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메모리카드에 있는 오래 묵혀뒀던 사진들을 옮기다가 망고녀석이 너무 늠름하게 잘 나온 사진이 있길래 올려본다. ㅎㅎㅎㅎ 배는 좀 나왔지만 용맹해 보이게 나왔다.

평소 모습은 장난꾸러긴데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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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소설이었다면 여기 나오는 부모들 욕을 실컷 하면서 이 책에 대해 말 할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게도 이 책의 장르는 저자가 직접 겪은 경험담을 엮은 회고록이다. 이게 실화라니...
저자가 겪은 어린시절의 고생은 백프로 부모때문이다. 정말 분노가 끓어 오른다.
하지만 이 책에 깔린 정서는 기본적으로 부모에 대한 애정이다. 그래서 쉽게 욕을 못 해주겠다. 남의 부모를 욕하는 상놈에자슥이 되는거 같아서... 물론 이 책의 저자가 한국의 알라딘이라는 사이트에서 내가 쓰고 있는 이 페이퍼를 읽어볼 확률은 절대 없지만 말이다. 


아무튼 끔찍한 어린시절을 겪어내고 저자는 멋지게 성장한다. 그 고생을 하고도 삐뚫어지지 않고 총명하게 스스로의 길을 개척해 나간다. 그랬기때문에 이 책을 쓸 수 있었을 것이다.

동시에 저자가 이루어낸 인생이 결코 문제 많은 부모 때문에 방해받기만 한 건 아니라고 그런 부모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말하는 듯 했다. 
누가 봐도 이상한 부모지만 저자가 어린시절 겪은 부모의 양육방식에는 나름대로 기억할만한 아름다운 순간들도 분명히 있었다고 ...... 


정말 그 부모에대해 할 말이 많지만 저자가 이토록 그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데 이게 다 무슨 의미인가 싶다.
물론 저자는 원망도 많이 했다. 하지만 회고록을 쓰는 시점에 와서는 그런 부모를 이해했던 거 같다. 그냥 그런 사람들이라고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이 책을 읽고 내가 느낀점은 세상엔 정말 너무도 다양한 삶이 있다는 거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자신들만의 삶의 방식을 고집스럽게 유지하며 점점 더 나빠지는데도 그걸 그냥 방치하면서도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으려는 사람들. 

저자의 부모는 결국 노숙자까지 되는데도 그냥 또 그렇게 살아간다. 거기에서 벗어날 생각없이.
자식들의 도움도 거절하고 '너의 부모가 노숙자인게 뭐가 어떠니?' 하는 식으로 여전히 자신들의 삶의 신념(이라고 쓰고 고집이라 읽는다)을 굳건히 떠벌리면서...
정말 이런 사람들이 있구나 싶었다. 그 자식들은 얼마나 속이 터져나갔을까...



어쨌든 책은 재미있다. 그 어디에서도 듣지 못할 독특한 경험담을 바로 이책에서 읽어 볼 수 있다.
궁극적으로 이 회고록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더 나은 삶을 살겠다는 희망을 놓지 않고 노력한다면 인생은 해피엔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보통의 이해가능한 고생담이었다면 '회고록이 다 그렇지' 하며 심드렁할텐데 이 책은 정말 너무나 이해불가인 독특한 부모가 아이들을 고생시키기 때문에 저자의 성공을 간절히 응원하게 된다. 잘 커줘셔 너무나 다행이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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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러스 프레스턴의 "원숭이 신의 잃어버린 도시"

온두라스의 동쪽 모스키티아라는 지역에는 수백년 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열대우림이 있다. 나무와 온갖 식물들로 빽빽한 그 곳은 너무나 원시적인 자연 그대로의 밀림이라 사람이 접근할 엄두도 못 내는 곳이었다. 그런데 그 곳에는 오래전부터 전설이 하나 내려오고 있었다. 그 밀림이 원래는 번성한 도시였고 수백년전 그 도시의 사람들은 신의 노여움 때문에 그 도시를 버리고 떠났다는 것이다. 그곳을 사람들은 '시우다드 블랑카' 바로 백색도시 라고 불렀다.

처음 스페인 정복자들이 아메리카 대륙을 침범했을때 그 도시를 봤다는 기록이 남아 있는 것으로 봐서 이 전설이 그냥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아니라고 서구의 사람들은 생각했다. 그래서 보물을 찾겠다는 도굴꾼들과 잃어버린 도시를 찾고 싶은 모험가들이 이 모스키티아의 밀림의 문을 끊임없이 두드려 왔다. 하지만 별 소득은 없었다.

밀림 속으로 들어가지도 않아놓고 그럴듯하게 그 주변의 소문을 수집하고 다른 지역 유물을 빼돌려서 증거로 내밀며 드디어 잃어버린 도시를 발견했다고 떠벌리는 사기꾼들도 꾸준히 있어왔다.

이 책에서는 온두라스가 미국의 바나나 기업가에게 경제와 정치가 농락당한 근현대사를 언급하는데, 그와 비슷하게 서구열강의 사람들이 한 나라의 유적지를 보물찾기의 대상으로 여기며 마구잡이로 헤집고 다녔던 기록 또한 다루고 있다. 읽고 있자니 참으로 안타까웠다.

모험가든 도굴꾼이든 아무리 설쳐도 정작 모스키티아의 밀림 속을 제대로 탐험해 봤다는 사람들은 드물었다. 그곳이 너무나 울창한 자연이라 사람이 들어갈 엄두도 낼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또 온두라스의 정치상황이 혼란스러워 안전이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다가 최근 세계 곳곳의 발견되지 않은 유적지들을 찾아내는 라이다라는 기술이 주목받게 된다.

오래전부터 모스키티아의 읿어버린 도시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미국의 영화제작자는 라이다 기술을 이곳에 적용해 보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라이다는 온갖 식물로 덮인 모스키티아의 밀림 속 지형에 자연적으로 생긴 것이 아닌 사람이 만든게 틀림없어 보이는 건축의 흔적들을 찾아내었고 그것을 바탕으로 정확한 지도를 제작하는데 큰 공을 세운다. 드디어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모스키티아의 잃어버린 도시를 찾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미국의 고고학자들과 이 책의 저자를 포함한 언론인들, 다큐멘터리 제작팀, 온두라스의 군인들과 학자들 등등이 원정대를 꾸리고 모스키티아의 밀림 속으로 들어간다.

정확한 지도가 있다 하더라도 그곳까지 가기 위해서는 밀림을 헤치고 두 다리로 걸어가는 방법밖에 없다. 원정대는 풀과 나무들로 꽉 막혀 바로 몇미터 앞도 시야 확보가 되지 않는 그 엄청난 숲을 헤치며 걸어간다. 불과 100미터를 가는데도 몇시간이 소요되는 고된 여정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 여정엔 당연히 무시무시한 뱀과 우글우글대는 온갖 벌레들도  빼놓으면 안된다.

모스키티아에 사람의 흔적이 없었다는 것은 그곳에 사는 동물들이 원정대를 보고도 경계하지 않고 다가왔다는 것으로도 알 수 있었다 한다.

밤이 되면 모기들과 작은 날벌레들의 습격으로 고생하고 뱀은 어디에서도 나타나고 재규어가 텐트 주위를 어슬렁대고 나무위에는 거미원숭이들이 원정대를 쫓아내려고 소리를 질러대는 곳.

그러나 저자는 이런 울창한 자연이 아름답고 경이로운 곳이었다 말하고 싶었던거 같다. 산같이 솟은 빽빽한 나무들과 숲의 소리들은 어디에서도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이었을 테니... 문명으로 돌아올때 아름다운 밀림을 떠나는 것을 몹시 아쉬워 한다.

근데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생각했다. 나는 저런곳엔 못 가겠구나 하고. 가고 싶지도 않고 말이다. 잃어버린 도시를 찾는다거나 온갖 모험얘기는 책으로나 읽고 싶은 거다.

특히나 저자가 밤에 볼일을 보려고 일어나 후레쉬를 땅에 비추니 수천마리의 새카만 바퀴벌레가 길을 덮고 있었다는 구절을 읽고 있자니 너무 소름이 돋는 거다. 생각만으로도 끔찍해서 나는 저런곳에 데려다 놓으면 1초도 못 버틸거 같단 생각을 했다.

원정대는 라이다에 나온 지표면의 흔적들을 찾아가서 피라미드나 건물터, 거대한 광장 같은 것들을 직접 확인한다. 모스키티아의 밀림 속에는 정말로 수백년전에 도시가 존재 했던 것이다.

게다가 땅 속에 반쯤 파묻혀 있던 돌로 만든 재규어형상의 조각품들과 도기 등 한무더기의 유물들도 발견하는 성과를 낸다.

이 책은 이런 발굴 상황을 사실대로 묘사하는데 나는 읽으면서 좀 밋밋한 것 같은 기분이 드는거다.

밀림을 헤치고 가서 유적지를 확인했고, 이 오목한 지형엔 울창한 초목을 걷어낸다면 예전 도시의 넓은 광장이 나타날  것이고, 저쪽 평평한 지대에선 농사를 지었을 것이다. 뭐 이런식의 서술들 말이다.

이게 사실이고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내가 기대했던건 이런거다.

잃어버린 도시를 찾아냈는데 그곳에서 우연히 돌계단을 밟았더니 보이지 않던 문이 열렸고 그 문 안은 또 다른 수수께끼의 미로이며 뭔가를 만지면 저주가 내려서 원정대원의 누군가가 심각한 부상을 입거나 병에 걸려 죽고 등등등

영화나 소설에서 고고학자라는 주인공들이 나와서 고대문명의 미스터리를 풀어 가는 이야기들을 너무 많이 봐 온 나머지 나는 정작 현실에서의 중요한 발견이 픽션같지 않다며 은근히 실망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이 책을 사서 읽게 된 이유도 혹시나 저런 픽션같은 현실이 진짜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는 것을 고백한다. 이 책의 제목을 보라 "원숭이 신의 잃어버린 도시"라니. 분명 제목은 사실에 기반한 것이 맞긴한데, 이 제목에서 풍기는 냄새는 뭔가 인디아나존스의 한장면이 연상되지 않는가 말이다.

하지만 다시한번 말하지만 이 책은 미신적 전설을 따라가는 류가 아니다.

원정대는 신기술을 도입해서 지도를 제작하여 자연을 헤치고 가서 드디어 약 오백년 전에 이곳에 도시가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게 다다. 여기에 어떤 신비한 음모론 따위는 없다.

약간의 실망감은 여러 사실적인 추론과 흥미로운 정보들이 뒤이어 나오며 상쇄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 도시는 버려졌는가 하는 추론들 말이다.

여전히 거기에 대해서 정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지만 여러 학자들의 말을 종합해 저자는  서구 세계의 침범으로 인한 전염병의 창궐이 그 이유일 것이라  말한다.

모스키티아는 스페인 정복자들도 굳이 들어가지 않았던 지역이었다. 그렇다면 이 도시는 정복자들에 의해 파괴되었거나 정복자를 피해 그곳 사람들이 도시를 버렸던 것이 아니었다는 말이된다.

정복자들이 아메리카 대륙에 오면서 함께 가지고 왔던 전염병들이 대륙을 휩쓸었고, 모스키티아의 오지 도시에까지 그 전염병은 확산 되었을 것이다. 그곳 사람들은 이 병이 신들의 노여움 때문이라 생각했고 도시를 버리고 떠났다. 그 이후 이곳은 아무도 들어가 살지 않는 곳이 되었다.

이 추론을 뒷받침 하는 것이 원정대가 발견한 유물 무더기들이다. 귀한 물건들이 사람이 일부러 쪼개고 훼손한 상태로 남아 있었는데 그것은 물건의 정령을 풀어준다는 의미의 일종의 제례의식이었다고 한다. 전염병으로 죽어가던 도시에서 일부 남은 사람들은 이렇게 의식을 치룬 뒤 마을을 떠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밀림의 환경 특성상 발굴한 유물들의 방사성탄소 연대측정도 불가능한 현재, 옛날 모스키티아에서 정확히 언제 어떤일이 벌어졌었는지는 여전히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한다.

유물들의 정확한 연대는 그 주변 문명들에서 발견된 유물들의 유사성으로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밀림에서 돌아온 저자는 어쩌면 기생충을 연구하면 모스키티아에서 도시가 버려진 시기를 알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생각의 계기는 저자를 포함한 원정대원들 대부분이 리슈만편모충에 감염되어 치료를 받게 된 상황으로 발생했다. 치료중에 이 기생충이 모스키티아에서 고립되어 새로운 종으로 진화한 변이종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게 된 것이다. 여기에서 저자는 이 기생충이 얼마동안 고립되어 있었는지를 연구하면 모스키티아에 사람의 발길이 끊어진 시기를 알 수도 있지 않을까 질문을 던진다.

리슈만편모충 치료가 상당히 고되고 위험하다고 서술하고 있는데 그 와중에 이 기생충이 모스키티아 도시 연구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 저자의 집념이 참 재밌으면서도 대단하다 싶었다.

온두라스의 역사는 스페인점령기 이후는 잘 알려져 있지만 그 이전 시대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고 한다. 마야문명이 아닌 온두라스의 토착 문명은 발굴도 연구도 미진한 상태인 모양이다.

이런 상황에서 모스키티아의 잃어버린 도시의 유적지를 발견한 것은 온두라스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그 옛날에 모스키티아의 도시를 버린 사람들은 미지의 세계로 사라진 것이 아니고 여전히 온두라스 이곳저곳에서 정착해서 살았다. 그리고 그 후손들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을 것이라 한다. 그래서 잃어버린 도시를 찾아서 연구한다는 건 온두라스인들의 정체성을 찾는 과정이기도 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들의 잃어버린 역사를 찾는다는 것은 분명 의미있는 일이라고.

앞으로 나도 온두라스의 잃어버린 도시에서 또 무엇을 발견했는지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지 소식이 들려오면 귀를 쫑긋하고 듣게 될 거 같다. 온두라스의 역사와 자연을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으니 관심있게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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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에 핀 부추꽃이다. 요즘 아주 활짝 폈다.

부추꽃이 이렇게 이쁘다는거 사람들이 잘 모르더라

널리널리 알리고 싶다. 부추꽃 진짜 이쁘다고ㅋㅋ

부추는 작은 꽃이 다발로 핀다. 꽃대가 힘차게 불쑥 솟아 있고 그 위에 하얗게 작은 꽃다발이 매달려 있다.

귀엽고 예쁘당~


근데 우리집 마당에 언제 이렇게 부추가 많았지?


올해 마당에 꽃이 별로 안 폈다. 사실 봄에 집을 혼자 볼 시기에 내가 마당 가꾸기를 까먹어서ㅋㅋㅋ 잔디도 다 죽고 꽃도 다 죽었다 ㅜㅜ 잡초가 파랗게 올라 오는데 그냥 놔뒀더니 잔디를 다 밀어내 버리더라...아니 잡초도 파랗고 예쁜데 잔디처럼 가꾸면 되는거 아닌가.....??? 잡초정원. 괜찮을거 같은데...라고 했더니 엄마가 무슨 말같지도 않은 소리냐며 무시하심ㅜㅜ

 

그런데 이 부추꽃은 용케도 작년보다 훨씬 더 많이 폈다. 얘는 안 가꿔도 혼자 잘 자라는 구나 기특한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가만히 되돌아 보니 부추를 안 잘라 먹어서 얘가 이렇게 꽃이 많이 핀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

결국 역시 안 돌보고 안 먹어서라는 결론이네 음....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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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리처드 포드는 초기작 '스포츠 라이터'에서 프랭크 배스컴이라는 인물을 만들내고 적지 않은 분량의 장편 소설을 냈는데 몇년 후 또다시 그 인물을 가지고 역시나 꽤나 길게 이 소설 '독립기념일'을 써냈다.
'스포츠 라이터'에서 6년이란 시간이 지난 후가 바로 '독립기념일'의 배경이다.
작가 약력을 보니 최근까지 프랭크 배스컴 4부작을 완성했다고 한다.
앞으로 프랭크 배스컴 이야기가 2편이나 더 있다는 소리다.



나는 현재 이 소설을 힘겹게 다 읽고 난 후 앞으로 같은 주인공의 소설이 더 있다는 정보를 접하니 뭘 또 그렇게까지 할말이 남아 있을까 싶은 마음도 든다.
'스포츠 라이터'와 '독립기념일'의 프랭크 배스컴 이란 인물은 소설의 주인공으론 그렇게 호감가는 인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몇년전 '스포츠 라이터'를 읽을때 나는 배스컴이 너무나 비호감인 인물인지라 이해해 보려고 노력을 거듭하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약간 이기적이기도 하고 회피형의 인간. 첫째 아들을 잃고 나서 자신은 방황했다 하는데 그 방황이란게 아내 외의 다른 여자들을 만나는 것이었고 그래서 이혼한 남자.
이혼남 클럽에서 만난 친구의 고민과 슬픔을 들어주는게 너무나 어려운 남자.
여자를 사귀는 것을 자신의 감정에 대한 도피처로 삼는 남자. 대충 기억하기론 이렇다.



이런 프랭크 배스컴이 6년후 40중반이 되었다. '독립기념일'에서의 그는 지금의 시기를 '존재의 시기'라 명명하며 살아가고 있다.



어쩌면 나는 그녀를 비롯해 어떤이에게든 미덥지 못한 사람에 그칠지도 모른다. 로맨스 초기에 울리는 낭랑한 종소리를 좋아 하면서도 그 달콤한 종소리가 어떤 중요한 것으로 발전할 조짐이 보이면 이를 진전시키기보다 그저 무시해 버리고 마는 사람이 바로 나니까. 돌이켜보면 나는 중년기를 나름 성공적으로 보내 왔는데, 이 시기를 '존재의 시기'로 명명하고서 싫어하는 것들, 꺼림칙하고 복잡해 보이는 것들이 나타나면 대부분 무시로 일관하거나 흘려 보냈다.   (1권 23쪽)



그러니까 열정이 어느정도 사그라 든 상태. 내가 어쩌지 못 하는 일들에 대해서 크게 동요하거나 감정을 소모하지 않고 그냥 눈감고 모른척 해버리는 상태, 어느것에도 크게 애정을 쏟지 않음으로 해서 세상에 대해서 상처를 덜 받겠다는 상태를 거창하게 '존재의 시기'라고 말하는 듯 하다. 



그런데 이런 배스컴의 성향은 '스포츠 라이터'에서도 익숙한 것이어서 6년이란 시간이 흘러 중년이 되었다고 해서 사람이 확 변해 이렇게 된 건 아닌거 같다는게 내 생각이다.
'스포츠 라이터'의 배스컴은 친구의 아픔은 그사람의 몫 그 누구도 아픔을 거들어 줄 수 없다는 태도로 자살직전의 친구에게 무심하게 굴지 않았던가...
나이를 더 먹은 배스컴은 원래 가지고 있던 성향을 이제는 좀더 드러내놓고 인정하게 되었다고 보는 편이 맞아 보인다.



하지만 삶이란게 자신이 인정한 방법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 단순한 것인가말이다.
해덤이라는 조용하고 부유한 마을에서 어느것에도 어느관계에도 크게 마음을 쓰지 않고 고요하게 존재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배스컴은 실상을 들여다 보면 꼭 그렇지 만도 않아 보인다. 



나이가 한참 어린 애인과의 프랑스 생활은 그 한계를 보았고, 돌아와서는 전부인 앤과 재결합하려고 마음먹었지만 앤은 이미 부자 남자를 만나서 재혼해 버렸다. 이부분에서 배스컴은 질투에 눈이 멀어 이미 존재의 시기란 말이 무색해져 버리는 행동을 한다. 바로 앤이 살던 집을 사서 이사를 하면서 앤이 다시 돌아오길 바란다는 거다. 



새로 사귄 애인 샐리와는 불안한 관계다. 샐리를 사랑하고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아 샐리에게 확답을 주지 못 하는 상태인데 배스컴은 이것이 자신이 존재의 시기를 지나고 있기 때문이라 설명한다. 하지만 진짜 이유로는 아무래도 샐리가 그동안의 배스컴이 사귄 여자들이 그래왔듯 자신을 먼저 떠날거 같기 때문에 그 불안감으로 선뜻 마음을 주지 못 하는 듯 보인다.
존재의 시기란 또다시 상처를 받지 않겠다는 자기보호의 시기인 만큼 그렇기 때문에 외로운 시기 라고 해도 무방하다.



곧 인생을 하직할 사람처럼 다시 가슴이 쿵쿵쿵 뛰기 시작한다.할 수만 있다면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 불을 켜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을 것이다. 딱딱하고 작은 수화기를 향해 이렇게 소리쳤을 것이다.

"괜찮아 난 도망쳤어.위험했지 하지만 날 어쩌지는 못 했어.그 숨결을 코로 맡았고 어둠 속에서 빛나던 그 빨간 눈을 봤어. 그 기분나쁘게 축축한 손이 나를 건드렸지. 하지만 난 해냈어 살아남았다고. 그러니 기다려줘 이제 할 일이 얼마 남지 않았어"

하지만 아무도 없다. 여기, 아니 그 어떤 곳에도 이 말을 들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안타깝다. 참으로 안타깝다. 참으로, 참으로              (1권 372쪽)



이중에서도 배스컴의 마음을 헤집어 놓는 가장 큰 요인은 아들 폴이다.

형의 죽음과 어린시절 키우던 반려견의 죽음을 극복하지 못 한 폴은 재혼가정에도 적응을 못 하고 여러 사건을 일으키는 문제아가 된다.
배스컴은 이런 아들을 위해 독립기념일을 맞아 함께 여행을 가기로 하는데, 여행내내 폴은 이상한 행동을 하고 도통 배스컴과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


자꾸만 과거 안좋은 기억에 얽매여 우울함에 사로잡히는 폴에게 배스컴은 과거를 끊고 현재를 살아가는 진정한 독립에 대한 교훈을 주려고 하지만 폴은 더 격렬하게 반항하는 것으로 응수한다. 그러다 급기야 폴은 야구공을 눈에 맞는 사고까지 당한다.


아들의 반항 앞에서 배스컴은 과거의 자신을 떠올린다. 큰아들의 죽음과 받아 들일 수 없는 이혼 앞에서 자신을 누군가가 한대 때려 줬으면 했다고 고백하며 폴도 지금 그런 심정이 아니겠냐고 눈물짓는 배스컴.
드디어 미지근한 존재의 시기에서 벗어나는 순간이 온 것이다.
아픈 과거를 끌어안은 채 과거의 상처가 영향을 미칠까 두려워 현재의 삶에서 진정한 관계를 회피하는 것을 존재의 시기라고 이름 붙인 자기기만의 상태. 그래서 진보적인 미래로 나아갈 수 없었던 그 상태에서 말이다.



이렇게 해서 배스컴은 독립기념일에 내면의 변화를 경험하고 자신만의 진정한 독립을 찾는다.
샐리와의 더 진지한 관계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게 되고 미련이 남았던 전부인 앤과는 스스로 마음을 정리한다.
그리고 독립기념일 퍼레이드를 바라보며 세상과 사회에 좀더 마음을 열고 미래로 천천히 나아가기로 마음을 먹는다.




이 소설은 '스포츠 라이터' 보다 더 내면에 침잠한 소설이다. 솔직히 '스포츠 라이터'도 집중이 안되어서 몇번을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말이다. 서사로 이루어지는 소설이 아니라 주인공의 내면과 기억으로 이루어진 소설이라 집중을 하지 않으면 한참을 읽어도 무슨 소린가 하고 있을때가 많다.

게다가 일상적인 풍경이나 행동에 대한 묘사가 세세하고 많은 분량이 그런 묘사로 채워지다 보니 조금만 한눈을 팔면 지루해지기 쉬운 소설이다.
그런 면이 '독립기념일'에 와서는 더 심해졌다 ㅜㅜ


어떻게 보면 작가가 하나의 캐릭터를 구축하고 그 캐릭터에 대해 인간적인 면면들을 온갖 묘사로 풀어낸다는게 얼마나 깊은 내공을 필요로 하는 일인가. 그런면에 대해선 참으로 존경스럽지만 이정도로 프랭크 배스컴에 대한 속얘기를 길게 했는데 또 할말이 많이 남아 있다는 점은 참....뭐랄까... 아... 조금 지친다.

그래도 번역되어 나오면 나는 또 읽어보겠지. ㅜㅜ 


더 나이먹고 더 성숙해진 프랭크 배스컴이 기다리고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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