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따끈 소박한 책 탑.



"셰임머신" 빼고 책이 다 예쁘구만ㅋㅋㅋㅋ

루이스 어드리크의 "밤의 경비원"은 2021년 퓰리처상 수상작이다. 상 받았다는 소식 듣자마자 읽고 싶었는데 이렇게 번역서가 나왔으니 얼른 살 수밖에ㅎㅎㅎ 사실 루이스 어드리크는 이름은 많이 들어봤는데 한 권도 읽은게 없어서 늘 언젠가는 읽어야지 하던 작가였다. 이번기회에 읽어봐야겠다. 근데 이 책은 퓰리처상 수상작이라고 띠지 둘러 놓을 법도 한데 띠지가 없다. 그래서 아주 좋다!


예뻐서 가장 맘에 드는 책은 권여선 작가의 "각각의 계절"이다. 이 책이 제일 예쁘다 꺄아~~~



초록색 표지 너무너무 예쁘네!

알라딘에서 띠지가 찢겨지게 상자에 넣어줬지만 띠지니까 이정도는 참아줄 수 있다ㅋㅋㅋㅋ



작가님 자필 편지도 있다 ㅠㅠ



날씨 좋은 5월인데 연휴동안 비 예보가 있구나.

집에서 책이나 읽으라는 하늘의 계시인가보다ㅋㅋㅋㅋ

5월엔 원서도 좀 읽어야겠다. 너무 안 읽고 있네ㅠㅠ

힘내자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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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3-05-05 12: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가님 손글씨에 정성이 가득
거의 작가님들 두 세줄 문장만 적는데
권작가님은 독자 분들에게 사랑과 정성이 가득!

오늘 비 폭우 마치 여름 장마 빗줄기 같이 내리네요
망고님 연휴동안 행복 가득^^

망고 2023-05-05 14:19   좋아요 1 | URL
작가님 글씨체도 아주 친숙하더라고요🤭
비가 내리는데도 후덥지근한게 진짜 꼭 장마같아요 오늘 화분 들여놓느라 힘 좀 썼네요ㅋㅋㅋ스콧님도 연휴 잘 쉬시면서 행복 가득한 봄날 되세요😄

자목련 2023-05-07 16: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권여선 작가의 단편집이 제일 예뻐보여요!

망고 2023-05-07 21:07   좋아요 0 | URL
그쵸ㅎㅎㅎ책 정말 예뻐요 계절감도 딱이게 초록초록하고요😍
 
인비저블 서커스
제니퍼 이건 지음, 최세희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이 소설은 이미 퓰리처상도 타고 지금은 작가로서 노련미와 완숙미를 뿜뿜 풍기는 제니퍼 이건이 1995년에 낸 첫 장편소설이다. 이미 정점에 있는 작품들을 읽은 후 작가의 데뷔작을 읽어보니 첫 소설은 역시 처음답게 풋풋한 맛이 있었다.

흘러넘치는 감수성 풍부한 문장들하며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과거회상의 정서 그리고 소녀의 성장이라는 주제의식까지 작가들이 첫 소설에서 으레 도전하는 많은 요소들이 이 소설에 보인다. 작가의 젊은 시절을 만난 것 같아서 반갑기도 했다.

 

 

때는 1978년 열여덟 살 피비는 대학 입학을 앞둔 상태고 엄마와 단 둘이 어린 시절부터 살던 집에서 그대로 살고 있다. 피비가 태어나서 지금껏 살고 있는 곳은 샌프란시스코다. 1960년대 히피 문화의 상징이었지만 이젠 과거의 명성만 남아있는 곳. 그 시절의 급진적인 히피들은 벌써 약물중독으로 죽었거나 일상생활로 돌아갔고 아직도 남아 있는 히피들은 중독자가 되어 거리를 배회하고 있는 곳이다.

피비는 내내 존재감이 없는 내성적인 학생이었고 그 흔한 담배 한 번 피워보지 않은 모범생이지만 피비의 마음속엔 60년대의 그 대단했던 급진적인 문화를 경험해 보길 바라는 열망이 있다. 거리를 배회하는 약물중독자들에 마음이 가고 지금은 텅텅 빈 예전 히피들의 음악축제를 찾아 가기도 한다. 피비는 그 시대에 대한 환상이 있다.

피비에게는 여덟 살 차이 나는 언니 페이스가 있었는데 60년대 말 페이스가 고등학생이던 시절 동맹휴교를 이끌 만큼 그 시대의 급진성과 아주 잘 어울리던 인물이었다. 앞에 나와서 연설을 하고 신문에 이름이 실리고 곳곳에서 모여든 히피들과 어울려 다니던 페이스는 어린 피비가 보기에는 신비롭고 멋진 존재였다. 하지만 페이스는 열여덟의 나이로 유럽으로 여행을 가 있던 중 이탈리아 작은 해변의 절벽에서 떨어져 자살하고 만다. 어렸던 피비는 그렇게나 멋지던 언니의 죽음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고 언니를 잊을 수도 없었다. 그래서 아직까지 언니의 방에서 잠을 자고 언니가 활약했던 시절에 대한 향수를 간직한 채 점점 더 언니와 그 시대에 대한 환상을 쌓아가고 있었다.


피비의 가족에게는 페이스의 죽음 이전에 병으로 죽은 아버지의 빈자리가 슬픔으로 남아 있었는데 거기에 페이스까지 세상을 떠나버리니 어린 피비의 마음은 말이 아니었다. 아버지와 언니의 부재라는 큰 슬픔은 살아 있었을 때의 그들을 이상화하면서 누그러뜨릴 수 있었고 그래서 언니에 대한 환상뿐만 아니라 화가가 되었어야 하지만 가족을 부양하느라 회사에 다녀야만 했던 불운한 예술가라는 아버지에 대한 신화 또한 피비는 여태껏 진심으로 믿었다.

그런데 이런 피비에게 못마땅한 상황이 찾아온다. 엄마에게 새로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것이다. 게다가 과거에 파묻혀 있는 오래된 집도 팔고자 한다는 거다. 엄마가 죽은 아빠를 잊지 못 하고 계속 사랑하고 있기를 바라고 언니의 추억이 가득한 집도 계속 이대로이길 바라던 피비는 변화를 받아들일 수 없다. 엄마에게 반항해 보지만 돌아오는 건 아빠와 언니에 대한 피비의 환상에 균열을 내는 엄마의 절규였다. 아빠는 그림에 재능이 없었고 자신도 그걸 알았다는 것, 첫째 딸 페이스가 태어나자 페이스에게 온갖 사랑을 퍼부으면서 세상으로부터 인정받지 못 한 위대한 예술가라는 자신에 대한 신화를 페이스에게 주입했다는 것, 페이스를 온전히 자신에게 의지하게 만들고 아빠 없이는 버틸 수 없는 아이로 만들어서 아빠가 죽었을 때 페이스가 완전히 망가져서 지금의 결과를 만들었다는 것을.

이런 엄마의 의견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던 피비는 언니가 왜 죽었는지에 대한 진실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 그렇지만 그것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없는 상태로 무작정 유럽 여행길에 오른다. 과거 언니가 유럽에 가서 집에 편지를 보내오던 장소들을 찾아다니면 언니의 흔적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모호한 계획만 있을 뿐이다.

 

유럽에 간 피비는 이런저런 고생 끝에 언니의 생전 남자친구인 울프라는 인물을 만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바로 언니를 닮고 싶다는 갈망이 울프를 원한다는 욕망으로 나타나면서 열여덟 살 피비는 유럽에서 생애 처음으로 사랑에 빠지게 된다. 피비와 사랑에 빠진 울프는 드디어 그동안 감추고 있던 언니에 대한 진실을 털어놓으면서 양심의 가책과 마음의 짐을 내려놓게 되고 피비는 진짜 언니의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그 진실 속에 있는 언니는 피비의 환상속 언니와는 다른 언니지만 문득문득 떠오르는 어린 시절 아빠와 언니에 대한 기억 속에서 언뜻 느꼈던 그 언니의 모습이기도 하다는 걸 비로소 깨닫게 된다. 아빠에게 인정받고자 자신을 한계까지 밀어 붙이던 언니의 모습, 그런 모습의 언니를 더욱더 사랑하는 아빠의 모습, 그 둘 사이에 끼어들 수 없었던 어렸던 자신의 모습...

드디어 언니에 대한 환상도 아빠에 대한 신화도 벗겨져 버린 피비의 눈앞에 벼랑 끝에 선 언니의 불안한 영혼이 보인다. 세상에 자신의 대단한 예술성을 내보이기를 원했지만 그럴 수 없었던 남자가 자식을 통해서 그 패배감을 달래려 했고 자식은 아버지의 바람에 부흥하기 위해서 끝없이 무언가를 증명해 보여야 했다. 그러다가 그 자식은 감당할 수 없는 일을 저질렀고 벼랑 끝에 서게 된다. 바로 이게 피비의 눈앞에 보이는 언니의 모습이었다.

 

다시 가족이 있는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온 피비는 엄마의 남자친구도, 집이 팔려 새집으로 이사가야 하는 현실도 받아들인다. 그리고 피비의 오빠 배리가 세운 컴퓨터 회사에 찾아가서 새로 다가올 기술의 시대와 조우하면서 동경했던 과거 히피의 시대와도 안녕을 고한다.

이제 아빠와 언니에 대한 오랜 애도를 끝낸 피비는 온전히 자신의 삶을 살아 갈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할 것이다.

 

 

최근작들을 보고 작가 제니퍼 이건에 관심이 간다면 이 데뷔작은 지나칠 수 없는 작품이다. 이 첫 소설에 지금까지 제니퍼 이건이 다루었던 모든 것들, 예를 들어 샌프란시스코, 히피문화, 아버지와 딸의 관계 등등이 모두 모여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특히 제니퍼 이건의 소설마다 계속 나오는 아버지와 딸이라는 주제는 이 첫 소설에서 이미 꽤 심각하게 시도하고 있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 이후 맨해튼 비치에서도 어린 딸이 아버지에게 더욱더 인정 받기위해 대담한 모습들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나오지 않았던가? “캔디 하우스에서도 아버지를 이해해 보고자 노력하는 딸의 모습이 나오고, 그토록 사랑받고 싶었던 아버지로 인해 망가지는 딸의 모습도 나온다

이토록 작품속에서 아버지와 딸의 관계에 대해 계속해서 천착해 오는 모습을 보면 작가의 실제 아버지와의 관계가 어땠을지 사뭇 궁금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제니퍼 이건의 첫 소설 재밌게 잘 읽었고 앞으로도 쭉 제니퍼 이건의 작품이 나오면 계속 읽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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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3-05-05 12: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이건의 첫 소설이 문동에서 번역 되었네요
망고님 덕분에 제 킨들에도 이건 작품들이 차곡 차곡 ^^

망고 2023-05-05 14:25   좋아요 1 | URL
저도 이 책 최근에 샀어요 그동안 첫소설까지 챙겨볼 정도로 열정이 있진 않았는데 최근에 제니퍼 이건 소설 여러권 읽고보니 관심이 가더라구요😊 이 소설 좀 귀여워요 대작가님한테 할 소린 아닌데 제 느낌이 그랬어요ㅎㅎㅎ작가님 문학소녀시절 상상도 되고요😙
 

주말동안 1년 만에 심즈4에 접속 했다ㅋㅋㅋㅋ마지막 접속일이 작년 4월이라고 나오더라. 참 이상하게도 그전에도 봄만 되면 심즈를 했던거 같은... 내 몸이 기억하는 주기적인 버릇인가

아무튼 열심히 집을 짓고 정원을 가꾸고 불륜을 저지르게 하고ㅋㅋㅋㅋ 하다 보니 확장팩을 더 사야겠다는 충동이 일었고 결제를 하려는 순간 두둥! 차라리 현실의 정원에서 노는 게 낫지 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 좋은 봄날에 게임이나 하고 있기냐 하는 마음의 소리가 불현듯 들려와서 게임을 꺼버렸다. 이런 나의 대견한 자제심이라니. 하하핫

솔직히 심즈1부터 거의 20년을 해온 게임이라 이제 자제심 발휘할 때도 되었지 싶긴 하다 흐흠ㅋㅋㅋㅋㅋ

 


그래서 현실 정원을 위해 꽃을 또 데리고 왔지.


새로 온 꽃 보기 전에 마당에 지금 피어 있는 꽃부터 살펴보자




하늘매발톱 꽃. 예쁘게 피었다.



보라색 매발톱꽃은 아직 안 핀 상태. 꽃봉오리 보면 왜 매발톱이라 하는지 딱 보인다.





귀여운 금낭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애들. 꺄아~~~귀여워 귀여워  



안녕? 양갈래머리 금낭화야ㅎㅎㅎ





작약은 곧 피겠다. 통통한 꽃봉오리




4월의 화단 상태

원추리, 나리꽃, 붓꽃, 달개비, 비비추 등등이 있는... 잡풀같아 보이지만 전부 순차적으로 꽃이 필 애들이다. 

심은 사람만 구분 가능한 복잡한 화단ㅋㅋㅋㅋㅋㅋ심은 사람은 바로 울아빠^^;;




이제 초봄에 예쁘게 폈던 구근 식물들이 꽃이 다 지고 잎도 누렇게 변해가고 있다.

구근을 파내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그래서 그 자리가 비게 될 예정이라 거기에 심을 꽃을 데리고 왔다.

우리집 화단에는 처음으로 심어보는 애들이다.



루피너스다. 층층이로 화려하게 피는 꽃



도깨비 방망이같이 생겼다ㅋㅋㅋㅋ조금만 기다려라 땅에 심어주마~




얘네는 가자니아. 키가 작은데 머리는 대빵 큰 애들ㅋㅋㅋ 너도 조금만 기다려라 자리 비면 땅에 심어줄게




이날도 어김없이 우리집에 놀러와서 방해하는 떠돌이 냥이ㅋㅋㅋㅋ




해바라기 아님! 이것도 노란색 가자니아. 가자니아 예뻐서 색깔별로 다 모으고 싶다ㅋㅋㅋ




이건 멕시코 엉겅퀴인 불로화. 다발로 번지면 예쁠거 같다.


크로커스랑 왕수선화 구근 캐내면 그 자리에 심어놔야지하고 계획하고 있다.



아참 그리고



알리움은 이렇게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싹이 안 나오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이렇게 잘 자라고 있어서 얼마나 기쁜지ㅎㅎ

꽃이 큰 만큼 잎도 아주 크게 자라고 있다. 

더 잘자라라고 비료를 막 퍼줬다ㅋㅋㅋㅋ 많이 먹고 크게크게 자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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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23-04-24 21: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작약은 꽃도 예쁘지만, 저 통통한 꽃봉오리가 전야제처럼 항상 두근두근~~기대감을 안겨 줍니다!
새로 온 루피너스~~ 바버라 쿠니의 <미스 럼피우스> 꽃 아닌가요!!
가자니아는 컬러도 쨍하고 딱딱 각지게 예쁘네요~~
알리움도 망고님 걱정 마시라고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고요~~
내일 비 온다고 오늘 날씨가 흐릿했는데, 망고님 정원의 꽃님들 덕분에 행복 주셔서 감사합니다!!!
굿밤!~~~^^

망고 2023-04-24 21:42   좋아요 2 | URL
바버라 쿠니의 ˝미스 럼피우스˝가 뭔지 몰라서 찾아봤어요ㅋㅋ그림책이군요. 루핀 꽃씨를 뿌리고 다니는 이야기. 그림이 너무 예쁘네요. 저도 미국에 갔을때 루피너스를 많이 봤거든요. 근데 그때는 꽃이름도 모르고 그냥 예뻐서 사진만 찍었었는데 이번에 화원에서 데리고 오면서 확실히 꽃이름을 알게 되었어요.
가자니아 색깔 진짜 쨍해요. 외래종들은 토종이랑 확 구분되게 색깔이 쨍하더라구요.
봄비는 꽃들한테 좋으니까 봄비 많이 와라 하고 바라고 있어요^^ 꽃 좋아하는 애플님도 굿밤~

2023-04-24 2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4-24 2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목련 2023-04-25 13: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빛나고 고운 꽃 가운데 통통한 작약 봉오리만 봅니다. ㅎ
저는 작약을 주문했어요. 망고 님 마당에서 열릴 작약보다는 예쁘지 않겠지만요.

망고 2023-04-25 14:28   좋아요 1 | URL
작약 예쁘죠ㅎㅎㅎ근데 저희집 작약은 아마 대부분 연상하시는 화려한 겹작약이 아니라 토종 작약이라 좀 심심하게 생긴애라서요ㅋㅋㅋ주문하신 예쁜 작약으로 부디 자목련님 기분 좋은 봄날 되세요🙂
 
한낮의 어둠 - 극단주의는 어떻게 사람들을 사로잡는가
율리아 에브너 지음, 김하현 옮김 / 한겨레출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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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윌 스미스가 아들과 함께 토크쇼에 나와서 한 이야기가 재미있는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자신이 14살 때 당연히 멍청했지만 그때는 페이스북도 트위터도 없었기 때문에 방구석에서만 멍청할 수가 있었다는 것. 사춘기 아들의 SNS를 겨냥해서 한 이 유머는 사람들의 공감을 샀고 각자 어릴 때 흑역사를 생각하며 그 기록이 인터넷에 남아있다면 얼마나 부끄러울지를 아찔해하며 SNS는 인생의 낭비다 라는 퍼거슨의 말로 결론을 내며 웃곤 했다.

하지만 윌 스미스의 방구석 멍청이 이론은 정말 맞는 말이다. 우리가 인터넷 특히 SNS로 전세계 익명의 사람들과 연결 될 수 있기 전에는 개인이 멍청한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것을 전시하고 퍼트리기는 쉽지 않았다. 특히 극단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방구석에서 혼자 조용히 미쳐가는 것도 가능했다. 그러나 요즘은 극단적인 위험한 주장들을 혼자만 가지고 있기 보다는 인터넷에 전시해서 동조자를 찾아 관심을 받고 그것으로 수익까지 내는 게 가능해졌다.

이 책은 극단주의 특히 극우 백인우월주의 반유대주의 여성혐오 등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방구석에서만 혼자 떠들지 않고 세상에 나와 정치세력을 만들고 테러까지 저지르는 현상을 점점 확대되어 가는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 미디어의 영향으로 설명하고 있다.

 


저자 율리아 에브너는 극단주의가 사람들을 모으고 그 주장을 확산시키는 방식을 알아보기 위해서 극우 커뮤니티에 가입하고 그들의 비밀 채팅방에 잠입하고 현실의 모임까지 찾아간다. 자신의 신분과 정체성을 숨기면서 잠입 취재한 기록들은 암담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이 책에 재미와 흥미진진함을 주기도 하는 부분이다.

저자가 잠입한 인터넷상의 극단주의자들은 주로 유럽과 미국의 백인 남성들 집단으로 그들의 주장의 기본에는 백인우월주의가 깔려 있다. 요즘 유럽 여러 나라의 선거철마다 극우 정당이 다수의 득표를 했다느니 하는 소식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데 바로 그 극우 정당들이 연결되어 있는 지점들에 이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커뮤니티가 있다.

이들은 거의 대부분 파시스트들이고 나치즘을 찬양하며 우생학을 믿는다. 자신이 순수 백인임을 확인하기 위해서 유전자검사를 실시하고 그들의 커뮤니티에 가입하기 위해 유전자 검사지를 보여줘야 하는 곳들도 있다.

이들은 당연히 이민자들을 혐오하고 이대로 계속 이민자들을 받다간 백인들이 결국 없어질 거라고 위기론을 부추긴다. 백인 말살의 배후로는 정치세력, 기존 언론 매체, 유대인들, 엘리트들의 비밀 단체가 있다는 음모론까지 가미하는데 물론 정상적인 사람들이라면 이런 주장에 코웃음을 치겠지만 문제는 이들이 이런 식의 황당한 주장들을 정직하게 다 내보이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요즘 이들은 소셜 미디어와 젊은 세대들에게 먹힐 재밌는 밈, 게임 등을 적극 활용하여 혐오를 마치 재밌는 농담이나 게임 같은 것으로 보이게끔 한다. 당연히 젊은 세대들은 이들이 생산하는 밈을 재밌게 소비하고 자연스럽게 그들의 커뮤니티로 흘러들어가거나 그들의 주장을 그럴 수도 있다는 식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제 극단주의자들은 방구석에만 있지 않고 인터넷상에서 세력을 형성한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고 새로운 젊은 피를 모집하기 위해 극우 트롤들은 인터넷에서 여론을 오염시키면서 점점 정치세력화 한다. 이들은 젊고 세련된 이미지의 청년들의 지지가 절실했던 기존의 보수적인 정치세력들에게는 희망이 되고 결국 극단주의자들의 SNS나 커뮤니티에서 만들어낸 단어나 밈을 정치가들이 똑같이 말하기 시작한다.


이쯤 되면 너무나 익숙한 풍경이다. 비단 유럽과 미국의 백인우월주의 기반의 극단주의 커뮤니티만 이 모양일까? 우리나라는? 당연히 기시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사회의 불안을 파고드는 극단적인 주장에 집단의 심리를 건드리는 자극적인 가짜뉴스에 인터넷 트롤들의 활약 그리고 혐오를 유머로 만드는 밈까지.

 

전 세계적으로 젊은 세대를 파고드는 이 혐오의 극단주의 유혹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의 말미엔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긴 하지만 부족한 느낌이다. 규제를 더 한다거나 인간성의 회복이라는 해결책은 너무나 기본이 되는 것이지만 지금의 이 심각한 상황에선 크게 와 닿지 않는 느낌이다.

왜 점점 더 혐오에 빠져드는가, 젊은 세대들은 왜 극단주의 무리에 기꺼이 끼어서 소속감을 얻는가 하는 문제들을 더 파고 들어봐야 좋은 해결책이 나오지 않을까?

이 책은 극단주의가 어떻게사람들을 사로잡는가에 집중하고 있는 책이니 이것으로 그 소임을 다 한 거 같고 좀 더 깊이 에 집중하는 책을 찾아서 읽어 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며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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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드와이브즈라는 충격적인 커뮤니티 챕터를 읽으면서 밑줄긋기
트래드와이브즈는 전통적인 아내들traditional wives의 줄임말로 여기서 주장하는 내용들은 진짜 아연실색하게 하는 것들. 여성은 남성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자신의 성적 시장가치를 높여야 하고 남편한테 복종해야 한다는 것들. 근데 이런 주장들을 젊은 여성들이 하고 있다는 사실ㅠㅠ
왜들 그러냐 진짜
저자는 이 커뮤니티에 잠입해 이들의 주장을 모니터하며 인셀 커뮤니티도 함께 취재하고 있다.
씁쓸한데 흥미진진하기도 해서 재밌게 읽는 중.

1990년대에 캐나다에서 통계학을 공부하던 알라나는 아직 성경험이 없고 외로우며 섹스 파트너나 애인을 찾지 못하는 모든남녀를 위한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 플랫폼에 ‘알라나의 비자발적 독신 프로젝트Alana‘s Involuntary Celibacy Project‘라는이름을 붙였고, 이 이름은 곧 인셀Incel이라는 약어로 축약되었다. 자존감이 낮은 외로운 개인들에게 자신감과 위로를 전하자는 선의에서 나온 계획이었다. 그러나 인셀은 20년이 조금 안돼서 완전히 다른 곳으로 변해버렸다.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아진 이 커뮤니티는 여성을 매력적인 ‘스테이시‘와 덜 매력적인 ‘베키‘로 나누고 남성을 매우 남자다운 ‘알파메일‘과 남성성이 약한 ‘제타메일zeta males‘, 또는 ‘소이보이soy boy‘(여자처럼 두유를 먹는 남자라는 뜻-옮긴이)로 나누기 시작했다 - P87

지난 몇 년간 반페미니즘적 사고가 다수의 밀레니얼 세대를 파고들었다. 심리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저자인 조던 피터슨, 영국의 유명 유튜버이자 영국 독립당 당원인 칼 벤저민CartBenjamin (다른 이름은 아카드의 사르곤Sargon of Akkad), 토론토대학교교수인 재니스 피아멘고 Janice Fiamengo를 비롯한 주류 인사들은그동안 계속해서 남성의 피해자의식을 부추겨왔다. 이들은 남성의 자살률이 더 높다는 사실을 종종 언급한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에서 자살하는 사람의 4분의 3 이상이 남성이지만 자살을 시도하는 비율은 여성이 남성보다 더 높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는다. 이러한 현상은 ‘자살의 젠더 역설‘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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