정도는 더 넣을 수 있었을 텐데, 왜 그러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홈즈가 등장하지 않는 코난도일의 단편은, 홈즈가 등장하는 단편에 비해 상당히 시시했다. '사라진 특별열차'와 '검둥이 의사', '우림과 둠밈'은 읽으면서 다 짐작할 수 있었고, '딱정벌레 채집가'는 밑의 리뷰 쓰신 분 말처럼, 기대했던 것 만큼 딱정벌레의 역할이 크지 않았다. 딱정벌레와 관련된 사건이었다면 훨씬 재미있었을 텐데. '검은 상자의 비밀'은 당시에는 충격적?이었을지도 모르는 마지막의 반전이, 지금은 조금 우스꽝스럽다. 미스터리 걸작선집에 넣기는 어딘가 좀 맞지않는 듯한 느낌이..

전체적으로 번역이 매끄러운 편이고 편집도 눈이 편하게 되어있어 나쁘지는 않은데, 홈즈가 없는 코난도일의 단편은 그리 추천할 만 하지는 않다. 그렇지만 6편만으로 단정짓기에는 무리가 있으니 어서어서 나머지 작품들도 나와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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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빗
존 로날드 로웰 톨킨 지음, 이미애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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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빗>은 영화 <반지의 제왕:반지원정대>의 제일 앞부분 5-10분동안의 원작입니다. 어떻게 해서 빌보가 반지를 얻게 되었나 하는 내용이지요. 빌보와 간달프,그리고 12명의 드워프들이 용에게 빼앗긴 드워프들의 보물을 되찾기 위해 여행을 떠나고, 그 과정에서 겪는 이야기로 <반지의 제왕>본편과 비교할 때 훨씬 어린 층을 대상으로 씌어진 것 같네요.

문장 자체도 쉽고, 반지의 제왕을 읽을 때 흔히들 어려움을 겪는 긴 시들도 거의 없구요. 내용 자체도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떠나는 프로도 일행의 여행과는 성격이 다른 여행이므로 그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읽고나면 영화 <반지원정대>에서 사우론에게 사로잡혀 탑?위에 갇혀있던 간달프가 거대한 독수리에게 구해지는 장면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등 덤으로 딸려오는 이점도 있고요.

기왕 사실 거라면 양장본을 추천합니다.양장본에는 컬러삽화가 들어있는데, 양장본이 아닌 것에는 원래 삽화가 들어있던 부분이 그저 비어있더군요. 하얗게.. 삽화가 아주 뛰어나게 아름답거나, 상상력을 자극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만, 기왕에 소장용으로 살 거라면 양장본을 사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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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백 브라운 신부 전집 1
G. K. 체스터튼 지음, 홍희정 옮김 / 북하우스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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몹시 거슬린다. 브라운 신부라는 독특하고 매력적인 캐릭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껄끄러운 번역이 재미를 반감시킨다. 다섯 권으로 완역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참 반가워하며 이번 기회에 꼭 구입하겠다고 마음먹었었는데, 우연히 그 중 한 권을 읽고나서 그 마음을 접었다. 책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어디가 어떻게 번역이 잘못되었다고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예전에는 그리도 재미있게 읽었던 글들이 하나같이 그 맛이 나지 않았다.

다섯 권 다 역자가 다르다는 것도 뭔가 이상하다. 다섯 사람 중 한 사람도 번역경력이 오랜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그렇고. 추리 소설 전집 출판 붐이 부는 것 자체는 좋은데, 그 중 많은 책들이 번역이 이상하다. 한권을 내더라도 공들인 번역본을 내면 좋겠다. 한권도 읽지 않고 그저 브라운 신부 전집이라는 이유로 다섯 권 모두 덜컥 샀다가는 두고두고 후회할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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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즐겁게 살고 싶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 문학사상사 / 199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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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알고 싶다면 소설보다는 수필을 읽는 것이 빠를 것이다. 수필에서는, 소설에서는 그리 드러나지 않는 그의 독특한 성격이 그대로 나타나 있으므로. 하루키 특유의 감칠 맛 나는 문장은 그대로다. 게다가 안자이 미즈마루 씨의 그림이 곁들여져 있다. 아쉽게도
이 책에는 없지만. 문학사상사에서 김진욱 씨의 번역으로 나온 하루키의 수필집으로 <작지만 확실한 행복>과 이 책 <그러나 즐겁게 살고 싶다>가 있는데, 이상하게도 <작지만.. >에는 그림이 들어가 있는데 이 책에는 빠져있다. 하루키의 수필을 읽는 쾌감이 반으로 줄어든다. 원작에 들어가 있는 삽화를 빼고 책을 만드는 것은 무슨 터무니없는 짓인가. 문학사상사에서 나온 하루키의 수필집을 사고 싶다면 <작지만..>을 사는 것이 훨씬 낫다.그림이 제대로 들어가있기 때문이다.

두 권 다 일본에서 나온 하루키의 수필집 여러권에서 임의로 뽑은 글들을 묶어 내놓은 것으로, 개인적으로 그대로 번역하는 것이 나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역자는 역자의 말에서 그동안 발간된 하루키의 수필집 중 재미있고 핵심적인 내용만을 골라 엮었다고 한다. 역자가 보기에 재미있지도 않고 핵심적이지도 않았을 수필도 나는 읽고 싶다. 문학사상사에서 하루키의 책을 한두권 낸 것도 아닌데 왜 유독 수필집에만 이런 짓을 했는지 모르겠다.

단편소설집을 낼 때 역자가 보기에 읽을 가치가 있고 핵심적이다 싶은 것들을 묶어내는가? (기가 막히게도 그런 경우도 흔히 있다.) 어떤 기준으로 이건 택하고 저건 버리는지 모르겠다. 재미있고 핵심적인 내용만을 골랐다니, 어이가 없다. 내가 고르고 싶으니 역자는 제대로 번역만 해주면 좋겠다. 이건 재미있고 저건 별로라는 판단까지 역자가 해 줄 필요는 없다.

그림을 빼고 역자가 마음대로 고른 글들을 묶어냈다는 것만 빼면 나쁘지 않은 책이라고 생각하지만. 일본에서 발간된 대로 온전히 번역하고 그림도 생략하지 않은 수필집이 다시 나온다면 당연히 그것을 선택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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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화원 네버랜드 클래식 11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지음, 타샤 투더 그림, 공경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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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자가 좋습니다. 공경희에요.. 역시나 역자가 좋아야 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지요. 게다가 완역. 그리고 등장인물이 구사하는 요크셔 사투리(지금까지 등장인물이 사투리를 쓰는지조차 모르고 있었으니, 제대로 된 번역본이 없었던 탓이겠죠)를 우리나라 사투리로 옮겨놔서 어렸을 때 읽은 것과는 아예 다른 책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황무지가 등장하는 유명한 소설로 <폭풍의 언덕>과 <비밀의 화원>을 들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폭풍의 언덕의 황무지보다 비밀의 화원의 황무지쪽이 훨씬 마음에 드네요. 춥고 황량하고 으스스한 바람이 끊임없이 불고 원혼(?)이 떠돌고 있는 황무지라니. 그것보다는 봄이 되면 끝없이 피어나는 들꽃으로 덮이고,빨간 가슴의 울새도 찾아오는 황무지가 좋아요.

비밀의 화원을 읽다보면 정말 깨끗한 바람이 불어오고 싱그러운 흙냄새가 나는 듯 합니다. 코폴라 감독의 '비밀의 화원'화면도 참 예뻤지만, 책을 읽으면서 머릿속에 그려보는 정경과는 비교가 안되지요. 거무스름하고 촉촉한 흙 속에 묻혀있는 양파같은 구근에서 자라나는 연둣빛 새싹.. 흙을 만져보는 것 자체가 힘든 요즘 아이들에게 더욱 권해주고 싶은 책이네요. 양장에다 종이질 정말 좋고 편집 좋고 번역좋고 나무랄데 없네요. 초등학생에게 선물할 책으로 강력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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