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나이다 보니 가끔씩 멘토링을 하는 경우가 있다. 아예 작정하고 물어보고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고 술자리나 식사자리에서 이런 저런 고민을 듣고 조언을 하게 되기도 한다.
보통 20대의 후반에서 30대 중반의 동생들과의 자리에서 생기는 일인데 아끼는 후배들이라면 꼭 권해주고 싶은 책이 세 권 정도 있어서 생각난 김에 써봤다.
'부자 교육'은 좀 제목이 저렴한 느낌이다. 'The Simple Path to Wealth'는 어느 정도 기본적인 자세가 되어 있고 커리어를 시작한 20-30대가 읽으면 좋을 것 같다. 복리의 개념, 왜 빨리 시작해야 하는지, 개별종목보다는 안정적인 ETF를 권하고 미국에 국한된 내용이지만 401k나 Roth IRA에 대해서도 잘 설명하고 있는 아주 좋은 책이다. 성공학, 자계서, 투자서적 등 별 책을 다 읽어본 후 지금에 이르러서 내린 결론으로 90%이상은 쓰레기라고 생각하는데 이 책은 timeless하다. 이 책을 읽을 level보다 financially 더 낮은 지점에서 정말 한 발을 디디기 위한 책은 다른 것이 있지만 극우-근본주의 X독으로서의 민낯이 까발겨진 저자라서 권할 수가 없다. 한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같은 건 안 읽어도 좋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YouTube을 통해서 워낙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고 배울 수 있겠지만 아직은 이렇게 책을 통해 직접 소화하는 것이 더 좋다는 생각이다.
가난한 꼬마가 미국의 최고대학교들 중 하나인 Notre Dame에 들어가서 football team에 입단하여 작은 몸집과 부족한 탤런트에서도 불구하고 성실한 practice squad 생활 끝에 마지막 학년의 마지막 게임에 dress up하여 정식으로 출전하고 sideline에서 게임을 보다가 마지막 27초를 남기고 등판할 수 있었던 감동의 스토리. 실화에 기반한 영화는 비록 흥행에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지만 많은 이들의 역대급 motivation 영화로 남아 있다. 당장 나도 그랬고 힘든 시기를 보낸 많은 친구들이 이 영화를 그 목록에 올려놓고 있는 것을 직접 듣고 함께 얘기하던 로스쿨 시절의 기억이 새록새록 올라온다. 뭔가를 하기 위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들,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한 걸음씩 자기의 길을 가고 있는 친구들에게 이 책과 영화를 권하곤 한다.
이제는 가난한 유학생보다는 주재원으로 나오는 녀석들도 다 유학파, 있는 집안 출신들이 대부분이다, 적어도 내 주변에서는 그렇다. AL, GA, TN, TX쪽의 협력사나 공장으로느 가는 경우는 좀 다를까? 이런 motivation이 필요하지 않을만큼 부유한 집안출신에 공부도 잘한 녀석들이 많지만 개중에서도 보다 더 멋진 자신만의 삶을 살고 싶어하는 녀석들이 간혹 있고 그들의 고민을 듣다보면 내가 그 나이때 몰랐던 것을, 지금 알고 있는 것들을 미리 알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이 든다.
내년에 한국에 나갈 때 이 책들을 몇 권씩 사갖고 나가서 나눠줄 생각이다. 특별히 똑똑하지도 않고 운동도 무엇도 딱히 잘하는 것이 없었던 내가 여기까지 온 것은 그저 꾸준했기 때문이고, 여기에 더해서 운도 따랐고, 무엇보다 내 인생의 고비에서 만난 좋은 선생님들, 신부님들, 영적 어머니 E. George같은 분들의 덕분이라고 믿는다. 여기에 더해서 가장 중요한 부모님, 가족까지.
나 또한 아주 가끔이지만 어떤 이의 인생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힘이 되어줄 수 있었으면 한다. 이제 그렇게 점점 더 자주 뒤를 돌아보는 나이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