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을 위한 홀로그램
데이브 에거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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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이미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나는 영화가 있다는 것도 몰랐다. 그저 제목에서 풍기는 느낌이 재밌을 거 같아서 읽게 되었다. 재밌다는 느낌이 문학적으로 만족스러워서 재밌는 게 아니라 진짜 웃겨서 재밌을 것이라 예상했다는 말이다. “왕을 위한 홀로그램이라니, 어쩐지 좀 코믹한 상황이 펼쳐질 거라는 느낌이 오지 않나? 나만 그런가?

하지만 읽어보니 내 예상은 빗나갔고 오히려 우울하고 가라앉는 분위기가 이 소설을 지배하고 있었다. 책을 덮고 나서는 뜨거운 사막 한가운데 가야할 목적지를 모른 채 서 있는 사람의 막막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앨런 클레이는 54세의 중년 남성이고 사우디아라비아에 출장을 와 있다. 홍해 연안 사막에 새로 만들고 있는 계획도시인 킹 압둘라 경제도시(KAEC)IT 시스템을 팔려는 미국 기업 릴라이언트를 위해 일하고 있는 중이다. 20대의 IT 기술자 셋과 함께 이 도시에 왔지만 최신 기술에 대해 문외한인 앨런은 젊은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 한다. 젊은 직원들도 세대가 다른 앨런에게 딱히 큰 기대를 하는 것 같지는 않다.

여기 오기 전 앨런의 상황은 좋지 못했다. 부인과는 오래전에 이혼을 했고 딸은 좋은 대학에 다니지만 어마어마하게 비싼 학비를 내야하는데 앨런은 그 돈을 감당할 수 없어서 결국 집을 내놓은 상태다. 몇 년 전 소규모 자전거 제작 공장을 만들어 볼까 하다가 여기저기서 빚을 지게 되었는데 갚을 능력은 없어서 소송에 걸릴 위기다. 집에 사무실을 차리고 컨설팅 일을 하고는 있었는데 요 몇 년간은 찾는 사람이 없어서 TV 스포츠 중계를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앨런은 이 계약만 성사시키면 많은 커미션을 받게 될 것이고 지금까지의 안 좋은 상황이 한방에 정리될 것이었다.

계약을 따내기 위해서는 사우디 왕한테 홀로그램 시연을 해야 하지만 왕은 언제 올지 일정을 알려주지 않고, 앨런과 젊은 직원들은 사막의 텐트 속에서 왕을 하염없이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렇게 왕을 기다리면서 앨런은 호텔이 있는 도시와 KAEC를 왔다갔다하며 사색에 잠겨 살아온 날들을 회상한다.

그가 어쩌다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을까? 그는 미국의 자전거 제조 회사 슈윈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하다가 임원으로 승진했다. 그때가 그의 전성기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 미국의 제조업은 슬슬 더 싼 노동력이 있는 나라로 공장을 옮겨가고 있었다. 슈윈 또한 그 대열에 합류했다. 그래서 앨런은 노조를 파괴하고 공장을 헝가리, 대만, 중국으로 옮기는 일에 손을 거들었다. 결과적으로 슈윈을 파산하게 하고 고용된 노동자들의 삶을 망친 일에 기여한 꼴이었다.

이제 더 이상 미국에선 자전거를 만들지 않는다. 어디 자전거뿐인가? 미국의 공장들은 앨런 같은 사람들의 노고를 거쳐서 해외로 옮겨가 버렸고 현재 미국의 제조업은 무너졌다. 새로운 세계 무역센터 건물에 들어갈 유리마저 중국에서 만들다니 말 다 했지. 그런 일에 일조한 앨런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 그와 같은 관리자들, 그 일에 힘을 쏟아 붓던 사람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

 

 

그의 결정은 근시안적이었다. 동료들의 결정도 근시안적이었다. 그 결정들은 어리석고 편의적이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자신의 결정이 근시안적이거나 어리석거나 편의적인지 몰랐다. 그와 그의 동료들은 장차 자신들을, 앨런을 지금 같은 꼴로 만들게 될 결정을 내리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지금 앨런은 거의 파산 상태에 실업자와 다를 바 없었으며 집을 사무실 삼아 운영하는 1인 컨설팅 회사의 사장이었다. (10-11 )

 


앨런은 어떻게 보면 그저 평범한 사람이었다. 미래에 대한 낙관으로 성실하게 일을 하며 가족을 책임지는 가장이었다.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잘 해내려고 했을 뿐인데 결과가 이렇게 나왔다. 실제 물건을 팔러 다니던 영업 사원이었던 앨런은 제조업이 무너져 버린 현재엔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자신을 그렇게 만든 것은 어쩌면 바로 자신이다. 그가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는 일에 일조했기 때문이다. 왕을 기다리는 무료한 시간을 보내면서 앨런은 자신의 과오를 인정한다. 홀로그램이라는 그가 알지 못 하는 기술을 팔러 온 지금, 무능한 늙은 꼰대 취급을 받는 현실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쓸쓸하다.

혼자서 사막의 폐허 같은 건설 현장을 누비고 다니며 자신의 집 돌담을 쌓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던 미국에서의 삶을 떠올린다. 미국은 아주 사소한 것조차 만들어낼 수 없는 곳이 되어버렸다는 은유일 것이다. 미국은 이제 실체 없는 홀로그램 같은 것이나 만드는 나라가 되었다. 이런 현실에선 앨런은 무능력자다. 가끔 자신이 그렇지 않다고, 아직은 힘이 있다고 과시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두 여성과의 만남에서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임이 드러나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만든 유일한 친구의 집에 가서는 이리 사냥이라는 아찔한 실수로 관계를 망쳐버린다.

그러면 앨런의 마지막 희망인 왕을 위한 홀로그램은 어떻게 될까? 그는 과연 계약을 따낼 수 있을까? 홀로그램은 마치 사막의 신기루 같다. 실체가 없는... 잡을 수 없는...더 이상 실제 물건을 만들어내지 않는 미국. 홀로그램은 어쩌면 미국을 상징하는 것일 수도 있는데... 그렇게 기다리던 왕은 홀로그램 시연을 무표정하게 관람하고 계약은 중국 업체와 해버린다.

앨런은 사막 한가운데에 허무하게 남겨진다. 뜨거운 곳에서 이토록 싸늘한 결말이라니...

 

 

2012년에 나온 소설로 영화는 2016년에 나왔고 우리나라에서 2018년에 번역서가 나왔다. 그동안 모르고 있던 소설이었는데 어쩌다 우연하게 읽게 되었다. 늦게나마 만나게 되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참 괜찮게 읽었다.

일단 이 소설의 배경인 사우디아라비아의 킹 압둘라 경제도시라는 곳이 매우 생소했다. 사막에서 도시가 막 지어지고 있는 초기의 모습을 공허하고 쓸쓸한 문장으로 읽는 느낌이 좋았다. 그 배경에 미국 제조업의 몰락이라는 주제를 얹어 놓으니 소설은 말할 수 없이 독특한 분위기를 풍겼다. 사색적이기도 하고 조용히 침잠하는 느낌도 들면서 약간 묘했다. 그래서 그런지 큰 사건이 벌어지지 않는데도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가 빨랐다. 분위기에 취해 집중하며 읽었다는 소리다.

작가의 다른 번역서도 찾아보다가 데뷔작이라는 비틀거리는 천재의 가슴 아픈 이야기도 사놓았다. 오랜만에 좋은 작가를 만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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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5-08-08 14: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영화화되었다고 하는데, 그 주인공이 톰 행크스라니 무척 기대되네요!
고생하던 주인공이 원하는대로 마지막은 꼭 해피엔딩이었으면 좋겠다~~~ 는 저의 바램을 내려 놓아야겠어요.
좋은 책 소개 감사해요, 망고님!

망고 2025-08-08 20:34   좋아요 1 | URL
주인공이 고생을 하지는 않고요ㅎㅎㅎ 오지 않는 왕을 지루하게 기다리면서 이것저것 생각하면서 지내는 내용이라... 파산 직전 걱정이 한가득인 상황에 처해 있어서 생각이 복잡한거죠. 이 소설은 주인공의 생각, 그리고 분위기에 취하는 소설입니다. 지루하지 않으니까 한번 읽어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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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수영 못합니다 - 물이 무서워 수영을 못하는 남자의 포복절도 수영 입문기
다카하시 히데미네 지음, 허하나 옮김 / 폭스코너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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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포복절도 수영 입문기? 배꼽빠지게 웃긴 수영 입문기? 라는 말인지. 하나도 안 웃긴데... 게다가 이 사람은 물을 진짜 무서워 하고 수영을 완전 못 하는 사람도 아닌거 같다. 수영 초급반에서 배우는 내용이 너무 고급스러운 점은 좀 놀랐다. 아니 음파 부터하는게 국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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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5-08-08 14: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잘하는 사람은 못하는 사람의 마음을 못 헤아리죠ㅋㅋㅋㅋㅋㅋ이 사람 진짜 수영 입문이 아니었던가 봐요!

망고 2025-08-08 20:36   좋아요 1 | URL
일본에서는 학교에서 수영을 가르친다고 하니까, 이 사람도 수영 수업을 분명 들었을 거고 학창시절 수영시합에 나가기도 했다고 해요. 비록 수영을 하지 않고 수영장을 걸어서 통과했다고는 하지만... 초급반에선 처음부터 헤엄치기를 시키는데 작가가 헤엄을 치긴 해요 한번 헤엄치고 걷고 이래서 문제지... 암튼 이정도만 해도 완전 물 공포증 있는 사람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게다가 이 책은 소개와는 다르게 하나도 안 웃겼어요. 어디서 웃어야 하는건지?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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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투리드 홀로그램 저점도 볼펜 세트 (5개입) - 0.5mm (검정) 본투리드 전통 문양 굿즈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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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나전칠기 무늬가 예쁘고 5개 전부 검정 잉크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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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가지 책을 집중해서 잘 못 읽겠어서 차라리 이럴거면 원서를 읽자 싶어서 고른 책이다. 원서는 단어 하나하나 집중하게 되니까 집중이 어려운 이런 때 읽으면 내 주의 산만 치료약으로 꽤 괜찮다.

그래서 재밌다는 평이 많은 이 책을 골랐다. 

처음에는 책이 좀 두껍나 싶었는데 읽다보니 훅 빨려 들어가서 꽤나 빨리 읽을 수 있었다. 그만큼 재밌었다.

 



소설의 배경은 뉴욕주 북부 애디론댁 산맥 안에 자리 잡고 있는 Van Laar Preserve 즉 반 라르 가문의 사유지다. 이 땅은 숲으로 둘러싸여 있고 호수를 중심으로 언덕이 있는 곳엔 반 라르 가문의 호화로운 저택이 있다. 그 저택은 이름도 있는데 거창하게도 자립(Self-Reliance) 이다. 읽다보면 자립은 개뿔, 반어법으로 이름 지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그리고 그 반대편 땅엔 부유한 집안의 어린이들이 여름방학 동안에 참가하는 <에머슨 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그곳엔 캠프 시설 뿐 만 아니라 캠프 지도교사들 공간, 직원들 숙소, 예전에 운영했던 농장 시설 등이 있다.

한마디로 반 라르 가의 사유지 속에서도 부자들의 파티가 열리는 부지와 반 라르 가에서 일해서 먹고 사는 사람들이 사는 부지가 철저히 분리되어 있고 그로 인한 계층과 빈부의 차이가 확연히 보인다.

 


소설은 1975년 여름 에머슨 캠프의 마지막 날 13살 소녀 바바라의 실종으로 시작한다.

바바라 반 라르. 반 라르 가문의 유일한 어린 자손이고 아버지인 피터 3세와 어머니인 앨리스 사이의 외동딸이다.

사실 반 라르 가는 꽤나 단출하다. 피터 1세가 처음 이곳의 땅을 사서 별장과 캠프장을 지었고 그것을 물려받은 피터 2세는 당연히 피터 3세를 낳았으니 이렇게 대대로 외아들만 하나씩 낳아서 은행 사업과 땅을 물려받았다.

현재 피터 3세는 아들이 없어서 사업을 가족 변호사의 아들이 물려받을 거라고들 한다. 처음 이 부분을 읽었을 땐 이해가 안 되었다. 아니 딸이 있는데 피도 안 섞인 가족의 변호사 아들한테 사업을 물려준다고? 미국 부자들은 그런가?(그럴 리 없다) 하면서 의문을 품은 채 읽다보면 이유는 커다란 비밀과 함께 밝혀진다.

아무튼 이런 반 라르 가의 귀한 딸인 바바라가 실종이 되어서 캠프에서는 경찰에 신고를 하고 수색작전을 펼치고 난리가 났는데, 정작 반 라르 저택에서는 여름의 막바지를 보내는 호화로운 파티가 열리는 중이다. 이름하여 잘가라 흑파리”(Blackfly Goodbye) 파티.

 

 

이런 상황은 14년 전에도 있었다. 1961년 바로 이 곳에서 비슷한 시기에 파티가 열리던 와중에 8살의 베어 반 라르, 즉 바바라의 오빠가 실종이 되었던 거다.

그 당시 베어는 실종된 채로 죽었는지 살았는지, 높은 확률로 죽었다고 추정이 되지만, 확실히 밝혀진 결론이 없는 채로 사건은 종결 되었다. 유일한 유력 용의자는 베어를 마지막으로 목격했다는 정원사였고 수사 도중에 심장 마비로 죽어버려서 더 이상의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고, 반 라르 가족측과 경찰도 그 정원사가 벌인 짓이라는 추론을 믿으며 수색 작업은 중단되었다.

마을에서는 그동안 다른 이야기가 퍼지고 있었다. 베어가 실종될 당시 그 지역에서는 유명한 연쇄살인마 제이콥 슬루이터가 붙잡혔는데 그자가 베어를 납치한 거라는 소문이었다.

슬루이터 가문은 원래 반 라르 가문이 현재 소유하고 있던 땅의 주인이었고, 20세기 초 피터 반 라르 에게 땅을 팔았다. 슬루이터 집안 사람들은 나무를 벌목해서 살던 사람들이었는데 정부에서 숲을 보호해야 한다며 벌목을 금지 시켜 버려서 생활이 어려워졌다. 어쩔 수 없이 땅을 팔았지만 자연 보호에 적극적인 정부나 그걸 이용해서 땅을 사들이는 부자들에게 감정이 좋을 리가 없었다.

이런 소문은 에머슨 캠프에서 아이들이 밤마다 모여 귀신 이야기 등등을 할 때 단골 소재로 떠오를 만큼 유명했다. 근데 또 마침 바바라가 실종되기 전 감옥에 있던 슬루이터가 탈옥을 해서 세상에 나와 있었던 터라 혹시나 14년 전처럼 지금도? 라는 의문은 당연히 들 수밖에 없다.

 

 

1975년 현재 바바라의 실종과 1961년 베어의 실종 사건을 넘나들며 사건에 관련된 다양한 인물들의 사정이 펼쳐지고 와중에 미스터리는 점점 증폭되면서 조금씩 퍼즐이 맞춰지는 이야기의 짜임이 흥미진진했다.

하지만 이 소설의 진정한 미덕은 사건 중심으로만 흘러가 도파민만 채우는 그런 미스터리는 아니라는 점에 있다. 배경 설정에서부터 모를 수가 없는 계층의 차이, 엄청난 부를 가진 반 라르 가와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마을 사람들의 차이. 이런 사회적인 문제들을 자연스럽게 배경으로 끼워 놓은 점.

그리고 1950 년대부터 1970년대 까지 여성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흐름도 있다.

부잣집 출신으로 18살에 띠동갑 차이나는 남자와 결혼한 앨리스의 숨막히는 결혼생활을 읽을 때 얼마나 마음이 아프던지... 내성적이고 그렇게 지적이지 못 한 앨리스는 남편의 자존감 깎아 먹는 지적질과 훈계로 기가 팍 죽어있다. 파티에서 위트 있는 유머를 뽐내는 안주인 역할을 해내지 못하는 앨리스에게 늘 냉정하게 윽박지르는 남편. 그깟 단어 맞추기 게임 좀 못 한다고 그게 그렇게 화낼 일이냐? 라고 읽는 나는 분노했다. 앨리스는 파티에서 긴장하는 상태를 느슨하게 유지하고자 술을 마시게 되고 그것을 시작으로 언제나 술에 취해 있는 불안한 상태가 된다.

앨리스의 언니는 공부도 잘하고 매우 똑똑했지만 부모님한테 대학을 보내달라고 했다가 비웃음만 사고 결국 결혼을 한다. 그런 시대였다.

그때의 여성들의 삶이란 아무리 부유하게 살았다고 해도 자신의 뜻대로 살기 힘들었다는 답답함을 앨리스의 비극적인 삶이 보여준다.

1970년대가 되어서 쥬디타와 T.J, 루이스, 그리고 바바라까지. 여전히 남성 중심적 사회이긴 하지만 독립적으로 자신의 길을 개척하려는 강한 여성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사건을 주도적으로 조사하고 자기 힘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여성 캐릭터들과 미스터리가 더해지면서 이야기는 더욱더 풍부해 진다.

그 시대의 사회적 제약에 의해, 자신이 속한 계층으로 인해 고통을 받고 살거나 그것들을 넘어서서 자신의 길을 스스로 개척해 가고 또 가는 도중 서로를 돕는 여성 캐릭터들의 서사가 이 소설의 중심을 잡고 있다. 그래서 퍼즐이 다 맞춰지면 그만인 미스터리만이 아니라 여운이 남는 이야기로 깊이를 더해 아주 재밌게 읽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어쩌면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누구를 캐스팅할까 생각을 해봤는데, 다른 인물들은 그냥 별 생각이 나지 않았는데 T.J 는 딱 생각나는 인물이 있었다. 사실 외모 묘사는 다르지만 나는 T.J가 나올 때 마다 영드 데리 걸즈의 수녀 교장선생님을 떠올렸다. 자꾸 T.J 대사 읽을 때마다 수녀 교장선생님의 애들 한심하게 쳐다보는 표정과 톤이 떠올라ㅋㅋㅋㅋㅋ 왜그런지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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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패거리
필립 로스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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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하고 멍청한데 사악하기까지한 권력자에 대한 노골적인 정치 풍자와 조롱. 로스가 분노에 휩싸여 단숨에 쓴 거 같은 느낌의 글이다. 못난 권력자의 행태는 다 비슷한 구석이 있어 그런대로 공감은 되지만 오래전 닉슨 때 일어난 사건에 빗댄 이 모든 풍자를 세세히 이해하지는 못 해 재미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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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5-06-23 13: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빌렸다가 앞에 조금 읽고 반납했는데, 분노에 단숨에 쓴 거 같은 문장을 읽어봐야겠어요.
너무 바쁘네요, 제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망고 2025-06-23 13:16   좋아요 1 | URL
저는 굳이 안 읽으셔도 될 것 같...ㅋㅋㅋㅋ솔직히 재미가 별로 없...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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