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면우시인의 이 시집을 읽으면서 그러한 나의 시야좁음에 많이 부끄러웠다.시인이 보여주는 일상의 소중함과 삶의 성실성에 대한 환기는 그 어떤 바늘끝보다도 아팠지만 동시에 묵은 피를 씻기우듯 환한 느낌을 주는 것이기도 했다.
시를 읽는내내 마음이 참 편안하고 푸근해졌다.시인이 도란도란 가만히 말을 거는것처럼 시어들은 화려하진 않지만 마음깊숙히 와닿는 것이었고,행간행간에는 시인의 따뜻하고도 섬세한 배려가 숨어있었다.그것이 시인의 말대로 몸으로 살아온 흔적들이었기에 더욱더 진실되게 다가온다(by 흑백TV)

직장생활 2년차의 친구들은 말한다, 돈때문에 하는 일이지만 너무 답답하고 힘들어 지고 있다고. 결혼을 한 선배들은 말한다, 이제 처자식 때문에 직장을 때려 치우지도 못한다고. 청년 실업자인 친구들도 말한다, 대학 나오고도 오라는데가 없다고. 아직 학생인 나는, 어떤 비전도 없이 아직도 공부만 하고 있는 내 신세를 한탄한다. 술자리에서 우리들은 서로의 신세가 가장 막막하다고, 자신이 제일 힘들다고 경쟁이나 하듯 앞다투어 말한다.
언제 부터 였을까. 우리가 우리의 일상을, 참으로 변변찮은 것으로 평가절하하기 시작한 것이. 단지 돈을 벌기 위해 직장을 선택하고, 나이가 차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놓고,, 우리는 무심하게 자신의 일상을 확대해 나간다. 그리고 어느날 무심하게 펼쳐놓은 일상이 자신보다 더 비대해진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 우리는 일상을 다만 부인하며 벗어나려고만 한다.(by 별아저씨)
임금인상
여섯 자리 자동차 번호판 중 어떤 건
등 서늘해지도록 몇년째 내 임금과 닮았다 그러나
체념을 모르는 나는 스스로 임금인상을 결행한다
아침 일찍 출발해 산길 십리쯤 걸어 출근하고 건강관리비 십만원
돌아와 초등학교 오학년 아이 학습 도와주고 자녀교육비 십만원
구내식당 보일러 손봐주고 점심 제공 받으니 식대 오만원
누가 일년 단위 계약직 보일러공의 임금을 물어오면 짐짓 그렇게
상기의 금액을 덧붙여보기도 하는 것이다.
060630
어느날 어떤 사람은 돈경제가 보이지 않는 그림자때문에 지탱하는 것이라 한다. 안해(옆지기든 상관없으리라, 맞벌이면 또 빈공간을 메우는 흔적들)의 아이들의 끊임없는 값을 매기지 않는 경제행위때문이라한다. 그 간극이 너무도 켜져 시선도 돌리지 않고 있는데. 그렇게 지불하지 않는 비용으로 치자면 나는 적자인생이다. 아이들이 타주는 커피한잔, 녹차한잔, 팥빙수에, 매일매일 모텔비에 식대를 동일하게 지불함에도 그렇지 않다. (어쩌면 벌어들이는 돈으로 턱도 없을지 모른다. 단 값을 매기지 않다뿐이다. 그 희생으로 인한 고리가 자본주의를 돌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력?은 대단하지 않은가? 또 불온하지 않은가?)
이 사실이 안해와 아이들에게 알려질까 두렵다. 내가 지불하거나 지불해야 할 비용-권력을 빙자해 행사한 불합리는 적자일 것이다. 평생 갚아도 갚지 못할 액수라면 어찌하랴. 어쩌면 불필요한 돈벌이로 서로를 축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일로 내몰리고 건강의 반대편으로 내몰리고, 쉬지 못해 내몰리고... .. 지불하지 않는 비용으로 돈을 벌어봄직도 하다. 가족모두 풍성하게 돈벌 일이 많음에도 남돈(일터)만 벌어줘 서로 축내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자본주의 사회라면 모든 행위를 돈으로 환산해야 맞는 것이리라. 그림자라고 당연한 듯, 당연히 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관계를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서로에게도 좋지 않은 것이라는 것을 몸소 알고 있음에도, 중독된 몸은 익숙한 것으로 발걸음한다.
공용의 가치 회복을 위한 노력은 나를 위해서도 사회를 위해서도, 미친 듯 달려가는 자본을 위해서도 아직까진 좋은 일은 아닐까
* 독서 흔적 0512 32권, 0601-0606 90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