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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신화와 성서의 무대, 이슬람이 숨쉬는 땅 ㅣ 타산지석 4
이희철 지음 / 리수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전혀 특별할 것이 없는 터키에 대한 안내서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구매동기는 일종의 가벼운 여행책자를 읽고 싶은 마음에서였는데, 전혀 엉뚱하게 터기의 역사와 관련이슈에 대한 책을 사고 말았다. 뭐 가벼운 내용이긴 했고, 나름대로 내가 모르던 사실들을 읽게 되어 그리 나쁘지는 않았지만 읽는 내내 뭔가 찝찝하고 불쾌했다. 왜였을까?
자주 앞서의 문장이나 표현을 바로 다음 페이지나 장에서 repeat하기는 했어도, 그리고 뭔가 좀 있어보이기 위한 책인 것을 팍팍 느끼게 해주었음에도 찝찔할 것 까지는 없었다. 자꾸만 터키와 우리를 "혈맹"이라고, 3년간의 동란 때 함께 싸워주었다고 강조하는데서 살살 기분이 이상했다. 엄밀히 말해 비극적인 전쟁이었고, 외세를 등에 업은 불필요한 전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와서 단지 "중공군"과 "소련군"을 상대로 싸워주어 "혈맹"이라고 자꾸만 강조를 하는 것이 심히 거슬릴 무렵.
저자의 정치성에 대한 의심을 confirm시킨 한 표현이 눈에 들어왔으니 바로 5.16에 대한 묘사였다. 저자는 터키의 군부를 언급하면서 "사랑받고 존경받는"이라는 말로 군부의 정치개입을 존경스런 눈으로 바라본다. 그러면서도 황급히 터키 군부는 쿠데타 (저자의 말에 따르면 혁명이란다)로 정치판을 한번 뒤짚고 바로 민정이양을 했다는 것으로 정당성을 부여하는 듯 하다. 그러다가 결국 일을 저지르는데, 뭔가 동일시하고 싶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의 4.19혁명과 터키의 5월 민주혁명 그 뒤 각각 맞은 군부의 개입을 이야기하면서 터키 군부주도로 일어난 "혁명"과 같이 한국에서도 5.16의 군사혁명이 있었다고 표현한다. 무려 혁명이란다.
난 도대체 4.19와 5.16이 같다는 사람, 대한의열단과 탈레반이 결국 같다는 사람, 이런 류의 사람들의 정신상태가 궁금하다 (아니 궁금하지도 않다). 물론 정치/역사는 개인의 의견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이야기로 풀어질 수 있다. 하지만, 5.16이 군사혁명이라는 발언은 그야말로 발로 한 말이 아닐까 싶다. 심지어는 박씨의 암살사망 후 전씨가 다시 12.12사태로 정권을 잡은 것을 가지고 군부의 개입이라는 완화로 "혁명"의 뉘앙스를 풍긴다.
저자의 약력을 보고 나니, 약간 이해가 가긴 한다. 그런 머리와 이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하지만, 이런 political incorrectness는 역겹다. 특히 김-노대통령 시절의 개혁정치 (성향이 그랬다는 것이겠지)의 후폭풍에 따른 반동의 세월 (counter-reformation이나 counter-revolution 모두 역사의 과정이다. 이보전진 일보후퇴라고 할 수 있을까?) 에 따른 50-60대의 갑작스런 개념 change와는 다른 무엇인가 끈끈한 것이 느껴지기 때문인것 같다. 외교부에서 오래 계신 분 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자체는 그리 나쁘지 않은데, reference material로써 일독하는 것도 괜찮겠다만, 굳이 이런 내용이라면 제대로 된 터키의 역사책이나 사회탐구에 관한 책을 읽는 것이 더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