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트라비아타의 초상 어둠의 변호사 시리즈 2
도진기 지음 / 들녘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어둠의 변호사 고진시리즈 두 번째 작품입니다.

앞서 읽은 붉은 집 살인사건이나 유다의 별에 비해 비교적 소소한 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독특한 구성과 연이은 반전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 경위를 듣는 것만으로 사건의 윤곽을 파악하는 안락의자 탐정 고진

사소한 단서만으로 수사의 맥을 짚는 명탐정 고진의 매력을 동시에 맛볼 수 있기도 합니다.

 

● ● ●

 

서초경찰서 이유현 팀장은 독신자 아파트에서 벌어진 남녀피살사건을 수사하며

조금은 무리한 방법으로 용의자를 특정하여 기소한 끝에 결국 쓴맛을 보게 됩니다.

사건에 끼어든 고진은 이유현 팀장으로부터 사건 개요를 듣는가 하면,

사건 현장을 찾아가 이런저런 단서를 확보한 끝에 나름 용의자를 특정합니다.

이유현 팀장은 고진의 충고대로 수사를 진행하지만 결과는 엉뚱하게만 나올 뿐입니다.

완벽한 알리바이, 가늠할 수 없는 범행수법, 모호할 뿐인 범행동기 등

수사를 할수록 진실은 더 멀어지고, 이유현 팀장은 조언해준 고진에게 오히려 화가 납니다.

결국 안락의자를 벗어나 현장을 탐문하고 관련자들을 만나본 고진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충격적인 진실을 이유현 팀장 앞에 내놓습니다.

 

● ● ●

 

초반에 소개된 사건의 규모나 서론만 놓고 보면

혹시 이 작품이 단편집 또는 중편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듭니다.

그리 두꺼운 분량은 아니지만, 설마 이 사건만으로 장편을 끌고 간다고?”

 

사건은 단순하고, 관련자들도 한정되어 있지만

의외로 해결의 실마리는 드러나지 않고, 용의자들의 알리바이는 완벽합니다.

분명 단서가 될 만한 정황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지만,

도무지 그 의미를 알기가 어려워진 탓에 수사는 계속 제자리를 맴돌 뿐이고,

안락의자 탐정 고진의 추리마저 번번이 벽에 막히면서 이야기는 밀도를 높여갑니다.

 

사실 고진이 이유현 팀장에게 조언을 해줄 때마다

독자는 이번에는...”하면서 사건이 해결되는 게 아닐까, 기대하게 됩니다.

그만큼 추리도 완벽하고, 범행동기도 그럴듯하게 설명되기 때문인데,

남은 분량을 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닌 것 같고,

결국 예상대로 용의자는 고진과 이유현 팀장을 보기 좋게 넉다운 시킵니다.

이런 구성 덕분에 독자는 마치 고진 또는 용의자와 두뇌싸움을 벌이는 듯한

색다른 긴장감과 재미를 만끽하게 됩니다.

 

치열한 논리의 싸움, 알리바이 깨기, 사소한 단서들 속에 꼭꼭 숨은 진실 찾기 등

라 트라비아타의 초상은 작은 사건 속에서 미스터리의 미덕을 실컷 맛보여주는 작품입니다.

거만해 보이기도, 얄미울 정도로 똑똑해 보이기도 한 고진의 캐릭터도 맛깔나고,

욱하는 성질과 돌직구 같은 추진력을 보여준 이유현 팀장의 캐릭터도 재미있습니다.

인간의 탐욕이 어디까지 추악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의 진상은 충격적이고,

거의 완벽하게 준비된 범행수법과 곳곳에 매복된 사소한 단서들은

도진기 작가가 얼마나 꼼꼼하게 설계도를 준비했는지를 알 수 있는 매력적인 대목입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부분이 너무 많아 좀 애매한 서평이 됐지만,

부담 없는 분량에 알찬 미스터리를 맛보려는 독자들에겐 더없이 추천하고 싶은 작품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셜록 : 크로니클 셜록 시리즈
스티브 트라이브 엮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1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편의 영화나 드라마의 팬이 되면 단순히 이야기나 배우뿐 아니라 기획부터 최종 편집 단계까지의 모든 제작 과정에 관심을 갖는 것이 당연한 일입니다. 영드 셜록은 미드처럼 에피소드가 길지도 않고, 외양 역시 자극적으로 포장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잘 만들어진 캐릭터와 탄탄한 스토리 덕분에 한국에서도 많은 팬과 마니아를 확보한 성공한 영드중 한 편이 됐습니다.

 

셜록 : 크로니클은 제목대로 영드 셜록의 제작기입니다. 아이디어 단계, 기획, 캐스팅, 대본 등 초기 프로세스부터 실제 제작 과정 전체 연출, 촬영, 특수효과, 미술 등을 방대한 분량에 정리했는데, 거의 셜록의 모든 것을 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글과 사진으로 꽉 들어차 있습니다.

 

특히 눈길이 간 것은 엄청난 규모와 꼼꼼한 디테일을 자랑하는 세트에 관한 내용과 화려한 비주얼을 맡았던 미술 분야에 관한 내용입니다. 한국의 경우 미술에 대한 투자는 드라마보다 제작 집중도가 높은 영화에서나 가능한데, 미드나 영드의 경우 우리와는 비교가 안 되는 시장의 규모라는 환경 덕분이겠지만, 늘 볼 때마다 놀랍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셜록역시 드라마로 보면서 미술의 규모와 디테일에 감탄했던 작품 중 하나여서 그런지 이렇게 인쇄된 매체를 통해 그 과정 하나하나를 설명 듣듯 들여다보고 있자니 드라마로 볼 때와는 또 다른 감탄사를 연발하게 됩니다. 별 생각 없이 보고 지났던 장면들이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완성된 것을 알게 됐을 땐 그렇게 무심하게 지나쳤던 일들이 미안하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미술뿐 아니라 모든 제작과정에 대한 설명과 첨부된 사진이나 기록들 역시 대단합니다. 일단 책을 드는 순간 그 무게감에 압도당하지만, 랜덤하게 몇 페이지만 읽어봐도 얼마나 공들여 만들어진 기록인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드라마 셜록에 폭 빠졌던 팬이라면 소장할 가치가 충분한 작품일 것이고, ‘셜록의 재미를 아직 체험하지 못했거나 혹 그럴 생각이 없는(?) 경우라 하더라도 한 편의 드라마가 어떻게 제작되는지, , 스크린 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흥미롭게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는 유용한 자료가 돼줄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제는 이름이 없는 자
르네 망조르 지음, 이세진 옮김 / 현대문학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런던을 무대로 엽기적인 연쇄살인이 벌어집니다.

이 희생 제물들이 이제는 이름이 없는 자의 혼령을 달랠 수 있기를이라고 적힌 종이와 함께

개복된 상태에서 장기가 사라진 채 특정 종교의 의식에 따라 수습된 시신들이 발견됩니다.

문제는 범인이 다 제각각인데다, 피해자들의 가족이거나 연인처럼 아주 가까운 사람들이며,

사소한 전과조차 없고, 장기를 적출하는 외과적 기술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라는 점입니다.

그들은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할 뿐 아니라,

사건 이후에는 극심한 불면증과 정신분열증 증세까지 보입니다.

매케나 경감과 FBI요원인 달리아 라임스는 범인들을 조종한 배후인물을 찾기 위해 애쓰지만

아무런 단서도, 범행 동기도 알아내지 못한 채 연이은 희생자의 등장만 지켜볼 뿐입니다.

유력한 용의자를 찾아내 추격전까지 펼치던 두 사람은

뒤늦게야 희생자들의 공통점과 범인의 동기를 알아내곤 패닉에 빠지고 맙니다.

 

● ● ●

 

희생자들의 참혹한 시신이나 범인의 범행수법에 대한 초반부 묘사를 읽으면서

테스 게리첸의 외과의사를 비롯한 의사 3부작이 자주 떠올랐습니다.

잔혹함에 관한 한 그야말로 손에 꼽을만한 작품들인데,

이 작품 역시 그에 못잖은 엽기적인 사건으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비록 자신이 믿던 종교의 의식에 따라 경건하게 수습됐지만,

장기를 잃어버린 희생자들의 시신은 심연 같은 구멍만 남긴 채 처참히 버려져있습니다.

 

출발부터 독자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면서 작가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한꺼번에 제시합니다.

비밀종교의 의식, 장기밀매단의 음모, 몽유병이나 최면에 의한 범죄 등...

하지만 희생자들은 물론 범인들 사이에도 아무런 공통점이 발견되지 않으면서

매케나 경감과 달리아 요원의 수사는 오히려 미궁 속으로 빠져들 뿐입니다.

 

중반부에 이르러 그들이 알아낸 범행수법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언급하진 않겠지만

이미 그 지점에서 범인의 동기도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어

이후의 이야기 전개가 그리 새롭다거나 충격을 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갈등과 화해의 경로를 걷는 영국 경찰 매케나 경감과 FBI요원 달리아의 캐릭터,

두 사람의 트라우마로 자리 잡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불행한 가족사,

범인의 윤곽을 잡아가면서 롤러코스터처럼 위기와 반전을 반복하는 구성 등이

적당한 냉소와 정곡을 찌르는 비유로 버무려진 맛깔난 문장들로 묘사된 덕분에

긴장감과 유쾌함을 겸비한 책읽기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사건은 전례 없이 참혹하게 설정됐지만, 정작 이 작품을 관통하는 가장 큰 이슈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뒤에 겪는 극한의 절망감과 그리움입니다.

반골 기질과 뛰어난 수사능력을 겸비한 매케나 경감이지만

그는 알츠하이머병을 앓다가 세상을 떠난 아내로 인해 깊은 슬픔에 잠겨있는 인물입니다.

아내의 방을 그대로 보존해놓은 채 그녀의 펜던트를 목에 걸고 다닙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배를 가르고, 장기를 적출한 범인들이

뒤늦게 자신의 만행을 기억해내곤 오열하는 모습을 보면서

매케나 경감은 더욱 사건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시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살해하도록 범인을 조종한 배후인물에 대한 증오심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미국 대사관의 입김으로 수사에 합류한 FBI요원 달리아 역시

아버지가 남긴 트라우마로 인해 감정 없는 육체적 관계만 고집해왔지만

런던에서 만난 멋진 변호사 덕분에 오랜만에 예상치 못한 감정의 흔들림을 맛봅니다.

그렇지만 그녀 역시 그를 잃어버릴 위기에 처하면서 극도의 공포와 두려움에 휩싸입니다.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뒤에 겪는 절망감참혹한 연쇄살인을 조합함으로써

작가는 사건의 진상과 범인을 쫓는 스릴러의 재미를 배가시킨 것은 물론

후반부에 이르러 독자의 기대를 벗어난(?) 엔딩을 위한 기초공사를 탄탄히 해놓았습니다.

독자는 사건이 해결됐다는 쾌감을 채 느끼기도 전에 전혀 상반된 감정을 맞이해야 합니다.

중반부 이후 예상대로 이야기가 흘러간 탓에

엔딩마저 평범하고 밋밋했다면 실망감이 적잖이 들었겠지만,

작가가 제대로 준비해놓은 마지막 한 방 덕분에 묵직한 여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딱 한 가지 아쉬움이라면 범인의 동기에 관한 것인데,

이는 독자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입니다.

충분히 공감한다는 의견과 좀 과장됐다는 식으로 갈릴 것 같은데,

저의 경우에는 3:7 정도였습니다.

 

이 작품은 스포일러가 될 부분들이 너무 많아서

이것저것 피하면서 쓰다 보니 무척이나 모호한 글이 돼버렸습니다.

재미와 여운을 동시에 맛볼 수 있는 속도감 넘치는 스릴러를 찾는 독자라면

실망보다는 만족을 느낄 가능성이 높은 작품이니 기회가 되면 읽어보실 것을 추천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푸줏간 소년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패트릭 맥케이브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1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알코올과 폭력에 중독된 아버지, 우울증과 자살중독증에 시달리는 어머니로 인해

불행하고 엇나간 유년기를 보내던 소년 프랜시는

새로 이사온 누전트 부인과 그녀의 아들 필립으로부터 천박한 돼지라는 비아냥을 듣게 되면서

가까스로 억눌려있던 악마성을 폭발시킵니다.

누전트 부인에 대한 엽기적인 응징으로 인해 마을에서 내쳐지기도 하지만

프랜시는 영악한 꾀를 내어 곧 마을로 돌아옵니다.

돼지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프랜시는 공교롭게도 푸줏간에서 돼지잡는 일을 거들게 되는데,

예전과 달리 또래들로부터 소외당하는가 하면, 유일한 친구였던 조까지 자신에게 등을 돌리자

그의 악마성은 걷잡을 수 없이 재폭발하고, 결국 도살이라는 참극을 벌이는 지경에 이릅니다.

 

● ● ●

 

돼지 가면을 쓴 채 칼을 들고 있는 소년이 그려진 포스터가 인상적이었던

영화 푸줏간 소년’(1997년 작)의 원작소설입니다.

영화는 못 봤지만, 포스터만큼이나 파격적인 내용이라는 소문을 들은 기억은 있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다고?” 라는 의문이 저절로 들었습니다.

그만큼 상징성이 강하고 그로테스크한 이야기라는 뜻입니다.

 

줄거리대로 푸줏간 소년은 소년 프랜시의 악마성이 폭주하는 이야기입니다.

태어나서 살다가 죽는 것이 바로 폭력이고 혼란이고 광기다.”라는 작가의 설명처럼

소설 속에 그려진 프랜시의 10여 년의 짧은 인생은 폭력, 혼란, 광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프랜시의 악마성과 광기는 만들어진 것인가, 타고난 것인가?’였습니다.

끔찍한 성장 동화’, ‘비극적인 성장기라는 평가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타고난 사디스트 혹은 성장 중인 악마에 대한 관찰기에 가깝다는 생각입니다.

분명 불행한 가족사와 추악한 어른들의 만행이 그의 캐릭터에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단지 타고난 악마성을 수면 밖으로 끌어낸 격발장치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작가는 거의 한 번도 프랜시를 변호하려는 의지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저 세상과 어른들을 향한 프랜시의 끓어오르는 분노를

수많은 상징과 냉소가 뒤섞인 차갑고 불편한 코미디와 함께 풀어놓을 뿐입니다.

 

물론 프랜시의 타고난 악마성이 외적 요인에 영향을 받아 비약하는 것도 사실이긴 합니다.

엉망진창인 부모가 봉인된 악마성을 툭 건드렸다면,

그를 돼지라 부르며 천대했던 누전트 부인은 악마성의 1차 폭발을 가져온 계기였으며,

쫓겨났다 돌아온 프랜시에게 가해진 소외와 배신은 상실감은 물론 위기와 공포까지 야기시켜

결국 견딜 수 있는 수준의 악행에 그쳐왔던 그의 악마성을 온전히 폭발시켜

도살이라는, 푸줏간 소년다운 참극을 일으키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평하자면, 읽기 편한 작품은 아닙니다.

이야기와 서사 자체의 독특함은 말할 것도 없고,

마침표나 쉼표를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형식미와

대사와 생각과 지문의 구분도 쉽지 않은 특이한 문장들은 독자를 당혹스럽게 만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연극과 영화로 제작돼 (적어도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은 것은

프랜시로 대변되는 인간의 악마성에 대한 논쟁거리를 제공한 묵직한 서사 때문일 것입니다.

아일랜드의 기후처럼 음습하고 강렬한 이야기를 주로 쓰는 작가로 유명하다.”라는 평처럼

패트릭 맥케이브가 창조한 잔혹한 소년기는 딱 아일랜드의 하늘을 닮았다는 느낌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매드 픽션 클럽
도널드 레이 폴록 지음, 최필원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이야기가 거의 막바지를 향해 달려갈 무렵 등장인물 중 한 사람이 이런 말을 합니다.

선하게 사는 건 쉽지 않죠. 악마가 늘 곁에 있으니까.”

 

1950~60년대, 오하이오와 웨스트버지니아의 낙후된 소도시를 무대로

늘 곁에 악마를 두고 살았던인물들의 끔찍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입니다.

광기에 가까운 신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선하게 살 수 없었던 인물이 있는가 하면

악마에게 영혼을 내준 것처럼 오로지 쾌감을 위해 악을 자행하는 인물도 있습니다.

이야기 내내 폭력, 살인, 섹스가 난무한 탓도 있지만,

소설이라기보다 르포에 가까운 서술 덕분에 불편함과 역겨움은 몇 배로 가중됩니다.

 

윤리의 부재, 경직된 가치관, 부정과 부패, 헤어날 수 없는 가난과 불행,

미래가 보이지 않는 암울함에게 지배된 소도시 속에서 악마는 거침없이 성장합니다.

암에 걸린 아내를 살리기 위해 동물과 사람을 제물로 바치며 기도에 전념하는 남편도,

그런 아버지를 증오하며 어머니의 이른 죽음을 기원하는 아들도,

, 히치하이커를 살해하곤 반라의 상태로 사체와 뒤엉킨 채 오르가즘을 만끽하는 아내도,

그런 아내와 히치하이커의 사체를 카메라에 담으며 궁극의 쾌감을 느끼는 남편도,

, 신의 계시를 받아 부활을 실현해 보이겠다며 드라이버로 아내를 살해한 남편도,

성직자의 권위를 앞세워 닥치는 대로 10대 소녀를 능욕하는 변태 새디스트 전도사도,

뇌물은 물론 부정의 대가로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부패한 보안관도,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악마의 자식들이며, 악마의 현신들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들은 어쩔 수 없이 나약하고 쪼그라든 양심을 지닌 자들이기도 합니다.

작가는 만행에 물든 그들에게 때때로 신 앞에 납작 엎드린 인간적인 면모를 슬쩍 얹어줍니다.

오래 전 한때나마 순수했던 자신들의 과거를 돌이켜보기도 하고,

지금 저지르고 있는 행동이 자신의 의지에 의한 것이 아니기를 바라기도 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작가가 그들의 엔딩을 참회와 반성으로 꾸며주진 않습니다.

그들의 마지막은 결국 늘 자신들의 곁에 있던 악마의 뜻대로 마무리됩니다.

 

출판사는 '오랜만에 나는 재밌지만 남에게는 추천해줄 수 없는 책을 만났다고 소개했는데

일정 부분은 맞고, 일정 부분은 좀 과장된 평이라는 생각입니다.

재미보다는 불편함이 더 압도적으로 다가오는 이야기인데다,

인간의 본성이라든가 신과 악마에 관한 화두 등 무거운 주제까지 던져주는 작품이라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갈릴 수 있습니다. (물론 전 호감 쪽입니다만^^)

당연히 추천하고 싶은 마음도 그렇게 갈릴 수밖에 없습니다.

 

영미권에서 다양한 추리소설 상과 추천작에 포함된 이력을 보면 문제작임에는 분명합니다.

다만 깔끔한 추리소설을 기대한 독자에겐 소화하기 쉽지 않은 작품일 수도 있습니다.

좀 과한 표현일 수 있지만, 심연을 들여다보고 싶은 독자라면 주저 않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물론 후유증은 고스란히 본인의 몫이지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