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한 달이 지났다. 날이 추우니 맘도 춥다. 

11월은 마음이 허해서 그랬는지 책을 많이 샀다. 11권. 

1111. 딱 맞췄네?





















<한 여자>는 전자책 구독 서비스에 있는데 모르고 사 버렸고 - 종이책으로 읽으면 좋지 뭐 

<한나 아렌트 평전>은 도서관 책으로 빌려 읽다가 사야 할 것 같아서 샀다. 그러나 사고선 펴보지 못했다. 

<다락방의 미친 여자>도 진도가 잘 안 나가고 있다. <실낙원>에서 막혔는데 <천로역정>을 샀다. 언젠가 누군가 읽겠지.. 







읽기는 다섯 권 읽었다. 


<교수>, <식초 아가씨>, <백의 그림자>, <집 안의 천사 죽이기>,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한 권 다 읽은 건 아니지만 <말괄량이 길들이기>가 포함된 책의 일부를 읽었다. 


<교수>, <집 안의 천사 죽이기>와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가 좋았다.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읽다보니 다른 책 읽을 시간이 잘 안 난다. 

연말까지는 이쪽에 치중하기로..  



12월에는 <다락방의 미친 여자> 를 일단 끝까지 읽고 














관련하여 <제인 에어> <빌레뜨> <벗겨진 베일> 을 읽고 싶다. 

가능하면 <에밀리 디킨슨 시 읽기>까지.. 











(실낙원과 천로역정은 읽더라도 나중에) 


그리고 다른 책모임에서 읽는 책 세 권을 읽는게 목표. 











이만큼 다 읽고 연말이 되면 뿌듯할 것 같다. (실현 가능성은 낮지만)




댓글(20)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읽는나무 2022-11-30 11: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옛날에 <천로역정>을 읽었는데...읽었던 것 같은데....분명 읽었는데 내용이 가물가물해서 이건 또 뭔일이래? 하고 있어요.
<천로역정>이 나오는군요?^^
<실낙원> 좀 힘드네요? 도로 반납할까?고민 중입니다. 이미 2 권은 안될 것 같아 며칠 전에 반납했구요. 1 권만 잡고 있는데...음...잡고만 있어요. 자꾸 다른 책 보면서 말이죠ㅋㅋㅋ
수하님은 연말이 되면 정말 뿌듯하시겠어요^^

건수하 2022-11-30 13:21   좋아요 2 | URL
저는 천로 역정 전혀 모르는데요... <제인 에어> 가 천로 역정과 관계가 있다고 해요.

<실낙원>은 이브랑 씬 나오는 부분까지만 보시면 될거 같은데 그게 7장? 쯤 되는거 같더라구요.

연말에 <다락방 ~>만 다 읽어도 뿌듯할 거 같긴 합니다 :)

책읽는나무 2022-11-30 13:53   좋아요 2 | URL
천국?을 찾아 긴 여정길을 고난과 고통을 감수하며 종교의 힘으로 나아가는 약간 그런 내용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수하님 말씀을 듣고 보니 <제인 에어>와 비슷한 장면이 있네요.
그 부분이었던 건가? 퍼즐을 맞추고 있습니다^^
실낙원 7장이면 1 권을 다 읽어야 하는군요?ㅋㅋㅋ
문동은 두 권짜리던데 1 권이 7 장까지 있더라구요.
안되면 실낙원은 다락방님께 묻어가야겠어요.ㅋㅋㅋ

다락방 2022-11-30 11: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실낙원 도전했다 몇 장 안읽고 포기했는데 지금 다락방의 미친 여자 실낙원 편 읽다보니 다시 실낙원 읽어야 할 것 같아서 꺼내왔어요. 수하 님.. 우리 모두 화이팅!!

건수하 2022-11-30 13:22   좋아요 1 | URL
그쵸 책 읽으면 또 읽고 싶죠! 근데 또 지나면 괜찮습니다 (....)
다락방님 화이팅!!

잠자냥 2022-11-30 12: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111 짝짜짝짝.....
<말괄량이 길들이기> 아무리 봐도 빡치지 않아요?
전 셰익스피어 작품 읽다 보면 빡치는 부분 너무 많아요..... 근데 특히 이 작품은 노답....

건수하 2022-11-30 13:23   좋아요 2 | URL
<말괄량이 길들이기> 진짜 어휴
다른 작품에도 여성 비하 차고 넘치지만 이 작품에서 정점을 찍습니다...

셰익스피어 옛날 사람이라 굳이 까진 않지만요.

새파랑 2022-11-30 12: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벌써 12월이네요 ㅜㅜ 12월에는 12권 구매하고 12권 읽으셨으면 좋겠습니다 ^^

건수하 2022-11-30 13:24   좋아요 2 | URL
분명 연초에는 한 달 두 권이었는데... @_@
이미 19권까지 찍었기에 12월은 사기보단 읽고 싶네요 ㅎㅎ

독서괭 2022-11-30 13: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오 12월엔 날이 더 추워질 테고 1212를 맞추고 싶은 마음에 수하님은 12권을 구매하시게 됩니다..!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 읽으셨군요. 좋았는데 도중에 읽기가 중단되어서 아쉬워요. 저도 나중에 다시 읽어야겠어요.
연말까지 다락방 완독 힘내보아요~!!😆

건수하 2022-11-30 13:25   좋아요 2 | URL
11월초엔 오늘보다 더 마음이 추웠기에...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 쉽게 풀어놔서 좋더라구요. 누군가에게 추천하기 좋은 책 :)

독서괭님도 다락방 완독 화이팅입니다 ^^

거리의화가 2022-11-30 14: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실낙원>은 구매하고 설마 하며 도전했다가 이건 내가 넘볼 수 없는 책이다 싶어서 접었어요. 읽고 다락방을 읽었어도 이해도는 비슷할 것 같기도 하고요ㅎㅎ 수하님 덕분에 다락방 읽으며 도움 많이 받고 있습니다. 다음달에도 함께 잘 읽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화이팅!

건수하 2022-11-30 17:56   좋아요 1 | URL
실낙원 천로역정은 여성작가들 책에 비해서는 안 읽어도 될 것 같은데 궁금하기도 하고 이번 기회에 읽어볼까 했으나… 쉽지 않네요. 저희 연말까지 함께 잘 읽어봐요 ^^!

mini74 2022-11-30 15: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2월엔 1212인가요 ㅎㅎ 전 천로역정은 어린이용으로 예전에 읽었어요 ㅎㅎㅎ 실낙원은 그림 많은 걸로 읽고있어요 꼼수 ㅠㅠ 죠 ~

건수하 2022-11-30 17:57   좋아요 1 | URL
12월은 자중하고 싶습니다 ㅋㅋ 천로역정 어린이용이 있군요! 저도 줄거리만 대충 파악할까봐요 :)

단발머리 2022-11-30 15: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음달에 12권 사시는 건 축하드리고요. 근데 그담에 1월이라 어째요. 13월이라고 해야하는 거 아닌가요? 2022년을 독서원년으로 삼고요 ㅋㅋㅋㅋㅋㅋㅋ 저 도서관 책으로 읽다가 <돌봄이 돌보는 세계> 구매했어요, 이번달에요. 왜케 반가워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2-11-30 17:58   좋아요 2 | URL
다들 12권 얘기만 하시고 ㅋㅋ <돌봄이 ~ > 를 살까 말까 생각중인데 단발머리님 읽다가 사셨다니 저도 곧 사게될 것 같은 느낌 ㅎㅎ

단발머리 2022-11-30 18:01   좋아요 2 | URL
정희진쌤 글 필사각이라서요 ㅋㅋㅋ그래서 샀어요 ㅋㅋㅋㅋ 사기를 권유함

프레이야 2022-12-01 13: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111 완전 맞춤이네요 수하님
12월에도 즐독하기에요. 저는 오늘 교수 시작할까 해요. 수하님이 좋다고 하셔서 더 기대됩니다^^

건수하 2022-12-02 08:46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12월의 첫 책이 <교수>가 되겠네요 ^^ 즐겁게 읽으시길~
 
기대만큼의 소설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동서문화사 책으로 읽었다. 후기를 쓰려고 다시 한 번 훑었다. 


영어로는 제목이 The Taming of Shrew. 처음 보는 단어라 찾아보니


(네이버 사전 캡처) 



이런 아이라고. 귀엽게 생겼는데, 왜 저런 뜻과 함께 있는 걸까




어릴적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어린이용 소설로 본 것 같은데, 이번에 희곡으로 읽어보니 '서막' 과 '본극' 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서막에서는 어떤 영주가 술취한 사람이 길바닥에 쓰러져 자고 있는 걸 보고 장난을 칠 생각을 하는 것으로 시작. 아니 왜 혼자 잘 있는 사람을 왜 건드리는지...


이 주정뱅이에게 장난 좀 쳐봐야겠다. ... 이 녀석을 침실로 떠메다가 좋은 옷으로 갈아입히고, 반지도 끼워주고, 머리맡엔 진수성찬을 차려놓고, 그럴듯한 시종들도 대기시켜 놓으면, 잠이 깨서 이 거지가 자기 신분을 감쪽같이 착각하지 않을까?


시종들은 영주의 말대로 주정뱅이를 영주의 방에 데려다놓고, 시동을 시켜 부인 행세까지 하게 만드는데, 마침 근처에 배우들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이 가짜 영주 부부 앞에서 연극을 하게 하니, 그것이 바로 <말괄량이 길들이기> 이다. 학교다닐 적 '액자 소설' 이란 걸 들어본 것 같은데.. 그러니까 이것이 '액자 연극'?


서극의 설정은 이후 1막 1장과 2장 사이에 잠깐 이 주정뱅이가 졸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 뿐, 이후에는 나오지 않아 아쉬웠다. 그래서 주정뱅이는 어떻게 되었는가... @_@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사실.. 이전의 다른 작품보다 좀 재미가 없었다. 줄거리를 굳이 얘기 안해도 될 것 같지만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구혼자가 줄을 선 비앙카 (동생)를 언니 (카타리나)보다 먼저 결혼시킬 수 없다는 자매의 아버지 (밥티스타) 를 설득하는데 실패한 비앙카의 구혼자들이 '언니에게 신랑을 구해준다' 는 묘안을 내고 그것에 성공한다


라는 이야기이다. 그러니까 카타리나가 '말괄량이' 인 것.


밥티스타: 이제 제발 그만 조르시오, 내가 단단히 결심한 것을 당신들도 알고 있잖소. 글쎄 큰딸의 신랑을 정하기 전에는 작은딸을 시집보낼 수 없습니다.

호르텐시오: 방법은 딱 한 가지, 언니에게 신랑을 구해주는 것이오.

그레미오: 신랑이라뇨? 악마 말인가요?

호르텐시오: 신랑 말이오.

그레미오: 악마겠죠. 글쎄, 생각 좀 해봐요. 아버지가 아무리 부자라고 해도 지옥으로 장가를 들 바보가 어디 있겠느냔 말이오?



페트루키오: 난 운명에 몸을 내던지고, 운 좋으면 아내도 얻고 돈도 벌어보자는 속셈일세. 지갑에는 돈을, 고향에는 재산을.

호르텐시오: 여보게 페트루키오, 그렇다면 솔직히 할 이야기가 있네. 심술 사나운 말괄량이를 아내로 맞아보지 않겠나? 이런 이야기가 그리 달갑지 않을는지 모르지만, 그녀가 부자라는 사실만은 말해 두겠네. 이만저만한 부자가 아니라네.

페트루키오: 이 페트루키오의 아내로서 부족하지 않을 만한 재산이 있다면 그녀가 저 플로렌티우스의 애인처럼 더럽게 생겼건, 시빌레 무당 같은 할망구건, 아니 소크라테스의 아내 크산티페만큼 심술궂고 악다구니를 부리는 사람이건 상관없네. 그녀가 저 아드리아 바다의 파도같이 사납게 굴더라고 난 꼼짝 않을테고, 내 감정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네. 돈 많은 아내를 얻으랴고 파도바를 찾아온 나일세. 돈만 생긴다면야, 이 파도바는 천국이지 뭔가.


... 그리하여 페트루키오는 카타리나에게 청혼을 하게 되고..



카타리나: 맛을 보여주지. (페트루키오의 뺨을 친다)

페트루키오: 한 대 더 때려주시오, 다음엔 내가 때려줄 테니.

...

카타리나: 이러시면 가만 안 있을 거예요! 썩 놔요. (빠져나오려고 페트루키오 손을 물고 할퀸다)

페트루키오: 아니, 못 놓겠소. 이제 보니 당신은 참 상냥하군요. 소문엔 억척스럽고 쌀쌀맞고 무뚝뚝하다던데, 그건 새빨간 거짓말이이었소. 알고 보니 쾌활하고 명랑하며 예의도 바르고, 게다가 말은 느리지만 봄철의 꽃과 같이 예쁘잖아요.



(더 이상 괴로워서 못 옮기겠다)



카타리나: 절 딸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럼 말하지만, 참 아버지다운 애틋한 관심을 보이셨군요. 이런 반미치광이와 부부의 연을 맺어주려고 하시다니요. 무지한 깡패, 욕이면 단 줄 아는 그런 사내인 줄도 모르시고.



카타리나는 아버지에게 항의해보지만, 결국 결혼을 하게 된다.


읽다보니 카타리나도 카타리나지만, 페트루키오는... 정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미친놈 이었다 (...)



결혼 피로연에는 늦게 도착하고, 형편없는 옷차림을 하고, 결혼식을 주관하는 신부를 때리질 않나... 피로연이 끝나기도 전 아내를 자신의 집으로 끌고 가고... 그 외에도 여러 미친 짓 그리고 말장난으로 카타리나를 괴롭힌다. 나중에 페트루키오의 말도 안되는 말에 토를 달지 않는 카타리나를 보고 다른 사람들은 물론 아버지도 놀라게 된다.



카타리나: 저런, 저런! 그 험상궂은 이맛살은 좀 펴고 그렇게 멸시의 눈초리를 하지 마세요. 그건 자기 남편에게 상처 주는 짓이에요. 왕이며 지배자인 자기 남편을. 그뿐 아니라 자기 자신의 아름다움을 망치는 짓이에요, 서리가 목장을 망치듯이. 그리고 자기 이름을 더럽히는 짓이에요, 회오리바람이 아름다운 봉오리를 뒤흔들어 놓듯이. .... 남편은 그대의 주인이며 생명이고, 수호자이며, 머리, 군주예요. 아내를 걱정하고, 아내를 편히 해주려는 생각으로 바다에서나 육지에서나 뼈아프게 일을 하시잖아요. 태풍 부는 밤이나 추위에도 안 주무시잖아요. 그 덕에 여러분들이 안심하고 아늑하게 누워 있을 수 있는 거예요. 그러나 남편은 아내한테서 다른 대가는 바라지 않아요. 다만 사랑과 고운 얼굴과 진실한 순종밖에는..... 그렇게도 큰 빚에 비하면 참으로 하찮은 지출이죠. ....



(더 이상 괴로워서 못 옮기겠다)



처음에는 이게 뭔 헛소리 라고 생각했는데


그리고 카타리나는 그런 일을 당하고도 도대체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나 (가스라이팅?) 생각했는데...



이 이야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진실한 인물이 거의 없다는 점 - 서막에서 부랑자를 영주로 만드는 설정, 하인과 주인의 자리 바꿈, 언니가 결혼해야 여동생이 결혼할 수 있으므로 친구의 부탁을 받고 언니에게 구애하는 인물, 비앙카의 가정교사인 척 하고 들어가는 두 구애자, 현지에서 급조한 가짜 아버지 등 - 을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허위로 가득차 있는 이 이야기는 풍자라는 암시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딸을 얼른 보내버리려는 아버지나, 돈을 바라고 결혼하려는 남자, 여자에게 사랑과 고운 얼굴과 진실한(?) 순종만 바라는 남자.. 이런 것도 다 좀 비꼬는 것 같고.


그래도 21세기에 살고 있는 여성인 내가 읽기에는 여전히 불편한 작품이었다.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종이 시계> 의 작가 앤 타일러가 현대 배경으로 리메이크 해서 소설화 했다. 지난 번에 리뷰를 썼다. https://blog.aladin.co.kr/suha/14083527 저번엔 아주 맘에 들지는 않지만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이만큼 만들어놓았으니 4점 준다고 썼는데,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다시 훑어보고 이게 반어 혹은 풍자라고 생각하고 나서 마지막으로 인용한 카타리나의 말이 <식초 아가씨>에서 어떻게 바뀌는지를 다시 보니... 



어떤 방식이든 네가 원하는 대로 네 남편을 대하도록 해. 하지만 그가 누가 됐든 그 사람이 가엾구나. 남자로 사는 것은 힘들어. 그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니? 남자들은 뭐든 고민을 숨겨야 된다고 생각해. 관리해야 된다고, 통제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진솔한 감정을 못 드러내지. 아프거나 간절하거나 슬픔에 휩싸여도, 상심하거나 고향이 그립거나 큰 죄책감에 시달려도, 뭔가 대실패를 할 순간이어도—그들은 ‘아, 난 괜찮아요. 모든 게 좋아요’ 라고 말하지. 생각해 보면 남자들은 여자들보다 훨씬 자유롭지 못해. 여자들은 아장아장 걸을 때부터 사람들의 감정을 살피면서 살아. 레이더가—육감이나 공감, 대인 관계라나 뭐라나 하는 게—완벽해지지. 여자들은 상황이 이면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아는 반면, 남자들은 스포츠 경기와 전쟁, 명예와 성공에 몰두하지. 남자와 여자는 다른 두 나라에 있는 것과 비슷해! 난 네가 말하는 것처럼 ‘망가지지’ 않아. 난 그를 내 나라에 들어오게 하는 거야. 우리 둘이 본모습으로 지낼 수 있는 곳에서 그에게 자리를 주고 있는 거라고. 


음. 이게 과연 현대적 리메이크인가. 남자로 사는 건 힘들다며 한껏 얘기하더니, 여자들은 사람들의 감정을 살피면서 산다면서 우린 달라. 이러고 끝낼 이야기냐고. 여자들이 왜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살피면서 사는지 이야기해야 되는 거 아니야? 


오히려 셰익스피어의 <말괄량이 길들이기>에서 더 퇴보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저번엔 이만큼이나 만들어놨다며 4점 줬는데, 안되겠다 깎아야겠다. 3점? 2.5점? 역시 앤 타일러에게는 기대하는 게 아니었어. 










댓글(7)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22-11-28 17: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앤타일러가 자기가 맡은게 말괄량이 길들이기라서 너무너무 싫었다고 한 것 같은데, 그걸 어디서 봤는지 출처가 불분명하네요. 아마 앤 타일러도 끙끙대다 썼을겁니다.

앤 타일러보다 더 현대적인 각색은 영화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인 것 같아요. 히스 레저와 줄리아 스타일스가 아주 젊었을 때 찍은 영화인데 제가 참 좋아했더랍니다... 하-

건수하 2022-11-28 17:36   좋아요 0 | URL
책 서두의 <작가와 작품 소개>에는

‘셰익스피어는 질색이다. 그중에서도 제일 싫은 것이 『말괄량이 길들이기』이다.’ 역설적이게도 그래서 타일러는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선택했다. 그녀는 이를 셰익스피어 희곡 가운데 가장 논란이 많지만 그럼에도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작품이라 보았고, 이면에는 분명 다른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 것이라고 늘 생각해 왔다. 타일러는 셰익스피어의 초기 희극으로 다시 쓰기를 넘어 그녀의 주제와 인물을 고스란히 옮겨 놓은 자신만의 완벽한 세계-『식초 아가씨』를 창조했다.

이렇게 나옵니다. 앤 타일러가.. 음 뭐 나쁜 작가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구요. 그냥 저랑 좀 결이 안 맞는 거 같아요.

<~ 10가지 이유>는 어릴 때 재미있게 봤습니다 ㅎㅎ 아 그게 히스 레저였군요?! 조셉 고든 레빗은 알고 있었는데...

다락방 2022-11-28 17:35   좋아요 1 | URL
아 앤 타일러가 선택한거군요. 선택해서 썼는데.... 음......... (이하 생략)

공쟝쟝 2022-11-28 21:24   좋아요 1 | URL
음 확실히 아주 많이 각색되는 원본이긴 한 것 같아요… 남자 입장에선 변형된 트로피 여성? ㅎㅎㅎ 여자 입장에선… 음… 음… 음… 😑 나를 길들여줄 알파남??? ㅋㅋㅋㅋㅋㅋㅋ (써놓고 싫어서 몸부림 치는 중 ㅋㅋㅋ)

건수하 2022-11-29 10:54   좋아요 1 | URL
공쟝쟝님/ <말괄량이 길들이기>가 각종 로맨틱 코미디의 원형이라고 하더라고요 :)

알파남... 페트루키오가 알파남 같으면 그런가보다라도 할텐데...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
카타리나가 왜 그렇게 되는지 이해할 수가 없음요. 가스라이팅이라고밖엔.. ? -_-;

단발머리 2022-11-29 19: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하님 글 읽으면서 제가 <말괄량이 길들이기>랑 <피그말리온>을 헷갈렸다는 걸 알게 됐어요. 하하하, 그랬습니다.
근데 피그말리온도 로맨틱 코미디 같은 결론이었던 것 같고요.
앤 타일러, 애 많이 썼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네요. 그럼 저는 패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2-11-29 21:55   좋아요 0 | URL
피그말리온은 전 롤리타 같은 얘기라고 생각했는데.. 로맨틱 코미디였나요?


앤 타일러는 패스하시구요, 마녀의 씨 (마거릿 애트우드)는 강추입니다!
 
최후의 인간 - 19세기가 메리 셸리에게서 빼앗은 것들










6-7장에서 <실낙원> 얘기가 많이 나와서 좀 고민하다가 읽어보기로 했다. 아담과 이브가 아직 등장하지 않았으니 초반부를 읽다 말았는데, 이 서사시에 공화제 등 밀턴의 사상이 녹아있고 훌륭하다는 것도 알겠다.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읽었으니 부주의하지 않은 독자가 되도록 노력하며 읽으려 하였으나... 

요즘 좀 바빠서 독서 진도가 잘 나가지 않기도 했고 그런 와중 <실낙원>까지 읽고 싶지는 않아 좀 밀어둔 상태다. 
사실 샬롯 브론테의 <셜리>가 더 궁금한데 번역이 되어있지 않아 아쉽다. 

7장은 <프랑켄슈타인>을 예전에 읽었음에도 매우 어려웠다. 예전 <프랑켄슈타인>을 읽으며 뭔가가 많이 숨겨져 있는 듯 뿌옇고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이래서 어려웠던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부모의 글을 혼자 또는 남편 퍼시 셸리와 함께 읽고 연구한 것이 3장에서 언급되었던 <최후의 인간>의 동굴 이야기였던 것 같다. 7장을 읽고 다시 3장을 읽으니 조금 더 이해가 되었다. 

구판을 읽고 있는데, 다른 분들 밑줄이나 캡처를 보면 개정판의 번역이 좀더 매끄러운 것 같아서 개정판을 구입할까 고민하고 있다. 내가 갖고있는 책은 3권으로 분권되어 있어서 가지고 다니면서 읽고 줄도 치고 메모도 마구 하는 건 편하지만. 개정판을 사도 막 줄을 그으며 읽지는 못할 것 같다. 


이브의 이야기란 단순히 이브가 타락했다는 이야기라기보다는 이브가 여성으로 창조되었기 때문에 타락하게 된 것이라는, 즉 여성성과 타락이 본질적으로 동의어라는 사실의 발견인 것이다. (구판 419쪽)

자신은 여자이고, 따라서 타락했으며, 부적절하다는 여자 아이의 무서운 발견은 프로이트의 잔인하지만 은유적으로는 정확한 남근 선망이라는 개념이 실제로 의미하는 것이리라. (구판 419쪽)

괴물의 서사는 ‘영혼‘이나 역사 없이 태어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가에 대한 철학적 명상이며, ‘움직이고 말하는 추악한 덩어리‘, 물체, 타자, 제2의 성을 가진 존재가 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가에 대한 탐색이다. (구판 420쪽)

˝나는 내 자신이 내가 읽었던, 그리고 대화를 통해 들었던 존재들과 유사하면서 동시에 이상할 정도로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구판 423쪽)



이런 문장들에서 여성의 타자성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가부장제 안에서 살아가면서, 과거의 문학이나 학문을 접하면서 자주 느끼던 것이다. 나는 인간인데 왜 ‘인간‘ 의 범주에서 제외되는가. 그럼에도 그 학문을 체득하기 위해서, 인정받기 위해서 애써왔던 내가 좀 안타깝기도 하고.
<프랑켄슈타인>에서 괴물이 장님인 남자의 무릎에 달라붙어서 인정과 도움을 구걸하는 장면에서 장님인 남자를 밀턴이라 생각니 정말 의미심장했다. 


<실낙원> 얘기는 아직 8장까지도 나오고 있어서 이브나 씬이 등장할 때까지는 읽으면 좋을 것 같고, 메리 셸리가 조금 이해가 되어서 <메리 셸리> 영화도 보고싶다. <프랑켄슈타인>은 별로 다시 읽고 싶진 않고... 


바람돌이님께서 <최후의 인간>을 읽고 쓰신 페이퍼 https://blog.aladin.co.kr/baramdori/14089048 를 보고 메리 셸리가 19살 <프랑켄슈타인>을 썼을 때로부터 나아가지 못했다는 말에 마음이 아팠다.
쉬어가며 버지니아 울프의 <집 안의 천사 죽이기>를 읽고 있는데, <다락방의 미친 여자>와 연결되는 지점이 꽤 많아 옮겨본다. 

 










네 명의 위대한 여성 작가들 - 제인 오스틴, 에밀리 브론테, 샬럿 브론테, 조지 엘리엇 - 중에서 아무도 자식을 낳지 않았고, 두 명은 아예 결혼하지 않았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사실이다. 

19세기 소설들은 그 탁월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쓴 여성들이 자신의 성별 때문에 어떤 종류의 경험들에서는 배제되었다는 사실에 깊은 영향을 받았다. 작가의 경험이 소설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오만과 편견>, <폭풍의 언덕>, <빌레트>, <미들마치> 등은 중산층의 거실에서 겪을 수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경험을 유보당한 여성들이 썼다. 전쟁이나 항해나 정치나 사업에 대한 어떤 직접적 경험도 그녀들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다. 심지어 그녀들의 정서적인 삶조차도 법과 관습으로 엄격히 규제되었다. 
 
- <집 안의 천사 죽이기> 중 <여성과 소설> 중에서


이브의 이야기란 단순히 이브가 타락했다는 이야기라기보다는 이브가 여성으로 창조되었기 때문에 타락하게 된 것이라는, 즉 여성성과 타락이 본질적으로 동의어라는 사실의 발견인 것이다. - P419

자신은 여자이고, 따라서 타락했으며, 부적절하다는 여자 아이의 무서운 발견은 프로이트의 잔인하지만 은유적으로는 정확한 남근 선망이라는 개념이 실제로 의미하는 것이리라. - P419

괴물의 서사는 ‘영혼‘이나 역사 없이 태어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가에 대한 철학적 명상이며, ‘움직이고 말하는 추악한 덩어리‘, 물체, 타자, 제2의 성을 가진 존재가 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가에 대한 탐색이다. - P420

"나는 내 자신이 내가 읽었던, 그리고 대화를 통해 들었던 존재들과 유사하면서 동시에 이상할 정도로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 P423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읽는나무 2022-11-22 19: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 부인가? 2 부인가? 읽을 때 <실낙원> 제목을 보았고, 수하님과 프레이야님이 읽으시길래 읽어야 하는가 보다!!! 급한 마음에 도서관에서 두 권을 빌려왔었거든요. 책 넘겨 보구선 아...했네요. 저걸 과연 완독할 수 있으려나? 싶네요ㅜㅜ
저도 관련 소설 재미지게 읽다가 요즘 갑자기 주변 환경도 어수선해지고, 약속도 생기고 하니까 19세기 소설 진도도 못빼고 자꾸 주춤주춤하고 있네요.
그래도 먼저 앞서 읽으시는 여성 알라디리님들 보고 종종걸음으로 따라가 보렵니다.ㅋㅋㅋ

건수하 2022-11-23 09:07   좋아요 1 | URL
저는 별로 읽기 괴롭지는 않던데...
그게 제가 읽는 책은 운문이 아니고 산문으로 풀어놓은 거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주석도 촘촘하게 달려있고요. 근데 공부하는 느낌이고.. 다른 책들이 더 읽고 싶어요 ^^


바람돌이 2022-11-22 19: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실낙원은 그냥 패스하려고요. 도서관 가서 좀 살펴봤는데 제가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닌듯하더라구요. 아마도 읽으면 읽는 내내 내가 왜 이걸 읽으면서 고통스러워하고 있을까를 고민할듯요. ㅎㅎ
버지니아 울프의 말 너무 와닿아요. 아 또 메리 셸리 막 안타까워지네요. ㅠ.ㅠ

건수하 2022-11-23 09:09   좋아요 1 | URL
저는 원래 지루한 책 좀 잘 읽는 편이고 구약 성경에도 익숙하긴 하지만...
일단 밀턴에 대해 부정적인 인상을 좀 갖게 된 후에 진지하게 읽는게 쉽진 않은 것 같습니다.

버지니아 울프 책 읽으며 계속 뼈때린다는 느낌을 받고 있어요 ㅎㅎ
<제인 오스틴> <제인 에어와 폭풍의 언덕> <조지 엘리엇> .. 계속 나오고 있어서 재미있게 읽는 중입니다.

단발머리 2022-11-22 20: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늘 <다락방의 미친 여자> 날인가 봐요 ㅎㅎ 페이퍼가 연달아 올라오니 참 좋네요. 여성에 대한 판단, 특별히 부정적인 판단이 밀턴에게서만 왔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이 책 읽으면서 밀턴의 영향력이 새삼 크게 느껴지더라구요. 저는 <실낙원> 세 쪽 정도 읽어보고 완전 다운되었습니다. 의욕 충천했던 시간들은 모두 어디론가 사라졌고요.

울프 인용해주신 부분 참 좋네요. 알아보는 안목의 울프, 그걸 알아보는 안목의 수하님^^

건수하 2022-11-23 09:19   좋아요 2 | URL
7장 대충 끄적거려 놨다가 어제 독서괭님 페이퍼에 제가 언급되어 얼른 정리해 올렸어요. 저는 영문학을 잘 모르지만 영문학계에서도, 현재까지 내려오는 여성의 이미지에도 밀턴의 영향력이 꽤 큰 것 같네요.

단발머리님 읽으신 <실낙원>은 운문이었겠죠? 제가 읽고 있는 건 산문으로 풀어놓은 것이라 좀더 수월한 것 같습니다. 주석도 엄청 자세해서 이해는 되는데 읽는게 오래 걸려요.

<집 안의 천사 죽이기>에 제인 오스틴, 브론테 자매, 조지 엘리엇까지 나와서 계속 읽는 중입니다. 새삼스레 울프에 감탄하며 읽고 있어요. 멋진 여성들이 이렇게 많아서 행복해요.

햇살과함께 2022-11-23 0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8장 읽고 있는데,, 6-7장 특히 어렵더라고요.
저도 최근에 집 안의 천사 죽이기, 자기만의
방, 3기니 읽었거나 읽고 있는데, 울프 책과 연결되는 부분 많더라고요~
분권 너무 부럽습니다! 저도 분권할까 고민만 하고 있네요:;;

건수하 2022-11-23 09:23   좋아요 1 | URL
저는 이해하기 힘들었던 <폭풍의 언덕>을 다룬 8장 읽고 있는데 역시 이 부분도 어렵네요.

저는 절판책을 국회도서관에서 복사-제본했던 거라 (저작권법 때문에) 1/3씩 분권해야했던 건데요...
그래서 편하게 읽고는 있지만
하드커버 책 분권하려면 너무 아까울 것 같아요... ^^

독서괭 2022-11-23 13: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실낙원 포기한 많은 분들(저 포함)이 수하님 글을 기다리겠네요 ㅎㅎ
집 안의 천사 죽이기, 다미여와 연결되는 부분이 많다고 하시니 더 읽어보고 싶습니다^^

건수하 2022-11-23 15:02   좋아요 1 | URL
밀어둔 상태인데.. 계속 밀어둘지도 모릅니다만... ^^;;;
일단 아래 댓글에 다락방님이 재도전하신다고 합니다!

집 안의 천사 죽이기는 강추하고 싶습니다 :)

다락방 2022-11-23 14: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실낙원 재도전 해야겠어요. 불끈!! ㅎㅎ

링크하신 버지니아 울프의 책도 담아갑니다. 불끈!!

건수하 2022-11-23 15:02   좋아요 1 | URL
다락방님 화이팅입니다!! (저도 좀더 힘을 내어보겠..)

버지니아 울프 책 정말 좋아요.
 

결혼은 매우 중요하다. 그것만이 오스틴의 사회에서 소녀들이 자기정의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다른 모든 문제에 대한 오스틴의 침묵 그 자체는 일종의 진술이다. 오스틴의 소설에 다른 문제들이 부재하는 사실은 소녀나 여자들의 삶이 얼마나 불충분한가를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 P25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eBook] 식초 아가씨 호가스 셰익스피어 3
앤 타일러 지음, 공경희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셰익스피어 희곡 낭독 모임에서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읽었다. <오셀로>나 <맥베스> 때도 그랬지만, 희곡을 읽을 때는 왜 갑자기 그런 사건이 일어나는지 이해가 잘 안될 때가 많다. 공연을 위한 대본이기에 많은 것이 생략되어 있는게 아닐까 생각한다. '개연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나는 그래서 셰익스피어 작품을 다시 쓴 소설을 읽는게 좋았다. 소설은 개연성이 촘촘하니까.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읽으며 처음부터 끝까지 진실한 인물이 거의 없다는 점 - 본격 극이 시작되기 전의 서극(?)에서 부랑자(?)를 영주로 만드는 설정, 하인과 주인의 자리 바꿈, 언니가 결혼해야 여동생이 결혼할 수 있으므로 친구의 부탁을 받고 언니에게 구애하는 인물, 비앙카의 가정교사인 척 하고 들어가는 두 구애자, 현지에서 급조한 가짜 아버지 등 - 이 조금 위안이 되기는 했으나 (그러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허위로 가득차 있는 이 이야기는 풍자라는 암시 아닐까 생각했다) 도대체 이건 무슨 얘기를 하려는 작품인가, 도대체 카타리나는 저런 남자에게 왜 넘어가는가 (가스라이팅 당해서 혹은 살아남기 위해서?) 이런 생각만 들고 상당히 불편했다.



<식초 아가씨>의 작가가 앤 타일러이기에 많은 기대를 하진 않았다, 그저 뭐라도 개연성을 만들어주었으면 했다. 인물 설정은 나쁘지 않았다. 내가 잘 아는 인물상인 괴짜 과학자(...모든 과학자가 그렇지 않다는 점을 밝혀두고 싶지만) 두 명과 약간 괴팍한 아가씨 한 명. 그리고 유산 대신 비자를 얻기 위한 결혼이라는 것도 뭐 괜찮았다. 가족이 없는 외로운 외국인, 그 남자가 영어는 잘 못해도 진심으로 다가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아버지와 동생 뒤치다꺼리를 하던 아가씨가 삶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기회라는 것까지도 괜찮았다. 



그런데 그가 결혼하자마자 갑자기 좀 다르다. 물론 그가 패닉에 빠질만한 사건이 하나 있긴 했다. 그렇지만 결혼하고 나서부터 고용주이자 장인에게도 막 대하는 것 같고 운전도 막 난폭하게 하고 (그의 국적이 러시아라서 약간의 개연성이 추가되는 것 같다?) 결혼 전 인사왔을 때는 엄청 살갑게 지내는 것 같았던 사람 (그가 사는 집 주인의 고용인)도 알고보니 그와 원수인 것 같다. 문제의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폭력도 행사했다. 이대로 계속 가도 괜찮은건가? 그동안 비자를 위해 본모습을 속인 건 아닐까 살짝 걱정이 된다. 이 세상은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으니까.



그런데 괴팍했던 아가씨는 갑자기 이런 말을 하는 거다.



남자로 사는 것은 힘들어. 그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니?

남자들은 뭐든 고민을 숨겨야 된다고 생각해. 관리해야 된다고, 통제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진솔한 감정을 못 드러내지.

...

생각해보면 남자들은 여자들보다 훨씬 자유롭지 못해.



여자들은 아장아장 걸을 때부터 사람들의 감정을 살피면서 살아.

레이더가-육감이나 공감, 대인 관계라나 뭐라나 하는 게 - 완벽해지지.

여자들은 상황이 이면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아는 반면, 남자들은 스포츠 경기와 전쟁, 명예와 성공에 몰두하지.


남자와 여자는 다른 두 나라에 있는 것과 비슷해! 난 네가 말하는 것처럼 '망가지지' 않아.

난 그를 내 나라에 들어오게 하는 거야. 우리 둘이 본모습으로 지낼 수 있는 곳에서 그에게 자리를 주고 있는 거라고.


맨 뒤의 네 문장은 뭐... 괜찮다. 다른 두 사람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여지를 주는 건 괜찮다.

그리고 그 남자가 그동안 속였는지 아닌지는 글로만 본 나는 잘 모르고 경험해본 본인이 더 잘 알겠지. 자신의 판단에 확신이 들어서일 수도 있는데.


여자들이 아장아장 걸을 때부터 사람들의 감정을 살피면서 살아서 레이더가 완벽하다고?

(사실 너는 별로 그렇지 않잖아. 그래서 어린이집에서 힘들었잖아.) 

그리고 혹시 완벽하다고 해서 그게 쉬운 일은 아니지. 왜 그렇게 해야 하는가를 생각해보면 그건 더 쉬운 일이 아니다.

왜 여자들이 어릴 때부터 사람의 감정을 살폈다고 생각하니? 


그런데 남자로 사는 것만 자유롭지 않고, 힘들다고 얘기하는 것 같아서 당황스러웠다. 이걸 쓴 작가가 여성이라는 것도. 남자가 그런 건 원래 그런 거고 자연스러운 거고, 여자는 그런 남자를 이해해줘야 한다, 기회를 줘야 한다- 라고 하는 것 같아서.



<말괄량이 길들이기>에 비하면야 백 배 나아졌지만, 이것이 앤 타일러 소설의 한계인 것 같다. 세상을 아름답게 봐야 하는 것.

(올해 내가 아이한테 어쩔 수 없이 권유했던 일인데) 뭐 다같이 사이좋게 지내는 거 좋지. 그렇지만 왜 한쪽만 이해심을 발휘해야 하냐는 거다. 


앤 타일러라서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딱 기대한 만큼의 소설이었다. 그래도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이만큼씩이나 만들어놓다니 그게 어딘가. 그래서 별 네 개. 




댓글(7) 먼댓글(1)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말괄량이 길들이기>와 <식초 아가씨>
    from 수하의 서재 2022-11-28 17:24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동서문화사 책으로 읽었다. 후기를 쓰려고 다시 한 번 훑었다. 영어로는 제목이 The Taming of Shrew. 처음 보는 단어라 찾아보니(네이버 사전 캡처) 이런 아이라고. 귀엽게 생겼는데, 왜 저런 뜻과 함께 있는 걸까어릴적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어린이용 소설로 본 것 같은데, 이번에 희곡으로 읽어보니 '서막' 과 '본극' 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서막에서는 어떤 영주가 술취한 사람이 길바닥에 쓰러져
 
 
독서괭 2022-11-10 17: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앤 타일러라서 기대하지 않았다는 말에 어떤 작가길래 찾아봤는데 모르는 작가네요~
한쪽만 이해심을!! 그게 강요되었다는 걸 간과한 걸까요? 아쉽습니다~

건수하 2022-11-10 18:30   좋아요 2 | URL
독서괭님은 잘 모르시겠지만 한때 <종이 시계>라는 유명한 소설이 라디오 광고에도 막 나오고 그랬었답니다.
(나이 인증...)

결혼 상대자가 결혼 전까지는 꽤 괜찮았는데 말이죠... 그래서 완전히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결국 이런 소설을 누가 읽을까요.. 대부분 여성들이 읽을텐데.

남자들은 원래 그러니까 사이좋게 지내라- 고 공모하는 것 같아서 좀 기분 나빴어요.
저런 얘기할 거면 여성들도 어떻게 힘들게 사는지도 얘기하든가 말이죠.

2022-11-10 18: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수하 2022-11-10 18:26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온라인 공동체 내에서 만든 사적 모임이에요 ^^
희곡을 낭독하고 리메이크 소설을 읽고 있습니다.
줌으로 만나서 읽는데, 재미있더라고요! ^^

책 읽기 좋아하시는 지인들이 있으면 이런 모임 만들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프레이야 2022-11-10 18:45   좋아요 1 | URL
네~^^ 초고속 답변 고맙습니다.

Falstaff 2022-11-10 18: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세레나의 남편이 죽어 문상을 갔는데 세레나는 죽어가는 남편한테 악을, 악을 써댔다고 합니다.
˝멋진 빨간색 운동복을 입고 뛰다가 갑자기 죽는 거 하고, 온몸에 주사바늘과 튜브를 꼽은 채 죽는 거 하고 뭐가 좋니?˝
이 문장을 읽은 후 아, 씨.... 두 달 뒤부터 저도 운동복을 입고 걷고 뛰기 시작해 6개월 만에 12kg을 뺐습니다.
앤 타일러의 <종이시계>에 나온 세레나의 악다구니였습니다. 살을 빼니까 옷장에 걸려 있던 옛날 옷이 다 맞지 뭡니까. 돈 번 거 같더라고요.
어쨌거나 앤 타일러는 제 은인입니다. 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2-11-10 18:46   좋아요 2 | URL
앤 타일러가 은인이라고 하시지만, 골드문트님도 참 대단하십니다.
6개월만에 12kg이라니... @_@
옷도 옷이고, 건강에도 큰 도움이 되셨을 것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