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사회 149호 - 2025.봄 (본책 + 하이픈)
문학과사회 편집동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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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광장에서 중에서

윤은성

기억하니

우리는 음악과 지구과학을 같은 날 배우고

함께

옥상에 올랐잖아

구름 사이로 빛이 보이면 무언가 알아챈 것만 같은

기분도 들고

소나 강아지의 이마를 만지는 것 같은

부드러운

떠가는 시간을 촘촘히 알 것 같았잖아

이게 다 무슨 소용일까 하면서

엎드려 울기밖에 할 수 없더라도

시간에 맞추어 책상에 앉아 이어폰을 나눠 끼었잖아

그때도 이걸 알았던 기분이야

내가 사는 도시에선 자주 광장으로 사람이 모이고 흩어져

계속 말하려고 하는데 어쩐지

여기에서 외치는 기도가 멀리까지 가닿지 못하는 기분도 들고

(......)

내 목소리가 지상에서

또 지하에서 잠시 울리고 사라져

우리가 붙들고 모이는 게

미래를 등지고 선 사람들이 몸을 되돌려보려고

보이지 않는 선으로 연결된

조용한 기도라고 하자

유리와 안개를 동시에 깨뜨리고

밖에서 안으로 집어넣는

손들을 알아채려 잠시 모였다고 하자


글 보시는 분들은 광장에서 노래부르는 게 저지되었다는 하림의 소식 들었음? 어쩌면 이번 예술인을 통제하는 상황은 어떤 대통령이 뽑히더라도 계속되리란 생각이.. 시 계열은 점점 메르헨과 비유로 접어드는 것 같아. 자유를 잃어버린 상태에서 이렇게 흘러가는 현상이 좋진 않아보여. 반박시.. 모르겠다 착잡하네. 이랑도 그렇고 내가 좋아하는 싱어송라이터는 밥먹고 살기 힘든갑다. 와중에 윤은성의 이 시는 좋았다. 최근 좋은 메세지의 시를 쓰는 게 매우 능숙한 시인을 간혹 본다. 그도 그런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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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이 아름답다 284호
작은것이 아름답다 지음 / 작은것이 아름답다(잡지)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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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윤석열 정부가 한편으로는 원전사업, 석유채굴시공을 비롯한 성장 중심의 산업사회를 촉진하고자 했고, 다른 한편 여성, 장애인, 퀴어, 이주민과 같은 소수자를 혐오하는 것으로 지지기반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비롯한 저항(네거티브)의 상황을 반영하지만 그보다는 더 깊은 구성(포지티브)의 차원을 지닌 것은 분명하다. 내란 세력과 극우 파시즘 세력이 공포와 혐오에 바탕을 두고 배제와 차별이 난무하는 폭력과 위력의 권력정치를 전개했다면, '빛의 혁명' 참여자들은 그에 맞서면서 기쁨과 사랑의 활력이 넘치는 평화와 연대의 생명정치를 보여주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구성의 차원을 설명해 준다.



사실 저항이 격렬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여 아쉬움이 남았으나 결국 일이 터졌다고 생각하면 참 찝찝하다. 이렇게 했는데도 결국 김문수 지지율이 오른 것이다. 모여서 꺅꺅 다 해놓고 막상 자리에서 흩어져서 변질되는 사람들보면 신기하지 않은가? ㅋㅋ 난 밤새 시위했는데 아침에 그래도 국민의힘 찍을거라고 하는 인간도 본 적 있음. 인간세상 참 신기함. 아, 그렇다고 해서 절대 인간에게 관심이 있는 건 아님 ㅋ 더 시골에 가서 살고 싶음.

근데 민주당 패인 명확하긴 해서 할말이 없다. 자기네들이 아이돌 스케쥴이다 등등 덕후세계 운운했으면서 소비하는 덕후의 절반이 넘는 여자마음 잡는데 실패했다는 것. 사실 실패한 것도 아니라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광장에 줄서서 사준다고까지 했는데도 대놓고 여자에게는 안 판다고 외면해버려서 지팔지꼰해버림. 지켜보고 있다보면 당연히 지가 반장될 줄 알고 설치다가 민심 및 표뺏긴 우등생같음. 이번에 투표는 해도 너네는 안 뽑을테니 알아서 잘 김문수 이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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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 비평 207호 - 2025.봄
창작과비평 편집부 지음 / 창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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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의 존경을 받고 소수자와 취약계층을 대변할 수 있는 인권위원다운 인권위원이 임명되는 건이 너무나도 중요하다.

(...) 헌법개정 이전에도, 국가인권위원회법 등 관련 법령의 개정을 통해 인권위의 재정적 조직적 독립성을 강화하고, 인권위원 선임절차를 법제화해야 한다. 특히 인권위원의 자격요건을 강화하고, 소수자와 인권취약계층의 대표성이 충분히 강화될 수 있도록 법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누누히 말하지만 한국에서는 동성애 차별하지 않고 외국 특히 동양인 차별하지 않는 사람들이 절실히 필요하다. 적극적인 사람들이 인권 주장해야 한다. 인권 운운하면서 막상 저런 거 어떠냐 물어보면 허허호호하면서 좋게좋게 넘어가는 ㅅㄲ들을 뽑으니까 막상 상사가 보수로 뽑히면 동성애자들과 외국인 근로자들의 목숨이 위기에 처하는 거라고. 일본한테는 진심을 보이라 주장하면서 한국인들 속내 안 드러내는 거 개꼴불견임.

작년 12월 내란에 관련된 비평은 훌륭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 훌륭한 글이 항상 두번째에 나온다는 것이다. 백낙청을 버리지 못하는 건 인정하겠다. 그런데 문제는 문학평론에서 발생한다. 개인의 발언자유는 인정하나 김지하는 그렇다치고 왜 자꾸 문단 갑질로 인해 나락으로 간 시인을 거론하는가? 창비 라디오 애청자였고 이번에도 내란 관련된 문학잡지들 검색하다가 생각나서 구입했는데 매우 실망했다. 어쩐지 내란 다룬 문학잡지들 거론하는 뉴스에서 창작과 비평은 빠졌더라(검색해보니 세계일보에는 거론되었으나 나머지는 대체로 쉬쉬하는 편). 우리 모두 예민해져야 한다고 본다. 1에서도 얘기했지만 전전대통령이 소수자들 정책은 '나중에' 하자고 발표한 덕분에 지금 이런 일이 일어난 게 아닌가. 지금이라도 소수자들 싫으면 얼른 보수측으로 빠지시고 진보 측 사람들끼리 얘기해서 차별금지법 만들고 했음 좋겠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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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mas and the Rumors (Paperback, Compact Disc) - Thomas & Friends Thomas & Friends 92
윌버트 오드리 지음 / Random House Childrens Books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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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듬돌'은 마을 장정들이 힘을 기르거나 마을 잔치 따위로 사람들이 모이면 힘자랑을 하기 위해 들었는데, 이 듬돌을 들어 올리는 데에도 다양한 방법이 있었다. 이를테면 두 손으로만 들기, 가슴에 붙여 들기, 배에 붙여 들기, 들고 허리 펴기, 들고 일어서기, 땅에서 조금만 들기, 돌을 들고 걷기 등이다. 이 가운데에서도 듬돌을 들고 가슴과 허리를 완전히 편 채 두 다리를 꿋꿋하게 딛고 서 있는 것을 최고로 쳤다고 한다.(무산소 운동의 최고봉인 역도를 연상케 한다.)



홍길동전을 연상케 하는 장면이로군요.

아니 짤은 왠지 이 놈 생각나서.. 일러스트 한국인이 그렸다는데, 그 안에서 숨도 쉬고 돌로 뒤덮여졌다가 풍화되면 살이 같이 부서질 수도 있지만 생각해보면 시간이 많이 지나도 약만 뿌리면 간단하게 살 수 있다 하니 그린 분도 제주도의 돌을 잠깐이라도 생각하지 않았을까. 머들은 제주도에서 쌓아놓은 돌탑을 얘기하는데, 놀랍게도 의미가 없다고 한다. 농사할 때 돌을 치워놓은 게 탑으로 된 게 아니냐고. 주술적 의미가 있는 건 방사탑이란 것이고 보통 사람 크기를 넘는다고 한다. 그러나 이 책을 제작한 사람들은 머들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척박한 땅에서도 농사를 지었다고 소문났던 한국인. 이 머들은 제주도에서도 사람이 살 수 있다는 증거물을 제공하고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확실히 제주도에 가면 마치 잡초처럼 머들이 널려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지금은 모르겠다. 이전 글에서 설명했지만 이전엔 동네개들이 줄을 서서 이동하는 진풍경을 볼 수 있었으나 지금은 안 보인다고.).

매우 조그만 핸디북이며 귀여운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어서 쉽고 간단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내가 매우 천천히 책을 읽어서 그렇지 다른 사람들은 3분라면 먹으면서 단숨에 읽을만하다. 약속시간 전에 와서 사람 기다리거나 일하면서 중간중간 틈틈이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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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minist Thought: A More Comprehensive Introduction (Paperback, 5)
로즈마리 푸트남 통 / Westview Press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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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태어나서 한 번도 연애하지 않은 사람들을 부르는 '모태솔로'라는 말이 있어요. 그건 모든 사람이 당연히 연애를 욕망해야 하고, 연애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어딘가 정서적으로 결여되어 있거나 트라우마가 있을 거라는 편견을 함의하는 말이에요. 그런데 저는 '연인 간의 사랑'에 특별한 관심이 없을 뿐이지 가족을 사랑하고, 주어진 관계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에요. (...) 저는 묻고 싶어요. 사랑을 좁은 의미로 쓰고 있는 것이 대체 누구인지를요.


내가 로맨스물 잘 안 읽는 이유이기도 함. 다들 로맨스소설을 너무 읽어 사랑을 격렬하게 해야 하는 줄 아는 돈키호테인데, 상대가 본인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없고 결혼하더라도 결혼 상대에 대한 사랑은 다른 것인 줄 알고 다른 사람과의 사랑을 찾게 됨. 아내가 스킨십을 원할 때 남편이 '가족과는 이러는 게 아니야'라는 대사를 치는 게 유행인 것 같은데 여기서부터 사랑에 대한 차별을 보여줌.

장애인 남성이 화장실로 끌고 들어간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아직 트랜스젠더가 여자 화장실에 들어간다는 게 충격적이긴 하다. 그러나 공포심에 사로잡혔다는 것뿐이지, 들어오면 이렇게 보복해야지라는 생각은 확실히 혐오가 맞는 것 같다. 정답이 없는 일인 것 같은데 어떻게 해결될지 몰라도 잘 되었으면 좋겠다. 난 고민해봐도 모르겠다.. 성중립 화장실이 생기면 혐오라는데 트라우마 있는 나는 그럼 야외화장실 못 가네. 타협이 안 되었다면 이것도 완벽한 해결책이 아닌 듯.

책을 읽고 있는데 트랜스젠더가 나오니 주변에서 왜 이런 걸 보는지 왜 그런 걸 목숨걸고 하는지 물어보는 것 외에 아무 차별발언 없는걸 보면 세상 좋아지긴 한듯. 나는 당사자는 아니어서 그냥 아이들을 좀 더 알기 위해 본다고 했다. 너무 소수자 아니냐고 하지만 한국이 실패하면 죽는 세상이다보니 그런 정체성을 숨기는 아이는 충분히 있을 것 같음. 그들까지 합치면 소수자 아니지 않을까? 내가 꼰대소리를 하더라도 지적하면 책 보고 공부하면서 수정할 거고 마음을 조금이라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란 걸 보여주고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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