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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후
조지 프리드먼 지음, 손민중 옮김, 이수혁 감수 / 김영사 / 2010년 1월
평점 :
표지에서 뭔가 있어 보여서 구입한 이 책은 저자가 매우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출판사의 선전문구를 제외하고 보면 너무나도 미국 중심적으로만 미래를 예측했다고 생각되기에 객관성이나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느낀 책이다. 시간 나는 틈틈이 읽다가 얼마전 집으로 가는 비행기를 기다리는 공항에서 약 1시간 정도에 모두 끝낼 수 있었다.
저자의 기본적인 분석의 근간은 미국의 역사라는 것이 50년을 주기로 반복되는데, 미국은 전 지구에 여향을 미치는 가장 강대한 나라이며, 미국 또한 본국의 안정을 위하여 전 지역을 미국 안정화에 가장 최적한 상태로 묶어두기 위하여 활동하기 때문에 이 50년 주기는 또한 세계 곳곳의 정세와 맞물려 영향을 주고 받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기본원리를 바탕으로 2010년부터 약 100년 후의 세계정세를 예측하고 있는데, 앞서 말했듯 다분히 억지를 부리는 듯 하다. 물론 그건 책을 읽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이 책에서 보이는 저자의 관점은 어느 부분 물론 나와도 일하는데 예를 들면 중국에 대한 미국의 시각이 새로운 super-power의 대두에 대한 경계라는 부분이다. 대중국무역이 한창 시작되던, 중국을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또는 시장으로 온 동네가 시끄럽던 시절부터 내가 누누히 말해왔던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구체적인 관점의 풀이나 전개 및 예측은 나와는 많이 다르다고 하겠다. 저자에 따르면 중국은 앞으로 더 심하게 분열될 것이고, 이권을 위한 일본의 중국개입과 진출이 이에 맞춰 심화되는 과정에서 미국의 태평양 및 동아시아에서의 의도와 충돌하여 종국에는 터키 - 다른 지정학적인 이유로 친미국가에서 반미로 변한다고 함 - 등과 손잡고 전쟁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부분이다. 나는 이 부분을 특히 매우 심함 사건분석의 굴절로 보았는데, 저자가 그의 결론에 다다르기 위해 간과하는 사실 또는 현상들은:
1. 일본은 매우 친미적이고, 대중국정책 및 그들의 아시아적 이권을 위해 미국이 원하는 일에 일익을 담당하고 싶어할 수도 있고, 늘어나는 군사비용경감을 위해서 특히 미국과 일본이 동아시아의 정치외교에서 더욱 긴밀하게 손잡을 수도 있다는 점.
2. 중국이 이 상태로 분열되지 않고, 좀더 강한 결속을, 특히 최소한 한족이 장악하고 있는, 청나라 이전의, 진정한 의미에서의 중국의 결속을 꾀하여 경제위기에서 정치적인 위기로 이어지는 분열 위기를 극복할 수도 있다는 점.
3. 전 세계의 자본이 통합되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모든 전쟁, 정치, 외교, 및 관련 정책수립의 주축이 되는 대형의 전 지구적인 자본세력의 위기 억제노력 혹은 이익을 위하 단기간의 쟁의심화노력.
등이라고 생각한다. 즉 세계정세의 전개는 매우 복잡하고 불특정하기 때문에 저자의 예측은 여러 가지의 대전재를 바탕으로 이루진 것이며 여기서 축이 되는 몇 가지의 가설을 누락시키기만 해도 저자의 예측은 매우 많이 빗나갈 것이란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내 견해로 볼때, 저자의 이러한 "오류" 내지는 "억측"은 많은 부분 21세기의 세계를 1950년대 이후 세계를 지배한 냉전, 즉 대립적인 관점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저자의 말대로면 세계 각국은 상생보다는 극하는 위치에서 서로를 바라보면서 반목과 화친을 반복할 것이고, 이에 따라 주기적으로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적, 또는 반대의 경우로써, 그리고 이를 미국의 이해에 따라 해석하여 세계 구조가 재편을 반복할 것인데, 나는 이와는 반대로 세계사가 흘러갈 가능성은 훨씬 더 높다고 생각한다.
저자의 오류와 억측 및 상당히 잘못된 세계 각국의 분석은 책 곳곳에서 나오는데, 예를 들면 일본에 대하여 "일본은 유능한 지배 엘리트와 고도로 훈련돼 엘리트를 따를 준비를 갖춘 집단을 보유하고 있다"라는 부분이다. 이 분석은 매우 심하게 일반화된 일본에 대한 저자의 혹은 서구적인 관점에서의 분석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일본의 정치체계는, 최소한 현대민주주의의 관점에서 보면 매우 underdevelop되어있다. 이 나라의 의원직은 막부시대와 비슷하게 반 세습제로 유지되고 있는데, 이를 다시 탄탄하지만 매우 경직된 섬나라 특유의 관료 시스템이 떠받치고 있다. 과연 이들이 얼마나 "유능한"지는 모르겠다. 많은 선진국들처럼 일본에도 유능한 정치인들이 있고, 그보다 더 많은 다수의 무능한 인물들이 자리보전을 하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일본국민은 "고도로 훈련돼 엘리트를 따를 준비를 갖춘 집단"이 아닌, 국민성에 의거하여 개인보다는 다수를 따르는 경향을 보일 뿐이다.
물론 저자는 많은 자료의 검토와 분석 및 상당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의 느낌으로는 어떠한 분석적인 결론을 이미 정해놓은 상태에서 저자의 관점과 입맛에 맞는 자료들을 그 의도에 맞게 분석하여 얻어진 결과를 토대로 이론적인 증빙을 하였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같은 사건사실도 의도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고 증빙될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저자의 특정 의도에 따른 자료의 취사선택 및 분석에 따라 나온 결과물 같고, 이는 이 책의 순수성을 많이 떨어뜨린다.
통계학적으로 2050년까지는 살아있을 확률이 높으니만큼, 저자의 말이 과연 맞는지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