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책 읽으려고 하면 졸리고, 책 읽고 나면 쓰기 귀찮고, ... 해서 잘 못 읽고 못 쓰고 있다.
소설이지만 너무 현실을 날카롭게 보여줘서 읽을 땐 괜찮았는데 읽고 나니 다른 걸 읽기가 힘들어졌던 <이중 작가 초롱>, 이후 읽고 있는 <백래시>, 그리고 정희진의 공부 9월호... 그리고 쏟아지는 뉴스들..
마음도 힘들고, 상까지 치르고 나니 몸도 피곤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다.
그래서 하루 한 챕터 딱 하고 나면 덮을 수 있었던 원서읽기만 열심히 올렸다.
옛날 이야기고 나랑은 관계가 없으니 읽으며 마음이 힘들지 않았다. (조금 읽어서 그렇기도 하고)
이번 주말에는 잠을 실컷 잤더니 좀 나아진 것 같다.
<갈대 속의 영원>을 읽다가 몇 구절 필사를 하고...
이 책은 아포리즘이라 말할 수는 없는데 아포리즘과 비슷한 이유로 한 번에 쭉 읽지 않게 되는 것 같다.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시간 순서로 가긴 하는데 딱히 연결이 되지 않아 따로 봐도 무리가 없어서.. 그리고 읽다보니 왜 그렇게 졸리던지. (읽다가 낮잠 세 시간 자 버림) 분명히 읽을 땐 참 좋은데 지속적으로 읽기가 힘들다.
그렇다고 백래시를 마저 읽자니 좀더 말랑한 게 읽고 싶어서
도서관에서 빌려왔는데 곧 반납해야 할 책을 폈다.
제목부터도 별로 말랑하진 않은데 - 원제는 Sharp 이고 부제가 The Women Who Made an Art of Having an Opinion 인데 번역된 제목은 책의 내용으로부터 가져와서 상당히 변형됐다 - 의외로 재밌어서 많이 읽었다. 이 책을 몇 번 봤지만 제목도 안 끌리고 표지도 좀 무서워서 (....) 관심이 없었는데 얼마 전 어디선가 조앤 디디온에 대해서 보다가 (어디서 봤는지 기억이 안 난다) 조앤 디디온의 최근 사진을 보게 됐고, 그래서 이 책 표지의 사진이 조앤 디디온의 사진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그래서 이 책에 조앤 디디온의 이야기가 나오는 구나 하고 목차를 보니까, 궁금했던 메리 매카시도 나오길래.. 그래서 빌려왔다. (여전히 책 제목과 표지 때문에 당장 사고 싶지는 않았음)
이 저자가 얼마나 당당한가 하면... 헌사가
"넌 너무 머리가 좋아서 탈이야."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는 모든 사람에게
.... 내가 저런 말 들은 적이 있어서는 아닌데 하여튼 당황했다.
저번에 매카시가 궁금해서 <터프 이너프> 빌렸는데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길래...
이 책에서 매카시랑 디디온만 읽어야지! 하고 폈는데 첫 챕터가 도로시 파커.
도로시 파커에 나는 부채감이 있기 때문에.. (10년도 더 전에 엄청 예뻐하는 후배가 언니 책 많이 읽잖아요- 하면서 자기도 추천받았었다며 도로시 파커의 책을 선물해줬다. 당연히 원서였고 새해 결심으로 읽어보려고 두어 번 시도했지만 몇 장 읽다가 포기했다. 직설적이지 않고 비유적인 혹은 당시 시대 상황을 알아야 이해할 수 있는 맥락의 표현들이 꽤 있었던 듯.)
파커를 읽고 나니 그 다음엔 레베카 웨스트, 조라 닐 허스턴, 한나 아렌트, 메리 맥카시... 이렇게 계속 이어져서
(목차가 이렇다)
파커
웨스트
웨스트와 허스턴
아렌트
매카시
파커와 아렌트
아렌트와 매카시
손택
케일
디디언
에프런
아렌트와 매카시와 헬먼
애들러
맬컴
(각 챕터엔 성만 적혀있다. 남성 작가들은 헤밍웨이, 피츠제럴드 이런 식으로 성만 쓰는데 (다 그렇진 않지 않나) 여성 작가는 굳이 풀네임을 적는 관행을 바꾸고자 이렇게 적었다고 했던 듯)
일단 매카시까지 읽었고 파커와 아렌트, 아렌트와 매카시, 손택, 디디언, (노라) 에프런, 아렌트-매카시-헬먼 까진 읽게 될 것 같다.
케일, 애들러, 맬컴은 누군지 모르겠는데 이름을 보면 알 수 있을지도
헌사도 인상적이지만, 작가의 일생과 인간관계를 간단히 기술하며 그들의 글이 어떤 성격을 띠고 있었는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적은 본문도 매우 흥미롭다. 알라딘 평에는 편집과 번역이 별로라는 말도 있었는데 내가 느끼기엔 괜찮았음 (원문을 모르지만).
그리고... 이런 책이 나온 김에 도로시 파커와 메리 매카시의 글도 번역이 좀 되면 좋겠다.
일단 궁금한 책 두 권. 두번째 책 Between Friends 는 한나 아렌트와 메리 매카시가 주고 받은 편지를 엮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