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방의 미친 여자] 로체스터를 믿을 수 있는가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인 에어>를 읽었다. 예전에 이 책을 읽고 제인이 로체스터에게 돌아가는 부분에서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닌데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실망해서 왜 그렇게 사람들이 이 책을 좋아하는 지를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폭풍의 언덕>도 왜 훌륭한 소설이라고 하는게 잘 이해가 안 되어서 다시 읽었지만 여전히 좋아하기 힘들었기에, <제인 에어>도 꼭 다시 읽어야 할까 생각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시 읽은 <제인 에어>는 참 좋았다.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해 주었고... 좋은데 (길어서) 빨리 끝나버리지 않아서 좋았다. 아주 흥미진진하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로체스터에게 돌아간 것에 대해 실망하진 않았다. 이미 알고 있기도 했고, 그래 뭐 너가 좋다는데 어쩌겠어- 정도의 마음이랄까. 



이번에는 읽는 도중 단발머리님의 글 을 읽어서 샬롯 브론테가 제국주의적인가, 버사를 왜 굳이 그런 인물로 설정했는가 등을 생각하며 읽었다. 



샬롯 브론테가 영국인을 자랑스럽게 혹은 정상으로 여기며 다른 나라 사람들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다는 것은 <교수>에서도 느꼈었다. 내가 보기에 편견이라고 생각되는 그 내용이 당시에 사실과 가까운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런 것을 소설 속에 드러내는 것이 읽으면서 좀 불쾌했었다. 꼭 필요한 내용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녀의 뒤와 아래에는 한 무리의 천하고 열등하게 보이는 플랑드르 소녀들이 앉아 있었는데, 그 가운데는 추한 인상과 무식함의 전형이 두엇 있었다. 저지대 국가에서 이런 사람들이 종종 나타나는 것을 보면 인간의 정신과 육체가 타락한 그런 모습은 기후 탓이라는 증거를 대 주는 것 같았다. 


건전한 원칙에서 보면 실제로 결함이 있다 해도 그것은 그녀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불운이 아닌가? 그녀는 구교도로 자랐지. 영국 여자로 태어나 신교도로 양육되었더라면 다른 모든 탁월한 점에 올곧은 성실함이 더해질 수도 있었을 거야.


- 샬롯 브론테, <교수> 중 



<제인 에어>에서도 그런 내용이 많이 나왔었고, 로체스터의 부인 버사 메이슨의 설정이 특히 그렇다. 그런데 나는 그게 꼭 작가가 제국주의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어서라기보다는, 플랑드르나 가톨릭에 대해서 갖고 있는 생각처럼 당시 사람들의 흔한 생각을 내면화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다른 면에 있어서는 똑똑함이 뚝뚝 흐르는 샬롯 브론테가 그 부분에 있어서는 예민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궁금했다. 그런 그녀가 왜 굳이 버사 메이슨을 서인도제도의 크리올 출신의 미친 사람으로 설정했는지. 


일단 크리올 출신으로 설정한 것은 (우리가 요즘 지겹도록 봐온) 장자에게 재산을 상속하는 제도와 관계가 있다. 영국 내에서는 이미 새롭게 부를 축적하는 것이 쉽지 않았고 식민지에서 유입되는 부를 결혼으로 획득하는 것이 손쉬운 방법이었을 것이다. 그럼 미친 사람은? 



작년 12월 여성주의책같이읽기 책 <여성과 광기> 가 떠올랐다. 그 책에는 17세기 부유한 남편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아내를 정신병원에 수감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16-17세기에는 많은 사립 정신병원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런던 근방에’ 많이 생겼다. 이런 정신병원들은 돈벌이를 위해 문을 열었으며, 비교적 비싼 입원비를 지불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입원시켰다. 오래지 않아 이런 시설을 악용한 증거들이 세상에 드러냈다. 부유한 남편들은 규제를 피해 성가신 아내들을 비교적 싼값으로 정신병원에다 수감했던 것이다. 대니얼 디포 (<로빈슨 크루소>의 작가)는 1687년경 이런 사실에 주목하고, 세인의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 이렇게 말했다. 


“사악한 관행이 너무나 만연해 있다. 사람들은 개중 나은 것이라고 하지만 사실 그것은 최악의 관행이다. 말하자면 아내가 변덕을 부린다고 해서, 또는 아내에게 싫증이 나서 아내를 정신병원으로 보내버리는 것이 바로 그런 관행이다. 그리하여 남편들은 방해받지 않고 방탕한 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된다. .... 이런 저주받은 정신병원에 들어가면, 미치지 않았더라도 조만간 미치게 될 것이다. 남편을 전혀 사랑하지 않거나 가족에 관심이 없다는 이유로 이렇게 정신병원에 갇힌 여성들이 이해할 수 없고 비합리적인 감금과 격리 속에서 얌전히 앉아 있을 수만은 없을 것이다. 갑자기 마구 때리면서 옷을 벗기고 회초리를 내리치며 제대로 먹이지도 않고 혹사까지 시킨다면, 누구든 미치지 않고 배겨날 수 있을까?”

 

- <여성과 광기> 326쪽



영국인과 크레올과의 결혼, 그리고 그 배우자가 미치는 경우.. 이런 게 당시 흔한 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전에 서재에서 버사의 피부색이 검다는 것에 관하여 백인인가, 혼혈인가 하는 이야기가 있었으니 그것도 확인해보고 싶어서 (검색을 조금 해보았으나 남미와 서인도제도에서 크레올 혹은 크레오요 라는 단어가 조금 다르게 쓰인다는, 검증되지 않은 위키 자료만 보았기 때문에) 아주 간단하게 '제인 에어' 그리고 '크레올' 이라는 단어를 구글에 검색해봤다. 그랬더니 내가 원하는 내용이 들어있는 기사가 바로 떴다.



여성차별 항거한 '제인 에어', 크레올 차별은 숨겼다 (hankookilbo.com)


이 기사를 쓴 분을 모르지만, 어쨌든 이 칼럼에 의하면 



혼혈인은 물론, 현지에서 태어난 백인도 다 '크레올'이라 부르고 인종적 편견을 조장했다. (서인도제도에서 크레올이란 용어는 현지에서 태어난 백인만 가리키는 용어인 남아메리카의 '크리오요'와 다르게 쓰인다.) 



크레올이라는 단서만으로는 버사가 순수 백인인지 혼혈인지는 알 수 없는 것 같다. 


그리고 당시 영국인과 크레올과의 결혼, 그리고 배우자가 '미치는' 경우는 흔했던 것으로 보인다.



영국 사회에 만연한 편견에도 불구하고 부유한 크레올 여성은 인기있는 신붓감이었다. 귀족 부모들은 작위와 영지를 상속받지 못하는 장남 이하 아들들이 서인도제도의 대농장주 딸들과 결혼하기를 원했다. ... '제인 에어'가 출판된 1847년 당시에는 정신 이상자로 진단받은 크레올 출신 아내들이 많았다. 고향과 친지들을 떠나 낯선 곳으로 왔기에 우울증에 걸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그 많은 여성들이 집단으로 발병했다는 것은 이상하다. 단서는 1870년에야 제정된 '기혼여성재산법'에 있다.


영국에서 결혼한 여성이 자신의 재산권을 되찾은 것은 1882년에 기혼여성재산법(the Married Woman's Property Acts)이 의회를 통과한 후부터다. 기혼여성재산법이 없던 시기 영국에는 서인도 농장주의 딸과 정략 결혼해서 아내의 재산을 손에 넣은 후, 크레올 아내를 광녀로 몰아 가두고 아내의 재산을 맘껏 쓰며 애인들과 자유로운 싱글 생활을 즐기던 귀족 남성들이 흔했다. 


크레올 여성에 대한 편견이 있었기에 의사를 매수하여 서인도 출신 아내에게 정신병 진단을 내리게 하는 것은 쉬웠다. 19세기 정신의학계는 남성 위주였으며 여성의 히스테리나 광기는 정의하는 사람에 따라 다른 의미였기 때문이었다.

 


로체스터는 버사를 정신병원으로 보내버리지는 않았으나 (집 안에 가두는 것과 정신병원으로 보내버리는 것 둘 중 무엇이 나은지는 판단을 보류하겠다. 그러나 버사를 배려해서 집 안에 가둔 것이 아니라 결혼 사실을 은폐하려고 가둔 것이라고 생각된다) 10년 동안 방해받지 않고 방탕한 생활을 했다. 그의 형이 죽어서 그가 가문의 재산을 상속했기에 그가 방탕한 생활을 하며 쓴 재산은 아내의 것만은 아닐 것이지만 버사의 지참금 역시 그의 재산으로 흡수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내 생각에는 샬롯 브론테가 진지하게 제국주의적 관점으로 - 그러니까 제1세계 여성과 제3세계 여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서 - 버사라는 인물을 설정했다기 보다는 당시 흔한 설정을 가져다 썼다고 생각된다. 사실 버사를 제3세계 여성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생각한다. 자메이카에서 그녀는 부자였고, 그 부를 바탕으로 영국 남성과 결혼할 때까지는 힘든 상황에 놓여있지 않았으므로.  




<다락방의 미친 여자>의 10장 (<제인 에어>가 다뤄지는 장)을 아직 읽지 않았으나, 이 책에서 버사를 제인 에어의 또 하나의 어두운 자아, 분신으로 보고 있다는 것은 단발머리님 글에서 읽고 알게 됐다. 일단 버사가 제인과 상대적으로 대치되는 입장에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제인은 작고 마르고 창백하고 이성적이다. 버사는 체격이 좋고 피부색도 좀 검으며 열정적 혹은 이성에 대비되는 '자연' 으로 보인다. 



버사는 당시 영국에서 흔한 인물이었지만 브론테는 왜 굳이 버사를 등장시켰는가? 로체스터가 신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제인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하게 만드는, 일종의 로체스터의 '핸디캡' 으로서, 또 둘의 사랑에서 극복해야 할 하나의 시련으로 등장시키는 것 같다. 


제인과 로체스터의 사랑의 완성(?)을 위해 등장하는 것 같은 인물이 하나 더 있는데, 그것은 제인의 사촌 세인트존이다. 세인트존은 잘생겼고, 이성적이고, 훌륭한 것에 대한 열정이 있는 사람이지만 자신의 이상에 비해 사랑, 감정 같은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제인과 세인트존의 '이성적' 인 면을 보면서 내가 얼마나 '이성' 에 집착하는 사람인지, 거울처럼 보게 됐다. 얼마 전 '몸'의 중요성에 대해 깨닫기 전까지는 나는 '정신'만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10대부터 세상에는 사랑보다 중요한 게 많다고 생각했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면서도 이상의 실현을 위해 자신에게 청혼한 세인트존 때문에 제인은 '이성' 이나 이상만이 아닌 사랑, 감정도 인간에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그래서 제인은 버사의 사망을 모르는 상태로도 로체스터에게 달려갈 수 있었다고 본다. 


제인의 게이츠헤드 시절을 생각하면 제인은 열정적이고 반항적인 사람이었다. <제인 에어>의 초반부를 보며 어릴 적의 나도 지금보다는 훨씬 반항적이고 분노하는 사람이었다는 걸 알고 놀랐다. 언제부터 이렇게 '이성적' 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지? 그것은 교육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학교라는 것은 원래 사회가 원하는 대로 인간을 개조하는 곳이니까. 제인 에어도 로우드 학교에서 8년을 보내면서, 교육과 훈련을 통해 그런 사람이 되었다. 20살이나 많은 남자가 능숙하게 작업을 걸어도, 본인의 속마음을 감추고 이성적으로 대꾸할 수 있었다. 그를 뜨겁게 사랑하면서도 그를 떠날 수 있었다. 


이렇게 생각하니 버사는 역시 제인의 분신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이성'을 중시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아래 숨겨진 그녀의 반항심과 열정. 세인트존과의 경험을 통해서, 또 유산을 상속받으면서 여유가 생겼기에 (사실 이 부분도 크다고 생각한다, 당시에는 어딘가에서 나타나는 유산 상속, 혹은 돈 많은 사람과의 결혼 말고는 출구가 없었던 것일까.. 실제 상황일까 상상력의 부족일까 좀 아쉽지만) 이제는 필사적으로 인정받지 않아도 되었고 조금 더 그녀의 (본인이 생각하는) 어두운 면을 인정할 수 있게 된 것이 아닐까. 그래서 이제는 버사가 없어도 되는. 


한편으로는 버사를 죽이지 않고서는 둘을 결혼시킬 수 없기에 현실적인 결정이기도 했을 것이다. 버사에게는 약간 미안하지만 (하지만 죽지 않고 계속 갇혀 있는 것이 더 그녀에게 좋은 것일까? 적어도 그녀는 죽음을 스스로 선택했다) 소설이 대중적으로 팔리기 위해서는 둘은 다시 만나고 결혼해야 했을 것이다. 



여기서 떠오르는 <교수>의 작가 서문의 일부를 옮겨 본다.



인쇄된 책의 형식으로 독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이 짧은 이야기가 어떠한 투쟁을 분명 거쳤다는 것 (사실이 그러했다)을 독자들은 이해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결국 가장 힘든 싸움과 가장 어려운 시련은 아직 오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이 소설은 편안함을 찾고 공포를 누그러뜨리고 절제된 기대라는 지팡이에 기대어 불평을 삼키고 있다, 대중의 눈을 향해 자신의 눈을 들면서. 



<교수>는 1846년 완성되었지만 출판사들의 거부로 출간되지 못했고, 그 다음해에 발표된 <제인 에어>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제 <다락방의 미친 여자> 10장을 읽고, 진 리스의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를 읽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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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2-12-08 11: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오 수하님, 서인도 농장주의 딸과 결혼해 재산을 손에 넣은 후 아내를 광녀로 모는 일이 흔했다니.. 그리고 로체스터가 그런 인간이었다니! 놀랍고 오싹하고 소름끼칩니다ㅠㅠ 결말에서 브론테가 로테스터에게 일종의 벌을 내린 걸까요? 흠..
일주일동안 너무 여러 일이 겹쳐서 다락방미친여자도 하나도 못 읽고 ㅠㅠ 큰일났습니다..
수하님의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리뷰도 기대되네요!

단발머리 2022-12-08 11:22   좋아요 2 | URL
독서괭님~~ 바쁜 일 어여 마치시고 <다락방의 미친 여자>로 돌아오소서.
저랑 같이 수하님 다음 리뷰 기다려요^^

독서괭 2022-12-08 11:26   좋아요 2 | URL
네 단발님~^^ 담주엔 복귀예정입니다 ㅎㅎ

단발머리 2022-12-08 11:26   좋아요 3 | URL
서두르세요 ㅋㅋㅋㅋㅋㅋ 기다리고 있단 말이에요^^

건수하 2022-12-08 13:16   좋아요 1 | URL
그러려나? 하고 검색해보긴 했는데 정말 그렇다고 나오니 기분이 좀 그렇더군요...
독서괭님 이번주 잘 마무리 하시고 다음주부터 글 기다릴게요 ㅎㅎ

사실 저도 12월에 <다락방 ~> 마무리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네요. 다른 읽어야 할 책도 있고 ㅠㅠ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는 조금 걸릴 수도 ^^ 그래도 읽고나면 꼭 올려볼게요.

단발머리 2022-12-08 11: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수하님, 너무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제인 에어에 대한 글이 올라올 때마다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어요. 게다가 제가 등장하네요. 영광입니다^^


내 생각에는 샬롯 브론테가 진지하게 제국주의적 관점으로 - 그러니까 제1세계 여성과 제3세계 여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서 - 버사라는 인물을 설정했다기 보다는 당시 흔한 설정을 가져다 썼다고 생각된다.

: 이 부분에서 수하님 의견에 동의합니다. 인용해주신 기사와 <여성과 광기> 인용 문장에, 재산을 빼앗고 아내를 정신병원에 감금하는 기혼 남성들의 행태가 자세히 보이네요. 마녀사냥에 다름 없는 패악이었죠. 저 역시도 샬롯이 이런 사회적 모순에 대해 인식했다고 봅니다. 다만 스피박의 해석.... (저, 스피박 잘 모르는데 큰일입니다) ˝서구 주체의 이러한 인식 자체가 타자에 대한 인식의 폭력성˝을 보여준다<생각하는 여자는 괴물과 함께 잠을 잔다>는 이런 해석이 좀 더 설득력이 있다고 봅니다. 샬롯이 인종주의자여서가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악의 수행자‘로서의 대상을 창작해 낼 때, 샬럿이 제 3세계 여성인 버사를 차용했다는 거죠. 전혀 그런 의도가 없었을지라도 결과는 그런 방식으로 작동한 거 아닌가,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샬럿을 사랑하는 저의 의견입니다.

- 2022-12-08 12:43   좋아요 1 | URL
마지막 문단에서 단발머리님의 타오르는 지성미 때문에 나는 😍😍😍😍😍 일케 되버린 다

단발머리 2022-12-08 12:57   좋아요 0 | URL
쟝쟝님 받아요! ❤️🧡💛💚💙💜💝

건수하 2022-12-08 13:25   좋아요 1 | URL
단발머리님 글 덕분에 읽으며 이런 방향의 생각에 몰두할 수 있어 (조금 어렵기도 했지만) 즐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

단발머리님 의견 - 무의식적으로 ‘악의 수행자‘로서의 대상을 창작해 낼 때, 샬럿이 제 3세계 여성인 버사를 차용했다 - 에 저도 동의합니다. 결과적으로 독자에게도 그런 관점을 무의식적으로 주입하게 되었을 것 같아서 안타까워요.

다만 저는 버사가 진정한 제3세계 여성이라고 할 수 있는가에 조금 의문이 있는데,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에서는 물론 그렇게 그렸을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읽어보고 판단하려고 합니다 :)

다락방 2022-12-08 12: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위의 단발머리 님 댓글처럼 그리고 수하 님이 본문에 쓰신 것처럼 버사 부인에 대해 어떤 진지한 의도를 가지고 썼다기 보다는 당시 흔한 설정을 가져왔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제인 에어라는 소설을 시작하고 진행하고 마침에 있어서 필요한 갈등이 있고 그리고 그 갈등 부분에 그걸 넣었고요. 물론 우리는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누군가를 향한 차별을 혹은 혐오를 할 수 있죠. 이미 자연스럽게 습득해 버렸다면 말입니다.

와 근데 수하 님의 이 글을 읽고 나니 왜 제가 다 뿌듯할까요. 미치겠네요. 지금 다락방의 미친 여자 같이 읽고 계신 분들은 정말 너무너무 대단하신 것 같아요. 수하 님은 여기서 또 여성과 광기 끌어오시고 의문나는 지점 검색해 찾아보시고. 와, 어쩐지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완독한 후의 여러분들은 기존보다 훨씬 훠어어어어어어어얼씬 근사한 분들이 되실것 같습니다. 흑흑 ㅠㅠ

저 다락방의 미친 여자 절반도 못읽었고 그런데 이 글 읽으니 제인 에어 다시 읽어야 할 것 같고 빌레뜨도 빼놓고 실낙원도 꺼내놨는데.. 어떡하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건수하 2022-12-08 13:28   좋아요 0 | URL
저도 지금 12월이 3주 조금 더 남았는데 <다락방~>을 다 읽을 수 있을지 자신이 없네요. 그래서 실낙원은 일단 다 읽고 읽어보거나 말거나 하려고 밀어놨습니다 ㅎㅎ

원래는 <제인 에어> 읽고 <빌레뜨> 읽으려고 했는데, 갑자기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도 너무 읽고 싶고, 다른 책도 읽어야 되고... 12월에 다 끝내지 못할 수도 있겠어요. 휴... 근데 <다락방~> 을 읽으며 여러 책을 읽고 또 생각하는게 정말 힘들면서도 즐겁습니다 ㅎㅎ

- 2022-12-08 12: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은 글 훌륭한 글 ㅠㅠㅠ 아아 찐 행복이 느껴져요! 다른 부분보다 ‘이성’에 대한 수하님만의 자기고백적인 부분이 전 특히 좋네요. 수하님이 읽으신대로 버사를 해석하는 것도 충분히 납득이가고 설득이 되어요!! ㅋㅋㅋㅋ 단발님의 지적도 설득되었다고 해놓고 나 넘 헤픈가? ㅋㅋㅋ
저도 제인의 강렬하고 쎈(?) 소녀시절을 사랑하는 독자로서 어두운면을 이성이 아닌 부분을 ㅡ 붉은 방의 부분을ㅋ~ 통합한 후에는 버사가 필요하지 않아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ㅋㅋㅋㅋㅋ 유산상속도 정말 와닿고요 ㅋㅋㅋㅋ!!!!! 얼렁 읽고 싶네요! 무엇보다 같이 읽어서 행복합니다❤️‍🔥

건수하 2022-12-08 13:32   좋아요 1 | URL
이 책에서 제인이 자립적이고 멋진 이성적 존재로 나오고 그걸 분명 바람직하게 그리고 있는데
읽으며 뭔가 좀 꺼림칙했고 그 부분이 저와 관련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게 가장 기뻤어요.
제가 이제는 이성에 대한 강박으로부터 좀 벗어났다는 뜻인 거 같아서.. 그 부분 공감해주는 분이 계셔서 더욱 기쁩니다! ^^

햇살과함께 2022-12-10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하님 제인 에어 글도 너무 좋아서 제인 에어 빨리 읽고 싶네요~
이번주에 주문했어요~!

건수하 2022-12-10 10:43   좋아요 1 | URL
제인 에어 좀 두껍지만 재밌었어요 ^^ <다락방~>에 보면 이후로 살롯 브론테가 이렇게 낙관적인 적은 없었다고 하더군요. 햇살과함께 님도 재밌게 읽으시길!
 
제인 에어 - 하 열린책들 세계문학 166
샬럿 브론테 지음, 이미선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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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의 성장이 두드러지는 하권. 이성을 중시하고 자립하고자 하는 면에서 내가 <제인 에어> 혹은 유사한 소설들의 영향을 받았음을 느꼈다. 남성이 주인공인 소설은 더 많겠지만 여성이 주인공인 소설은 많지 않았겠지. 그래서 로체스터에게 돌아갈 때 더 실망했던 것 같다. 섬세한 심리 묘사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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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12-07 1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로체스터에게 돌아가서 실망 쪼매 했어요. 특히 버사가 죽어서 둘이 결혼을 결심한 것은...아직도 납득이 안되는..ㅋㅋㅋ
하지만 제인의 기나긴 삶의 여정은 생각해 보면 가히 압도적이라 평가받을만 하단 생각이 듭니다.

건수하 2022-12-08 09:12   좋아요 1 | URL
어릴 때 그 부분 읽고 크게 실망했던 것만 기억에 남았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다시 읽어보니 그 부분은 좀 맘에 안 들지만 대단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2022-12-15 1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15 1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제인 에어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165
샬럿 브론테 지음, 이미선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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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읽은 <제인 에어>는 축약본이었나 싶을 정도로 새로운 부분이 많았다. 특히 로체스터의 꼼꼼한 작업 부분. 이 소설을 왜 연애 소설이라고 하는지 새삼 느꼈다. 어릴 적 감정적이었지만 교육에 의해 이성의 인간으로 탈바꿈하는 제인 에어. 이성에 집착(?)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나 자신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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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한 달이 지났다. 날이 추우니 맘도 춥다. 

11월은 마음이 허해서 그랬는지 책을 많이 샀다. 11권. 

1111. 딱 맞췄네?





















<한 여자>는 전자책 구독 서비스에 있는데 모르고 사 버렸고 - 종이책으로 읽으면 좋지 뭐 

<한나 아렌트 평전>은 도서관 책으로 빌려 읽다가 사야 할 것 같아서 샀다. 그러나 사고선 펴보지 못했다. 

<다락방의 미친 여자>도 진도가 잘 안 나가고 있다. <실낙원>에서 막혔는데 <천로역정>을 샀다. 언젠가 누군가 읽겠지.. 







읽기는 다섯 권 읽었다. 


<교수>, <식초 아가씨>, <백의 그림자>, <집 안의 천사 죽이기>,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한 권 다 읽은 건 아니지만 <말괄량이 길들이기>가 포함된 책의 일부를 읽었다. 


<교수>, <집 안의 천사 죽이기>와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가 좋았다.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읽다보니 다른 책 읽을 시간이 잘 안 난다. 

연말까지는 이쪽에 치중하기로..  



12월에는 <다락방의 미친 여자> 를 일단 끝까지 읽고 














관련하여 <제인 에어> <빌레뜨> <벗겨진 베일> 을 읽고 싶다. 

가능하면 <에밀리 디킨슨 시 읽기>까지.. 











(실낙원과 천로역정은 읽더라도 나중에) 


그리고 다른 책모임에서 읽는 책 세 권을 읽는게 목표. 











이만큼 다 읽고 연말이 되면 뿌듯할 것 같다. (실현 가능성은 낮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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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11-30 11: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옛날에 <천로역정>을 읽었는데...읽었던 것 같은데....분명 읽었는데 내용이 가물가물해서 이건 또 뭔일이래? 하고 있어요.
<천로역정>이 나오는군요?^^
<실낙원> 좀 힘드네요? 도로 반납할까?고민 중입니다. 이미 2 권은 안될 것 같아 며칠 전에 반납했구요. 1 권만 잡고 있는데...음...잡고만 있어요. 자꾸 다른 책 보면서 말이죠ㅋㅋㅋ
수하님은 연말이 되면 정말 뿌듯하시겠어요^^

건수하 2022-11-30 13:21   좋아요 2 | URL
저는 천로 역정 전혀 모르는데요... <제인 에어> 가 천로 역정과 관계가 있다고 해요.

<실낙원>은 이브랑 씬 나오는 부분까지만 보시면 될거 같은데 그게 7장? 쯤 되는거 같더라구요.

연말에 <다락방 ~>만 다 읽어도 뿌듯할 거 같긴 합니다 :)

책읽는나무 2022-11-30 13:53   좋아요 2 | URL
천국?을 찾아 긴 여정길을 고난과 고통을 감수하며 종교의 힘으로 나아가는 약간 그런 내용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수하님 말씀을 듣고 보니 <제인 에어>와 비슷한 장면이 있네요.
그 부분이었던 건가? 퍼즐을 맞추고 있습니다^^
실낙원 7장이면 1 권을 다 읽어야 하는군요?ㅋㅋㅋ
문동은 두 권짜리던데 1 권이 7 장까지 있더라구요.
안되면 실낙원은 다락방님께 묻어가야겠어요.ㅋㅋㅋ

다락방 2022-11-30 11: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실낙원 도전했다 몇 장 안읽고 포기했는데 지금 다락방의 미친 여자 실낙원 편 읽다보니 다시 실낙원 읽어야 할 것 같아서 꺼내왔어요. 수하 님.. 우리 모두 화이팅!!

건수하 2022-11-30 13:22   좋아요 1 | URL
그쵸 책 읽으면 또 읽고 싶죠! 근데 또 지나면 괜찮습니다 (....)
다락방님 화이팅!!

잠자냥 2022-11-30 12: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111 짝짜짝짝.....
<말괄량이 길들이기> 아무리 봐도 빡치지 않아요?
전 셰익스피어 작품 읽다 보면 빡치는 부분 너무 많아요..... 근데 특히 이 작품은 노답....

건수하 2022-11-30 13:23   좋아요 2 | URL
<말괄량이 길들이기> 진짜 어휴
다른 작품에도 여성 비하 차고 넘치지만 이 작품에서 정점을 찍습니다...

셰익스피어 옛날 사람이라 굳이 까진 않지만요.

새파랑 2022-11-30 12: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벌써 12월이네요 ㅜㅜ 12월에는 12권 구매하고 12권 읽으셨으면 좋겠습니다 ^^

건수하 2022-11-30 13:24   좋아요 2 | URL
분명 연초에는 한 달 두 권이었는데... @_@
이미 19권까지 찍었기에 12월은 사기보단 읽고 싶네요 ㅎㅎ

독서괭 2022-11-30 13: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오 12월엔 날이 더 추워질 테고 1212를 맞추고 싶은 마음에 수하님은 12권을 구매하시게 됩니다..!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 읽으셨군요. 좋았는데 도중에 읽기가 중단되어서 아쉬워요. 저도 나중에 다시 읽어야겠어요.
연말까지 다락방 완독 힘내보아요~!!😆

건수하 2022-11-30 13:25   좋아요 2 | URL
11월초엔 오늘보다 더 마음이 추웠기에...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 쉽게 풀어놔서 좋더라구요. 누군가에게 추천하기 좋은 책 :)

독서괭님도 다락방 완독 화이팅입니다 ^^

거리의화가 2022-11-30 14: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실낙원>은 구매하고 설마 하며 도전했다가 이건 내가 넘볼 수 없는 책이다 싶어서 접었어요. 읽고 다락방을 읽었어도 이해도는 비슷할 것 같기도 하고요ㅎㅎ 수하님 덕분에 다락방 읽으며 도움 많이 받고 있습니다. 다음달에도 함께 잘 읽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화이팅!

건수하 2022-11-30 17:56   좋아요 1 | URL
실낙원 천로역정은 여성작가들 책에 비해서는 안 읽어도 될 것 같은데 궁금하기도 하고 이번 기회에 읽어볼까 했으나… 쉽지 않네요. 저희 연말까지 함께 잘 읽어봐요 ^^!

mini74 2022-11-30 15: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2월엔 1212인가요 ㅎㅎ 전 천로역정은 어린이용으로 예전에 읽었어요 ㅎㅎㅎ 실낙원은 그림 많은 걸로 읽고있어요 꼼수 ㅠㅠ 죠 ~

건수하 2022-11-30 17:57   좋아요 1 | URL
12월은 자중하고 싶습니다 ㅋㅋ 천로역정 어린이용이 있군요! 저도 줄거리만 대충 파악할까봐요 :)

단발머리 2022-11-30 15: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음달에 12권 사시는 건 축하드리고요. 근데 그담에 1월이라 어째요. 13월이라고 해야하는 거 아닌가요? 2022년을 독서원년으로 삼고요 ㅋㅋㅋㅋㅋㅋㅋ 저 도서관 책으로 읽다가 <돌봄이 돌보는 세계> 구매했어요, 이번달에요. 왜케 반가워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2-11-30 17:58   좋아요 2 | URL
다들 12권 얘기만 하시고 ㅋㅋ <돌봄이 ~ > 를 살까 말까 생각중인데 단발머리님 읽다가 사셨다니 저도 곧 사게될 것 같은 느낌 ㅎㅎ

단발머리 2022-11-30 18:01   좋아요 2 | URL
정희진쌤 글 필사각이라서요 ㅋㅋㅋ그래서 샀어요 ㅋㅋㅋㅋ 사기를 권유함

프레이야 2022-12-01 13: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111 완전 맞춤이네요 수하님
12월에도 즐독하기에요. 저는 오늘 교수 시작할까 해요. 수하님이 좋다고 하셔서 더 기대됩니다^^

건수하 2022-12-02 08:46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12월의 첫 책이 <교수>가 되겠네요 ^^ 즐겁게 읽으시길~
 
기대만큼의 소설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동서문화사 책으로 읽었다. 후기를 쓰려고 다시 한 번 훑었다. 


영어로는 제목이 The Taming of Shrew. 처음 보는 단어라 찾아보니


(네이버 사전 캡처) 



이런 아이라고. 귀엽게 생겼는데, 왜 저런 뜻과 함께 있는 걸까




어릴적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어린이용 소설로 본 것 같은데, 이번에 희곡으로 읽어보니 '서막' 과 '본극' 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서막에서는 어떤 영주가 술취한 사람이 길바닥에 쓰러져 자고 있는 걸 보고 장난을 칠 생각을 하는 것으로 시작. 아니 왜 혼자 잘 있는 사람을 왜 건드리는지...


이 주정뱅이에게 장난 좀 쳐봐야겠다. ... 이 녀석을 침실로 떠메다가 좋은 옷으로 갈아입히고, 반지도 끼워주고, 머리맡엔 진수성찬을 차려놓고, 그럴듯한 시종들도 대기시켜 놓으면, 잠이 깨서 이 거지가 자기 신분을 감쪽같이 착각하지 않을까?


시종들은 영주의 말대로 주정뱅이를 영주의 방에 데려다놓고, 시동을 시켜 부인 행세까지 하게 만드는데, 마침 근처에 배우들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이 가짜 영주 부부 앞에서 연극을 하게 하니, 그것이 바로 <말괄량이 길들이기> 이다. 학교다닐 적 '액자 소설' 이란 걸 들어본 것 같은데.. 그러니까 이것이 '액자 연극'?


서극의 설정은 이후 1막 1장과 2장 사이에 잠깐 이 주정뱅이가 졸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 뿐, 이후에는 나오지 않아 아쉬웠다. 그래서 주정뱅이는 어떻게 되었는가... @_@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사실.. 이전의 다른 작품보다 좀 재미가 없었다. 줄거리를 굳이 얘기 안해도 될 것 같지만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구혼자가 줄을 선 비앙카 (동생)를 언니 (카타리나)보다 먼저 결혼시킬 수 없다는 자매의 아버지 (밥티스타) 를 설득하는데 실패한 비앙카의 구혼자들이 '언니에게 신랑을 구해준다' 는 묘안을 내고 그것에 성공한다


라는 이야기이다. 그러니까 카타리나가 '말괄량이' 인 것.


밥티스타: 이제 제발 그만 조르시오, 내가 단단히 결심한 것을 당신들도 알고 있잖소. 글쎄 큰딸의 신랑을 정하기 전에는 작은딸을 시집보낼 수 없습니다.

호르텐시오: 방법은 딱 한 가지, 언니에게 신랑을 구해주는 것이오.

그레미오: 신랑이라뇨? 악마 말인가요?

호르텐시오: 신랑 말이오.

그레미오: 악마겠죠. 글쎄, 생각 좀 해봐요. 아버지가 아무리 부자라고 해도 지옥으로 장가를 들 바보가 어디 있겠느냔 말이오?



페트루키오: 난 운명에 몸을 내던지고, 운 좋으면 아내도 얻고 돈도 벌어보자는 속셈일세. 지갑에는 돈을, 고향에는 재산을.

호르텐시오: 여보게 페트루키오, 그렇다면 솔직히 할 이야기가 있네. 심술 사나운 말괄량이를 아내로 맞아보지 않겠나? 이런 이야기가 그리 달갑지 않을는지 모르지만, 그녀가 부자라는 사실만은 말해 두겠네. 이만저만한 부자가 아니라네.

페트루키오: 이 페트루키오의 아내로서 부족하지 않을 만한 재산이 있다면 그녀가 저 플로렌티우스의 애인처럼 더럽게 생겼건, 시빌레 무당 같은 할망구건, 아니 소크라테스의 아내 크산티페만큼 심술궂고 악다구니를 부리는 사람이건 상관없네. 그녀가 저 아드리아 바다의 파도같이 사납게 굴더라고 난 꼼짝 않을테고, 내 감정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네. 돈 많은 아내를 얻으랴고 파도바를 찾아온 나일세. 돈만 생긴다면야, 이 파도바는 천국이지 뭔가.


... 그리하여 페트루키오는 카타리나에게 청혼을 하게 되고..



카타리나: 맛을 보여주지. (페트루키오의 뺨을 친다)

페트루키오: 한 대 더 때려주시오, 다음엔 내가 때려줄 테니.

...

카타리나: 이러시면 가만 안 있을 거예요! 썩 놔요. (빠져나오려고 페트루키오 손을 물고 할퀸다)

페트루키오: 아니, 못 놓겠소. 이제 보니 당신은 참 상냥하군요. 소문엔 억척스럽고 쌀쌀맞고 무뚝뚝하다던데, 그건 새빨간 거짓말이이었소. 알고 보니 쾌활하고 명랑하며 예의도 바르고, 게다가 말은 느리지만 봄철의 꽃과 같이 예쁘잖아요.



(더 이상 괴로워서 못 옮기겠다)



카타리나: 절 딸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럼 말하지만, 참 아버지다운 애틋한 관심을 보이셨군요. 이런 반미치광이와 부부의 연을 맺어주려고 하시다니요. 무지한 깡패, 욕이면 단 줄 아는 그런 사내인 줄도 모르시고.



카타리나는 아버지에게 항의해보지만, 결국 결혼을 하게 된다.


읽다보니 카타리나도 카타리나지만, 페트루키오는... 정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미친놈 이었다 (...)



결혼 피로연에는 늦게 도착하고, 형편없는 옷차림을 하고, 결혼식을 주관하는 신부를 때리질 않나... 피로연이 끝나기도 전 아내를 자신의 집으로 끌고 가고... 그 외에도 여러 미친 짓 그리고 말장난으로 카타리나를 괴롭힌다. 나중에 페트루키오의 말도 안되는 말에 토를 달지 않는 카타리나를 보고 다른 사람들은 물론 아버지도 놀라게 된다.



카타리나: 저런, 저런! 그 험상궂은 이맛살은 좀 펴고 그렇게 멸시의 눈초리를 하지 마세요. 그건 자기 남편에게 상처 주는 짓이에요. 왕이며 지배자인 자기 남편을. 그뿐 아니라 자기 자신의 아름다움을 망치는 짓이에요, 서리가 목장을 망치듯이. 그리고 자기 이름을 더럽히는 짓이에요, 회오리바람이 아름다운 봉오리를 뒤흔들어 놓듯이. .... 남편은 그대의 주인이며 생명이고, 수호자이며, 머리, 군주예요. 아내를 걱정하고, 아내를 편히 해주려는 생각으로 바다에서나 육지에서나 뼈아프게 일을 하시잖아요. 태풍 부는 밤이나 추위에도 안 주무시잖아요. 그 덕에 여러분들이 안심하고 아늑하게 누워 있을 수 있는 거예요. 그러나 남편은 아내한테서 다른 대가는 바라지 않아요. 다만 사랑과 고운 얼굴과 진실한 순종밖에는..... 그렇게도 큰 빚에 비하면 참으로 하찮은 지출이죠. ....



(더 이상 괴로워서 못 옮기겠다)



처음에는 이게 뭔 헛소리 라고 생각했는데


그리고 카타리나는 그런 일을 당하고도 도대체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나 (가스라이팅?) 생각했는데...



이 이야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진실한 인물이 거의 없다는 점 - 서막에서 부랑자를 영주로 만드는 설정, 하인과 주인의 자리 바꿈, 언니가 결혼해야 여동생이 결혼할 수 있으므로 친구의 부탁을 받고 언니에게 구애하는 인물, 비앙카의 가정교사인 척 하고 들어가는 두 구애자, 현지에서 급조한 가짜 아버지 등 - 을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허위로 가득차 있는 이 이야기는 풍자라는 암시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딸을 얼른 보내버리려는 아버지나, 돈을 바라고 결혼하려는 남자, 여자에게 사랑과 고운 얼굴과 진실한(?) 순종만 바라는 남자.. 이런 것도 다 좀 비꼬는 것 같고.


그래도 21세기에 살고 있는 여성인 내가 읽기에는 여전히 불편한 작품이었다.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종이 시계> 의 작가 앤 타일러가 현대 배경으로 리메이크 해서 소설화 했다. 지난 번에 리뷰를 썼다. https://blog.aladin.co.kr/suha/14083527 저번엔 아주 맘에 들지는 않지만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이만큼 만들어놓았으니 4점 준다고 썼는데,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다시 훑어보고 이게 반어 혹은 풍자라고 생각하고 나서 마지막으로 인용한 카타리나의 말이 <식초 아가씨>에서 어떻게 바뀌는지를 다시 보니... 



어떤 방식이든 네가 원하는 대로 네 남편을 대하도록 해. 하지만 그가 누가 됐든 그 사람이 가엾구나. 남자로 사는 것은 힘들어. 그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니? 남자들은 뭐든 고민을 숨겨야 된다고 생각해. 관리해야 된다고, 통제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진솔한 감정을 못 드러내지. 아프거나 간절하거나 슬픔에 휩싸여도, 상심하거나 고향이 그립거나 큰 죄책감에 시달려도, 뭔가 대실패를 할 순간이어도—그들은 ‘아, 난 괜찮아요. 모든 게 좋아요’ 라고 말하지. 생각해 보면 남자들은 여자들보다 훨씬 자유롭지 못해. 여자들은 아장아장 걸을 때부터 사람들의 감정을 살피면서 살아. 레이더가—육감이나 공감, 대인 관계라나 뭐라나 하는 게—완벽해지지. 여자들은 상황이 이면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아는 반면, 남자들은 스포츠 경기와 전쟁, 명예와 성공에 몰두하지. 남자와 여자는 다른 두 나라에 있는 것과 비슷해! 난 네가 말하는 것처럼 ‘망가지지’ 않아. 난 그를 내 나라에 들어오게 하는 거야. 우리 둘이 본모습으로 지낼 수 있는 곳에서 그에게 자리를 주고 있는 거라고. 


음. 이게 과연 현대적 리메이크인가. 남자로 사는 건 힘들다며 한껏 얘기하더니, 여자들은 사람들의 감정을 살피면서 산다면서 우린 달라. 이러고 끝낼 이야기냐고. 여자들이 왜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살피면서 사는지 이야기해야 되는 거 아니야? 


오히려 셰익스피어의 <말괄량이 길들이기>에서 더 퇴보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저번엔 이만큼이나 만들어놨다며 4점 줬는데, 안되겠다 깎아야겠다. 3점? 2.5점? 역시 앤 타일러에게는 기대하는 게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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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11-28 17: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앤타일러가 자기가 맡은게 말괄량이 길들이기라서 너무너무 싫었다고 한 것 같은데, 그걸 어디서 봤는지 출처가 불분명하네요. 아마 앤 타일러도 끙끙대다 썼을겁니다.

앤 타일러보다 더 현대적인 각색은 영화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인 것 같아요. 히스 레저와 줄리아 스타일스가 아주 젊었을 때 찍은 영화인데 제가 참 좋아했더랍니다... 하-

건수하 2022-11-28 17:36   좋아요 0 | URL
책 서두의 <작가와 작품 소개>에는

‘셰익스피어는 질색이다. 그중에서도 제일 싫은 것이 『말괄량이 길들이기』이다.’ 역설적이게도 그래서 타일러는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선택했다. 그녀는 이를 셰익스피어 희곡 가운데 가장 논란이 많지만 그럼에도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작품이라 보았고, 이면에는 분명 다른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 것이라고 늘 생각해 왔다. 타일러는 셰익스피어의 초기 희극으로 다시 쓰기를 넘어 그녀의 주제와 인물을 고스란히 옮겨 놓은 자신만의 완벽한 세계-『식초 아가씨』를 창조했다.

이렇게 나옵니다. 앤 타일러가.. 음 뭐 나쁜 작가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구요. 그냥 저랑 좀 결이 안 맞는 거 같아요.

<~ 10가지 이유>는 어릴 때 재미있게 봤습니다 ㅎㅎ 아 그게 히스 레저였군요?! 조셉 고든 레빗은 알고 있었는데...

다락방 2022-11-28 17:35   좋아요 1 | URL
아 앤 타일러가 선택한거군요. 선택해서 썼는데.... 음......... (이하 생략)

- 2022-11-28 21:24   좋아요 1 | URL
음 확실히 아주 많이 각색되는 원본이긴 한 것 같아요… 남자 입장에선 변형된 트로피 여성? ㅎㅎㅎ 여자 입장에선… 음… 음… 음… 😑 나를 길들여줄 알파남??? ㅋㅋㅋㅋㅋㅋㅋ (써놓고 싫어서 몸부림 치는 중 ㅋㅋㅋ)

건수하 2022-11-29 10:54   좋아요 1 | URL
공쟝쟝님/ <말괄량이 길들이기>가 각종 로맨틱 코미디의 원형이라고 하더라고요 :)

알파남... 페트루키오가 알파남 같으면 그런가보다라도 할텐데...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
카타리나가 왜 그렇게 되는지 이해할 수가 없음요. 가스라이팅이라고밖엔.. ? -_-;

단발머리 2022-11-29 19: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하님 글 읽으면서 제가 <말괄량이 길들이기>랑 <피그말리온>을 헷갈렸다는 걸 알게 됐어요. 하하하, 그랬습니다.
근데 피그말리온도 로맨틱 코미디 같은 결론이었던 것 같고요.
앤 타일러, 애 많이 썼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네요. 그럼 저는 패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2-11-29 21:55   좋아요 0 | URL
피그말리온은 전 롤리타 같은 얘기라고 생각했는데.. 로맨틱 코미디였나요?


앤 타일러는 패스하시구요, 마녀의 씨 (마거릿 애트우드)는 강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