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읽고 있는 책은 필립 케니콧의 “피아노로 돌아가다” 이다.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그리고 어머니에 관하여’ 라고 부제가 달려있는데 부제대로 딱 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오랜만에 골드베르크 변주곡 시디를 찾아봤다. 글렌 굴드가 친 것으로는 지금 집에 저 시디만 남아있네. 아무래도 유명한 음반은 혈육이 모두 가져갔나 보다. 저 음반은 1954년 캐나다 방송에서 연주한 것을 그대로 담은 음반이다. 엄마랑 나오면서 차에 오랜만에 클래식을 틀어놨더니 엄마가 아주 흡족해 하셨다. 나는......그냥...뭐....그닥....
이 책에서 저자는 글자 읽기를 배우기도 전에 피아노를 배웠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나도 그렇다. 글자도 모르면서 악보는 보고 치던 꼬맹이 시절이 있었다. 집안 분위기가 피아노 배우기 좋은 환경이었고 어릴 때부터 듣던 음악은 클래식...주로 피아노 연주...
하지만 나는 별로 피아노 치는 것에 관심이 없었고 계속 배워나가면서도 곡 하나 다 치면 성취감은 들었을지언정 피아노를 계속 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었다. 역시 재능이 없었던 거다. 나는 일찌감치 알았지.
그래도 오랫동안 배우기는 했으니 다 커서도 취미로 띵똥 거리기는 한다. 어릴 때 배울 때는 싫어하는 곡도 쳐야 하니까 정말 치기 싫었는데, 다 커서는 내가 치고 싶은 걸 자유롭게 연습해 볼 수 있으니 재밌게 칠 수 있었다. 하지만 진득하게 연습할 인내력이 없는 게 문제. 그냥 이것저것 유명한 곡 건드려 보는 수준으로 만족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골드베르크 변주곡에도 한번 도전해봐?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글렌 굴드 치는 걸 들어보니 역시 안 쳐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ㅋㅋㅋ일단 내 막귀로는 이 곡이 취미로라도 치고 싶을 정도로 좋게 들리지가 않는다. 역시나 어릴 때부터 바흐가 싫었는데 지금도 그러네...
이 책에서 한 연주자가 말하길 다른 작곡가는 소설을 쓰는 것처럼 보이지만 바흐는 논픽션을 쓰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 말이 맞는 거 같다. 나는 소설이 좋다.
바흐를 들으면 곡이 참 맛있다는 생각이 든다고도 한다. 이 말은 울 엄마가 한 말씀.
흠... 사실 바흐 들으면 나는 무슨 생각이 나냐면 피아노 치기 싫어서 안 친다고 떼쓰다가 엄마한테 혼나던 기억이 난다ㅋㅋㅋㅋㅋ
아무튼! 오늘은 오랜만에 아침부터 바흐도 듣고 카페 가서 책도 읽고 눈도 맞고 그랬네.
좋은 일요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