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고 하찮은 것이 - 안도현
아주 작고 하찮은 것이
내 몸에 들어올 때가 있네
도꼬마리의 까실까실한 씨앗이라든가
내 겨드랑이에 슬쩍 닿는 민석이의 손가락이라든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찾아와서 나를 갈아엎는
치통이라든가
귀틀집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라든가
수업 끝난 오후의 자장면 냄새 같은 거
내 몸에 들어와서
아주 작고 하찮은 것이
마구 양푼 같은 내 가슴을 긁어댈 때가 있네
사내도 혼자 울고 싶을 때가 있네
고대광실 구름 같은 집이 아니라
구름 위에 실컷 웅크리고 있다가
때가 오면 천하를 때릴 천둥 번개 소리가 아니라
아주 작고 하찮은 것이
내 몸에 들어오면
나는 견딜 수 없이 서러워져
소주 한잔 마시러 가네
소주, 아주 작고 하찮은 것이
내 몸이 저의 감옥인 줄도 모르고
내 몸에 들어와서
나를 뜨겁게 껴안을 때가 있네
(일*)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일터일로 많이 힘들어했는가 보다. 별것아니라 했는데, 사소한 몇마디와 불화가 양푼같은 가슴을 긁어대고, 소주를 들이붓고 몸은 술독처럼 나뒹굴어지기도 하고 제법 힘든 나날인 것 같다. 일이 곪아 퉁퉁부어 있는 걸 몰라, 개울가에 비친 내 모습으로 일의 상태를 확인해내곤 힘들다는 표현을 하고 다닌다. 지난 명절 얕은 술에 하루를 자고, 운동으로 기력을 회복한 지금에서야 조금 무엇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긴다. 050908-050916
책도 달림도 이야기들도 맘속에서 시들해져버릴 정도로 버거워했는 것 같다.
(참*) 연* 문제로 시달리다. 아직도 진행형이지만 30대 중반 친구의 내부문제로 고민을 보탠다. 안개정국이다. 나아가지도 물러서지도, 그저 조금씩의 움직임만 바라며 말이다.
(학*위) 신임교장과 회식이 있었다. 한 운영위원은 지난 일들이 서운했던지 연신 술을 따르며 냉정하다는 표현을 재삼재사 이야기한다. 동참주와 푸념을 한참 들어주었는데, 결국 2차에서 다른 분과 논쟁이 오갔다는 전갈...수습차 자정에 나가서 간신히 서로의 푸념들을 떼어 놓는다. 한 당원과 마무리하다가 새벽녘이 되어 돌아오다. 050908
(학*위) 학군조정 문제로 예사롭지 않다. 결국엔 집값, 손익에 귀결되어 움직이지 않을까? 제 자식만 챙기고 온갖 배운 지식을 편집증적으로 집어넣지는 않을런지? 사뭇 걱정된다. 운영위 일이 아니라고 말하였지만, 인터넷 정보검색을 하다 더 더구나 아니다. 알려고 하는 정보가 결국 소외된 사람들에게 해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일체의 검색을 멈추었다. 결국 이 일로 아이들이 배우는 것은 이해관계에 몰입하는 부모의 모습이 각인될 것이다. 그것이 평생교육에 있어 얼마나 좋지 않은 모습인지 알기나 할까? 눈앞에 제 자식과 제 집값에 눈이 멀게 되는 것은 안중에 있게 되는 것일까? (일복도 터졌다. 신임학*장도 복이 없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