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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1 ㅣ 스토리콜렉터 114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전은경 옮김 / 북로드 / 2024년 10월
평점 :
16세 소녀 리시가 교살당한 시신으로 발견되고, 유전자 감식 결과 아프가니스탄 난민 파바드 마흐무디가 수사선상에 오릅니다. 하지만 파바드는 거주지에서 종적을 감췄고 독일 전역에서 난민 정책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고조됩니다. 피아 산더와 올리버 폰 보덴슈타인이 이끄는 호프하임 경찰서 강력11반은 리시 사건의 작은 단서 하나 찾지 못한 상태에서 용의자도 아닌 파바드가 비난의 대상이 되자 당황합니다. 한편 한 남자가 숲에서 달려 나오다가 차에 치여 죽은 사건까지 맡게 된 피아와 보덴슈타인은 피해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의문을 품게 됩니다. 복역을 마친 범죄자들이 갑자기 실종되거나 살해당한 사건들이 미제로 남은 경우가 많았는데, 차에 치여 죽은 남자 역시 최근 출소한 범죄자였기 때문입니다.

‘몬스터’는 호프하임 경찰서 강력11반의 피아 산더와 올리버 폰 보덴슈타인의 활약을 그린 ‘타우누스 시리즈’의 열한 번째 작품입니다. 강력11반은 16세 소녀가 교살당한 사건과 정체불명의 집단에 의해 자행되는 사적 제재 사건을 동시에 맡습니다. 두 사건 모두 좀처럼 실마리를 드러내지 않은 탓도 있지만, 주인공인 피아와 보덴슈타인이 개인적인 이유들 때문에 사건에 집중하지 못하다 보니 강력11반은 그 어느 때보다도 어수선한 분위기와 엄청난 스트레스 속에 수사를 진행합니다.
전혀 무관해 보이던 두 사건이 뜻밖의 접점을 통해 연관을 갖게 되긴 하지만, 이야기는 사적 제재 사건에 좀더 큰 비중을 두고 전개됩니다. 범행을 저지른 인물 또는 복역을 마친 범죄자를 대상으로 한 사적 제재는 오래전부터 은밀하게 자행돼왔지만 범행방식도 제각각인데다 단순 실종으로 처리된 적이 많아서 동일범에 의한 소행으로 여겨지지 않았고, 그런 탓에 한 남자가 기이한 모습으로 차에 치여 죽은 사건이 벌어질 때까지 단 한 번도 수사선상에 오른 적이 없습니다. 피아와 보덴슈타인을 비롯한 강력11반도 처음엔 자신들이 발견한 패턴을 의심했지만, 동료의 죽음을 초래한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지면서 사적 제재의 전모가 드러나자 말 그대로 경악을 금치 못합니다. 결국 외부에서 투입된 인물이 특별수사팀장을 맡는 전대미문의 사태에 직면한 강력11반은 혼란과 내분 속에 두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는데 전력을 다합니다.
사실 사적 제재라는 소재 자체도 그렇고, ‘범죄피해자 유족에게 접근하여 복수를 도와주겠다는 정체불명의 집단’이라는 설정 역시 다소 진부하고 상투적이어서 과연 넬레 노이하우스가 어떻게 자신만의 스타일로 요리할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그녀만의 ‘특별한 돌파구’가 없다면 진부함과 상투성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보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우려를 무색하게 만드는 ‘진짜 특별한 돌파구’가 1권 후반쯤 등장했고, 그때부터 이야기의 긴장감과 속도감은 엄청나게 고조됩니다. 모르긴 해도 ‘타우누스 시리즈’를 계속 지켜봐온 독자라면 그 돌파구의 장면에서 한동안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을 게 분명합니다. 저 역시 “혹시 잘못 읽은 게 아닐까?”라는 생각에 두세 번 되읽었는데, 어쨌든 (진부함과 상투성을 모조리 불식시킨 건 아니지만) 그 돌파구 덕분에 몇 배는 더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한편 ‘타우누스 시리즈’의 공식처럼 이번에도 두 주인공 피아와 보덴슈타인은 개인적인 문제로 큰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피아는 남편과의 미묘한 갈등에다 치매 증세를 보이는 어머니 때문에 일에 집중하지 못했고, 퇴직이 얼마 안 남은 보덴슈타인은 자신의 자리를 노리는 외부인사가 있다는 소문에 부담감을 느끼는 와중에 오랫동안 함께 일해 온 동료의 충격적인 비밀을 알게 되면서 회복 불가능한 수준의 트라우마를 안게 됩니다. 언제나처럼 피아와 보덴슈타인은 수사에 몰입하는 것으로 자신들의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를 견뎌내지만 그 과정은 (역시 언제나처럼) 고통스럽고 안쓰러울 뿐입니다.
‘타우누스 시리즈’ 가운데 평점 별 4개를 준 건 시리즈 1편과 2편인 ‘사랑받지 못한 여자’와 ‘너무 친한 친구들’ 이후 처음입니다. 보통 서평 첫머리에 줄거리를 쓰면서 곤란한 적이 거의 없었는데, ‘몬스터’는 줄거리 구상에 꽤 애를 먹기도 했고, 기껏 정리한 줄거리도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말하자면 두 사건 모두 무척 산만하고, 사족도 많고, 방향성 없이 빙빙 돌다가 갑자기 엔딩에 도달한 느낌이 강했는데, 그런 탓에 읽는 동안 집중이 잘 안 됐고, 일목요연한 줄거리 정리 역시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타우누스 시리즈’는 두툼한 분량에 걸맞게 등장인물도 많고 사건도 복잡하게 설정돼서 머릿속을 어질어질하게 만들긴 하지만 그래도 독자를 헤매게 한 적은 거의 없습니다. 수십 명의 인물, 최소 2개 이상의 사건, 묵직한 주제 등 적잖은 요소들이 선명한 구도 속에 적절하게 배치돼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몬스터’에서는 그런 요소들이 마구 어질러져 있거나 아니면 따로 노는 듯한 인상을 자주 받았습니다. “과연 누가 괴물인가?”라는 이 작품의 진정한 화두보다 수사 도중 벌어진 충격적인 사건 탓에 혼란, 의문, 배신감 등 복잡한 심경에 사로잡힌 강력11반 멤버들의 위기가 더 기억에 남은 건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사족으로... ①전작인 ‘영원한 우정으로’에서 보덴슈타인이 58세로 소개됐는데, 내용 상 1년 후인 2019년 배경의 ‘몬스터’에서 57세로 나옵니다. 그는 1961년생이니 두 작품에서의 나이가 뒤바뀐 것 아닐까요? ②정확히 어떤 작품부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주조연을 막론하고 꽤 많은 인물이 “아이고”라는 말을 자주 쓰기 시작했습니다. 원작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갑작스레 인물의 격과 분위기를 떨어뜨리는 느낌이라 매번 눈에 거슬렸습니다. 다른 적당한 표현이 없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