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베카 - 대프니 듀 모리에
정말 재밌게 읽었다.
이 소설 내용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 했다. 옥주현이 부른 뮤지컬 노래만 몇 번 들어본게 다였다. 레베카~하고 고음 지를때 소름이 쫙 돋았던...
사실 나는 그시대의 추리소설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냥 주인공 이름이 레베카라는 예상만 하고 별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는데 책이 너무 재밌다는 평이 많은거다. 게다가 뮤지컬에 영화에 다방면으로 리메이크 되는 원작 소설인데 그래도 알아두면 좋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다 읽고 나니 왜 진작 안 읽었나 하는 후회를 했다. 이건 그냥 내가 알던 그 시대의 추리소설이 아니잖아!
이 책은 한 편의 로맨스 소설로도 완벽했다. 물론 반전있는 추리소설로도 좋았고
그래도 가장 좋았던 건 제목이 "레베카"라는 점이었다. 정말 존재감이 큰 주인공이지만 정작 등장인물로 나오지는 않는 레베카. 그리고 책을 끝까지 다 읽고나니 이 책의 화자인 "나"는 이름을 모른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
책장을 덮고 그래서 레베카는 레베카인데 "나"는 이름이 뭐였더라? 하고 생각해 보니 생각이 안 나는거다. 책을 다시 뒤적뒤적 거려도 "나"의 이름은 전혀 나오지 않고 그저 '드윈터부인'이라고 호칭하는게 다였다.
레베카의 존재감으로 내내 불안해하고 힘들어하던 주인공은 끝까지 이름이 없고 고작 드윈터 부인으로 불리우지만 레베카는 당당하게 이름으로 존재한다. 끝내 레베카라는 존재를 극복하지 못 하는 "나"를 완벽하게 보여주는 장치였다.
상상력이 풍부하고 감수성이 예민한 내성적인 화자가 들려주는 연애 이야기도 재밌었다.
남편을 너무 사랑하는데 그는 속을 알 수 없고 맨날 고뇌에 차 보인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늘 불안해 하며 사랑을 애원한다. 그러나 남편은 그런 부인에게 마치 개에게 하듯이 애정을 표현한다. 그래서 "나"는 남편에게 자신은 한없이 부족한 존재라고 자책한다.
그러다 차츰 이 어린 신부도 성장을 하고 이제는 입장이 바뀌어 남편을 오히려 개를 대하듯 하게 되었다고 하는 부분이 너무 표현이 절묘했다ㅋㅋㅋ
개같이 대한다는건 개들이 와서 쓰다듬어 달라고, 귀여워 해달라고 애원하는 모습에 별 감흥없이 습관적으로 강아지를 쓰다듬어 주곤 하는 그런 모습을 말한다ㅋㅋㅋㅋ
이 소설은 주변 묘사도 참 좋았는데 대저택의 정원을 표현하는 부분들이 특히 그랬다. 어떤 모습인지 눈앞에 그려지는 듯 했다. 작가가 경험해 본 자연을 사실적이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표현해낸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이 작가는 정원생활을 즐겨했던게 아니었을까 추측해본다.
그래서
레베카랑 철쭉이랑 같이 찍어봤다. 레베카는 철쭉을 좋아했다고 해서ㅎㅎㅎ
비 오는 산책길사진도
아무튼 책 "레베카" 너무 재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