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샤일록은 내 이름 호가스 셰익스피어 2
하워드 제이컵슨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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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의 상인>에서 생각보다 비중이 낮은 (얼마 전까지 베니스의 상인이 샤일록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샤일록은 상인이 아닌 고리대금업자다. 베니스의 상인은 안토니오다. 사실 포샤가 주인공인 것 같지만…) 샤일록의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풀어본 이야기. 얼마전에 읽은 <베니스의 상인>에서 샤일록이 안타깝다고 느낀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셰익스피어는 왜 굳이 이런 이야기를 썼는지 그리고 이미 유대인이 추방당한지 오랜 영국에서 어떻게 샤일록의 심리를 잘 알 수 있었는지의 의문에서 시작하여 유대인 작가인 하워드 제이컵슨은 사실 셰익스피어는 유대인이 아니었을까 하는 가정도 하고, 유대인 입장에서 이야기를 재구성해본다.

오랜 세월동안 미움받아온 민족이 종교와 율법이라는 버팀목이 있다 해도, 어떻게 스스로를 의심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작가는 유대인은 주로 결과로 판단받지만, 이런 생각으로 살아간다- 를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아주 보편적인 이야기는 아니지만 유대인은 2차대전 이후 흔하디 흔한 주제라 익숙하기도 하고, 상대적 약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남겨 알리고자 하는 마음에도 공감이 되었다.

초반 진입이 좀 걸리고 영국식 유머에 적응해야하며 샤일록과 사이먼 스트룰로비치의 대화는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좀 있었으나 (영국과 유대인 문화의 장벽도 있다) 읽어볼 만했다. 작가의 부커상 수상작 <영국 남자의 문제>가 궁금하긴 한데, 유대인 문제보다도 영국 남자의 문제에는 더 관심이 없으니 과연 읽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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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책 <레이디 크레딧>을 이제야 다 읽었다. 분명 시작은 4월에 했는데 지금 8월... 이뭥미. 

4월부터 8월까지 뭘 했는지.. 시간은 정말 빨리 간다.


긴 시간에 걸쳐 읽은지라 앞부분의 기억은 희미해져가고 

같이 읽으며 이야기해야 시너지 효과도 나고 의미가 있는 건데 뒷북이 좀 아쉽지만 나만의 소감을 써 보기로 한다. 



성매매 문제에 관해 많은 지식을 갖고 있지는 않다. <페미니즘의 도전> 3부에서 잠깐 접했고 




(<페미니즘의 도전>을 처음에는 분홍색 표지로 읽었고 지금 갖고 있는 것은 Y모 서점의 15주년 기념 리커버판인데 알라딘 리커버 판보다 맘에 든다. 강렬한 빨강색에 아래에는 금박으로 물결이 장식되어 있다.) 

 










<나도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은 페이스북의 <성판매 여성 안녕들 하십니까> 페이지 관리자 외 몇 명이 썼으며 이 책을 통해 성판매라는 것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 솔직한 이야기를 처음으로 접할 수 있었다. 이제 읽은지 좀 되었고 절판책을 빌려 읽고 넘겼기에 갖고있지는 않아 세부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당시에 이 책을 읽고서 쓴 글을 보면

 

1) 성판매 여성에게만 주로 책임을 묻는 성매매 방지법에 문제가 있으며 


(성매매 방지법에 의하면, 성매매 피해자가 아닌 여성 즉 자발적으로 성판매를 하는 여성은 처벌을 받게 되어 있다. 성매매 피해자는 다음 네 가지로 정의된다. 


가. 위계·위력 그 밖에 이에 준하는 방법으로 성매매를 강요당한 자

나. 업무·고용 그 밖의 관계로 인하여 보호 또는 감독하는 자에 의하여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의 규정에 의한 마약·향정신성의약품 또는 대마(이하 "마약등"이라 한다)에 중독되어 성매매를 한 자

다. 청소년,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거나 미약한 자 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중대한 장애가 있는 자로서 성매매를 하도록 알선·유인된 자

라. 성매매 목적의 인신매매를 당한 자


즉 성판매를 하다가 적발되어 가-라의 상황을 증명할 수 없는 경우, 처벌 대상이 된다.) 


2) 성매매를 근절하겠다는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고 싶다면 구매자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실제로 적발되는 경우 성구매 남성을 처벌하기는 하지만, 집주소로 벌금 고지서가 날아가는 정도라고 한다. 허위주소를 대는 경우가 많다고. 근절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있다면 음주운전처럼 직장으로 고지가 가게 할 수도 있을텐데.)  


3) 성판매에 찬성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성을 판매할 수 있게 유도하는 사회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채 무조건 나쁘다고 보는 것보다는 성판매를 '노동'으로 인정하는 것을 고려해봐야 한다. 


정도의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3번의 경우 페미니스트 사이에서 상당히 입장이 갈리는 부분이지만 일단 나의 입장은 그렇다. 수요를 없앨 수 있다면 모를까 버젓이 일어나는 일이라면 그걸 양지로 끌어내는게 낫다고 생각한다. 또 성판매 여성도 여성의 일부니까 끌어안고 싶었고. 여성운동 초창기에는 가사노동을 거부하다가 가사노동의 가치를 인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도 보다 많은 여성을 아우르기 위함이 아니었나. 



그런데 <레이디 크레딧>을 읽고 나니 현실을 (몰라서) 못 보고 관념적으로만 성매매를 생각하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레이디 크레딧> 이전에도 이런 책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논문은 있었을 것 같다), 성매매 산업의 내부 구조를 드러내 보여주었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의의라고 생각한다. 


성매매는 판매자와 구매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성매매에 직접적으로 관계된 것은 판매자와 구매자이며, 판매자의 몸이 성매매를 유발시키는 자원이고 구매자의 돈이 자본의 원천이 된다. 그러나 그 외에 많은 사람이 성매매 산업에 관여되어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이전에는 포주와 사채업자, 조폭 등이 관련되어 있었다면 지금은 업소 직원 외에도 저축은행 등 금융기관과 채권추심업체 등이 관여되어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판매자와 구매자의 성매매 행위는 불법인데, 금융기관의 대출과 채권추심업체의 일은 합법으로 보호되고 있다는 것이다. 



제일저축銀, 유흥업소 1500억 ‘쩐주’ 노릇 | 세계일보 (segye.com)


양은이파(80년대 3大 조폭)의 풀살롱(풀 서비스+룸살롱)… 깡패가 1년반만에 331억 버는 나라 - 조선일보 (chosun.com)



책에서 언급되는 J저축은행의 유흥업소 대출을 다룬 기사와, 

국내 3대 조직폭력배 '양은이파'의 조양은의 유흥업소에 관한 기사이다 (조양은의 유흥업소도 제일저축은행에서 거액 대출을 받았다). 


이전의 성매매 산업 구조를 잘 모르지만 업소와 포주, 사채업자로부터 도망치면 (도망칠 수 있다면) 빚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돈을 벌기 힘들면 다시 성판매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겠지만. 

그러나 지금은 업소와 계약을 맺는게 아니라 금융기관으로부터 자신의 몸을 담보로 대출을 받고 성판매를 통한 수익으로 그것을 갚아나간다. 업소를 그만두어도 대출채권은 계속 채무자(판매자)를 따라다니고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업소로 이동시킴으로써 성매매 산업으로부터 빠져나갈 수 없게 만든다. 높은 대출 이자는 금융기관 및 채권추심업체 등의 이윤이 되며 그 구조로부터 많은 사람이 이득과 소득을 얻게 된다. 


자발적 성매매는 불법인데, 성매매로 인해 발생하는 수익을 다루는 일은 합법이다. 그 금융기관이 성매매와 관련된 것만 다루는 것은 아니지만, 성매매와 관계성은 드러나있지 않고 매우 버젓한 일을 하는 곳으로 보인다. 그렇게 보이는 이유는 현재의 법이 성매매(의 불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와 금융 자본의 연관성을 눈감아 주기 때문이다. 행위는 죄이지만, 행위를 기능하게 하는 돈은 죄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구조에서 판매자와 구매자를 처벌함으로써 성매매를 근절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6월초 나는 한때 잘 나가던 (그러니까 연세가 좀 있는 분이다) 언론인과 식사를 같이 한 적이 있다. 당시 유행하던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를 이야기하며 그는 왜 여성들이 '구씨' 라는 캐릭터를 좋아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했다. 나는 그 드라마를 보지 않았으므로 (보았더라도 답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그 이유를 답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어 그는 이런 말을 했다. 


"전에는 드라마에 사채업자가 나오더니 이제는 호스트가 나오고..." 


갈수록 더한다며, 맘에 안 든다는 뉘앙스였다. <레이디 크레딧>을 읽던 중이기도 했고 그날은 딱히 공-사적 이익과 관계없이 만났고 내 돈으로 대접하는 자리였으므로 나는 하고싶은 말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사채업자보다 호스트가 더 나쁜가요?" 라고. 


그러면서 제일저축은행과 조양은 얘기를 꺼냈다. 잘 아시지 않냐며. 왜 같은 일에 연루되어 있는데, 하나는 조장하고 하나는 직접적으로 연관한다고 덜 나쁘고 더 나쁜 것이냐고. 


그 분이 내막을 잘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말을 아끼며 그건 그렇죠... 하고 넘어갔기 때문에. 그냥 그 순간을 빨리 넘기고 싶었던 것 같다. 



책의 한 인터뷰에서는 개인적으로 업소에 오는 사람들의 비중보다, 접대의 비중이 크다는 말을 한다. 금액의 규모도 차이가 많이 난다고. 그렇다면 금융기관 등을 넘어서 각종 비즈니스와도 관련이 있는 것이다. 


성매매를 판매자와 구매자의 일, 어두운 곳에서 일어나는 비밀스러운 일로 취급해서는 아무 진전이 없다. 근절하고자 한다면 관련 고리를 다 끊어야 할 것이고 (그러면 수많은 사람의 일자리가 위태로워지겠지), 그렇지 않다면 성노동을 노동으로 인정하고 구조를 투명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나도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성매매는 남녀 간의 일, 원초적인 일이라고만 생각했을 것이다. 여성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물론 여성 문제에 큰 관심이 없더라도 사회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이런 연구를 하고 또 책을 내어준 저자에게 감사한다. 



+ 이제 주말부터 <임신 중지> 읽을 겁니다... 이번엔 같이 얘기하고 싶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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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8-19 15: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책을 읽은 것이 대화에 힘을 실어주었네요 수하 님. 너무 좋은 경험입니다. 물론 성매매 그 안을 들여다보는 일이 결코 쉽지는 않은 시간이었겠지만 말예요. 알게 되면 사는 일이 더 불편해지는 것 같아요. 싸울 일도 많아지고요. 그래도 계속 알아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일요일에 본격적으로 임신중지 시작할건데요, 이번엔 같이 얘기하도록 합시다, 수하님. 화이팅요!!

건수하 2022-08-19 16:07   좋아요 0 | URL
네, 좋은 경험이 되었습니다 ^^ 안다는 것이 죄책감을 조금 덜어주기도 하는 것 같아요. 조금 알기 시작하니 모르는 상태로 놔두기가 힘들어서라도 읽게 되네요.

네 <임신중지> 열심히 읽어보겠습니다!

2022-08-20 1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20 12: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20 1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20 1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2-08-21 15:26   좋아요 0 | URL
방금 택배 접수하고 왔습니다. 아마 화요일쯤 받으실 것 같아요.
:)

2022-08-21 16: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미니즘
데버라 캐머런 지음, 강경아 옮김 / 신사책방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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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책을 읽을 수록 페미니즘은 대체 무엇인가, 페미니스트들은 특정 주제에 대해 서로 상충하는 입장을 갖고 있는데 어떻게 연대가 가능한가- 등의 혼란을 갖게 되었다. ‘복잡한 것’ 인 페미니즘에 대해 잘 정리해놓은 책. 자신감있게 (원래 개론서 혹은 일반론은 대가가 쓰는 것) 일반적인 제목을 붙일만큼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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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8-18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정도면 페미니즘 필독서라고 생각해요. ^^*

건수하 2022-08-18 11:09   좋아요 0 | URL
진짜 필독이요!

완전 입문서로는 좀 어려울 것 같고
좀 읽어본 사람들에게 강추하고 싶어요.

단발머리 2022-08-18 10: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안 읽어봤는데, 찜해둡니다. 수하님, 감사감사감사링!!

건수하 2022-08-18 11:11   좋아요 1 | URL
단발머리님 진짜 강추합니다 ㅎㅎ
얇지만 알차요.
 
그림자를 이으면 길이 된다 - 피해자에서 생존자, 그리고 감시자가 된 마녀 D의 사법연대기
D 지음, 김수정 외 감수 / 동녘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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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의 행보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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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2-08-10 14: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 읽으셨어요? 저도 읽고 있어요!^^

건수하 2022-08-12 10:11   좋아요 2 | URL
일단 훑어보기만… 진지하게 읽어야 할 것 같아서요 ^^
 

내 전화기가 원래 혼자 누구에게 전화 걸고 그런 일이 많은데 (내가 잘못 누르거나, 주머니 속에서 눌리거나) 북플 앱도 민감한 편인지 읽은 책이 아닌데 평가가 되어있을 때도 있고 안 읽은 책 읽고 있다고 올라가있을 때도 있다. 뒤늦게 보고 ‘좋아요’가 눌러져있으면 그냥 안 지우고 넘어가는데 뭔가 찜찜하다..

오늘 모 님의 글에서 땡스투를 타고 알라딘에 들어갔더니 해러웨이의 책 북펀드가 올라와있었다.

https://www.aladin.co.kr/m/bookfund/view.aspx?pid=1764

그 외에도 여성과 관련된 책이 꽤 올라와있다. 알라딘의 고객 성비 (단순 성비 및 상위구매고객 성비 등도) 궁금해진다.

알라딘 서재에서 여성주의책을 읽고 나누는 것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읽을 책은 많은데 기운이 없는 한여름. 주말엔 좀 낫겠지 하며 주말 쿠폰을 받아 아침부터 책 한권을 주문했다 (이 책은 주말이 지나서 오겠지만). 이따가 오후엔 알라딘에서 퀴즈 알림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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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8-06 10: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음...알라딘 구매자 성비는 어디서 본 것같은데 여성이 더 많았던걸로 기억해요. 수하님 해러웨이 책 펀딩하셨나요? 저는 지난달 펀딩도 많이하고 구매도 목표치를 초과해서 지금 고민중이예요^^

건수하 2022-08-06 10:34   좋아요 2 | URL
알라딘 구매자도 그럴거 같고 일단 요즘은 여성, 페미니즘 책이 잘 팔리나봐요.

해러웨이 책 펀딩은 좀전에 봐서 생각중인데, 요즘 통 못 읽고 있어서.. 목표치 달성하면 나중에 살까 싶기도 하네요 ^^

다락방 2022-08-07 17: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해러웨이 책 펀딩해야지 진작부터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직 못했네요. 곧 해야겠어요!! 😤😤

건수하 2022-08-08 16:32   좋아요 1 | URL
알고 계셨군요! 저는 글 올린 날 알았는데.. 목표는 이미 달성됐네요?
다시 고민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