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책을 통 못 읽고 있다. 

6월부터 5일 출근하고 (전에는 4일 출근, 1일 재택) 

점심도 이제 팀원들과 다 같이 먹고 산책하고 커피까지 마시니 휴식시간이 사라졌다. 

집에 가면 책을 펴고 싶지가 않고.. 주말마다 행사가 있었고. 


6월 말까지 해야할 일이 있고 하반기도 계속 바쁠 것 같아서 마음도 급하다.

휴일이 두 번 있어서 그런지 시작된 지 얼마 안된 것 같은데 벌써 15일이 되어버렸다. 



도서전가서 책 사는 것은 한 달 두 권에서 제외해야지 했는데 

애가 사고싶어하는 고양이 책 사고 남편이 관심있어 하는 곳 좀 보고 했더니 피곤해져서 

내 책은 안 사고 나왔고 (민음사, 문학동네 부스엔 사람이 너무 많았고 봄알람 부스에는 남은 책이 별로 없었다)


6월에 산 책은 아직 한 권이다. 










얼마전 심리학자 김경일 교수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말을 참 잘하는 분이었고 흥미로웠지만 

그 강연에서 내가 가장 충격먹은 부분은 "지금 40대는 127살까지 살 가능성이 높으며, 86세까지 일을 해야 할 것이다." 라는 것이었다.  

(생각만 해도 끔찍) 


슬슬 몸 여기저기서 노화의 기운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던지라, 지금까지 살아온 만큼보다 앞으로 더 오래 살게 된다니.. 상상하기가 힘들었고 건강한 상태가 아닌 아픈 상태로 계속 살아있다고 상상하는 것은 괴로웠다. 


그런 점에서 책모임에서 6월에 함께 읽기로 한 <새벽 세 시의 몸들에게>의 선정은 참으로 타이밍이 적절했는데.. 

많이 무거웠던 초반부에 비해 중반부터는 잘 읽히긴 하나 읽으며 마음은 무겁다. 


책을 많이 못 읽으니 아쉬워서 

알라딘 인문학 라이브 알라딘 : 알라디너TV - 2022 인문학 라이브 #여성 #20대 #포스트코로나 #장애인권 (aladin.co.kr) 중 권김현영님과 홍은전님 편을 다운로드해서 운전하며 들었다.


https://youtu.be/RVNnLbFdygc (권김현영 - <여자들의 사회>)


https://youtu.be/adntl-z32Ik (홍은전 - <유언을 만난 세계>) 



<여자들의 사회>는 읽었는데 내가 보지 않은 영화 등의 이야기가 많아서 대충 넘어갔다. 

인문학live에서는 왜 이 책을 썼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했는데.. 

음. 잘 정리된 느낌은 아니었다. 





홍은전님은 그동안 글로만 접했는데, 전에 생각했던 것보다는 보통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늦잠자느라 집회를 못간다는 이야기에 특히. 


<노란 들판의 꿈>도 읽으며 마음이 무거웠으나 <유언을 만난 세계>는 더 무거울 것 같다. 그러나 장애운동에 헌신해온 이 분 마저도 읽고 마음가짐이 새로워졌다 했으니 읽고 싶지는 않지만 읽어야 할 것 같은 책 리스트에 추가하기로. (이 리스트에 이전에 추가된 책은 <관통당한 몸>이다)

이 책을 6월의 두번째 책으로 사볼까 생각했으나 한 권 남은 책은 좀더 나에게 즐거움을 주는 걸로 사고 싶다. 


읽고 싶다, 사고 싶다.. 으으. 

대리만족으로 알라딘 서재를 맴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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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6-15 16: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헉 127살이요?-_-; 와~ 진심 끔찍합니다. 점점 하나둘씩 아픈 곳이 늘어가는데... 그때까지 산다면 일도 더 오래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갑갑해집니다.
책 못 읽는 환경일 때는 저도 오디오북 듣거나 팟캐스트 듣곤 합니다. 남은 6월은 시간 짬이 나셔서 독서를 하실 수 있음 좋겠네요.

건수하 2022-06-15 19:50   좋아요 2 | URL
화가님 정말 그렇죠!! 그때쯤 되면 소득도 필요하지만 근로인구가 적어서 그 연령대도 일을 해야 사회가 돌아간다고 해요. 오늘은 퇴근하며 좀 재미있는 책을 들었더니 기분 전환이 되었습니다. 감사해요~ ^^

독서괭 2022-06-15 16:3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수하님 넘 무리하지 마세요 책 좀 더 사면 어떻습니까^^;;;

새파랑 2022-06-15 17:29   좋아요 4 | URL
독서괭님 먼저 약속을 어기셔야 합니다~!!

저는 사기보다는 좀 읽고 싶습니다 ㅜㅜ

건수하 2022-06-15 17:31   좋아요 3 | URL
어차피 못 읽는다 생각하니 별로 사고싶지가 않아요.. 그래도 사기라도 하면 좀 나을까요? ㅠㅠ 저도 새파랑님처럼 읽고 싶..

잠자냥 2022-06-15 16: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읽고 싶다, 사고 싶다! 이거 제 마음이네요. ㅋㅋㅋㅋ 저도 이번 달에 이사 문제로 책 진도를 통 못 나갔거든요. 이젠 한 고비는 넘겼으니 좀 읽어야겠어요. 사는 건 이사 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2-06-15 19:52   좋아요 3 | URL
이제 집 구하셨으니 맘편히 읽으실 수 있겠어요. 책은 고이 장바구니에 담아두셨다가, 이사 기념으로 주문하셔요 ^^!

mini74 2022-06-15 16: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27살! 헉!! 늙고지친 육신으로 지금의 삶을 두 번 더 살아야 한다니 !!! 좌절입니다 ㅠ읽고싶다 사고싶다. ㅎㅎ 저도 저번달엔 읽은 책보다 산 책이 더 많더라고요. 읽고싶은 맘이 지름으로 표현되는 ㅠㅠ 넘 무리마시고 이럴땐 책을 좀 쟁여두심이 어떨지요 *^^*

건수하 2022-06-15 19:54   좋아요 2 | URL
저도 넘 좌절했답니다. 게다가 86세까지 일해야하고… 오래 산다면 건강해야겠다 싶어서 요즘 점심먹고 산책하고 있어요. (그래서 책 읽을 시간이 더 줄고..)

저는 그동안 쟁여둔 책이 넘 많다보니 사고싶은 책은 사실 별로 없어요. 요즘 넘 진지한 책만 읽었나.. 좀 가볍고 재미있는 책을 들어봐야겠어요 ^^
 
빅토르 Viktor
자크 마에스.리서 브라에커르스 지음, 심선영 옮김 / 고트(goat)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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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존재로 살기를 꿈꾸고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은 인간을 표현한 것 같다. 마지막은 다른 존재를 경험하고 싶어서? 그러면서도 위험을 덜 무릅쓰기 위해서..? 알쏭달쏭하다.

그림도 색감도 예쁘고 아이디어도 참신하지만 취미로서의 사냥에 거부감을 갖고 있어 별 하나를 뺐다. 이 책에 등장하는 두 야생동물은 모두 멸종 위기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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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6-10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하님 이 그림책을 보신거군요? 들어가서 봤는데 색감이 화려하고 그림도 독특하네요.*^^*

건수하 2022-06-12 08:25   좋아요 0 | URL
네 미미님 맞아요 ^^ 담긴 생각도 독특한 것 같아요. 요즘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들이라 하니 더 번역되어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
 
진리의 발견 (양장) - 앞서 나간 자들
마리아 포포바 지음, 지여울 옮김 / 다른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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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으며 읽으며 끝을 봤다. 마리아 포포바가 여러 인물을 엮어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방식은 익숙하지 않지만 흥미롭고, 그 인물들 (모르던 인물도 있고 알던 인물도 있는데) 을 새로운 방식으로 보게 해 준다.

인물들간의 이야기를 엮어갈 때 신문기사나 책에 근거한 것도 있지만 그들의 개인적인 편지에 근거해 작가가 짐작 혹은 재구성한 것도 많은데, 사랑하는 사람들 간의 이야기도 많다 보니 내가 그들의 편지를 몰래 훔쳐보는 것 같아 약간 죄책감도 들었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이렇게 공개해도 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어떤 사람의 글이 그 사람을 얼마나 솔직하게 보여주는 가에 대해서도 의문이 있다. 우리 모두는 말할 때 그리고 글을 쓸 때 자기 검열을 하니까. 내가 죽고나서 나의 블로그, 일기 (그래서 내가 일기를 잘 안 쓰고, 써도 솔직하게 쓰지 못하는 것 같다), 서재 글 들이 내가 모르는 사람들에게 보여진다 생각하면 그리고 그 사람이 만드는 이야기의 맥락에 맞게 재구성된다면? 상상만 해도 몸둘 바를 모르겠다. 그럴 일은 없을테니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만..
이런게 내가 부활한 싸이월드에 관심이 없는 이유일지도. 싸이월드 시절이 내 인생의 흑역사는 아니지만 별로 다시 보고 싶진 않다. 내 것도 다른 사람 것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성소수자도 많이 있다. 동성애라기보단 사랑, 인간과 인간의 사랑이라는 느낌이 들었는데 동성애에 대해 거부감이 큰 사람은 이 책을 별로 읽고 싶어하지 않을 것 같다. 그렇지 않은 사람 모두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종이책을 샀으니 이제 밑줄을 옮기며 다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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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2-06-05 22: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호! 재밌을 것 같습니다. 두께가 압박이지만;; 저도 올해 안에 책장에서 꺼내 시작해봐야겠어요😅

건수하 2022-06-06 06:39   좋아요 1 | URL
재미는 정말 확실히 있어요! 가끔은 이렇게까지 엮어도 되나 하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요. 매력적인 책이에요 ^^

scott 2022-06-06 23: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싸이 월드, 수하님의 추억이 많이 들어 있을 것 같습니다

손으로 끄적이는 일기 보다
폰 터치하는데 더 열쉼히 하는 시대!ㅎㅎ

벽돌책 진리의 발견, 수하님이 밑줄 치신 거
기대 합니다 ^^

건수하 2022-06-08 21:50   좋아요 0 | URL
그렇게 말씀하시니 열어봐야 할 것 같기도 하네요.. :)

밑줄 천천히 옮겨보겠습니다 ^^
 

저번에 룰루 밀러의 마니아가 되었을 때에도 조금 당혹스럽긴 했는데, 그래도 그 저자의 책에 관해 글을 쓰긴 했다.

오늘은 갑작스레 ‘미술’의 마니아가 되었다는 알림이 떴다.
미술? 예술 중 가장 나와 거리가 멀 것 같은 미술..?

어제 그림책 리뷰를 쓰기도 했고
그 출판사 이름에 ‘소묘’ 란 단어가 들어가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해 본다.

주디스 버틀러의 책을 읽은 적이 없고 컵 때문에 한 권 산 적이 있는데 주디스 버틀러의 마니아가 된 것도 당혹스러운 (그러나 기분나쁘지는 않은) 일이다.

북플은 여러모로 내게 신비의 베일에 싸인 존재다..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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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2-06-04 11: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예전에 한 알라디너님이 마니아 점수체계에 대해서 자세히 써주신 적이 있었는데.. 신비의 베일에 싸여있는게 나으려나요? ㅎㅎ

건수하 2022-06-04 11:47   좋아요 1 | URL
아 저번에 다락방님 매니아 얘기하면서 누군가 알려주셔서 그 글 본 것 같아요 ㅎㅎ 글을 몇 번 쓰고.. 그런거? 분야별 키워드도 넣어두지 않았을까 싶은데 소묘가 미술 장르의 키워드에 들어가는지가 궁금하네요 ^^
 

<사이보그 선언문>을 읽었다.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스트들의 책을 읽고 심란했었기에 해러웨이가 왜 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는지, 또 왜 사이보그라는 개념을 생각했는지는 대략 이해한 것 같은데 여전히 적용은 난해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너무 직접적인 적용만 생각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지만.

통신 기술, 인터넷의 발달로 여성들 간의 소통은 용이해졌다. 여성들도 예전에 비해 과학기술과 많이 친해졌고 종사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과학기술은 남성들도 사용하는 것이고 N번방과 같은 사건도 일어난다 (물론 그걸 불꽃 추적단이 추적해내기도 했다).

해러웨이가 얼마나 많은 여성을 계몽했는지 알 수 없지만 (그리 성공적이었던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과연 그동안에 얼마나 성과가 있었는가에 대해서는 조금 회의적이다. 서구의 과학기술 종사자들은 이에 대해 좀더 고민했을까?

더 읽고 더 퍼트리면 효과가 있을까? 일단은 해러웨이의 글을 더 읽으며 생각해보려 한다.

——————-

자다가 일어나 퍼뜩 (머리가 맑아서인가)

현재 페미니즘이 백인 여성의 전유물이 아니며 여성을 넘어 ‘약자’ 의 입장에도 관심을 갖는 것 전체를 아우르는 경향이 <해러웨이 선언문> 과 그 시기의 다른 사상가들로 인해 촉발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기상 그러할듯. 여러 페미니즘 집단들의 정당성을 굳이 따지지 않는 것에도 영향이 있을 것 같다.


해러웨이와 쿰쿰 바브나니의 인터뷰
https://en-movement.net/346?category=718342 에서 일부 이해를 돕는 지식을 얻었다. <한 장의 잎사귀처럼>을 읽으면 더 좋겠지만 이 인터뷰 내용도 도움이 된다.


현재 내가 보고 있는 페미니즘의 지평은 이미 <사이보그 선언문>의 내용이 반영된 것이겠지만, 해러웨이의 글이 지금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가 무엇인가, 그래서 사이보그-과학기술의 문제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가는 생각해봐야할 것 같다.

————————-

20세기 말 <남성의 과학을 넘어서> 라는 책을 호기롭게 샀고 읽어보려 했지만 잘 읽어지질 않았는데, 해러웨이 다 읽고 나면 이 책도 다시 펴보아야겠다.

(밑줄을 추가했더니 그 책을 추가할 수가 없네)

사이보그는 경건하지 않다. 사이보그는 조화로운 세계를 기억하지도 못하고 바라지도 않는다. 사이보그는 전체론을 경계하지만, 연결을 필요로 한다. 사이보그는 전위당 없는 연합 전선의 정치에 친숙함을 느낀다.

사회주의 페미니스트를 포함해 백인 여성은 "여성"이라는 범주가 순수하거나 결백하지않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발로 차고 소리를 질러서 간신히 알아듣게 되었다). 이와 같은 의식은 기존 범주의 지형 전체를 바꾸고, 열이 단백질을 변성시키는 것처럼 범주를 변성시킨다. 사이보그 페미니스트라면 "우리"는 자연적 통일성의 기반을 더 이상 원치 않으며 총체적 구성 같은 것은 없다고 주장해야 한다.
순수성 및 그와 결부된 피해자됨victimhood을 유일한 통찰 근거로 삼는 바람에 생겨난 피해는 이미 겪을 만큼 겪었다. 하지만 새로 구성된 혁명 주체는 20세기 후반을 살아가는 인민에게 진지하게 생각해볼 여유를 주어야 한다. 정체성이 너덜너덜해지는 동안 정체성을 구성하는 반성적 전략 속에서, 종말 이후를 대비한 수의가 아니라 구원의 역사를 선지자적으로 마감해줄 다른무언가를 직조할 가능성이 열린다.

마르크스주의/사회주의 페미니즘은 여성을 단일한 실체로 자연화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성과를 가능하게 만든 것은 사회관계에 뿌리내린 관점이다. 오히려 마르크스주의/사회주의 페미니즘이 본질화하는 것은 노동의 존재론적 구조, 혹은 그 유비물인 여성의 활동이다. 내가 볼 때 이 입장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는, 마르크스적 인본주의를 계승하면 지나치게 서구적인 자아를 함께 물려받게 된다는 점이다.

이제까지 살펴본 커뮤니케이션 과학 및 생물학의 예는 일상과 동떨어진 현상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런 과학기술의 변화는 우리가 사는 세계에 근본적인 구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며 나의 이러한 주장은 평범한 일상의 현실, 주로 경제적 현실로 뒷받침된다. 커뮤니케이션 기술은 전자공학에 의존한다.

정치적 책임을 어떤 형태로 구성할 때, 여성들이 서로를 갈라놓는 과학기술의 위계를 넘어 단결할 수 있게 될까? 반군사주의 과학 활동가 집단과 연대해서 페미니즘과학/기술 정치를 발전시킬 방법이 있을까? 하이테크 카우보이를 비롯해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과학기술 노동자 상당수는군사 과학을 연구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개인적 취향과 문화적 성향이, 유색인을 포함한 여성의 수가 상당히 증가한 전문직 중산층의 진보 정치와 결합될 수 있을까?

공통 언어를 향한 페미니스트의 꿈은 전체주의적이며 제국주의적인 꿈이다. 모순을 해결하려 하는 변증법 역시 그런 의미에서 꿈의 언어다. 우리는, 아이러니하게도, 동물 및 기계와의 융합을 통해 서구 로고스의 체현인 (남성)인간이 되지않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과학기술의 사회관계를 통해 불가피해진, 강력하고 금기시되는 융합에서 체험하는 쾌감에 주목하면 페미니즘 과학이 정말로 가능할지도 모른다.

유기체와 기계의 구분을 비롯해 서구적 자아의 구조를만드는 깔끔한 구분선이 무너지면서 출현하는 독특한 가능성을 단호히 포용할 때, 페미니즘은 엄청난 자원을 얻게 된다. 붕괴의 동시성은 지배의 기반에 균열을 내면서 기하급수적인 가능성을 연다.

페미니스트들은 최근, 일상의 삶에 묻혀서 어떤 이유에서든그 생활을 유지하는 쪽이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이 남성보다 잠재적으로 우월한 인식론적 위치에 있다고 주장했다. 어느 정도는 솔깃한 주장이다.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여성의 활동을 드러내며 이것이야말로 삶의 기반이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삶의 유일한 기반이라고? 여성들의 무지, 지식과 기술로부터의 배제와 실패는 어떻게 봐야할까? 남성들의 일상적 능력, 물건을 만들거나 분해하며 다룰 수 있는 지식은 어떻게 봐야 할까? 다른 방식의 체현은 어떻게 다뤄야 할까? 사이보그 젠더는 전면적 복수를 행하는 부분적 가능성이다.

과학기술은 인간을 만족시킬 수단이나 복합적 지배의 기반만 되는 것이 아니다. 사이보그 이미지는 우리 자신에게 우리의 몸과 도구를 설명해왔던 이원론의 미로에서 탈출하는 길을 보여줄 수 있다. 이것은 공통 언어를 향한 꿈이 아니라, 불신앙을 통한 강력한 이종언어heteroglossia를 향한 꿈이다. 이것은 신우파의 초구세주 회로에 두려움을 심는, 페미니스트 방언의 상상력이다. 이것은 기계, 정체성, 범주, 관계, 우주 설화를 구축하는 동시에 파괴하는 언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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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6-04 11: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미니즘이 점점 그 스펙트럼을 넓히는것에대해 ‘분명하지 않다‘, ‘모호하다‘같은 반응도 있는데
저는 그 과정을 공부하면서 긍정적이고 페미니즘다운 실천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면에서 해러웨이는 스펙트럼을 크게 확장시킨느낌이구요.

해러웨이의 글이 어렵긴한데
자꾸 생각을 확장시키는
힘이 있는것같고 수하님도
이미 그런 영향을 받고
계신거 아닐까요?😆

건수하 2022-06-04 11:45   좋아요 2 | URL
네 바람직한 영향을 준 것 같은데.. 원래 해러웨이가 의도한 게 그런 거였을까요? 사이보그 선언문만 쓴 건 아니니까 반려종 선언도 읽어봐야 할 것 같기는 해요. :)

- 2022-06-04 2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다가 일어나서 아침에 쓰는 글이 찐이래요!!! (무의식이 보내는 신호) 정작 저는 야밤글러 지만 ㅋㅋ~ 읽으면서 딱 꽂히는 수하님의 물음표를 어디에다가 딱 걸어두고 그걸 노려보세요! 읽다보면 해러웨이가 아닌 다른 페미니스트들이 혹은 돌아돌아 결국 해러웨이가 답을 줍니다. 생각해요. 그걸써두세요! 미래의 나는 이걸 볼거니깐요 💕

건수하 2022-06-05 01:06   좋아요 1 | URL
자다가 깨서 생각할 정도로 마음에 남아있었나봐요. 공쟝쟝님 조언 감사해요! 물음표를 걸어두고 더 읽어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