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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관계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공경희 옮김 / 밝은세상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각자 타국을 떠돌며 오랜 기자생활을 한 샐리와 토니는 취재 도중에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까지 하게된다. 임신한 샐리는 토니의 모국인 영국으로 이주하여 낯선 환경에 적응하며 결혼생활을 무리없이 이어가려고 한다. 그러나 힘겨운 임신기간과 험난한 출산을 겪고 나서 산후우울증이 샐리를 괴롭힌다. 그런 샐리에게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남편은 그녀에게 가족의 울타리를 제공하지 못 한다. 타국에서 의지할 곳 없이 오로지 혼자서 모든 상황을 감내해내야 하는 샐리는 점점 피폐해진다.
여기까지가 이 소설의 절반정도를 차지한다. 사실 샐리가 처한 모든 상황이 이해 못 할 건 아니지만 아기를 출산하고 계속해서 징징징 거리는 샐리를 주인공으로 참아내기가 좀 버거웠던 것도 사실이다. 30대 후반의 유능한 전문직 종사자였던 여자가 왜 이토록 비이성적으로 사고할까 싶은 생각에서다. 일례로 샐리는 아기에게 무슨일만 생기면 심하게 자책하는 경향을 보인다. 아니 왜이렇게 심하게 오버할까 싶을 정도로. 이 상태로 계속 산후우울증 얘기만 주구장창 읽어야 할까봐 그만 책을 놓아버릴까도 생각했었다.
그런데 여기에서 이야기의 방향을 확 틀어버리는 전환점이 나타나 소설에 생기를 부여하기 시작한다.
남편의 배신. 샐리 입장에서는 마른하늘의 날벼락같은 배신. 샐리의 산후우울증을 빌미로 아기까지 빼앗아 가버리는 토니의 배신이 '짜잔'하고 등장 하고 부터는 순식간에 가족드라마에서 법정드라마로 이 소설은 선회하게 된다. 아울러 이야기가 급물살을 타면서 흥미진진해진다.
아기를 빼앗겨버릴 수 있다는 큰 난관을 만나면서 샐리는 성장한다. 일생일대의 너무나 큰 사건 앞에서 샐리는 자신을 객관화해서 바라보는 순간을 만나는데, 바로 부모님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는 죄책감을 처음으로 타인에게 고백하는 부분이다. 비로소 샐리가 아기를 낳고 그토록 비이성적으로 끊임없이 자신의 잘못으로 아기가 잘못되었다고 상상하고 자책했던 행동들이 이해가 되기 시작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결국 이 모든 사건을 겪고 샐리는 더욱 단단해진 엄마의 모습으로 제2의 인생을 살아가게 되는 듯 하다. 그전보다는 덜 자책하고 더 긍정적으로 인생을 바라보는 샐리의 모습이 그려지는데 확실히 수긍할 만한 이 소설의 멋진 마무리라 할 수있다.
그동안의 이야기 방향을 바꿔 양육권을 다투는 이혼법정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서 주인공의 과거 트라우마를 자연스럽게 끄집어내어 현재의 문제를 극복한다는 이야기의 흐름은 매우 흥미롭게 소설을 즐길 수 있게 만든다. 과감한 사건전개를 참 영리하게 풀어썼다. 다음소설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