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으로부터,
정세랑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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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랑 작가의 작품은 <보건교사 안은영> 만 읽어보았고 이 번이 두번째라고 생각했다. 작가 소개를 보니 ‘2010년 『판타스틱』에 「드림, 드림, 드림」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고 쓰여있다. 판타스틱을 창간호부터 3년 정기구독을 했으므로, 정세랑 작가의 작품을 세 번째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보건교사 안은영>은 판타지적인 요소가 많았는데, <시선으로부터,>는 비교적 현실적인 이야기다. 그러나 여전히 어느 면에서는 판타지라고 할 수 있다. 50년대에 20대의 나이였을 주인공 심시선, 교육을 받고 예술가였지만 글이 더 유명했던 사람. 70-90년대 한국에서 여성의 글이 누구나 다 알만큼 그렇게 널리 다뤄지고 유명했나? 이 인물의 모델이 될만한 실존인물이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인물의 행보 말고도 가정에서 모계사회를 구현했다는 점에서도 판타지적 요소가 있다. (이 가족에서 남성 인물은 누구 하나 비중있게 다뤄지질 않는다)

<보건교사 안은영>에서도 그랬듯 작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참 많이 담고 있다. (사실 너무 많은 걸 담으려고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페미니즘. 이분법적 성별 구분, 폭력 (성범죄, 학대, 가스라이팅, 디지털 범죄 등), 한국전쟁 중의 양민학살, 한국 부모의 자식에 대한 집착, 한국의 외국인 혐오, 환경 (생물종변화, 해양쓰레기 등) 등에 대한 문제의식. 이렇게 많은 주제가 이야기속에 매끄럽게 들어가 있는게 참 신기하다. 아주 진지하게 깊이 다루어 지루하거나 거부감을 느끼지 않게 하면서, 나름 독특한 언어로 표현하고, 그게 또 바르고 산뜻하다.

지인은 <보건교사 안은영>을 읽고 <시선으로부터,>를 읽으면 실망할 것이라 했다. <보건교사 안은영>과 같은 B급 장르의 재미는 없지만 나는 이 두 소설이 참 유사하다고 생각했다. 정세랑을 어디까지 읽어야 할 것인가, 조금 더 읽으면 질릴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아직은 좀더 읽어도 될 것 같다. 다음엔 뭘 읽을까. <피프티 피플>? 그것도 엄청 여러가지 이야기를 짧게 다루고 있을 것 같은데.

베이직을 갖춘 사람이 오히려 드물다고 봅니다. 안쪽에 찌그러지고 뾰족한 철사가 있는 사람들, 배우자로든 비즈니스 파트너로든 아무데도 못 갖다 써요. 꼭 누군가를 해치니까.

(남편들이) 아무리 똑똑해서 날고 긴다 해도, 다정하고 사려 깊은 성품을 타고났다 해도 우리가 보는 것을 못 봐요. 대화는 친구들이랑 합니다. 이해도 친구들이랑 합니다.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구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인생에 간절히 필요로 하는 모든 요소를 한 사람이 가지고 있을 확률은 아주 낮지 않을까요?

여러분, 앞으로의 이십 년을 버텨내세요. 쉬운 일은 아닐 테지만

이십 년 후에 스스로도 놀랄 다음 단계를 맞닥뜨리게 되면 오늘 이날을 떠올려주십시오. 제 어설픈 말들이 아니라 지금 여기 함께 있는 동료들을 기억하고 성취를 서로 알아봐주십시오. 불꽃놀이 같은 기쁨을 느끼십시오.

같은 일을 이십 년쯤 하면 계단 턱 같은 것을 만나게 되고 그것을 뛰어넘는 것은 성취감이 있었다. 꼭 예술이 아니라 어떤 일이라도 그렇지 않을까?

촉이란 건 작고 뾰족한 것일 텐데, 그게 이십 년이나 걸쳐 돋다니 참 비효율적인 일이구나 싶다.

내가 지켜본 바로는 질리지 않는 것이 가장 대단한 재능인 것 같았다. 매일 똑같은 일을 하면서 질리지 않는 것. 수십 년 한 분야에 몸을 담으면서 흥미를 잃지 않는 것. 같은 주제에 수백수천 번씩 비슷한 듯 다른 각도로 접근하는 것.

각자에게 주어진 질문 하나에 온 평생으로 대답하는 것은 질리기 쉬운 일이 아닌가? 그런데도 대가들일수록 질려하지 않았다. 즐거워했다는 게 아니다. 즐거워하면서 일하는 사람은 드물다. 질리지 않았다는 것이 정확하다.

당장 뛰어난 것 같지는 않지만 하고 하고 또 해도 질리지 않는다면, 그것은 시도해볼 만하다.

20세기 여자들이 교육의 기회라는 말에 따라나섰던 수많은 길들은 정말 교육에 닿기도 했고, 위험한 나락에 닿기도 했다. 그럼에도 교육과 기회를 원했던 여자들을 생각하면 울고 싶어진다.

탁월한 재능이 엿보인다고, 좋은 기회를 주겠다고, 나에게 관심 있어할 사람들을 소개해주겠다고 후하게 제시하는 사람을 그냥 믿어서는 안 되었다.

일을 사랑하는 마음이야말로 길들여지지 않는 괴물 늑대와 같아서, 여차하면 이빨을 드러내고 주인을 물 것이었다. 몸을 아프게 하고 인생을 망칠 것이었다. 그렇다고 일을 조금만 사랑하자니, 유순하게 길들여진 작은 것만 골라 키우라는 것 같아 자존심이 상했다. 소소한 행복에서 의미를 찾자, 바깥의 평가보다 내면이 충실한 삶을 택하자는 요즘의 경향에 남녀 중 어느 쪽이 더 동의하는지 궁금했다. 내면이 충실한 삶은 분명 중요한데, 그것이 여성에게서 세속의 성취를 빼앗아가려는 책략은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그런데 성취를 하려니 생활이 망가지고, 일만 하다가 죽을 것 같고……

가끔 명은이 부러웠다. 남매를 낳은 걸 후회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가벼운 삶이. 무엇에든 집중할 수 있는 여유가. 경아는 집중력도 기억력도 다른 온갖 수행 능력도 사실 산산조각난 채 십수 년을 살아왔다.

경아가 여전히 일하고 있는 것은 사실 거짓 희망에 가까웠다. 거짓은 적나라하게 부정적인 어휘로 느껴져서 속으로는 ‘대충 희망’이라고 부르는 편이었다. 업계의 대충 희망이 되고 싶었다. 진짜 희망이 나타나기 전의 대타 같은 희망 말이다. 레드오션 업계에서 무난한 자질을 가지고도 오래 견디는 여자가 있다는 걸 보여주면 뒤따라오는 사람들도 힘을 얻겠지 싶어서.

"여자도 남의 눈치 보지 말고 큰 거 해야 해요. 좁으면 남들 보고 비키라지. 공간을 크게 크게 쓰고 누가 뭐라든 해결하는 건 남들한테 맡겨버려요. 문제 해결이 직업인 사람들이 따로 있잖습니까? 뻔뻔스럽게, 배려해주지 말고 일을 키우세요. 아주 좋다, 좋아. 좋을 줄 알았어요."

21세기 사람들은 20세기 사람들을 두고 어리석게도 나은 대처를 하지 못했다고 몰아세우지만, 누구든 언제나 자기방어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온전한 상태인 건 아니라고 항변하고 싶었다.

"할머니는 그 정도의 악의는 상상하지 못했던 거야. 그런데 우리는 할 수 있지. 21세기 사람들이니까. 그런 악의가 존재한다는 걸 알지."

"가스라이팅, 그루밍 뭐 그런 것들. 구구절절 설명이 따라붙지 않게 딱 정의된 개념들을 아는 것과 모르는 건 시작선이 다르잖아."

"특별히 어느 지역 사람들이 더 잔인한 건 아닌 것 같아.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에겐 기본적으로 잔인함이 내재되어 있어. 함부로 굴어도 되겠다 싶으면 바로 튀어나오는 거야. 그걸 인정할 줄 아는지 모르는지에 따라 한 집단의 역겨움 농도가 정해지는 거고."

"요즘 여자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걸 모조리 경제적인 이유로 설명할 수는 없어요. 공기가 따가워서 낳지 못하는 거야. 자기가 당했던 일을 자기 자식이 당하는 걸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견딜 수가 없어서. 혼자서는 지켜줄 수 없다는 걸 아니까. 한국은 공기가 따가워요."

그때의 경험으로, 나는 평생 공격성이 있는 사람들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 공격성이 발현되든 말든 살밑에 있는 것을 꿰뚫어볼 수 있었다.

누구에게나 공격성은 있지만, 그것이 희미한 사람과 모공에서 화약 냄새가 나는 사람들의 차이는 컸다.

폭력은 사람의 인격을 조각한다. 조각하다가 아예 부숴버리기도 하지만. 폭력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폭력의 기미를 감지할 수 있게 되는데, 그렇게 얻은 감지력을 유용하게 쓰는 사람도 있고 절망해 방치해버리는 사람도 있어서 한 가지 결로 말할 수는 없다.

여기가 천박한 시장 바닥이 되는 걸 막으려는 사람들은, 착취적이지 않은 진짜 삶을 꾸려가는 사람들은 모두 로컬이라고 부를 수 있겠죠."

한국의 로컬도 그런 개념이 되어야 할 것 같았다. 공동체에 누가 속할 수 있을지 넓게 열어두고 끌어안을 필요가 분명 있었다. 한국 사회도 이민자의 수가 계속 늘고 있고, 더 다양한 집단을 포용해야 할 때 로컬 개념에 괜찮은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현지인이라고 번역하면 되려나? 지금의 ‘한국인’은 확장형이 아닌 것만 같아서…… 아니면 말은 그대로 두고 인식만 확장될 수도 있으려나?

낙관을 위해, 현재에 집중하기 위해,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책만한 게 없었다.

읽고 읽었다. 소원을 비는 사람처럼 책 탑을 쌓았다.

노안도 있는데 글씨 크기를 조절해가며 읽으면 좋을 테지만, 평소 난정은 정글 같은 서재에서 언제 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책을 우연히 고르는 것을 좋아해 별로 사용하지 않았었다. 포장 겉면에는 천 권도 넘게 들어간다고 쓰여 있었다. 천 권과 함께라면 시누이들과의 여행도 견딜 수 있을 터였다.

세상엔 온갖 주제에 대한 책이 있다는 게 늘 안심이었다. 다 좋은 책은 아니지만 형편없는 책은 형편없는 책대로 기묘한 웃음을 주기도 하고 말이다.

주차장도, 매점도, 화장실도, 샤워실도, 구조원도 없었다. 긴 해변에 상업시설을 들이지 않고 근처에 사는 사람들만 이용할 수 있게 개발하지 않은 것이다. 관광객에게는 불편할 수 있지만 관광보다 우선해야 하는 게 있다는 걸 일찍 깨달은 게 분명했다. 그 결과로 모래는 깨끗했다. 쓰레기 한 점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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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2-01-10 21:1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기 저 문장 좋아요 수하님,

낙관을 위해, 현재에 집중하기 위해,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책만한 게 없었다.

건수하 2022-01-10 21:22   좋아요 3 | URL
그죠? 저도 넘 좋았지만 ㅎㅎ 책에 관한 이야기가 워낙 많다보니 좀 진부한가 싶어 뒤쪽으로 밀었는데, 서재에 올릴 거니 맨 앞으로 뺄 걸 그랬나봐요 ^^

독서괭 2022-01-10 21: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피프티피플>만 읽었어요. 아주 본격적으로 여러가지 이야기가 들어가있죠 ㅋㅋㅋㅋㅋ 사람이 그만큼 많으니. 전 재밌었는데 막 너무 좋고 그 정도는 아니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리뷰도 못 썼네요;

건수하 2022-01-10 23:04   좋아요 3 | URL
피프티피플까지 읽으면 그만 읽게 될 것 같기도 하고.. 독서괭님 막 좋진 않았다하시니 다른 걸 찾아볼까봐요 :)

독서괭 2022-01-10 23:40   좋아요 1 | URL
하지만 별은 다섯개 줬답니다? ㅎㅎㅎ

청아 2022-01-10 22: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저도 읽어보고싶어요! 예상과는 다른 내용이네요. <지구에서 한아뿐> 읽은 책 그거 하나뿐이예요ㅎㅎ

건수하 2022-01-10 23:05   좋아요 2 | URL
내용이 참 건전한 소설이었어요 ㅎㅎ 다음에 뭘 읽어볼까 생각하는데 <지구에서 한아뿐>은 어떠셨을까요?

청아 2022-01-10 23:10   좋아요 1 | URL
질문하셔서 찾아보니 별2개줬어요ㅎㅎ🤦‍♀️

건수하 2022-01-10 23:11   좋아요 2 | URL
어… ㅎㅎㅎ 이 소설도 미미님 취향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

mini74 2022-01-10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안은영이 조금 더 좋았어요. 마술봉등 키치한 느낌도 좋았고 ㅎㅎ 시선으로부터는 너무 많은 인물들과 세대들을 다루다 보니 엉성한 ㅠㅠ 수하님 발췌글들 참 좋네요 *^^*

건수하 2022-01-10 23:31   좋아요 1 | URL
저도 별 다섯개 주고보니 재미있다기보다는 저런 내용들이 좋아서 (그리고 오랫만에 잘 읽혀서) 기쁜 마음에 그랬나 싶기도 하네요 하핫…

mini74 2022-01-10 23:30   좋아요 1 | URL
수하님~ ㅎㅎ 내가 좋음 좋은거지요. 넘 귀여우세요 ~~ 저도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가독성도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 편한 밤 보내세요 *^^*

공쟝쟝 2022-01-15 13: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읽은 정세랑은 달달구리한 것들 두 종이라서, 다른 맛도 좀 봐야할 터인 데..(ㅇ ㅏ........) 나의 책욕망...... 미쳤다 진짜.. 여기 개미 지옥이다.. 지옥...

건수하 2022-01-19 16:26   좋아요 1 | URL
다른 거 안 보셨다면 <보건교사 안은영> 추천합니다! ^^

공쟝쟝 2022-01-19 16:48   좋아요 1 | URL
그책 존잼이쥬 ㅋㅋ 봤어요 ㅋㅋ 헷 ㅋㅋ

건수하 2022-01-19 19:11   좋아요 1 | URL
앗 그것이 달달.... 음... 그러고보니 달달한 부분이 있군요 ㅎㅎㅎ
전 B급 영화 보는 기분으로 봐서. 그 부분을 잊어버리고 있었네요 :)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사계절 만화가 열전 13
이창현 지음, 유희 그림 / 사계절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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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첫 완독.
진도가 안 나갈땐 역시 재미있는 걸 봐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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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1-07 10: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재밌죠... 여기 그 뭐지, 아구찜 집 옆에 디저트 가게였나요? 그거 보고 빵터졌는데요. ㅋㅋㅋㅋㅋ

건수하 2022-01-07 11:27   좋아요 1 | URL
전에도 한 번 봤지만, 넘 재밌네요 ㅎㅎ 서재분들 다 공감하실듯~

공쟝쟝 2022-01-07 10: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거 진짜 재밌어요 ㅋㅋㅋㅋㅋㅋ 우리다 ㅋㅋㅋ

건수하 2022-01-07 11:27   좋아요 2 | URL
우리다~~ 공쟝쟝님 마니아 2위시더라구요?

새파랑 2022-01-07 11: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2022년 첫 완독 축하드립니다~!!

건수하 2022-01-07 13:4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 요즘 독태기인가봐요.. :)

독서괭 2022-01-09 23: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거 재밌죠 ㅋㅋ 후반부가 좀 생뚱맞았던 기억이 있지만.. 중반까진 굉장히 재밌었어요.
 

오랫동안 못 만난 지인 둘이 책을 냈다.
(그걸 다른 사람의 인스타그램에서 알았다)
궁금하다 그녀들의 이야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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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1-06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궁금한데요?

프레이야 2022-01-06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전 궁금하네요. 바구니행~
 

두 달전, 샀던 책을 선물받고, 샀던 책을 찾지 못하는 사건이 있었다.

http://bookple.aladin.co.kr/~r/feed/545265599

어느새 두 달이 흘러 진실을 확인하기에 이르렀으니…

<보부아르, 여성의 탄생>은 보낸 짐에 고이 들어있었다는 알흠다운 결말 되시겠다.

오기 전 거의 확신하고 있었기에 집에 있던 책은 다른 분께 선물하고 왔다. (선물해 주신 분께 죄송하지만 지금 갖고있는 책을 선물받은 책이라 생각하고 읽을 생각이다)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은 찾다가 어디갔는지 못 찾았었는데, 중간에 나를 위로하는 용도로 보려고 넣었던 모양이다. 이것 외에도 다른 책들이 좀더 있다.

많이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바쁘기도 했고 격리 기간엔 많이 무기력했다. 인터넷이 끊기면 좀더 읽게 되려나. 읽은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데 그걸 할 수 없어 아쉬울 것 같다. 잘 쌓아놨다가 나중에 올려야지 :)

+ 북플앱은 생각보다 데이터를 많이 잡아먹지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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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2-01-05 17: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그때 그 사건 결과가 드디어 ㅋㅋ 선물하고 아름답게 마무리 하셨네요~^^

건수하 2022-01-05 18:27   좋아요 3 | URL
그르게요 마무리는 아름답게 ^^ (이제 산 책 또 사는 일은 없었으면 ㅎㅎㅎ)

mini74 2022-01-05 17: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ㅎㅎ 축하드려요 찾으셨군요.~~

건수하 2022-01-05 18:27   좋아요 2 | URL
찾아서 기뻐요 ㅎㅎ 얼마나 답답하던지 ^^

청아 2022-01-05 18: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수하님 찾으셔서 다행입니다~^^♡
<소년과 두더지와..>어떠실지 궁금해요. 늘 리뷰 올라올때마다 군침만 흘리는 책ㅎㅎ

건수하 2022-01-05 18:26   좋아요 2 | URL
그림도 예쁘고 글씨체도 예쁘고… 힐링책이지요 :) 짐에 넣어 보내고 까먹었지만 그때 보낸 저를 매우 칭찬하고 싶은 책이에요! 궁금하시면 인터넷 서점 미리보기를 함 보셔요 ^^ 아님 도서관에?

공쟝쟝 2022-01-05 18: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한남을 분석한다.. 남성됨과 정치 읽으면서 다시 읽을까 생각 중이었는 데... ㅋㅋㅋ 여기서 이렇게 또 만나니 동하네요~ 모쪼록 즐겁게 읽으소서! 보부아르 언니의 알찬 삶 꿀잼입니다.

건수하 2022-01-05 19:49   좋아요 2 | URL
선거 전에 읽어보려고 (왜?) 가져왔어요 ㅎㅎ 남성됨과 정치 읽으면서 같이 읽어도 좋겠네요!

공쟝쟝님 말씀대로 인터넷이 독서의 적입니다… 느려지니 끊지 않고 로딩을 기다리는 이 중생…;;

다락방 2022-01-06 09: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한남 분석 사서 정희진 편만 읽었던 것 같은데 아직 집에 있는지 팔았는지 모르겠네요. 남성됨과 정치 읽으면서 같이 읽기 너무 좋을것 같은데요.
저도 보부아르 자서전 읽어야 되는데.. 와 세상에 읽을 거 왜케 많아요?

건수하 2022-01-07 11:26   좋아요 0 | URL
저는 1월인데 아직 <여성과 광기> 반 정도밖에… 진도가 안 나가네요. 남성됨과 정치는 어떨런지..

보부아르 자서전은 엄청 잘 읽혀요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알라딘 서재에는 책 얘기만 써야 하는거 아닌가 했지만, 독서괭님이 이미 올리셨길래 편한 마음으로 올려본다. 

넷플릭스에서 12월 24일 공개된 따끈따끈한 영화, 돈룩업 Don't Look Up. 


영화는 대학원생 (정확히는 Ph. D candidate, 그러니까 아직 박사학위는 못 받은 그러나 박사논문자격시험은 통과한 대학원생) 케이트 디비아스키 (제니퍼 로렌스) 가 한밤중 지구 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혜성을 발견하며 시작된다. 옛날에는 천문학자들이 밤을 새며 일을 했었지만 요즘에는 꼭 밤에 하지 않아도 영상을 찍어놨다가 다음날 낮에 확인해본다고 하던데, 어쨌든 밤새며 열심히 일하다가 혜성을 발견. 


계산을 해보니 이 혜성이 6개월 ##일 ##시간 ##분 $$초 뒤에 지구에 충돌할 것이라고 예측되고... 케이트와 케이트의 지도 교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이 사실을 학계에 알리고, 백악관에까지 가게 된다. 그러나 인류 멸종의 위기에 백악관에서 걱정하는 것은 대통령의 스캔들, 그리고 곧 있을 선거이고...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이 영화가 비꼬는게 정말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나를 깊이 파고 들어가기보단 최대한 뭘 많이 넣어놨다고나 할까. 깊이는 없지만 뭔가 많이 던져주긴 한다. 캐스팅은 화려하지만 정서는 B급 영화 정서다. 



예를 들어 처음 혜성을 발견한게 케이트인데 나중에 방송에서는 이게 랜달 민디 교수 (케이트의 advisor)의 업적이라고 말하고, 랜달도 얼떨결에 그냥 수긍하고 인터뷰를 한다. 

최근 작고한 유명한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도 아마존의 나무에 기어올라가 생물을 관찰하는 일은 대학원생한테 시킨다며 '그런 일 하라고 대학원생이 있는 거죠' 라고 말했다던데, 윌슨 할아버지가 나무에 기어올라가는 것도 위험한 일이지만.. 

그렇다, 대학원생의 일이란게 원래 그렇다... 



엄마가 대통령 (메릴 스트립), 아들이 비서실장인데.. 뭐 여기서 이미 대충 느낌 오지만.

이 대통령이 누구를 뜻하는지 아주 확실하게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아주 확실하다 ㅋㅋ 



1990년대 영화 <아마겟돈> <딥 임팩트> 처럼 미군이 핵무기를 동원하여 혜성의 궤도를 바꿔버리려 하는 국뽕스러운 장면이 연출되는데

갑자기 어디서 사기꾼 같은 할아버지 (마크 라이런스) 가 나타나서는 

그 혜성에 희토류가 많이 함유되어 있다며, $$조 달러의 가치가 있다며 그걸 보내버리면 안되고 우리가 이용해야 한다-고 한다.

자기가 만든 드론으로 혜성을 잘게 쪼개서 태평양에 가라앉히겠다며. 

(중국이 희토류를 다 쓸어가버렸다는 아주 현실적인 말도 나온다 ㅋㅋ)



이 아저씨를 보고 (생김새는 별로 안 비슷하지만) 일론 머스크를 떠올리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인공지능, 인류의 진화, 내가 널 만들었다며 본인을 크로노스라고 하는데... 


일론 머스크가 아니라면 백신 사업과 관련해 빌 게이츠라고 볼 수도 있겠다. 

어쨌든. 과학과 자본의 결합을 경고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인류세란 단어까지 만들어가며 기후 위기를 이야기하지만 반응없는 미국 중국 등에 대한 비꼼일 수도 있고. 




랜달 민디와 케이트는 이제 육안으로도 볼 수 있을만큼 커진 (가까워진) 혜성을 보라며 'Look Up' 이라는 문구를 만들어내고 

선거자금을 많이 낸 사기꾼에게 말려 미국 대통령과 나머지는 'Don't Look Up' 캠페인을 벌인다.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BASH의 우주항공 드론 기술(? 내가 막 지어낸 말)이 동료 심사 Peer Review를 거쳤냐고 묻는 부분이다. 





이 부분은 과학하는 사람들이라면 다 빵 터졌을 장면인데. 

현재 임상도 없이 양산되는 mRNA 백신을 타겟한 게 아닐까 했지만 이 영화는 이미 COVID-19의 유행 전 제작이 완료되었다고 한다. 


이외에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자기를 소개하며 최근 논문을 안써서 잘 모를거라고 하고

대통령이나 비서실장이 다른 칼텍 이런데 있는 잘나가는 애들한테 보내서 다시 검토하라고 하는 부분 등 

웃픈 부분이 많았다 ㅋㅋ 



미국에서는 트럼프가 일단 졌고. 한국에서는? 


한국에서도 제대로 된 대통령을 뽑아야지 

대통령 잘못 뽑으면 

아마겟돈 딥입팩트 가 돈룩업이 될 수 있다- 뭐 이런 교훈을 줄 수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한국인들은 이미 대통령 잘못 뽑으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잘 알긴 한다마는)



누구에게나 가벼운 마음으로 쉽게 추천할만한 아주 유쾌한 블랙코미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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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12-29 00:1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다른거 하나 끊고 넷플로 이걸 빨리 봐야겠어요ㅎㅎ

건수하 2021-12-29 00:25   좋아요 2 | URL
한 달 무료사용이 될 걸요? :D

단발머리 2021-12-29 08:57   좋아요 2 | URL
넷플은 무료 사용 없어졌어요 ㅠㅠㅠ 함 확인해 보셔요. 그래서 저도 저번달 한달만 유료사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청아 2021-12-29 09:16   좋아요 1 | URL
돌아가며 가입해서 무료 제공 했을때 한 달씩 이용했죠ㅋㅋㅋㅋㅋㅋ가격도 더 오른다는데 한달만 봐야겠어요!

건수하 2021-12-29 09:22   좋아요 1 | URL
저런 넷플 무료사용 없어졌군요 거만한 넷플같으니…!

scott 2021-12-29 00: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작품 찜!👆^^

건수하 2021-12-29 00:25   좋아요 4 | URL
후회안하실겁니다!

잠자냥 2021-12-29 09: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넷플에서 보려고 찜한 상태입니다! ㅎㅎ
(알라딘 서재에 영화 이야기 하는 분들 많아요~ 우리의 다부장님 주특기도 책 이야기하다가 영화 이야기로 빠지기 ㅋㅋㅋ)
근데 저 유튜브 화면에 나오는 디카프리오 정말 무슨 일이니 대통령 잘못 뽑아서 얼굴 망가진 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1-12-29 09:53   좋아요 2 | URL
나이가 있잖아요 ㅋㅋㅋ
찌질한 중년 남자 역할을 잘 해냈어요 ㅋㅋㅋ

고양이라디오 2021-12-29 18: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하님 리뷰 잘 읽었습니다^^ 공감 100% 입니다ㅎ

디카프리오 찌질한 연기 너무 잘해요ㅎㅎ

오늘은 아담 맥케이 감독의 영화 <바이스> 봐야겠어요!

건수하 2022-01-05 19:39   좋아요 0 | URL
<바이스>도 재밌으려나요? ^^ 딕 체니는 잘 모르는데,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고 ^^

공쟝쟝 2022-01-05 18: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이거 너무 재밌게 봤어요. 1월 1일에 ㅋㅋㅋ 아리아나 그란데가 아름다운 목소리와 자태로 우린 망했어 우린 다 죽을거야 부르는 데 감동해서 눈물 흘릴뻔 했잖아요. 새해 맞춤한 영화였어요. ㅋㅋㅋ 인간들아 정신 좀 차려 ㅋㅋ

건수하 2022-01-05 19:38   좋아요 1 | URL
아리아나 그란데가 그전에 꺼지라고 할 때도 넘 좋았어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