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한때 사찰 마을로 번성했지만, 지금은 쇠락 중인 소도시 긴나미. 그곳엔 오래된 철골 아케이드 아래로 양념과 닭꼬치구이의 구수한 냄새가 풍기는 상점가가 있습니다. ‘긴나미 상점가의 사건 노트’는 이 상점가를 무대로 벌어진 세 개의 사건을 다룬 작품인데, 특이하게도 ‘같은 사건, 두 미스터리 해결사, 두 개의 추리, 두 개의 진실’을 표방하며 ‘형제편’(은행나무)과 ‘자매편’(북스피어)으로 나뉘어 출간됐습니다.

똑같은 사건을 서로 다른 관점에서 파헤치는 주인공은 고구레 가의 4형제와 우치야마 가의 3자매입니다. 20대인 맏이들보다는 중고생인 동생들이 탐정 역할을 맡고 있어서 ‘좌충우돌 소년소녀 탐정단’ 같은 인상을 풍기는데, 이들은 갖가지 이유 - 사건을 목격한 탓에, 범인으로 의심받은 탓에, 가족이 사건에 휘말린 탓에 본의 아니게 진실 찾기에 나서게 됩니다. 그리고 4형제와 3자매는 전혀 다른 경로로 조사를 벌인 끝에 ‘하나의 사건 안에 숨은 두 개의 진실’을 찾아냅니다.
닭꼬치구이를 먹으며 운전하다가 꼬치가 목에 꽂혀 죽은 남자, 학생이 만든 악기가 미술준비실에서 무참하게 파손된 가운데 누군가 꼬치를 이용하여 현장에 남긴 ‘우물 정(井)자’의 비밀, 불황에 빠진 상점가를 무대로 수상한 외지인이 벌인 ‘미스터리 미식 투어’의 실체 등 4형제와 3자매가 마주한 사건은 언뜻 평범한 일상 미스터리의 소재로 보이지만, 추리 과정이나 막판에 드러난 진상은 결코 가볍지도, 단순하지도 않아서 “소년소녀가 주인공인 안락한 코지 미스터리?”라는 선입견은 금세 무색해지고 맙니다.
“이제부터 당신이 읽을 이야기는 어떤 사건의 한 측면에 지나지 않습니다.”
4형제와 3자매가 같은 사건에서 완전히 다른 진상을 파악한다고 해서 어느 한쪽이 잘못된 결론에 이른다는 뜻은 아닙니다. 말하자면 세 개의 사건은 ‘2단 엔딩’을 품고 있어서, 어느 한쪽이 첫 번째 엔딩을 이끌어낸다면, 나머지 한쪽은 그 뒤에 숨은 두 번째 엔딩에 도달하는 것입니다. 그 때문에 이 작품을 가장 재미있게 읽는 방법은 ‘두 권을 번갈아 읽는 것’인데, 가령 ‘형제편’의 첫 사건을 읽은 뒤 같은 사건을 다룬 ‘자매편’의 챕터를 읽고, 이어서 두 번째 사건도 같은 방법으로 읽는 것입니다.
추리의 경로와 방법이 다르다고 해도 결국 같은 사건이니만큼 비슷한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을까, 우려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완전히 새로운 읽기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4형제와 3자매의 추리를 모두 읽어야 사건 전체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형제편’과 ‘자매편’ 가운데 어느 쪽을 먼저 읽어도 상관없지만, 개인적으론 ‘형제편’을 먼저 읽을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사건과 추리, 4형제와 3자매의 캐릭터, 막판에 밝혀지는 뜻밖의 진상 등 흥미로운 요소들로 가득해서 마지막까지 특별한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인데, 평점에서 별 1개를 뺀 이유는 미스터리 구도 및 인물들의 관계를 다소 과하게 꼬아놓았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두세 번만 꼬았어도 충분한 상황을 거듭 복잡하게 설정한 탓에 정작 몰입이 필요한 지점에서 방해받는 느낌을 받았다고 할까요? 이노우에 마기의 작품 가운데 유일하게 읽은 ‘그 가능성은 이미 떠올렸다’에서도 비슷한 인상을 받은 걸 보면 아마 작가의 고유한 개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긴나미 상점가의 사건 노트’는 그 형식미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두 권의 책을 나란히 놓고 한 챕터씩 번갈아 읽는 신기한 경험은 물론이거니와 같은 사건을 조사하는 4형제와 3자매가 어느 장면에서 서로 마주칠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던 추리가 어떤 계기로 접점을 가질지, 두 개의 진상은 어떻게 연결될지 등 마지막 장까지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기 때문입니다. 긴나미 상점가를 무대로 한 4형제와 3자매의 활약을 다시 한 번 맛볼 수 있을지 알 순 없지만, 만약 후속편이 나온다면 꼭 찾아 읽을 생각입니다. 왠지 작가가 더 할 이야기가 있는 듯한 묘한 뉘앙스를 여기저기 남겨놓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