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차 그리고 여행 - 어느 날 문득 떠난 무난한 청춘들의 사소한 일본 여행기
심청보 지음, 김준영 사진 / TERRA(테라출판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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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특별하지는 않고, 사진과 잔잔한 에세이로 이루어진 두 남자의 일본 여행기이다. 곁들여지는 사진과 에피소드는 사실 나에게 큰 감동을 이끌어 내지는 못한다. 약 30일간 이어지는 이 투어는 미리 책을 낼 것으로 기획을 하고 만들어진 듯하다. 그렇다고 알찬 여행정보들로 가득 찬 것도 아니고. 소위 화보집 같은 여행기를 겨우 면한 정도의 내용과, 가끔씩 시도한 소설 같은 내용이 있을 뿐이다. 보면 볼수록 출판사의 기획으로 태어난 것 같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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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거미 클럽 동서 미스터리 북스 92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강영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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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엘러리 퀸즈 미스터리 매거진 (EQMM)이라는 미스터리 잡지에 기고 되었던 12편의 단편을 모은 책인데, 추리보다는 공상과학소설로 더 잘 알려진 아지모프의 책이다. 소위 “안락의자탐정”류인데, 독자에게 간단하고 명쾌한 추리운동을 선사한다. 이 책이 더욱 마음에 드는 것은 모든 clue들이 독자에게도 제공된다는 점이다. 그 덕에 나도 등장인물들과 함께 매 편마다 같이 추리를 해 볼 수 있었고, 심지어는 맞추기까지 했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아지모프의 외도라고나 할까?  

이 책을 더욱 재미있게 하는 것은 최근에 운 좋게 구입하여 읽은 아지모프의 자서전 - 헌책방 logos에서 출판되기 전의 리뷰어용 카피를 구해서 읽었다 - 에 모든 behind story가 나와있기 때문이다.  물론 흑거미 클럽을 읽고 한참 후에 알게 된 것이지만, 이 소설의 구성인물들이 모두 실제 인물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매우 재미있다.   

아지모프는 천재적인 유태계-러시아계 미국 작가인데, 죽을 때까지 거의 500여편의 책을 저작 또는 편집한 것으로 알고 있고 관심분야도 공상과학, 추리소설, 과학, non-fiction등 여러 장르에 걸쳐 있었던 20세기의 대작가이다.  한글로 번역된 다른 책들과 구매가 가능한 영문 책 모두를 구해서 나중에 책장 하나를 아지모프의 책으로만 채워보고 싶다.  500여편이면 6단짜리 책장 하나로도 부족할 것이다만 그 과정이 매우 즐거울 것 같어 벌써 마음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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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불빛의 서점 - 서점에서 인생의 모든 것을 배운 한 남자의 이야기
루이스 버즈비 지음, 정신아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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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바로 이 순간 죽는다면 남길 것은 책밖에 없다. 그들만이 남아 남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내가 지향하던 미래를 보여줄 것이다.

책을 사랑하고 읽고 모으는 나로써는 이 책과 같은 책, 독서 등 서지학에 관한 책은 언제나 반갑다. 가끔씩 다니던 블로그에서 서평과 감상을 보고 이 주말에 바로 구해서 읽었는데, 너무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인 루이스 버즈비는 켈리포니아주, 산호세 출신의 작가인데, 그 이전에 훨씬 전부터 독실한 reader였다. 책 사랑이 워낙 각별했던 그는, 책들과 가까이 있기 위해서 고등학교 때부터 서점에 들어가고 싶어했고, 대학생이 된 후부터 그 꿈을 이루어 뒤로 약 10년을 대형서점과 dot com서점들이 들어서기 전 명망이 높던 Upstart Crow and Co.와 Printers에서 일하고, 이후 7년을 책 외판원으로 일했다고 한다.

이 책의 내용들이 특히 마음에 쏙쏙 들어왔던 이유는 물론 책을 사랑하는 사람의 담담한 회상이라는 점 외에도, 이 책의, 아니 저자의 무대인 산호세와 샌프란시스코, 즉 bay area일대는 내가 미국에 온 후 계속 살아온 지역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job 때문에, 다른 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나이지만, 나의 마음은 언제나 맑고 청명한 북켈리포이아에 머물러 있다. 이 책의 무대가 되는 산호세, 팔로알토, 버클리, 샌프란시스코는 모두 내게 익숙한 도시기에 심지어는 책에서 등장하는 길거리 이름까지도 낯이 익다.

저자는 “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서점에 간다. 아무 서점이고 일단 발을 들여놓으면 그 순간 조용한 흥분에 휩싸인다. 별 이유는 없다”고 말한다. 나 역시 주말이면 언제나 일찍 서점으로 달려가 갓 끓여낸 커피향을 맡으며 미뤄온 시사잡지와 그 밖의 관심분야의 주간지들을 흩는다. 그리고도 여유가 남으면 아침 신문을 읽고 가져간 책을 들여다보며 아직 주말이 많이 남아 있음에 감사한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저자 같은 책쟁이들은 모두 그런 비슷한 점이 있음에 너무 감사할 다름이다. 또한 이 저자는 좋은 책 나쁜 책을 굳이 구별하지 않기에 더욱 맘에 든다.

고상한 책이든 수준 낮은 책이든, 일단은 모든 책을 다 갖춰놓고 있어야 좋은 서점이랑 수 있다저자의 책 사랑이 돋보이는 이 말은 정말 오랜 시간 책을 아끼고 사랑해온 사람만이 할 수 있다. 매우 많이 독서가들이, 읽은 책의 감상문 포스팅을 엮어 등단을 하는 요즘, 그들의 책에도 이런 사랑이 배어 나올 수 있을까? 몇 개 읽어본 바로는 꼭 그렇지도 않은 것이, 이런 책들에는 대부분 누구나 읽어 보았음직한 고전과 베스트셀러의 내용이 대부분인 까닭이다. 진정한 책 사랑은 책 그 자체를 사랑하고 또한 그 책을 펼친 장소와 순간을 사랑하는 것이 아닐까? “이 아늑하고 알찬 공간에 머물 수 있다는 사실이, 군중 속에서 홀로 될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다.”

책을 사랑하는 것이 외롭지만, 세계적인 일이다. “독서는 혼자서 하는 외로운 행위이지만, 세계와 손잡기를 요구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저자의 회상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하지만, 상당히 알찬 서지학과 출판 및 판매산업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이 내용을 저자의 책에 대한 철학과 함께 잘 연관시켜서 이야기를 풀어가기에, 단순한 사건나열이 아닌, 재미있는 한편의 이야기가 된다. 이 책을 통하여 나는 James Joyce의 불후의 명작인 율리시즈의 출판에 얽힌 이야기를 알게 되었고, 존 스타인벡에 다시 한번 관심을 가질 마음이 생겼다.

서점은 나에게 있어 더 이상, 책을 사고, 읽는 공간이 아니다. 서점은 그 존재 자체로도 이 세상의 자유와 평등에 큰 의미를 준다. “서점은 몇 세기에 걸쳐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지켜내는 거점이었다.” 서점은 여러 가지의 책들, 특히 금서로 지정될 뻔한 책들이나, 비난을 받는 책들까지도 모두 갖추어 놓는다. 이는 “아마도 그런 책에 접근할 권리를 봉쇄하는 것은 긴 세월에 걸쳐 어렵게 쟁취한 위대한 자유를 갉아먹는 짓거리로 치부될 터이기 때문이다.

이 책으로 인하여 “우연과 운명의 장난에” 의해 작성된 나의 책 목록과 서점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일단 대형서점이 모두 잠식해 버렸다고 생각한 bay area의 독립서점들이 많이 살아있다는 사실에 무한한 기쁨을 느낀다. 이 책이 출판된 것이 2009년이니까 저자가 나열한 City Lights, Booksmithemddms 아직도 남아 있을 것이다. 내가 즐겨 찾는, 대형서점 외에, Logos나 스탠포드의 헌책방에 이어 가볼 곳들이 더 늘어난 셈이니,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끝으로, 경제적으로 더 독립되고 넉넉해질 무렵에는 본업 외에도 자그마한 서점을 열어보아야겠다는 다짐이 생겼다. 변호사업이 잘 되어 작은 2-3동짜리 건물이라도 마련하게 되면, 내 사무실 외에도, 작은 책방을 차려서, 미국과 한국의 책들을 소개해야겠다. 한국의 책은 방문할 때마다 헌책방에서 대량으로 구입하여 우편으로 부치면 될 것이고, 영문책은 유통을 알아봐야 하겠지만, 재미있고 보람될 것으로 생각된다. 돈은, 자릿세만 나오면 될터이니까 별로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본업인 변호사업으로 벌면 되는 것이니까. 생각만해도 벌써 즐겁다. 이 나의 서점은 주인과 손님이 모두 즐겁기 위한 공간이 될 것이고, 아마도 같은 책을 두 권 찾아보기 어려운 곳이 될 것이다. 아마추어적인 공간이며, 내가 책을 구입하고 즐기기 위한 공간이기도 할 테니까. 가능하다면 작은 카페를 집어 넣고 싶은데, 가능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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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 신부의 지혜 동서 미스터리 북스 111
G. K. 체스터튼 지음, 박용숙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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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특이한 신부와 처음으로 만난 것은 초등학교 1학년 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선물로 받은 “브라운 신부의 모험”이라는 책이었는데, 아마도 판권 없이 3부작 시리즈를 적당히 편집하여 만든 책이었던 것 같다. 신부복장 외에는 이 사람이 신부임을 전혀 알 수 없는 것이, 미사나 성당과는 전혀 상관없이 항상 어디인가를 떠돌아 다니면서 일어나는 이상한 일들에 대한 추리만을 일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은 정통 추리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어떤 사건이 나고, 그 사건에 대한 추리와 해석을 하여 신부의 입을 통한 결론을 독자들에게 보여주는데, 독자들과 clue를 나누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담담한 story telling에 더 가깝다고 하겠다.

앞서 브라운 신부의 동심에서 말했듯이 단편 선집인 만큼 내용에 큰 부담도 없고, 비교적 쉽게 모든 추리가 끝나기 때문에 간편하게 읽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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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남 - 에르메스와 사랑에 빠진 전차남 이야기
나카노 히토리 지음, 정유리 옮김 / 서울문화사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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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디씨인사이드가 있다면 일본에는 2Ch이 있다. 둘 다 모두 양국 최고의 잉여력을 자랑하는 분들로 가득한 사이트라고 한다. 그런데 2005년 어느 날 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22살의 동정남에 연애라고는 해본 적도 없는 오타쿠 청년의 첫 사랑. 잉여인간들의 막강한 지원아래 진행되는 그의 첫 연애.

이 책은 작가가 없다. 2Ch에 올라온 이야기들의 모음집인 까닭이다. 그런데 예전 90년대 말의 엽기적인 그녀처럼 순식간에 일본 열도를 사로잡았다고 한다. 동명의 만화책, 아니메, 영화, 그리고 TV시리즈까지 완전 대박을 친 이 이야기가 실화라고 하니 세상은 정말 살다가도 모를 일이다. 일본인 특유의 집요함과 집중력이 돋보이는 잉여인간들의 지원 덕에 주인공은 마침내 연애에 골인하게 되는데, 책이 나올 초기의 선전이나 유명세에 비해 구성은 상당히 약한 편이다. 영화 등장인물의 사진으로 커버를 하고 나머지는 마치 인터넷 게시판을 그대로 책으로 옮겨놓은 것 같은, 약간은 무성의하게 느껴지는 content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Presentation에 조금 더 신경을 썼으면 좋았을 것 같다.

또한 내가 너무 기대를 하고 본 탓인지, 영화나 이 책이나 그리 재미있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나이가 너무 든 탓일 수도 있겠지만, 뭔가 많이 아쉽다. 하지만, 일본의 히키코모리와 오타쿠의 생활의 단면을 엿볼 수 있었던 책이기도 하다. 상식적으로 누가 게시판에 매일 들락거리면서 남의 연애내지는 망상을 같이 나누겠는가? 책 보다는 게시판에 업데이트되는 즉시 읽으면서 참여를 했더라면, 그리고 나아가서 약간의 잉여력을 자랑하는 사람이었다면 좀더 공감대를 가졌을지도 모르겠다.

살짝 실망스러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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