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시대 - 에릭 홉스봄 자서전
에릭 홉스봄 지음, 이희재 옮김 / 민음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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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기에 불의와 싸워야 한다는 그의 말에 감동 받음! 필독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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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시작된 금융가에 대한 대중의 분노가 월가점령을 넘어, 대도시를 중심으로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미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한 다수의 민주당 지도자들이 이들의 Civil Disobedience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가운데, 여러가지 생각을 해 보았다. 

우리 시대는 분명 그 어느 때보다도 생산력과 기술력이 높은 때이고, 이를 이용하면 지구 전체를 먹이고도 남을 재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아니 이미 그 이상을 해내고 있다고들 한다.  그런데, 왜 우리 절대다수는 계속 가난해지고 있는 것일까?  왜 전 세계적으로 중산층의 폭이 점점 줄어들고, 양극화는 더욱 심해지는 것일까?   

혹시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는 '비생산적'인 재화가 그 이유가 아닐까?  옛날에는 100의 재화가 생산되면 100이 모두 시장에서 돌고 돌았다.  이에 따라 값이 폭등/폭락하던 것을 정부가 적절히 개입하여 안정을 주는 법적 장치를 만들고, 특히 힘으로 시장을 조작할 수 있는 세력에 대한 규제를 하여왔었다.  그래서 100의 재화가 시장에서 풀리고, 시장에서 소비되어 왔었다고 본다.  (매우 일반적인 생각이지만).  그러다가 주식이라는 것이 생기고, 이때부터는 100의 재화가 생산되면 (정확한 수치는 모르겠지만), 일부는 시장에서 풀리고, 일부는 주식시장에서 거래되기 시작했다.  초창기만해도, 이런식의 거래가 시장에 그리 나쁘지 않았던 것이 어짜피 현물에 대한 베팅이었기에 총 생산량에 대한 거래형태만 시장/주식으로 분류되었던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자본의 국경이 없어지면서, 더 큰 돈을 벌고 싶었던 금융세력은 각종 로비를 벌여 국가의 법/제도적 장치를 deregulate시켜온 결과, '파생상품'이라는 것이 버젓히 거래되기에 이르렀다.  이로인해, 100의 재화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그 자체로는 아무런 가치를 지니지 못한 것들이 베팅되기 시작했으니, 100의 생산이 1000, 나아가서는 10000의 virtual value를 가지고 거래되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재화의 상당량이 실생활로 재투자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가지고 있지 않은, 즉 생산되지 않은 '개념상재화'에 돈이 몰리고 거래가 된 것이다.  이 결과, 소수는 큰 돈을 벌었지만, 절대다수는, 다수에 투자되어야 할, 환원되고, 재거래되어야 할 재화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졌고, 생산되지도 않은, 그런데, 없어진 자리에 마이너스 숫자만 남은 쓰레기들까지 떠맡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파생상품'은 아무런 가치도 없는, 그야말로 도박인 것이다.  비슷한 예가 옛날 일제시대의 한국에서 있었는데, 주식시장에서 (쌀거래를 바탕으로 하였기에 '미두'라고 했다) 밀려난 사람들이 주식의 up and down에 베팅을 하였고, 이 거래가 커지자, 본판이 아니라 숫제 돈을 여기에 베팅하여 거래한 때가 있었다고 하는데, 이 up and down에 베팅하는, 즉 주식자체가 아닌, 것이 파생상품의 개념이라 하겠다.   

이런저런 장난질로 돈을 싹 쓸어담은 금융가와 석유-군산복합자본의 횡포가 극에 달한 이 시기를 보면서, 그래도 계속 deregulation을 외치는 가카스런 사람들과 tea party스런 꼼수들이 밉다못해 측은하기까지 하다.  약자는 보호받아야하며, 절대다수는 절대약자이기에 법제적 장치를 통한 일정부분의 통제와 가이드가 필수라는 것은 지난 십년간을 돌아보면 알고도 남는다.   

우리 모두 조금 더 똑똑한 다수가 될 수 있었으면 한다.  모두 한번 가서 보시길 

http://www.youtube.com/watch?v=VdZeW9vG1xg  트윗에 올라오는 걸 보았는데, 우리 모두가 이런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는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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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읽기의 즐거움 - 한국고전산책
정약용.박지원.강희맹 지음, 신승운.박소동 옮김 / 솔출판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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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지식인들 여럿의 글을 현대적으로 풀어서 우화로 모아놓은 책.  단순하지만, 깊은 지혜를 볼 수 있었던 글 모음인데, '문외한들이 우리 고전을 들여다볼 수 있는 조그만 창문의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면서' 편집된 우리의 고전 이야기들이다.  몇 부분에서 밑줄 그은 부분을 발췌하여 알리고자 한다. 

1. '자득의 묘' - 지혜란 배워서 이르는 데는 한계가 있는 법이어서 스스로 터득함이 있어야 되는 것이다...남에게 배운 것은 한계가 있게 마련이지만 스스로 터득한 것은 그 응용이 무궁한 법이다. 

2. '낚싯바늘에 매달린 도' - 가르쳐줄 수 잇는 것은 법...가르쳐줄 수가 있다면 그것은 묘라고 할 수 없는 것... 

3. '난하의 교훈' - 마음이 깊은 사람은 보고 듣는 것 때문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것이고, 반대로 보고 듣는 것에 따라 마음이 흔들리는 사람은 보고 듣는 것이 분명하면 할수록 그것이 도리어 병통이 되는 것이다. 

4. '병귀와의 논쟁' - 기거를 규칙적으로 하고, 춥고 더운 기온 변화에 알맞게 대처하며, 음식을 절제하여 먹고, 욕심을 줄이며, 생각을 적게 해서 정신이 흐트러지지 않고, 혈기가 왕성하며, 오장이 튼튼하고, 육맥이 고르게 된다면 나 (병)는 허둥지둥 물러가기에도 바쁠 (것) 

5. '영리한 나뭇꾼' - 대개 많은 이익을 얻으면 화의 근원도 깊고 빨리 공을 얻으면 잃는 것도 빠른 법...좋은 나무란 위험이 도사린 높은 곳에 있습니다.  이익에 눈이 멀면 위험한지를 모르게 되며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더욱더 위험해지는 법 

이후에도 좋은 글이 많았지만, 일부는 유가에 통용되거나 너무 옛스러워서 눈에 깊이 들어오지는 않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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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의 시대 - 에릭 홉스봄 자서전
에릭 홉스봄 지음, 이희재 옮김 / 민음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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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홉스봄은 로쟈님의 책의 인용을 보고 관심을 갖게 된 학자인데, 얼마전 서점에서 보고 사버렸다.  상당히 긴 책인데, 어떤 분의 리뷰를 보면, '상당한' 인내가 필요한 책이라고도 한다.  살짝 공감하는 바, 홉스봄의 어린 시절, 그리고 청장년시절의 이야기, 내지는 중요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외의 많은 서술은, 문장 하나하나를 뜯어볼때 좀 길다.  나도 지양하는 글쓰기이긴 하지만, 실천은 어려운 것이 바로 한 문장을 짧게 원하는 것만 쓰는 것이다.  이는 서양식의 글쓰기에서는 올바른 쓰기의 표본처럼 배운 (난 대학교/로스쿨을 통털어) 것인데, 홉스봄은 이를 가볍게 무시하고 원하는 식의, 다소 긴 서술로, 자주 문장을 두어번씩 읽게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여러 사람의 관심을 받는 책, 나아가서 작가라면 무엇인가 내공을 있을 것인데, 후반부로 가면 나오는 일종의 시대적 총정리를 보면, 그의 깊은 사고와 지혜가 녹아나온다.  특히 기득권보다는, 다수의 약자를 옹호하는, 변절하지 않은 참 지식인의 모습이, 내가 본 다양한 '교수'들과는 너무도 달라 보였다.  그의 유럽에 대한 고찰, 미국에 대한 이야기는 이 책이 쓰여진지 거진 1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상당한 현실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참 지식인의 혜안이라는 것은 이렇듯 놀라운 것 같다.  '이제 미국은 세계 질서의 하나밖에 없는 보호자를 자처하면서 누가 세계를 위협하는지도 자기 혼자서 정의했다...21세기는 어둑한 땅거미와 함께 시작되었다' 

또한 현 시대의 역사왜곡, 우리로서는 특히 민감한 중국의 역사공정이나 일본의 과거부정 내지는 회귀는 앞으로의 남은 21세기를 위협하는 불씨가 될 터, 그는 '낡은 체제가 허물어지고 낡은 정치 형태가 사라지면서 새로운 국가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새로운 체계, 국가, 민종 운동, 일체감을 느끼는 집단의 입맛에 맞게 새로운 역사를 생산하는 것은 세계적 산업이 되었다...언론에서는 대중의 구미에 맞춘 국민사, "역사 유산", 고대인의 복장으로 꾸며진 놀이공원을 통해 거기에 부합되는 역사를 날조하여 더욱 부채질한다." 라는 말로 이를 예견한 것이다.   

이전부터 있어왔고, 앞으로도 쭈욱 있을, 현 정권하에서 그야말로 백귀야행이 무색하게 날뛰고 있는 가짜 역사학자, 언론인, 지식인, 박사, 등이 부화뇌동하면서 자발적으로 또는 무엇엔가에 사로잡힌 듯이 나라의 역사를 뒤집고 재단하고 짜맞춘다.  극도의 일본계 정권의 시대라고 한 100년 후의 역사학자들이 정의할 현 administration은 이렇듯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해온 fact, 역사의 진리조차 '반공'과 '개신교'라는 거죽을 씌워 친일파 앞잡이들, 만주군 출신, 고등계 형사, 헌병보조원, 외 모든 친일 지식인들을, 역사에사 추방해도 모자랄 사람들을 모두 원로로 둔갑시키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계속 따지고, 학습하고, 발전하며, 행동하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 노학자가 평생 그래왔듯이 자신의 신념을 지키면서 말이다.  '...시대가 아무리 마음에 안 들더라도 아직은 무기를 놓지 말자.  사회 불의는 여전히 규탄하고 맞서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세상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자신의 몸을 던져 싸워온 모든 분들, 그리고 지금도 싸우고 있는 모든 분들에 깊은 경의를 표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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빡세의 무규칙 여행기
박민호 글.그림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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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명이 'Paxe'인 박민호 작가의 첫 책인데, 지금은 'new season'으로 네 번째 시즌을 연재하고 있는 그의 만화판 여행기이다.  특별한 정보나 거창한 화보, 또는 철학적인 고찰 (왜 여행을 가면 철학적이어야 하는걸까?)로 가득찬, 내게는 조금은 진부한, 그런 것들은 하나도 없다.  이 책은 그저, 한 젊은이가, 직업적인 이유로 조금은 느슨한 스케줄덕에, 눈을 뜨면 일어나서 어디론가 다녀온 그런 이야기들일 뿐이다.  야후카툰에 연재된 첫 시즌을 모았는데, 2007년의 작품이다.  그래서 그런지 아무래도 표현이나 이것저것 조금은 유치한 감도 없잖지만, 이를 자양분으로 하여 무럭무럭 성장한 작가는 시즌 2, 3, 그리고 new season까지 계속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 보기에 좋다.   

멀리 바다건너, 하다못해 동남아라도 나가야 여행인 것이 되어버린 지금에는, 이렇게 자기가 사는 도시, 우리나라 이곳저곳을 비교적 착한 값에 돌아다니는, 아기자기한 여행이 그립기도 하다.  물론 외국도 다녀봐야하겠지만, 반대로 이렇게 쉽게 다닐 수 있는 곳이 많은데, 우리의 마음, 그리고 현실때문에 즐기지 못한다는 사실은 뼈저리게 아쉽다.   

이래저래 재미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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