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스토리
리처드 파워스 지음, 김지원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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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건 전문가들이 벌이는 세기의 논쟁이 아나라 바로 이야기의 힘이라는 걸 이 소설이 제대로 보여준다. 나무는 한낱 풍경이 아니다 생명이다 생명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통찰을 이야기 안에 담아낸 아주 큰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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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은 부인 프랜을 늘 어린아이 같아서 돌봐줘야 할 존재로 여긴다. 매력적인 프랜이 유럽 남자들과 은근히 바람을 피우고 돌아다녀도 그런 프랜을 보고 '쯧쯧 프랜은 아직 너무 어린애 같고 철없어서 저러는 거지. 딸 같이 돌봐줘야지 내가 뭘 어쩌겠어'라고 샘은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샘의 생각은 손상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자기최면 비슷한 것일 뿐, 가만 들여다보면 샘은 부인을 돌봐줄 여력이 있는 성숙한 어른이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다. 오히려 샘은 프랜의 돌봄을 갈구하고 필요로 하는 사람이다. 프랜이 드디어 유럽 귀족을 만나 떠나버렸을 때 샘은 프랜의 징징거림이 그립고 샘의 행동 하나하나를 지켜보며 트집 잡는 프랜의 비난의 목소리가 어디든 따라 오는걸 느낀다. 부인의 관심이 고픈거다. 혼자된 시간이 외롭고 외로워서 샘은 망가져 가면서도 유럽에 남아 프랜의 연애가 혹시나 잘못 되어 자신을 다시 찾을 일말의 가능성에 매달린다.

속물인 프랜만 미성숙한가? 아니 늘 누군가의(특히 프랜의) 관심을 받길 바라고 자신을 위로해 주길 바라는 샘도 마찬가지로 미성숙하다. 샘과 프랜 중년의 부부는 아직 자신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성숙한 어른이 아니다. 중년어린이들이다.

이 부부가 서로를 미워하며 유럽을 여행하는 것을 읽다보면 속이 답답해져 온다. 끊임없이 싸우고 비슷한 문제가 반복 되는데 거기에 샘이 프랜에게 취하는 태도 내가 봐준다. 넌 아직 철없는 어린아이 같으니까하는 이 태도가 아주 가증스러워서 짜증이 난다. 프랜을 떠날 용기는 없는데 계속 같이 붙어 있으려니 자존심은 상하고 그럴 때 취하는 이런 샘의 태도. 이러니 프랜도 얼마나 샘이 답답했을까 싶다. 그렇다고 프랜의 속물성이 밉살스럽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아무튼 부부가 쌍으로 비호감.

그래도 이 책을 계속 읽게 만드는 힘은 내가 예상하는 방향으로 샘이 계속 행동하지 않는다는 의외성 때문이다. 샘이 이정도면 정신차리겠지 하면 또 다르게 행동하고, 아니야 이제는 정말로 정신을 차릴거야 싶으면 또 잘 가다가 방향을 틀어버린다. 샘보 언제 정신차릴래? ?

 

싱클레어 루이스의 배빗은 부부가 쌍으로 죽이 잘 맞아 낄낄거리며(비웃음) 웃는 재미가 있었는데 이 소설은 둘이 너무 안 맞는데 또 둘이 자꾸 붙어 있으니까 아주 징글징글하다. 읽는내내 결혼지옥 이 생각만 났다. 아 스트레스!




 

(망고야 그거 베개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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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3-01-15 20: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망고 보드라운 발👣바닥

이 작품 영상물로 만들어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

망고 2023-01-15 20:34   좋아요 3 | URL
핑크젤리 얼마나 귀엽게요^^
찾아보니 옛날에 만든 흑백영화가 있더라고요 근데 전 소설 넘 스트레스라 영화 안보고 싶어요ㅋㅋㅋㅋㅋㅋㅋ

appletreeje 2023-01-15 20: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망고‘의 손과 발. 자는 착한 얼굴. 애틋하고 사랑스러운.
아무래도 전 사람보다는 말 못하는 동식물을 더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이, 19세기 일본의 어떤 여자(세 번의 이혼을 하고, 자기만의 삶을 찾아 가는)이야기인데
기대 중이네요~^^ 좋은 밤 보내세요!

망고 2023-01-15 20:44   좋아요 2 | URL
동식물 좋아하는 사람들에 편견 있어요 저ㅋㅋㅋㅋ마음 따뜻하고 정 많아서 사람들과도 잘 지낸다는 편견이요^^
일본소설 인가요?재밌을거 같아요 예전 드라마 세번결혼하는 여잔가? 그것도 생각나고요ㅎㅎㅎ
애플님 하루 마무리 잘 하시고 굿밤이요🙂

기억의집 2023-01-16 12: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랜이 바람 피우는 걸 용인하는 게 신기합니다. 저기서 칼부림 나면 서스펜스겠죠. 저는 못 살 것 같은데.. 읽으면서 속 터지는 소설 같어요. 성인인데 아직 철이 덜 들어서 그런다,라는 생각은 쫌..떠날 용기가 없는 비겁한 남자를 그리고 싶었나 봅니다!!

망고 2023-01-16 14:30   좋아요 1 | URL
바람도 한번이 아니라 여행가는 곳마다 여러번ㅋㅋ그럴때마다 샘은 다 참아네요 프랜은 바람피운 상황묘사를 남편앞에서 자세하게 말해주기도 하고요^^읽다보면 이 부부 뭔가 싶고 뭐 그렇습니다~소설이 상징하는바는 표면적인 부부관계 이면에 속물적인 미국과 산업을 일군 미국 이 둘이 공존한다는걸 부부로 보여준거 같은데요...뭐 이건 읽어내는 사람 맘이죠 전 저 이상한 부부가 맨날 둘이 지긋지긋해 하는걸 보면서 나름 짜증내면서 즐겼다고나 할까요ㅎㅎ
 


1월에 산 책이다. 교보에서 주문한 책 한 권은 아직 안 왔다. 그건 언제 올지 몰라서 일단 온 것들만 찍었다.

사실 조지 엘리엇의 "플로스 강의 물방앗간"만 빼고 몽땅 중고서점에서 산 책이닷ㅎㅎㅎ

다들 최상등급으로 샀더니 새책 같은 헌책이라 완전 좋네


먼저 조지 엘리엇은 이때까지 한 권도 읽은적이 없다. 그래서 이번에 "플로스 강의 물방앗간"을 샀다. 이름은 많이 들어봤는데 읽을 생각을 안 하고 있었네. 이번에 한번 읽어봐야겠다.

"다시 찾은 브라이즈헤드" 읽고 좋았기 때문에 에벌린 워의 "한 줌의 먼지"는 당연히 사야하는 책이었고, 헨리 제임스는 "여인의 초상" 한 권만 읽기엔 뭔가 부족한 거 같아서 "워싱턴 스퀘어"를 샀다. 다른거 살까 하다가 최상등급 중고가 있길래 이걸로 사 본 것. 

내가 좋아하는 작가 리처드 루소 책 두권은 하드커버로 나와있길래 냉큼 샀는데 이것도 거의 새책이라 좋다.

"Everybody's Fool"은 예전에 번역서로도 나왔었던 "노스바스의 추억" 즉  "Nobody's Fool"의 후속편이라한다. 잠깐, 이거 읽으려면 기억을 다시 되살리기 위해 "노스바스의 추억"을 또 읽어봐야겠는걸. 뭐 예전에 워낙 재밌게 읽었으니까 한번 더 읽는것도 괜찮다.  

근데 리처드 루소 책 작년에 언니가 보내준 것도 안 읽었는데....이것들 다 언제 읽지? ㅋㅋㅋㅋ


쟁여두면 언젠간 읽겠지?......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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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13 2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13 2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억의집 2023-01-16 12: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쟁여두면 어느 날 갑자기 읽어보자는 생각이 들어 읽긴 해요. 저 보면…

망고 2023-01-16 14:24   좋아요 1 | URL
몇년있다 가만 책장 들여다 보면 저런 책이 있었네 하면서 새삼 꺼내 드는 순간이 있죠^^
 



마가릿 애트우드는 2020년 시몬 드 보부아르의 미출간 소설이었던 "갈라놓을 수 없는" 이 출간되자 그에 대한 글을 썼고 이 책 "타오르는 질문들"에 실려있다.

애트우드 여사가 사르트르에게 가하는 일침에 속이 후련해져서 옮겨본다ㅋㅋㅋㅋㅋ

 

그것은 지금껏 출간된 적 없었던 보부아르의 자전적 소설 "갈라놓을 수 없는"이다. 이 책은 그녀에게 아마도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경험을 담고 있다.
그 경험은 평생의 친구였던 자자(Zaza)와의 관계다. (소설에서 자자는 앙드레라는 소녀로 등장한다.) 두 소녀의 우정은 자자가 비극적이고 이른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다층적이고 강렬하게 이어진다.
보부아르는 "제2의 성"을 출간한 지 5년 후인 1954년에 이 책을 썼고 이것을 사르트르에게 보여주는 실수를 저질렀다. 그는 대부분의 작품을 정치적 기준으로 판단하는 사람이었고, 이 작품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했다. 그가 유물론자이자 마르크주의자였다는 것을 생각할 때 아이러니한 일이긴 하다. 어쨌거나 이 책은 두 젊은 여성이 처한 물리적·사회적 여건을 치열하게 묘사한 책이 아니던가. 
당시 진지하게 여겨지던 생산수단은 공장 노동과 농업이 유일했다. 여성의 저평가된 무보수 노동은 거기 해당되지 않았다. 사르트르는 이 작품을 하찮게 보았다. - P620

보부아르는 자신의 회고록에 이 작품에는 "어떠한 내적 필연성도 없어 보였고, 그래서 독자의 흥미를 끄는 데 실패했다"라고 썼다. 이는 보부아르의 말이 아니다. 당시에는 그녀도 동의한 것으로 보이는 사르트르의 말을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흠, 독자여, 사르트르 씨가 틀렸다. 적어도 이 독자의 시각에서는 그렇다. 인류의 완성이나 정의와 평등 같은 추상적 관념에 몰두하는 사람은 원래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 모든 소설은 개인들과 그들이 처한 상황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런 사람은 자기 연인이 쓴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자기가 연인의 삶에 등장하기 전의 일을 다루고, 자기가 아닌 남이 중요하고 재능 있고 사랑받는 인물로 등장하고, 더욱이 그 인물이 여성인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 
유산계급 소녀들의 내적 삶? 너무 사소해 이런 소소한 감정 유희는 여기까지만해, 시몬, 너의 그 명석한 두뇌를 보다 진지한 문제들에 쓰는 게 어때? - P621

그런데 사르트르 씨, 21세기에서 답변드리자면, 이것이야말로 진지한 문제거든요. 만약 자자가 없었다면, 자자와 보부아르의 열정적이고 헌신적인 관계가 없었다면, 보부아르의 지적 야망에 대한 자자의응원과 시대의 관습에서 벗어나려는 보부아르의 욕망이 없었다면, 가족과 사회가 자자에게 그녀가 여성이란 이유로 가했던 치명적인 기대-보부아르가 보기에는 자자의 총명과 기운, 기지와 의지에도 불구하고 자자의 생명력을 그야말로 고갈시켜버린 기대-에 대한 보부아르의 견해가 없었다면, 제2의 성이 있을 수 있었을까? 또한 이 중추적인 책이 없었다면, 이후에 일어난 일이 과연 일어난 만큼 일어날 수있었을까? - P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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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12 1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12 17: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 이래서 내가 애트우드 소설에 재미를 못 느낀걸까?

저는 제가 때로 번역가들에게 악몽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제가 저의 빌어먹을 책들을 번역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점에 두 배로 감사합니다. 때로는 뺄게요. 저는 언제나 번역가들에게 악몽입니다. 저는 (번역이 불가능한) 말장난과 (번역하기 난감한) 농담을 즐겨 쓰고, 특히 유전자조작 생물과 상상의 소비재 영역에서 신조어를 잔뜩 만들어냅니다. 제가 살인에만 역점을 두면서 의젓한 표준영어만 쓴다면 번역가에게 얼마나 좋을까요? 플롯 위주의 책들이 번역하기에는 가장 쉽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영역에도 함정은 있습니다. 뼛속까지 미국적인 작가 레이먼드 챈들러의 소설이 프랑스어로 번역되면 그의 로스엔젤레스가 이상하게도 (예컨대) 매그레 경감이 사는 파리의 우범지대와 비슷해지거든요. 파리에는 비가 자주 온다는 것만 빼면요 - P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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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3-01-07 1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쿤데라 옹이 프랑스어로 번역된 자신의 작품 읽고 충격(스토리가 전혀 다르게 흘러가 버려서)받고 오역 수정 하는 동안 프랑스어 원어민 급으로 실력이 일취 월장 했다고 합니다 ^^
번역은 그리하여 굉장히 어려운 작업 인것 같습니다
에이 아이 시대에도 ^^

망고 2023-01-07 15:55   좋아요 1 | URL
그런일이 있었어요? 어떻게 하면 아예 스토리가 다르게 흘러가 버리는 거죠?ㅋㅋㅋ근데 쿤데라도 대단하네요 그걸 직접 수정한다고 프랑스어 공부도 하고👍
번역 어렵다는건 알지만 그래도 번역 엉망에 한국어도 엉망쳐놓은 것들 보면 넘 화나요 그걸 아무도 지적 안 하고 그대로 출판한다는 것도 넘 이상하고😆

기억의집 2023-01-16 12: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가렛 애트우드의 말인 거죠!! 그래도 저걸 해 내는 번역가들이 있다는 사실은 놀랍기만 하죠!!!

망고 2023-01-16 14:23   좋아요 0 | URL
그럼요 번역가들 존경해요 어떻게 이렇게 절묘하게 번역했나 감탄할때도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