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퇴근길과 오늘 출근길, 이 책을 들었다. 듣고 있긴 한데, 다시 찬찬히 읽어야 될 것 같다. 아는 책도 나오고 모르는 책도 나오고 하는데 중간에 어떤 구절을 만나면 거기서 다른 생각으로 막 연결이 되어서 귀에 들리는 소리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오늘 아침 만난 구절은 두 개인데, 거기서 하나의 책이 떠올랐다.
누구든 빌린 책에서 밑줄이 그어진 문장을 만난다면, 거기에 밑줄을 그은 사람과 그 감정에 대해 잠시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우리는 서로를 조금 더 잘 알 수 있게 될지도 모르니까.
이건 <독서 공감, 사람을 읽다>에서 만난 구절이고,
"책을 읽고 마음에 든 작가가 생겼는데, 그 작가가 쓴 책이 그 한 권만 있는게 아니라, 알고 보니 적어도 열 권은 넘게 있는 거예요. 이보다 더 즐거운 일이 있을까요?"
이건 <일반적이지 않은 독자> 에 나온 구절을 <독서 공감, 사람을 읽다>에서 인용한 것이다.
이 두 구절에서 내가 떠올린 책은 <밑줄 긋는 남자> 이다.
이 책은 사실 남편의 (안 읽는) 책을 정리하려다가 읽게 되어 좋아하게 된 책인데, 책을 좋아하는 20대 (맞겠지?) 여성의 연애 이야기이기도 하고 책 이야기이기도 하고 약간 미스터리물 같기도 하다. 이 책의 주인공은 콩스탕스, 로맹 가리의 책만 읽는 여성인데 다행히도 로맹 가리는 책을 많이 남겼지만 이미 죽어버렸기 때문에 '그 책을 다 읽고 나면 어떡하지' 하며 걱정을 한다. (이런 걱정을 덜 해도 되는 작가는 무라카미 하루키 정도일까? 그의 많은 책도 언젠가는 다 읽겠지만) 그러면서 다른 책도 접해보기로 하고 도서관에 가서 회원증을 만들고 책을 빌린다.
도서관에서 어떤 책을 빌려 읽은 콩스탕스는 그 안에서 밑줄을 발견하고, 책을 읽다가 더 많은 밑줄과 메모를 발견하며 그 밑줄들이 서로 이어져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밑줄을 그은 사람은 다른 책을 읽어보라고 추천하기까지 한다. 콩스탕스는 밑줄의 주인공에게 이끌리며 밑줄을 따라가 '밑줄 그은 남자' 가 누구인지 찾아보기로 하는데..
처음 도서관에서 밑줄을 발견하는 장면을 읽으며
아니 이런 파렴치한 짓을!! 이라고 생각했었지만
그 뒤의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어느새 파렴치한 문제는 살짝 저쪽으로 밀어두게 된다.
아, 사실 나는 로맹 가리 / 에밀 아자르의 책을 한 권도 안 읽은 사람이다 (자랑은 아니다).
<밑줄 긋는 남자>를 읽고 <그로칼랭>을 사 두었지만 안 읽.. 이것도 읽어봐야지.
아무래도 안읽은책 카테고리를 만드는 일이 시급한 것 같다..
+ 아, <젊은 베르터의 슬픔> 에 관한 챕터를 읽고 또 그 책을 같이 읽었던 남자가 기억났으나..
나는 그때 독일 문학 수업을 듣고 있었고 -ㅁ- 자꾸 지난 남자 생각해서 뭐하겠냐 싶다.
그 남자도 아무 생각 없었을거라 믿으며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