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지지하든, 옹호하든, 반대하든,

자신이 주장하는 개혁을 위해 다른 한 세계를 비하하는 태도를 얼렁뚱땅 넘길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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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블랫의 <달, 해, 그리고 마녀들>과 파리네토의 <마녀와 권력>에 의하면



신세계 (아메리카)에서 마녀사냥은 공포를 풀어넣고 집단적인 저항을 파괴하며,

공동체 전체를 침묵시키고 구성원들이 서로를 적대시하게 만들기 위해

행정당국이 사용했던 고의적인 전략


312쪽


이었다. 마녀사냥은 토지 혹은 신체, 사회적 관계를 박탈한 일종의 인클로저였다고 할 수 있다.

마녀사냥이 피식민자들의 저항을 말살시키지 못했고, 주로 여성의 투쟁 덕분에 땅, 지역종교,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유대는 박해를 견디고 살아남았다고 한다. 이후 5백여년 간 반식민 저항과 반자본주의 저항의 근원이 되었다고?



5백여년이라고 하면 1500년대에 시작해서 지금도? 지금도 그들의 땅과 지역종교,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유대가 남아있나?

그러고보면 남아메리카에 대해서도 잘 모르지만, 그들의 지배층 그리고 지배층의 종교에 대해서만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남아메리카의 큰 나라들 (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 ...) 의 대통령은 백인이지만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그들의 땅과 종교, 유대를 지켜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식민지에 도착한 백인들은 나체상태, 동성애, 식인, 일부다처제 등의 풍습을 이유로 들어 이들을 인간이 아닌 야만으로 규정하고 이들에게 가한 각종 폭력을 정당화했다. 하다 못해 이들이 '별 가치 없는 것에 대한 것에 대한 보답으로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주고 공유하는' 것 조차 야만성의 징표로 강조했다고 한다 (314쪽, Hulme, 1994 인용). 자신들과 다른 것을 받아들이기는 사실이 힘들었는지, 아니면 그것이 식민화에 대한 좋은 핑계가 되었는지는 확인하기가 힘들지만 애초에 관용을 보일 생각 따위는 없었을 것이다. 금과 은, 그리고 땅을 빼앗는데 있어 '악마적인 존재'로 원주민들을 생각하는 이데올로기는 유용했다. 이미 남아메리카에 존재하던 제국주의 국가 아스텍과 잉카의 영향도 받았다.



1550년대 이후 은광이나 수은광의 채굴, 그리고 공작소에 필요한 노동력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원주민의 노동력 착취는 더욱 강화되었고 이에 대한 반발의 하나로 1560년대 원주민들의 천년왕국 운동인 타키 온코이 운동이 촉발되었다. 이 운동은 유럽인들과의 협력을 비판하고 식민화 종식을 위해 범안데스 지역의 지방신 (후아까스) 동맹을 형성할 것을 주장하였다. 또한 기독교와 스페인에서 들어온 이름, 식품, 의복을 거부할 것을 독려했다. 이 운동을 통해 안데스인들은 처음으로 '원주민'으로서 한민족이라는 의식을 갖기 시작했으며 이 운동이 널리 확산되어 남으로는 리마, 동으로는 쿠츠코, 안데스 고원지역을 넘어 오늘날의 볼리비아까지 번져갔다. (322쪽) 스페인 정부는 지역족장들이 공급해야 하는 노동력 할당량을 늘렸고 불응할 경우 체포와 처벌을 집행할 수 있는 권한을 주었으며, 농민들의 통제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지정된 마을로 이동시키는 재정착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 재정착 프로그램은 후아까스의 파괴와 선조들의 종교에 대한 박해를 통해 지역성지를 악마화 시킴으로써 힘을 얻었다. 이에 굴하지 않고 예전의 경작지로 돌아가고 원래의 신을 숭배하자 1619-1660년 사이에 지방신에 대한 공격이 절정에 달하였고 마녀사냥이 시작되었다.




이들의 목적은 사람들을 위협하고 '죽음의 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잠재적인 반란자들이 공포에 마비되어

공개적으로 구타당하고 모욕당한 사람들이 겪었던 것과 같은 시련에 맞서려하기보다는

무엇이든 수용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도록 만들고자 한 것이다.


327쪽



남아메리카의 종교에 중요한 여성신들이 많이 있듯, 콜럼버스 이전 사회에서 여성들은 강력한 지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스페인인들이 여성 혐오적 신념을 주입하여 남성들에게 우호적인 방식으로 경제 및 정치권력을 재조직하고 일부다처제를 불법화함으로써 여성들의 지위는 하락했다. 스페인인들은 여성들을 마녀로 박해함으로써 원주민 여성들이 참여할 수 있는 활동영역을 재규정하는 동시에 토속종교 수행자들과 반식민지 반란의 선동자들을 한꺼번에 노렸다. 그러나 안데스의 마녀들은 공동체에서 버림받지 않았고, 여사제들은 공동체와 문화를 방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파리네토의 주장에 의하면 유럽의 마녀사냥이 16세기 후반 대중적으로 행해졌던 것은 아메리카의 경험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식인풍습, 아이들을 악마에게 봉헌하는 것, 성수와 마약에 대한 언급, 동성애를 악마주의와 동일시하는 것, 이 모든 것이 신세계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유럽과 신세계의 지배계급은 비슷한 이데올로기를 공유하고 있었을 것이므로, 자본주의가 전지구적으로 발달하면서 세계 프롤레타리아트의 형성 역시 유사하게 진행되었을 수 있다. 

(아시아의 경우에도 서구에 문호를 개방하며 기독교가 전파되었는데, 이후 많은 지역종교와 관습들이 비이성적인 것으로 간주되어 힘을 잃었을 것 같다. 이 경우에도 여성의 지위 하락이 동반되었는지 궁금하다)



마녀사냥은 아프리카에서도 위세를 떨쳤고 오늘날에도 많은 나라, 특히 나이지리아와 남아프리카처럼 노예무역에 한때 연루되었던 나라에서 분열의 핵심수단으로 지속되고 있다 (341쪽)1980년대와 90년대 케냐, 나이지리아, 카메룬에서도 마녀사냥이 보고되었다고 한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세계 곳곳에서 마녀사냥이 재등장했던 것은 신자유주의의 등장과 더불어 나타난 새로운 '시초축적' 과정과 관계가 있다. (한국의 경우에도 IMF가 관여한 구조조정이 있었다. 이 시기 많은 남성 외에도 많은 여성이 일자리를 잃었는데.. 이후 한국 사회의 여성혐오와 관계가 있을까?)




우리는 이것이 우리 문제가 아니라고 착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밀러가 이미 세일럼의 재판에 대한 독해 속에서 확인했던 것처럼,

마녀박해에서 형이상학적인 요소들만 벗겨내고 나면

이것이 우리에게 아주 근접한 현상이라는 것을 수긍하게 될 것이다.


344쪽






1. 페데리치는 자본주의 이전 사회에서의 공동체, 그를 통한 유대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현대 사회에서 회복해야 할 것으로 보는 것 같다. 이것은 그가 참여했던 북이탈리아에서 있었던 공동체 운동과도 관계가 있을 것이다. 과거 사회에 있었던 공동체의 상실, 성 역할의 분담, 분업을 통한 효율 지향적 사회.. 이런 것은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될까? 모든 공동체는 바람직한 연대로 이루어져있으며 공동체적 삶의 단점은 없을까? 공동체의 연대는 생계-경제 문제를 공유해야만 진정해질 수 있을까? 또 여성이 중심이 되어야만 가능할까?



2. 마지막 페데리치의 문장은 의미심장하다. 21세기 세계 여러 곳에서 일어나는 마녀사냥과 유사한 일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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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1-11-10 11: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저 이 책 사놓고 못 읽고 있는데^^; 읽기 쉽지 않은 책인 것 같지만 호기심도 막 생기네요. 예전에 마녀사냥에 대해 처음 알았을 때는 이것이 여성혐오와 닿아있다는 생각을 전혀 못 했던 것 같아요. 하긴 그때는 여성혐오라는 언어 자체도 없었던 듯.. 현대에도 마녀사냥 유사한 것이 계속된다는 점, 또 그것이 여성연대를 약화시킨다는 이야기가 의미심장하네요.
그나저나 수하님 서재에 처음 와서 옆에 태그를 봤는데, 코니 윌리스 시간여행시리즈가 딱 보여서 괜히 반가웠습니다. 저는 둠스데이북이랑 화재감시원 밖에 못 봤지만 너무 재밌어서 나머지 다 읽어야겠다고 결심..만.. 한 상태로 못 읽었어요..!

건수하 2021-11-10 12:09   좋아요 0 | URL
<캘리번과 마녀> 에 마르크스랑 푸코 얘기가 나와서 좀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내가 이걸 다 이해하겠다 라고 생각 안하고 그런가보다- 하고 읽으면 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요 ㅎㅎ


코니 윌리스 시간여행 시리즈 좋아하신다니 저도 반가워요! <개는 말할 것도 없고> 도 재밌구요 저는 <블랙아웃> <올클리어>가 진짜 재미있었어요. 이건 요즘 M사 (구독서비스 위주의) 에 다 있어요 ㅎㅎ 읽어보셔요~

독서괭 2021-11-10 16:36   좋아요 1 | URL
아니.. 은근히 이미 읽은 둠즈데이북이 가장 재미있었다고 하시길 기대했는데(그럼 다른 작품 빨리 읽고 싶은 마음이 별로 안 생길테니), 블랙아웃과 올클리어가 그렇게 재미있단 말입니까…😱
구독서비스는 y사만 하고 있는데, 흠… 코니윌리스 너무 재밌는데 책이 다 두꺼워서요.. 흠… 악 고민😭

건수하 2021-11-10 17:17   좋아요 0 | URL
저는 <개는 말할 것도 없고> 도 <둠즈데이북> 보다 재밌었고요 블랙아웃-올클리어는 그것보다도 더..!

한달 무료 체험으로 보셔도 되고 아니면 종이책으로… ^^
 

그러고보니 캘리번과 마녀 3장까지만 올리고 그 다음에 까먹었다. 하하 ^^;;; 









유럽에서 벌어진 마녀사냥의 희생자가 대체로 여성농민들이었다는 사실은 여성주의운동 이전에는 주목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여성주의 운동이 등장한 후 여성주의자들 스스로 자신을 마녀와 동일시하면서 마녀가 여성 저항의 상징으로 채택되었고, 수십만 명의 여성들이 대량살상과 극악한 고문에 시달린 것은 권력구조에 도전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밝혔다. 2세기에 걸쳐 진행된 마녀사냥은 유럽 여성사의 전환점이라는 것도.




이는 자본주의가 등장하면서 진행된 사회적 쇠락의 과정에서 여성들이 감내한 '원죄'와도 같았고,

지금까지도 제도적 관습과 남녀관계를 특징짓는 여성혐오증을 이해하려면

계속 돌이켜볼 수밖에 없는 현상이기도 하다.


239쪽


그러고보면 여성혐오는 뿌리가 깊었구나.



마녀사냥은 신세계의 식민화 및 원주민 말살, 잉글랜드의 인클로저, 노예무역의 출현, 부랑자와 거지들에 대한 '피의 법률' 제정과 동시에 일어났고, 봉건제가 종식된 후 자본주의가 '이륙'하기 전 절정을 이루었다. (239쪽) 여성에 대한 엄청난 테러전은 상류층과 국가의 공습에 맞선 유럽 농민들의 저항을 약화시켰다. (240쪽)



마녀사냥에 대해서는 잔 다르크의 예 때문에 약간 불신을 갖고 있기는 했다. 적군의 영웅을 마녀로 몰아서 죽이는 영국과 그걸 방관한 프랑스. 마녀사냥이 정치적으로 이용되었던 예이기 때문이다. 잔다르크가 사망한 해가 1431년, 15세기 중엽이다. 당시 확립된 사술에 대한 원칙에서는 마법을 일종의 이단으로 선언하고 신과 자연, 그리고 국가에 대한 최대의 범죄행위로 규정했다. (Monter의 말, 241쪽) 16세기 중반 이후에는 마녀재판을 받는 여성들의 수가 급격히 증가했고, 마녀박해의 주도권이 종교재판에서 민간법정으로 넘어갔다. (Monter의 말, 242쪽) 마녀사냥은 1580-1630년 사이 절정에 달했는데, 이 시기는 봉건적 관계가 중상주의적 자본주의의 전형에 가까운 경제 및 정치 제도들로 이미 대체되기 시작한 때였다. 이 시기에는 거의 암묵적인 동의하에, 서로 전쟁 중이던 국가들 내에서 화형대가 몇 배씩 늘어나고 국가가 마녀의 존재를 규탄하며 박해의 주도권을 쥐기 시작했다 (242쪽). 홉스는 마법의 존재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지만 사회적 통제수단으로서 박해를 인정했다 (245-246쪽).



가톨릭과 청교도 국가가 종교적으로는 대립했지만 마녀를 박해할 때만큼은 뜻을 같이 했다.



마녀사냥은 종교개혁으로 인한 분란 이후 유럽 통합의 첫 사례이자,

새로운 유럽 국민국가의 정치에서 최초의 통합의 장이었다.


247쪽


마녀들의 고백은 심문관들이 고문을 통해 얻어낸 것이고 (신뢰하기 힘들다), 마녀 사냥의 대상은 대부분 극빈층 여성이었기 때문에 그들을 재산이 목적이 되지는 않았다. 마녀사냥이 일어난 역사적 맥락, 피소자들의 젠더와 계급, 박해의 영향 등을 살폈을 때 유럽의 마녀사냥이, 자본주의적 관계의 확산을 저지하려는 여성들의 저항에 대한, 그리고 섹슈얼리티와 재생산에 대한 통제력과 치유능력을 통해 여성들이 획득한 권력을 공격한 것이었다고 결론지어야만 한다. (248-249쪽)



이 지점의 진행은 논리의 비약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급작스러우나... 당시의 기록이 잘 남아있지 않을 것이므로 정황상의 증거라고 생각해야 할 것 같다. 그것이 모든 과정이 설계된 채로 '의도적'으로 진행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있지만 말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마녀사냥 이후 여성의 몸과 노동, 이들의 성적인 능력과 재생산능력은 국가의 통제를 받게 되었고 경제적 자원으로 변형되었다. (249-250쪽) 또 마녀사냥의 대상은 과거에는 용납되었지만 이제는 [의식적으로] 공포와 범죄화를 통해 공동체에서 몰아내야만 하는 관행과 집단이 되었다. 마법은 공포를 극대화하기는 하지만 증명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마법에 대한 비난은 오늘날의 '테러리즘'에 대한 비난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했다.


(공포를 극대화하기는 하지만 증명하기는 불가능하다- 는 점에서 요즘의 가짜뉴스가 생각났다)


이단은 특정 성별과 관계가 없었으나 사술은 여성의 범죄로 여겨졌다. 이 시기 가장 많은 여성이 처벌받은 분야는 영아살해와 마법이었다. 피임, 낙태, 마법이 같은 범주로 묶여 악마화되었는데 이것은 당시 유럽의 국가관료 및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재생산 및 인구규모 문제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나타난 것과 관계가 있었다. 16-17세기는 중상주의의 전성기였고 이들은 노동력의 규모와 국가의 부 사이에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였다. 마녀사냥은 출산통제를 범죄화하고 여성의 신체, 특히 자궁을 인구증가와 노동력의 생산 및 축적을 위해 봉사하도록 하는 시도였다. 인클로저가 농민들로부터 공유지를 박탈했다면, 마녀사냥은 여성들로부터 신체를 박탈했다. 마녀사냥은 특히 하층계급의 여성에게 행해졌고 이는 같은 계급의 여성으로 하여금 공포를 불러일으켜 지배체제에는 순종하는 한편 여성들간의 연대는 희미해지는 효과를 가져왔다. (가십이라는 단어는 여성친구라는 뜻이었으나 이 시기 험담, 소문이라는 부정적인 뜻을 갖게 되었다) 이 시기부터 여성은 심신이 약하고 생물학적으로 사악해지기 쉬운 이미지를 갖게 되었고, 이는 여성에 대한 남성의 통제와 새로운 가부장적 질서를 정당화하는데 효과적으로 사용되었다. 토지를 빼앗겨 빈곤해지고 범죄자로 몰린 하층계급의 남성에게 마녀사냥은 좌절을 분출할 수 있는 국지적인 배출구가 되었다. 결국 마녀사냥은 프롤레타리아 전체의 지배를 강화하는 데 이용되었다.



남성을 유혹하고 취약한 존재로 만들며, 에로틱한 열정을 촉발하는 여성의 이미지는 이 시기부터 만들어져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성적인 열정은 여성에 대한 남성의 권위를 약화시키는데 그치지 않고 데카르트 철학이 이성의 근원이라고 칭송했던 그 소중한 머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만든다. 성적으로 적극적인 여성은 남성의 책임감과 노동 및 자기통제 능력을 뒤엎어 버리기 때문에 공공의 위험이자 사회적 질서에 대한 위협이었다. 16-17세기 성적 탄압의 시대는 이렇게 시작된다. 성에 대해 적극적이거나 문란한 여성은 ‘여성 변태’로 비난받았고 이는 에로틱한 얼굴을 가진 여성에서 노동하는 얼굴을 가진 여성으로 여성을 탈바꿈, 즉 여성이 가정 내에서의 노동과 출산, 재생산 노동에 집중하게 하기 위한 첫 단추였다.



푸코는 가톨릭 목회와 고해성사에 의해 강제적으로 사람들이 성에 대해 입을 열기 시작되었다고 주장한 모양인데 (<성의 역사>에서), 그보다는 마녀사냥 과정에서 고문 등에 의해 발화되었다고 한다. 고해성사를 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고해하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것을.. (물론 그 때와 지금 종교에 대한 진지함은 많이 다를 것이라 생각되지만)



마녀사냥은 새로운 자본주의적 노동규율에 순종하여 가족 내에서의 재산상속과 출산을 위협하거나, 노동에 들어갈 시간과 에너지를 다른 곳에 낭비하게 만드는 모든 성적 활동을 범죄화하는 광범위한 성생활의 재구조화를 위한 수단이었다. 또한 마녀사냥은 아메리카 대륙에서 우상숭배와 더불어 원주민들을 식민화하고 노예화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수단이 되었다.


근대과학의 발달과 과학적 세계관이 마녀사냥의 성쇠와 시기를 같이 하기는 하지만, 직접적으로 영향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마녀사냥이 종식된 것은 지배계층이 목적을 달성하고 권력이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근대적인 과학수단과 합리주의가 마녀사냥의 원인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마녀박해를 지지했던 지적 형틀이 철학적 합리주의에서 직접적으로 추출되었다기보다 완수해야만 했던 과업의 압력을 받으며 진화했던 과도기적인 현상이 일종의 브리콜라주처럼 작용하여 마녀박해를 지지하는 지적 토대가 되었다. 결국 합리주의와 기계론은 도구였을 뿐, 중요한 것은 유럽 엘리트들 (부르주아들)의 필요였다.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부터 이 시기의 지배층이 치밀한 계획하에 여성을 통제할 목적으로 마녀사냥을 계획했다고 상상하는 것은 괴로운 일이었다. 이런 의문에 잠깐이나마 아니라는 언급이 있어서 반가웠다. 그러나 과거의 일이 치밀한 계획하에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은 이런 일이 언제든 (물론 치밀한 계획하에 일어났어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쉽게 또 일어날 수 있다는 증거가 되는 것 같아 약간 다르게 괴롭다. 요즘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는 여성 혐오 발언, 얼마전 한 운동 선수와 관련하여 일어났던 논란 등은 가끔 나로 하여금 <시녀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는데, <시녀 이야기>가 있을 법한 이야기를 쓴 것이라면 마녀사냥은 실제로 있었던 일이니까 말이다. 물론 그 둘이 무관하지 않고 상당히 유사하기도 하다.


결국 현재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항상 주의깊게 살피고 경계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되겠다. 그리고 겉으로 보기에는 '남성'이 여성의 적인 것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 그것을 조장하거나 그 결과에 기뻐하는 것은 현 체제 하에서 권력을 누리고 있는 자들이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 글 두개를 붙였는데 앞뒤의 형식이 달라 대대적으로 고쳐볼까 하다가 그냥 놔두기로 한다. <캘리번과 마녀>를 읽은 기록을 모아두는 것에 의의를 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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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에 의해) 오늘 읽기 시작. 공감되는 부분을 적어본다.

난립하고 체계적이지도 않았지만, 한국 진보진영의 모든 이론은 수입되었다. 한국 진보진영 이론가들 대부분은 실천가로서는 인문학자(시인, 소설가, 미학자), 이론가로서는 사회과학자로 가득 채워져 있다. 한국 사회에서 좌파 진영의 이론과 과학은 완전히 분리되었다(인문 좌파). 한국 보수진영 이론가들에게 과학은 자신들의 이념을 선전하는 좋은 도구다(뉴라이트). 그들은 과학을 정치적 권력의 수단으로 악용한다. 창조과학자들과 정치권에 기생하는 정치과학자들은 보수진영에 선 과학의 적이다(정치과학자). 그들은 과학을 내세우지만 실제로 그들의 목표는 과학과 사회의 발전이 아니라 사리사욕일 뿐이다.

이렇게 ‘과학-인문학’을 수직선으로, ‘진보-보수’를 수평선으로 네 개의 분면을 만들고 나면, 한국 사회에 비어 있는 하나의 사분면이 분명히 드러난다. 진보적이면서 과학적인 지식인 집단이 바로 그것이다. 나는 한국 사회에서 텅 비어 있는 이 사분면을 버널 사분면이라 부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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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용을 안 쓰면서 자꾸 페이퍼를 써도 되는지 잘 모르겠다. 사실 페이퍼의 용도를 내가 잘 모르겠다. 그래도 리뷰는 아니니까?)


https://blog.aladin.co.kr/suha/13080977

아까 이런 페이퍼를 썼었다. 



그러니까, 사건을 간단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나는 얼마전 <보부아르, 여성의 탄생>을 선물 받아서 집 책장에 고이 꽂아놓았다.

그런데 Y모서점의 구독서비스에 그 책이 올라와 조금 마음이 상했지만 

종이책은 종이책이요 전자책 그것도 구독서비스는 나중엔 못보니까. 하며 듣고 있었다.



그런데 한 서점의 구매목록을 살피다가 몇 시간 전 알게 되었던 것이다.

내가 그 책을 10월 3일에 이미 주문했었다는 것을....!!!


저 페이퍼를 쓴 뒤 사무실에 남아있는 상자들 속에 혹시 저 책이 들어있지 않은 지 뒤져보았으나 

책은 없었고... 

퇴근하며 찬찬히 생각해보니 가능성은 두 가지.


1) 내가 10월 3일에 주문한 책이 오지 않았다

2) 내가 받아서 뜯어놓고 까먹었다. 그럼 그 책은 어디에?


처음에는 뜯은 기억이 전혀 없어서 1번인가 했지만 그럴리는 없을 것 같고... 

날짜를 생각해보니... 여전히 뜯은 기억은 없지만 그 즈음 나는 어딘가에 짐을 부쳤다.


조만간 두달 정도 모처에 체류할 예정이라 짐을 미리 부쳤는데, 

아마 이 책 택배가 온 김에 뜯어서 그 짐에 홀랑 넣었나? 하는 데에 생각이 미쳤다. 

생각할 수록 그럴듯한 것 같다. 

그 전주에 받았던 <제 2의 성>은 그 전부터 읽을 거라고 (안 그럴 것 같지만) 남겨두고 이 책을 보낸 것 같다. 

집에 와서 보니 역시 책은 얼마전 선물받은 한 권만 있고..


(두 권을 함께 찍은 인증샷을 기대하신 분들이 계시다면 죄송...)



그러나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두 달 정도의 시간이 흘러야 한다. 

과연, 그 책은 그 짐에 들어있을 것인가...!!


이렇게 해서 오늘의 삽질을 마무리했다. 

여러 군데서 책을 사니 이런 일이... 

이미 산 구매목록도 가끔 다시 보자....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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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11-09 20: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다면 두 달.. 을 기다려야 하는군요!!

건수하 2021-11-09 21:37   좋아요 0 | URL
네, 그치만 아마 그 짐에 들어있을 것 같아요 ㅎㅎ 이제 <제2의 성> 만 잘 챙겨가면 됩니다 ㅎㅎ

독서괭 2021-11-09 22: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그런 사정이..! 저는 수하님 덕에 Y서점 서비스에 이 책이 올라온 걸 알았네요~ 저도 이 책 중고로 살까말까 넣다뺐다 하고 있었거든요.ㅎㅎ

건수하 2021-11-10 09:02   좋아요 0 | URL
Y모서점 서비스 쓰시면 한 번 봐보세요!
들어가는 글 빼고는 가볍게 듣기에도 괜찮은 것 같아요 ㅎㅎ

잠자냥 2021-11-10 0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두 달 기다릴게요! ㅋㅋㅋㅋㅋ

건수하 2021-11-10 09:02   좋아요 1 | URL
으하하하 ㅋㅋㅋ 나중에 보고할게요!

공쟝쟝 2021-11-15 09: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하님 ㅋㅋㅋ 이분도 최소 뒤메질러 ㅋㅋ 여러분 좀 덮어놓고 사지좀 마욬ㅋㅋㅋㅋㅋ

건수하 2021-11-15 09:37   좋아요 1 | URL
뒤메질 많이 봤는데 무슨 뜻인지를 몰라요 어원은 아는데 맥락을 모르겠…

공쟝쟝님 좀 알려주세요 ㅋㅋㅋㅋㅋ

공쟝쟝 2021-11-15 09:44   좋아요 1 | URL
앍ㅋㅋㅋㅋ 죄송해욬ㅋㅋㅋㅋ 이거 맥락이 긴데 ㅋㅋㅋ 잠시만요 ㅋㅋㅋ

공쟝쟝 2021-11-15 09:47   좋아요 0 | URL
https://blog.aladin.co.kr/m/fallen77/12974603

공쟝쟝 2021-11-15 09:48   좋아요 2 | URL
이렇게 시작된 우리끼리의 놀리기 입니다 ㅋㅋㅋ 책 또샀냐? 정리 안된 책장 ㅋㅋ 의 원형으로서의 뒤메질 ㅋㅋㅋ 이런 엄마한테 뒤지게 매질 당할 ㅋㅋㅋ ㅋㅋ 이런 용도예여 ㅋㅋ

건수하 2021-11-15 11:24   좋아요 2 | URL
아! 이거였군요 ㅋㅋㅋ 뒤메질 책상이 중요한 거였!
제가 이걸 전에 얼핏 봤는데 다락방님 서재에 있는 글인줄 알고 아침에 거기서 검색해보니
뒤메질과 다락방님이 천재라는 말만 나와서 ㅋㅋㅋㅋㅋ

공쟝쟝님 감사해요!

제 책상과 책장은 뒤메질과 다락방님보다 나은 상태임을 주장합니다 ㅋㅋㅋㅋㅋ
(책장이 깊어서 이중으로 꽂아놨어요 ㅋㅋㅋㅋ)

공쟝쟝 2021-11-15 11:30   좋아요 1 | URL
당연히 뒤메질 보다는 나아야죠 ㅋㅋㅋㅋㅋ 다락방님은 뒤메질 따라가기엔 멀었지만 ㅋㅋㅋㅋ 머지 않아 보이십니다 ㅋㅋㅋ 분발하세요 수하님 ㅋ!

독서괭 2021-11-15 13:17   좋아요 0 | URL
검색해보니 뒤메달과 다락방님이 천재라는 말만 나왔다에 푸하하 웃고 갑니다. 역시 결론은 다락방님 천재??

건수하 2023-04-03 05:14   좋아요 0 | URL
독서괭님 뒤메달 뒤메 다ㄹ 인건가요 ㅋㅋ

다락방님 서재에서 ‘뒤메질‘ 로 검색하면 글 하나밖에 안 나와요. 대체 어디에 뒤메질이 있지? 하고 정말 열심히 끝까지 읽었다능.....

건수하 2021-11-15 12:27   좋아요 0 | URL
아니에요 분발이라니 아니돼요 아니돼... ㅠㅠ

독서괭 2021-11-15 13:17   좋아요 2 | URL
앗 어째서 뒤메달이 된 거죠?? ㅋㅋㅋㅋ 뒤메질 쓰며 이미 다락방님을 생각하고 있어서인 듯.. 다락방님이 뒤메질 수준의 책상을 갖게 되시는 순간 별명은 정해졌네요. 뒤메달님~!!

다락방 2021-11-17 09:26   좋아요 1 | URL
뒤메질 검색하니 뒤메질과 다락방 천재 만 나왔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와 오늘 아침 저 또 천재 인증하고 갑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