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 1 - 바이러스 밀리언셀러 클럽 45
스즈키 코지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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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출간작 중 안 읽은 작품들 목록을 만들다가 문득 링 시리즈가 눈에 띄었습니다.

공포영화를 아예 못 보는 편이라 한미일 3국에서 제작될 정도로 유명한 작품임에도

을 극장에서 보는 건 상상도 못하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갑자기 링 시리즈를 책으로 읽고 싶은 욕심이 들었고,

그 유명한 ‘TV에서 기어 나오는 사다코가 도대체 어떤 캐릭터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 ● ●

 

저주의 영상이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보고 한날한시에 사망한 네 남녀.

주간지 기자 아사카와는 이들의 죽음을 탐문하다가 문제의 비디오테이프를 직접 보지만,

그로 인해 네 남녀와 마찬가지로 1주일 후 목숨을 잃게 될 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인다.

괴짜 친구 다카야마 류지의 도움을 받아 영상의 저주를 풀 방법을 찾던 아사카와는

영상의 주인공이자 제작자인 야마무라 사다코라는 인물의 단서를 발견한다.

그녀의 지인과 인척들로부터 기괴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그녀의 과거사를 들은 아사카와는

애초 비디오테이프가 놓여있던 리조트에 저주를 풀 비밀이 있음을 깨닫곤 급히 달려간다.

하지만 아사카와의 기대는 일부는 맞고 일부는 어긋난다. 그것도 아주 끔찍한 형태로...

 

● ● ●

 

단순히 무서운 호러이상의 다양한 코드들이 뒤범벅된 작품입니다.

가공할 원념이나 염력 또는 초능력 등 일반적인 호러 코드 외에도

끊임없이 증식하는 바이러스나 뒤틀린 유전자 등 SF적 코드들이 함께 등장하는데,

무엇보다 비디오테이프라는, 왠지 이질감이 느껴지는 매체가 끼어들면서

이 다양한 코드들의 파괴력은 훨씬 더 강렬하게 느껴집니다.

 

기괴한 비디오 한 편 때문에 급사한 네 남녀의 사연은 누가 봐도 원념에 의한 죽음입니다.

아사카와와 류지 역시 원념의 주체와 원인을 찾는데 전력을 쏟는데,

그 과정에서 아사카와는 아무래도 바이러스라는, 좀더 과학적인 이유를 찾고 싶어 하지만,

야마무라 사다코에 대해 알면 알수록 원념이라는 초자연적 개념에 더 무게를 두게 됩니다.

또한, 사다코와 그 부모의 사연 속에는 사회에 대한 증오심과 함께

무섭게 뒤틀린 물질적, 정신적 유전의 흔적까지 남아 있어서

아사카와의 공포를 더더욱 부채질하기에 이릅니다.

 

1주일의 시한부 선고를 받은 아사카와가 공포에 질려 저주를 풀 단서를 찾는데 급급한 반면,

의대 졸업 후 철학을 전공한 류지는 그야말로 희희낙락 모험이라도 즐기는 태도를 보이는데,

두 사람의 정반대 캐릭터는 미스터리와 호러를 절묘하게 결합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독특한 이력과 함께 세상의 종말을 지켜보며 사정하고 싶다고 호언하는가 하면,

초능력에 관한 인맥과 지식을 통해 아사카와를 돕는 류지의 캐릭터는

살짝 작위적이기도 하지만 공포가 지배하는 스토리에 웃음과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서

때론 아사카와보다 더 폼 나는 세컨 남주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이야기가 이야기인 만큼 딱 떨어지는 엔딩을 기대한 건 아니지만,

보다는 ‘2권으로 계속이 더 어울리는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아무래도 조만간 2’는 물론 외전까지 계속 읽어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여전히 영화로 보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는 게 사실이구요.

 

유일하게 아쉬운 점은 다소 거칠고 오류가 자주 보였던 번역의 문제입니다.

내용만 놓고 보면 별 5개는 주고 싶은 작품인데,

기대했던 것보다 좀 덜 무서워서 0.5, 그리고 번역 문제 때문에 0.5개를 깎았습니다.

예전에 이 번역자에게 한 번 크게 데인 적이 있는데,

공교롭게도 같은 출판사에서 출간된 다카노 가즈아키의 대작 제노사이드에서였습니다.

스케일도 크지만 재미와 긴장감이 대단한 역대급 작품인데

계속 보이는 오타와 비문 때문에 도무지 집중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너무 화가 나서 좀 심한 서평까지 쓴 적 있는데, ‘1’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새 번역으로 출간됐다.”는 출판사 홍보글이 무색할 정도로 오타와 비문이 꽤 발견됐습니다.

평범한 독자에게 가제본으로 한 번만 읽혀 봐도 수정할 대목을 여럿 찾을 수 있었을 텐데,

어떤 과정을 거쳤기에 이렇게 부실한 결과물을 내놓은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문제는 새 번역이라는 링 시리즈가 모두 이 번역자를 거쳤다는 점인데,

남은 시리즈를 읽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벌써부터 괜히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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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가 없어도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정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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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일본 국가대표 육상선수를 꿈꾸던 20살의 이치노세 사라.

하지만 옆집의 소꿉친구이자 첫사랑인 다이스케가 몰던 차에 치여 왼쪽 다리를 잃고 만다.

절망의 시간을 보내던 그녀는 특수한 의족을 한 채 경기에 나선 장애인 외국선수를 보곤

다시금 재기하여 장애인 올림픽에 출전하겠다는 의욕을 다진다.

그 무렵, 사라를 다치게 만든 옆집의 다이스케가 피살된 채 발견된다.

이누카이 형사는 사라와 그 가족을 의심하지만 뚜렷한 증거는 찾을 수 없다.

더구나 다이스케가 살해당하기 전 사라와의 소송을 대비해 고용한 변호사가

경찰과 검찰의 공공의 적인 미코시바 레이지라는 사실을 알곤 경악한다.

 

● ● ●

 

요약한 줄거리대로 크게 두 가지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하나는 왼쪽 다리를 잃은 사라가 장애인 올림픽에 나가기 위해 재기에 힘쓰는 과정이고,

또 하나는 사라를 다치게 만든 장본인이 피살당한 사건을 수사하는 미스터리입니다.

사라의 재기 과정은 장애인이 된 유망주의 절망-의지-노력이라는 공식에 충실하면서도

특수한 의족과 체계적인 관리와 극한에 가까운 열정이 한데 뭉치는 과정이 집요하게 그려져서

불굴의 정신의 승리만 강조하는 상투적인 감동 서사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건네줍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더 관심이 간 대목은 다이스케 피살사건이었는데,

그 이유는 사건 자체보다도 형사 이누카이와 변호사 미코시바 레이지가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나카야마 시치리의 스탠드얼론에 그의 대표적 주인공 둘이 특별출연을 한 셈인데,

주연도 아니고 카메오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조연이라기엔 비중이 작은 편도 아니어서

이들의 대결을 지켜보는 일 자체가 무척 흥미로운 일이었습니다.

물론 메인 서사가 사라의 재기이기 때문에 살인사건은 소소한 반전으로 마무리됐고

덕분에 두 사람의 극적인 대결을 기대했던 입장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은 건 사실입니다.

 

출판사 소개글을 보니 “‘안녕, 드뷔시처럼 젊은 여성이 치열한 투쟁 끝에 뭔가를 얻어내는

속 시원한 이야기를 읽고 싶다는 편집자의 요청 때문에집필한 작품이라는데,

안녕, 드뷔시를 읽지 않아서 어떤 맥락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읽은 나카야마 시치리 작품 가운데

재미나 긴장감 등 여러 면에서 만족도가 가장 떨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만족감 100%였던 히가시노 게이고가 어느 날 갑자기 별 정성도 들이지 않고

공장장처럼 찍어내듯 쓴 작품을 읽었을 때의 실망감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상투적인 감동 서사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긴 해도 사라의 재기 과정은 판타지에 가까웠고

너무 많은 비현실적인 행운이 따라준 탓에 오히려 위화감이 들 정도였으며,

다이스케 피살사건은 마지못해 감동을 주려는 반전이 평소의 나카야마 시치리답지 않아서

심하게 말하면 무성의함마저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한쪽 다리를 잃은 육상선수 사라는 과연 다시 날갯짓할 수 있을까?’라는 출판사의 카피도,

젊은 여성의 투쟁과 성공이 담긴 속 시원한 이야기라는 작가의 의도도 충분히 이해되지만,

아무래도 나카야마 시치리의 독한 이야기와 강한 반전에 익숙해진 탓에

소위 감성 미스터리라는 이 작품의 서사가 저와는 잘 맞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 아쉬움은 곧 출간될 예정인 연쇄살인마 개구리 남자의 귀환을 통해 달랠 생각이지만,

설령 ! 감성 미스터리라고 해도 나카야마 시치리의 신작소식을 들으면

일단은 어김없이 찾아 읽게 될 것 역시 분명한 사실일 듯 싶습니다.

물론 공장장분위기가 너무 잦아지면 히가시노 게이고처럼 소원해질 수밖에 없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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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 카멜레온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일상의 사소한 일들을 각색해 들려주는 라디오 DJ 기리하타의 프로그램은 꽤 인기가 있다.

하지만 멋진 목소리와 어울리지 않는 추한 외모가 기리하타에겐 가장 큰 콤플렉스다.

심야방송 후 단골 바 ‘if’에서 각양각색의 친구들과 어울리며 하루를 정리하는 게 그의 일과.

그러던 어느 날, 미카지 케이라는 수상한 여자가 비에 젖은 채 바를 찾아오는데,

자신의 팬이라는 그녀에게 기리하타는 엉겁결에 큰 거짓말을 하게 되고,

그 일로 인해 기리하타는 물론 바의 마담과 단골들까지 온갖 소동에 휘말리게 된다.

(출판사의 소개글을 일부 수정, 인용했습니다.)

 

● ● ●

 

이 작품의 핵심 코드는 거짓말입니다.

주인공 기리하타와 그를 곤혹스럽게 만든 수상쩍은 미녀 미카지 케이는 물론

단골 바 ‘if’의 모든 멤버들 모두 거짓말쟁이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거짓말들은 상대를 속이거나 기만하기 위한 것들이 아닙니다.

오히려 상대를 배려하고, 치유하고, 위로하기 위한 일종의 하얀 거짓말이라고 할까요?

 

기리하타는 외모콤플렉스 때문에 미카지 케이에게 본의 아닌 거짓말을 한 대가로,

‘if’의 멤버들은 기리하타의 거짓말에 동조하고 거짓 쇼까지 벌인 대가로

미카지 케이에게 그야말로 터무니없는 요구를 받게 됩니다.

한순간에 미카지 케이의 포로가 된 기리하타와 멤버들은 그녀의 요구사항을 듣곤 경악하지만

이내 순순히 그녀가 시키는대로 상당히 위험한 미션을 수행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미카지 케이의 진심을 알게 된 멤버들은 그녀를 동정하기도 하는데,

기리하타만은 미카지 케이가 끝까지 감추는 뭔가’, 즉 그녀만의 거짓말이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리고 결국 그 뭔가때문에 모든 인물들이 큰 위기에 처하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또는 다분히 연극적인 인물과 설정이 뒤범벅된 소동극에 가까운데,

현실적인 관점으로 보면 쉽게 이해하기 힘든 상황들이 자주 연출되기 때문입니다.

단골들 외에는 아무도 찾지 않을 것 같은 허름한 건물 4층의 바,

그런 곳에 출근도장을 찍듯 매일 같이 찾아와선 소소한 취기와 대화를 즐기는,

하지만 다들 하나 이상의 기구한 사연을 가진 듯한 남녀노소 각양각색의 멤버들,

, 거짓말의 대가치곤 말도 안 되는 미카지 케이의 요구를 순순히 받아들이는 태도,

거기에 어딘가 슬랩스틱 코미디 같은 웃음과 민망함을 내뿜는 작품 전반의 분위기 등

현실감 따위는 일찌감치 접어버린 듯한 우화에 가까운 설정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라디오 디제이인 기리하타가 집착에 가깝게 소중히 여기는 게르마늄 라디오도 특이했는데,

기회가 된다면 한번 따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독자에 따라 이런 분위기와 설정에 대한 호불호가 꽤 갈릴 것 같긴 한데,

미치오 슈스케의 전혀 다른 감성의 두 작품(‘랫맨’, ‘외눈박이 원숭이’)밖에 못 읽은 탓에

원래 이런 분위기의 작가인지 아니면 이 작품이 독특한 것인지 잘 모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호불호의 비율이 반반쯤 된 것 같습니다.

 

다만, 미치오 슈스케 본인이 밝힌 작의 - “웃고 울며 계속 재미있게 읽다가,

마지막에 그때까지의 재미를 훌쩍 뛰어넘는 결말이 기다리는 이야기.” - 에 대해서는

일부는 성공한 것 같지만 일부는 다소 과한 설정 때문에 거리감이 느껴진 게 사실입니다.

외모콤플렉스에 시달리는 멋진 목소리의 디제이 기리하타는 무척 매력적인 캐릭터였지만

거짓말의 대가를 요구하며 기리하타와 바의 멤버들에게 무리한 미션을 요구한 미카지 케이나

그 요구를 (아무리 그 진심을 이해하더라도) 순순히 받아들이는 상황은 좀 억지스러웠습니다.

, 마지막에 밝혀진 미카지 케이의 진실이나 바의 멤버들의 과거사 역시

어딘가 반전을 위한 반전, 엔딩을 위한 엔딩처럼 읽힌 대목입니다.

그래서인지 주제를 함축시킨 투명 카멜레온이라는 제목과 그에 대한 설명도

크게 공감하기 어려웠고 가슴에 쏙 맺히지도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일본영화나 드라마에서 이 작품과 흡사한 오버센스 소동극의 분위기를 느낀 적이 많은데,

개인적으로는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더 소구력이 강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기리하타와 미카지 케이의 케미도 배우가 직접 연기하면 훨씬 더 매력적일 것 같고,

개성 강한 조연들 역시 더 빛을 발할 것 같기 때문입니다.

 

올해 독서목표 중 하나가 책장 속 먼지 쓴 책 구하기인데,

그 가운데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도 포함돼있습니다.

미치오 슈스케의 대표작 중 하나로 알고 있는데

그의 진면목이 궁금해서라도 올해는 꼭 책등 위의 먼지를 털어줘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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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은 지옥이다
비프케 로렌츠 지음, 서유리 옮김 / 고요한숨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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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유치원 교사 마리는 함께 잔 남자 친구 파트릭이 피투성이인 채 죽어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그러나 마리에게는 이 장면이 낯설지 않다. 오랫동안 살인 충동 강박을 앓아왔기 때문.

증거까지 완벽한 탓에 용의자로 몰린 마리는 자백 후 치료감호소에서의 수감생활을 시작한다.

담당의사와의 면담조차 거부하던 마리는 통째로 사라진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겠다고 결심하곤

오랫동안 자신을 괴롭혀온 고통스러운 강박증에 대해 담당의사에게 털어놓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사건의 진실과 마주하곤 큰 충격에 빠진다.

(출판사의 소개글을 일부 수정, 인용했습니다.)

 

● ● ●

 

강박증이라는 병명에 대한 일반인의 상식은 문제는 있지만 그리 위험하진 않다정도입니다.

기껏해야 결벽증이나 완벽주의가 좀 심하게 발현되는 걸 뜻한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강박증이 급작스럽고도 근거 없는 잔혹한 살인 욕망을 일으키는 것이라면

최근 문제 시 되는 분노조절장애보다 더 무섭고 끔찍한 증상임을 쉽게 추정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 마리의 강박증은 대체로 이런 식입니다.

대상은 대부분 사랑하는 사람들(유치원 아이들, 가족, 연인)이고,

마리의 머릿속에는 갑자기 그들을 잔혹하고 끔찍하게 살해하는 영상이 떠오릅니다.

문제는 마리가 생각행동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이러다가 자신의 상상이 실제 살해로 이어질까 늘 노심초사하던 그녀는

함께 잠들었던 파트릭이 자신이 상상한 것보다 더 끔찍하게 살해된 걸 발견하곤

결국은 자신의 강박증이 실제로 행동으로 옮겨졌음을 깨달은 것입니다.

 

누구든 불쾌감을 안긴 상대를 상상 속에서마음껏 폭행하고 죽여본 경험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마리의 강박증은 그런 일시적인 해프닝이 아닌 것은 물론

그 대상이 유독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이 가장 큰 위협요소입니다.

특히 어렵게 얻은 딸을 사고로 잃고, 그 여파로 가정까지 해체된 마리에게

사랑하는 사람을 잔혹하게 죽이는 상상은 자신의 삶을 포기하게 만들 만큼 위험한 일입니다.

마리는 인터넷에서 동병상련을 겪는 사람들을 찾던 중 엘리라는 인물과 연결되는데,

그녀 덕분에 강박증은 현저하게 호전되기 시작하고 파트릭과의 사랑도 순조롭게 발전합니다.

하지만 행복은 잠시였고, 결국 그녀는 끔찍하게 살해된 파트릭의 사체와 맞닥뜨리고 맙니다.

 

자포자기하듯 살인을 인정한 마리는 치료감호소에 수감된 뒤로도 입을 다물었지만,

담당의사인 팔켄하겐 박사의 끈질긴 설득에 넘어가 자신의 사라진 기억을 되살리기로 합니다.

그리고 사건 이전의 자신의 삶을 디테일하게 고백하기 시작합니다.

딸 셀리아의 죽음과 해체된 가족 이야기에서 시작된 마리의 고백은

죽은 파트릭과의 첫 만남과 연인으로 발전하게 된 과정,

그리고 베라와 펠릭스 등 파트릭 남매들과 함께 보낸 시간들까지 이어집니다.

 

독자 누구든 이 고백의 끝에 진실이 드러나고 진범이 밝혀질 거라 기대하게 되는데,

중반부 정도까지 주로 체념에 빠진 마리의 고백이 전개되고 있는데다

경찰이나 탐정도 없이 마리의 대화상대는 정신과 의사와 다중인격자인 동료 수감자뿐이라서

혹시 이 작품이 스릴러가 아니라 강박증에 대한 픽션인가 의심하게 되기도 합니다.

물론 마리의 고백이 진실을 밝히는 열쇠이긴 하지만 다소 장황하게 전개됐고,

(결과적으론) 강박증 설명을 위해서만 필요했던 캐릭터들도 적잖이 등장한 탓에

그리 길지 않은 분량임에도 살짝 지루하게 느껴진 것도 사실입니다.

 

가장 아쉬웠던 대목은 마지막에 밝혀진 범인의 정체와 동기와 계획인데,

나름 여러 차례의 반전과 함께 드러난 충격적인 사실이긴 해도

정체와 동기는 (공감은 가지만) 현실감이 좀 떨어져보였고

범행계획은 너무 완벽하고 정교해서 오히려 작위적으로 읽혔다는 점입니다.

재미 면에서만 보면 별 5개도 충분한 작품이지만

굳이 1개를 뺀 이유는 결국 중반부의 약간의 지루함과 이 작위적인 느낌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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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의 귀환 스토리콜렉터 7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김윤수 옮김 / 북로드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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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한 연쇄살인 설정, 심신미약자의 범죄에 대한 논란, 나카야마 시치리다운 반전 등 다양한 매력을 내뿜었던 ‘연쇄살인마 개구리 남자‘가 돌아왔네요. 전작을 능가하는 리턴 매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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