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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소녀의 탄생 - 1950년대 여성 독서의 문화사
김윤경 지음 / 책과함께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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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이유로 이 책을 샀던 것일까. 왜 박사졸업논문처럼 보이는 책을 읽었을까. 그냥 호기심이었다고 하자. 들여다볼 만한 이야기인데 좀더 에세이버전을 기대했던 것 같다. 주제는 여전히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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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책을 읽어왔고 앞으로도 읽겠지만 단 한번도 책을 읽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거나 누군가에게 찍힌 적은 없다. 잘하지는 못했지만 공부도 오래 했고 변호사로 일을 하고 있으니 나에겐 무엇인가를 읽고 쓴다는 건 그저 일상의 모습일 뿐이다. 


지적인 열등감과 관심병자의 행보를 보이는 모씨가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우연을 가장하여 굳이 사진에 담아서 곳곳에 뿌린 것을 보니 드는 생각이다. 


공부도 잘했고 부잣집에서 태어서 고생이 뭔지, 어렵게 산다는 것이 뭔지 모르는 그가 왜 이다지도 심한 관심병과 인정욕구에 시달리는 것일까. 충분히 높은 자리까지 갔고 지금 나와서 로펌에 들어가도 좋은 대우를 받을 것이며 이러니 저러니 말이 많은 아이들은 어쨌든 현재 명문에서 수학 중이며 배우자는 국내 최고의 로펌에서 일하고 있고 모르긴 해도 돈도 아주 많을텐데. 무엇이 이자의 문제일까. 


글이 무척 찰지고 나이가 든 느낌이라서 통통 튀는 듯한 글보다 훨씬 더 정겹게 눈에 들어온다. 책값이 다른 것들에 비해서는 훨씬 싸다고는 하지만 돈이 없으면 그 싼 책을 더 싸게 사야하니 헌책의 매력은 일단 가격에서 나온다고 본다. 여기에 물성으로써의 책을 말한다면 헌책은 새책 한 권의 값이면 여럿을 살 수 있으니 읽는 것 못지않게 사들이는 것을 즐기는 많은 독서인들 중에는 헌책을 훨씬 더 선호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인천에서 자란 저자는 책으로 밥을 먹는 사람인데 글에서 보이는 그의 나고 자람과 살아온 과정이 만만하지는 않았음인데 어쩌다가 책을 만드는 것을 업으로 하게 되었을까. 이 노틱한 글을 쓴 사람은 아무래도 나보다 한두 살은 어린 것 같다. 우리들의 십대의 후반까지는 인천의 다운타운이었던 동인천의 대한서림, 양키시장, 애관극장 등 반가운 곳들을 추억할 수 있었다. 


아벨서점의 경우 나이가 많이 들어서 알게 되었지만 늘 헌책을 생각하면 그리운 곳인데 한국에 살던 시절엔 따로 헌책방을 찾아다닐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이 아쉽다. 아마 학교에서 집까지 빨라도 버스로 한 시간, 여기에 학교건물에서 제물포역전의 버스정류장까지 15-20분은 족히 걸려 걸어서 내려오는 짓을 매일 하느라 가급적 집으로 가는 방향의 서점에서 책을 찾았기 때문. 반대방향으로 가야 하는 배다리골목을 갈 생각은 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일찍 헌책과 헌책방을 만났더라면 책값을 많이 아낄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약간의 아쉬움, 그보다 더한 건 많은 멋진 공간들, 그리고 어쩌면 기연을 통해 만났었을지도 모르는, 십대나 이십대의 내가 무척 많은 걸 배웠을지도 모를 인연들을 놓쳤다는 것. 



소설도 에세이도 다 좋은 줌파 라히리의 책. 여럿을 예전에 사두고는 꽤 오랬동안 열지 못하다가 엊그제 일하기 싫은 날이 이어지는 와중에 읽은 한 권. 거의 끝까지, 아니 역자의 글을 읽을 때까지 난 이 책이 에세이라고 생각하면서 읽었다. 너무도 저자의 삶이 많이 묻어나오는 탓도 있었고 꼭지마다 조금씩 다른 이야기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읽으면서 영국의 도시 어딘가의 거리, 교복을 입는 학교, 그보다 더 많이는 이탈리아의 도심, 카페 같은 곳을 계속 떠올렸다. 저자가 가르치고 있는 프린스턴은 제대로 된 모습을 모르기도 했고 프로비던스주의 모습이라고는 도통 상상할 수 없었기에 미국의 그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지난 연말에 돌아가신 서경식선생처럼 줌파 라히리도 소속과 언어가 origin과 태어나 살아온 곳, 공부한 곳, 살고 있는 곳이 뒤섞여 한 곳에서 태어나 살아온 사람과는 다른 비전으로 세상을 보고 있는 것 같다. 잔잔하면서도 치열한 글이 좋다.



먹는 것, 움직이는 것, 등등 무병장수에 중요한 많은 것들 중에서 community와 사람과의 관계에 포커스한 이야기. 책에서 비판하는 양양제과용, 운동과다, 건강한 음식에 대한 집착만큼이나 저자는 사람들과의 교류와 community의 결속에 큰 점수를 준다. 결국 data를 어떤 방식으로 얻었는지 어디에 집중한 것인지 등 리서치라는 것의 내재된 이슈가 있어 약간은 비판적으로 받아들여도 좋은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운동이나 영양제, 식단관리처럼 여기서 중요시되는 것들 또한 결국 causation과 correlation을 혼동 혹은 혼용하는 사례가 있을 것 같다. 전체적으로는 충분히 공감하고 참고할 의견이지만 따라서 이를 무조건 신뢰하는 건 옳지 않다고 본다. 많은 것들이 그러하듯이 balance해서 듣고 실천하는 것이 좋겠다. 운동, 음식, 영양제일부, 여기에 사람들과 관계와 교류가 중요할 것이니 무엇이 다른 무엇보다 더 혹은 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말자. 


의욕이 너무 떨어진 한 주를 보냈다. 해야하는 일만 겨우 처리하면서 하루씩 버틴 것 같다. 다음 주는 더 나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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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깨비 2024-05-17 09: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예전에는 아주 저렴한 가격의 낡은 헌책을 샀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책곰팡이가 무서워져서 (곰팡이 핀 책 모르고 잘못 들이면 다른 책에 옮는건 아닌가 걱정이 되서) 알라딘 중고책 최상등급까지만 주문합니다. 구더기가 무서워 장을 못담그고 있지요... ㅠㅠ 그래서 책값이 부담스럽지만 나름 덜 사고 (두번 세번 아니 수십번 고민하고 주문합니다), 더디게 사고 (당장 읽고 싶은 신간이 나와도 중고로 나올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리고 빨리 읽고 (바로 여기가 보틀넥입니다..) 다시 되팔아 또 사고 그러는 중입니다.

transient-guest 2024-05-17 10:26   좋아요 1 | URL
곰팡이는 진짜 무섭죠. 사실 헌책방에서 한 권씩 살피면서 사면 그런 걱정을 안하겠지만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어떤 책이 걸릴지 알 수가 없겠네요. 저는 산 책은 가급적 갖자는 주의라서 나중엔 모르겠지만 지금은 팔고 있지는 않습니다. 갈수록 책이 비싸지고 있는 것도 그렇고 해서 점점 조금씩만 사려고 합니다. ㅎ

stella.K 2024-05-17 1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변호사님이시군요. 근데 왜 전 사업하신다고 알고 있었을까요? ㅠ
지난 몇년 사이 책값이 많이 비싸졌더군요. 그래서 저도 중고샵을 주로 애용하고 있습니다. 중고샵없었으면 어떻게 할 뻔했나 싶어요. 아무튼 헌책 읽고 싶네요. 언제고 중고샵에서 발견되면 한번 읽...ㅎㅎ

transient-guest 2024-05-17 10:29   좋아요 1 | URL
제가 자영업이란 표현을 많이 써서 그러신 것 같아요.ㅎㅎ 사실 큰 회사도 아니고 저 혼자 일하는 개인오피스라서 그냥 장사하는 기분으로 일합니다. 헌책방에서 한나절 책을 보면서 하나씩 골라잡는 재미를 다시 느껴보고 싶네요. 가급적이면 바깥이 추운 겨울, 그래서 따뜻한 난로가 있는 서점 안이 좋은 그런 계절에 말이죠. 가면 화평동냉면을 한 그릇 먹고 슬슬 걸어서 아벨서점으로 가려고 합니다. ㅎㅎㅎ ‘아무튼 시리즈‘가 있어서 관심가는 걸 가끔 구해보고 있어요.

추풍오장원 2024-05-17 11: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사법시험을 할까 행정고시를 할까 고민하다가 법관 되지 못할거면 그냥 행정고시로 가자 싶어서 행시치고 공직생활 중인데 가보지 못한 변호사의 길도 궁금합니다...ㅎㅎ

transient-guest 2024-05-18 01:24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저는 미국변호사라서 한국과는 좀 다를 것 같고 또 개인 practice라서 로펌 등 조직생활과도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혼자 일하다보니 조직생활이 궁금한 것이 많습니다. 여기도 K공기업들도 많이 나와있는데 행시출신은 뵌 적인 없네요. ㅎ

나와같다면 2024-05-17 21: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타워팰리스에 사는 한 위원장이 왜 굳이 서민들이 오가는 공공 도서관에 가서 SF 소설책을 펴들고 앉아 있었을까?
조용히 집에서 책을 읽으면서 진정한 사색을 해보면 어떨까요? 아, 윤석열 대통령이 버리고 갔다는 책들을 한 전 위원장에게 선물해 줬으면 좋았을 뻔했습니다

transient-guest 2024-05-18 01:27   좋아요 0 | URL
원래 선물하려고 추려놨다가 총선 후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버린 건희??? ㅎㅎㅎ 그 똑똑하다는 머리가 왜 이렇게 구린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모르겠어요. 요즘 세상에 그렇게 사진이 찍혀서 올려지면 누가 우연이라고 믿을까요? 보이는 것에 집착하는 사람 같습니다. 전에 집무실도 그렇고 뭔가 남이 자기를 이렇게 봐주었으면 하는 모습을 자꾸 project하는 것 같아요.
 

등/이두. 오늘쪽 어딘가에 살짝 담이 와서 살살. 39분 337칼로리

실내자전거 1시간 5분 16.23마일 500칼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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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헌책 - 책에 남은 흔적들의 우주 아무튼 시리즈 65
오경철 지음 / 제철소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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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찰지고 익은 느낌을 받았는데 저자의 나이를 이런 저런 사연으로 추리하니 나보다 적어도 한 두살은 어린 것 같다. Before Sunrise를 본 당시 저자의 나이가 힌트. 아벨서점과 헌책의 이야기가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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