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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비저블 몬스터 ㅣ 메피스토(Mephisto) 7
척 팔라닉 지음, 최필원 옮김 / 책세상 / 2003년 2월
평점 :
절판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머릿속에 뭔가 제멋대로 뒤섞인 듯한 어지러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지금 무슨 이야기를 읽은 거지? 난 지금 화가 난 건가? 아니면, 천재의 작품을 이해 못하는 모자란 독자가 된 건가? 혹시 별 것 아닌, 어쩌면 허접하기 이를 데 없는 이야기인데 그럴싸한 포장에 속은 건가?”
운전 중 총기 사고로 턱의 반이 날아간 전직 모델인 ‘나’, 모래시계 같은 몸매를 지녔음에도 여전히 성형중독에 걸린 브랜디, ‘나’의 옛 애인이었지만 지금은 ‘나’의 절친인 이비와 사랑에 빠진 ‘배신남’이 등장합니다. 이들은 수시로 이름을 바꿔가며 부동산 매물로 나온 부유한 저택을 방문해선 온 집안을 뒤져 각종 처방약을 훔친 후 장물로 팔거나 스스로 복용하면서 살아갑니다. 가끔 알 수 없는 선문답 같은 이야기로 자신들의 세계관을 떠들어대고, 마치 악마파나 파괴주의자를 연상시키는 선동적인 구호와 행태를 보여줍니다.
앞에서 언급한 ‘뭔가 제멋대로 뒤섞인 듯한 느낌’을 받은 이유는 이토록 독특한 캐릭터와 그보다 더 독특한 그들의 기행, 그리고 일반적인 규칙에서 아주 많이 벗어난 적응하기 힘든 이야기 전개 방식 때문입니다. 읽는 중에 자꾸만 앞으로 돌아가 다시 찬찬히 복기해야만 겨우 이해할 수 있는 대목도 많고, 오락가락하는 시제 속에 마치 롤러코스터처럼 큰 진폭을 휘두르며 이야기가 흘러갑니다.
가끔 앞뒤 맥락에 맞지 않는 뜬금없는 문장이 툭툭 튀어나오는데, 뒤늦게야 영화의 플래시백처럼 과거의 한 장면을 묘사한 내용들이란 걸 깨달았습니다. 아무 예고도 없이, 인과관계도 없이 불쑥 등장하는 그런 문장들은 적응 자체가 곤혹스러울 정도입니다. 더구나 모든 문장들이 한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마구 날뛴다’는 느낌을 수시로 받게 됩니다. 상황 설명도, 그들이 나누는 대화도, 심지어 평범한 풍경 설명까지도 모든 문장이 그렇습니다. 마지막 반전 역시 이 작품의 전반적 정서와 딱 맞아떨어질 정도로 기괴하기 짝이 없습니다. 작년(2012년) 가을쯤 읽은 것으로 기억하고 있지만, 당시 남겨놓았던 짧은 메모에는 이렇게 적혀있습니다.
“기이하고, 비틀리고, 마약 같은 이야기. 한번쯤 다시 읽어야 될 것 같은데, 동시에 다신 읽고 싶지 않기도 하고...”
아마 저만의 경험은 아닐 듯한데, 그래서인지 다른 독자들의 서평이 무척 궁금해집니다. 이 작가의 작품을 찾아보니 절판된 것 외에 ‘질식’, ‘파이트클럽’, ‘렌트’ 등이 있습니다. 도전과 포기 가운데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지 여전히 고민 중입니다.
사족이지만, 이 작품을 단지 ‘19금’이라는 이유로 택할 생각이라면 절대 말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