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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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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여행을 다룬 드라마나 소설이 많이 나오면서 제각기 차별화된 특징을 갖추기 위해 다양한 설정들을 사용하는데, 이 작품 역시 특정 시간(1958)으로만 되돌아갈 수 있다는 조건을 내걸고 있습니다.

주인공 에핑의 시간여행의 주된 목적은 케네디 대통령 암살 저지인데, 문제는 암살 사건이 1963년에 벌어지기 때문에 1958년에 도착한 에핑은 5년의 시간을 기다려야만 합니다. 이런 설정 때문에 1권은 시간여행을 통해 1958년에 온 에핑이 몇 가지 개인적인 사건을 해결하며 고생하는 이야기가 전부입니다.

 

2권을 읽지 않은 상태라 (2권은 읽을 생각이 없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에핑의 목적인 케네디 암살 저지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는 알 수 없지만, 프롤로그의 성격 치고는 1권의 내용이 너무 방대하고 지루한 느낌이었습니다. 드라마 두 회 정도 분량의 에피소드가 너무나도 익숙한 시간여행의 문법을 따라 정석대로만 진행되다 보니 1권 표지에 그려진 케네디의 얼굴이 자꾸 미끼로만 보이게 됐습니다.

 

1권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은 분들이 많은 듯한데, (특히 인터넷서점 별표는 대부분 5, 드문드문 4) 물론 스티븐 킹의 필력과 이야기를 끌어가는 탄탄함은 대단했지만, 이번만큼은 여러 가지로 실망스러운 소감만 얻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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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아래 봄에 죽기를 가나리야 마스터 시리즈
기타모리 고 지음, 박정임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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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건대 꽃 아래 봄에 죽기를

그 추운 음력 이월의 보름에"

 

다 읽고 나서 작가와 작품에 대해 좀더 알고 싶어 인터넷서점에 들어가 본 뒤에야 “3년간 수상작이 없던 일본 추리작가협회상 연작단편집 부문 수상작이란 걸 알게 됐습니다. 사실, 미스터리 작품이라서가 아니라 순전히 제목에 꽂혀 읽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작품입니다. 수록된 여섯 편을 읽고 나니, 제목에서 느낀 정서 그대로 애틋하고 안쓰럽고 그래도 어딘가 환하고 따뜻해지는, 그런 뒷맛이 남았습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첫 수록작과 마지막 수록작은 하이쿠 동인인 가타오카 소교의 죽음, 그리고 그와 관계를 가졌던 나나오의 이야기입니다. ‘꽃 아래 봄에 죽기를이라는 제목은 죽은 카타오카가 지은 하이쿠에서 따온 것인데, 나나오가 카타오카의 유품을 전하기 위해 그의 고향에 내려갔다가 알게 된 비극적이고 안타까운 과거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맥락도 전혀 다르고, 사건이나 주변 환경도 전혀 다르지만, 카타오카에게선 아사다 지로의 명품 칼에 지다의 주인공 요시무라 간이치로의 절절함이 느껴집니다. 아무런 공통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각자 처해있던 상황에서 느꼈을 절망감이나 이루어질 수 없는 희망을 간절히 바랐던 마음이 비슷한 깊이와 무게의 처연함을 전해줬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 외에 네 편 역시 비슷한 정서들을 품고 있는 휴먼 미스터리입니다. 여섯 편을 관통하는 교집합은 골목 구석에 자리 잡은 운치 있는 맥주집 가나리야와 요리솜씨는 물론 사람 좋기로 소문난 주방장 구도입니다. 순한 맛부터 독한 맛까지 네 가지 맥주를 팔면서 기막힌 요리들을 안주로 내놓는 구도는 그곳을 찾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게 만드는묘한 재주가 있습니다. 그리고 얼마나 머리가 좋은지, 또 얼마나 많은 정보원(?)을 두었는지, 뛰어난 추리력으로 손님들의 고민을 해결해주기도 하고, 그게 아니라면 어떻게든 해법을 찾을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주기도 합니다.

 

모두 만족스러울 수는 없는 일이라, 두 편 정도는 조금 억지스러운 이야기도 있었지만, 그래도 한 1년 후쯤 꼭 다시 꺼내서 읽어보고 싶은 작품입니다.

 

꽃 아래 봄에 죽기를... 쳐다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애잔해지는, 그런 글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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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서비스데이
슈카와 미나토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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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카와 미나토는 2010년 전후쯤 단편집 꽃밥을 통해 처음 알게 됐습니다. 당시 남겨놓은 짧은 메모를 보면, “이야기 자체가 참 독특해서 이 작가의 다른 작품에도 관심이 간다.”, “죽음과 영혼에 관한 이야기를 이렇게 풀 수도 있구나.”라는 짧은 평이 적혀있습니다.

 

오늘은 서비스데이도 그 맥락을 이어간 작품입니다. 표제작인 중편 오늘은 서비스데이는 천사와 악마가 동시에 나타나 오늘 하루는 당신의 소원을 들어주는 날이라며, 주인공에게 소원을 빌어보라고 권하며 시작됩니다. 주인공은 자신의 뜻대로 일이 풀려나가자 잠시 기분이 좋았지만, 한순간 자기도 모르게 내뱉은 말 한마디 때문에 큰 재앙을 겪게 되면서 마냥 행복할 것 같던 그의 서비스데이는 엉망진창이 되기 시작합니다. 물론 엔딩은 해피하게 마무리되지만, 재미있는 한 편의 로망 소동극을 본 느낌입니다.

 

그 외에 실제 사건 사고와 관련된 소품들을 자랑하는 모임에 우연히 참석한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도쿄행복클럽’, 오래된 아파트에 손목의 형태만 남아있는 루리코라는 유령의 이야기를 다룬 창공 괴담’, 사후 세계에 도착했다가 망각의 강을 건너기 직전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다룬 푸르른 강가에서등이 실려 있습니다.

 

슈카와 미나토의 장편이 어떤 느낌일지는 잘 감이 안 잡히지만, 적어도 단편에 관한 한 탁월한 재주를 지닌 작가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깊이라고 할까요?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점에서는 좀 약한 듯 하고(물론 그렇지 않은 단편도 있지만), 대체로 소동극의 색채가 강하다는 게 제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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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소녀에 얽힌 살인 고백
사토 세이난 지음, 이하윤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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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이자 아동상담소 소장인 쿠마베는 친구를 통해 아동학대 피해자 아키를 소개받습니다. 상담 도중 미심쩍은 부분이 생긴 그는 직접 가정 조사에 들어가는데, 아키의 어머니인 키미에로부터 학대의 주범이 그녀 자신이란 고백을 듣습니다. 쿠마베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이웃과 주변을 상대로 좀더 깊은 조사를 시도하지만, 대부분 아키 가족과 등을 진 이웃들은 쿠마베에게 냉소적인 반응만 보일 뿐입니다. 그러던 중 키미에의 내연남이 쿠마베에게 폭력을 휘두르곤 아키를 끌고 가는 일이 벌어집니다. 아키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하던 쿠마베는 어느 날 한 남자아이로부터 (아키의 일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의문의 전화를 받습니다. (출판사의 소개글을 일부 수정, 인용했습니다.)

 

고백이란 것은 그것이 자신의 행동임을 털어놓는 일인데, ‘얽힌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탓에 살인의 대상이 소녀인지 아닌지 무척 모호해지는, 그야말로 제목 자체가 많은 의문을 품고 있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분명 소녀라는 단어가 들어간 이상 쉽고 편한 마음으로 읽어낼 수 없는 고통스러운 이야기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된 바였습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인터뷰어가 아동학대를 당하면서 성장한 아키의 유년기에 대해 여러 사람에게 인터뷰를 시도합니다. 아키가 우여곡절 끝에 들어갔던 아동상담소의 쿠마베 소장, 아키를 도와줬던 남자친구, 아키의 담임교사, 의사 등 아키 주위에 머물렀던 많은 사람들이 시차를 두고 ‘10년 전 그날 그 사건에 대해 회상합니다.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아키가 겪은 불행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고, 모두가 감춰온 또는 모른 척 해온 비밀과 거짓말들이 세상 밖으로 쏟아져 나옵니다. 그리고 적잖은 강도의 반전과 함께 출판사 소개글대로 슬프고도 무서운 결말에 이릅니다.

 

이야기는 촘촘하게 잘 짜였고, 인터뷰 대상인 인물들의 캐릭터나 배치도 기승전결에 따라 흥미롭게 이루어졌습니다. 다만, 소재와 형식 때문인지 미스터리로서의 긴장감은 조금 약합니다. 오히려 읽는 동안 조금은 불편하고 화가 난다고 해야 하나... 아무래도 아동학대를 비롯하여 어린이가 피해자로 등장하는 이야기는 불편함과 불쾌함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인데, 개인적으론 그런 이유 때문에 영화 도가니를 보지 못할 정도였으니 이 작품 역시 수시로 덮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것도 당연한 일이었는지 모릅니다. (그렇다고 이 작품이 단순한 돌직구처럼 아동학대 자체를 다룬 작품이란 뜻은 아닙니다)

 

오래 전 처음 읽은 후에 남겨놓은 메모를 보니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을 꼭 찾아서 읽어볼 것이라고 돼있습니다. 아쉽게도 인터넷서점에는 사토 세이난의 작품이 이 작품밖에 없는데, 언젠가 새 작품이 출간된다면 다짐한대로 꼭 찾아 읽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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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커레이드 호텔 매스커레이드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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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건의 연쇄살인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의문의 숫자들을 분석한 경찰은 다음 사건 현장이 야경으로 유명한 한 고급호텔이라고 추정하고 잠복근무에 돌입한다. 프런트 직원으로 위장한 닛타 고스케는 베테랑 호텔리어 야마기시 나오미의 지시를 받지만 두 사람은 수사 기간 내내 불꽃 튀는 신경전을 벌인다. 수사는 뜻대로 풀리지 않고 호텔을 찾아오는 다양한 투숙객을 상대하며 서서히 지쳐갈 즈음 닛타 형사는 호텔 연회장에서 결혼식을 앞둔 신부에게서 불길한 조짐을 포착한다. 하지만 뭔가 확실한 단서 하나 잡히지 않는 가운데 예고된 살인 날짜가 시시각각 다가온다. (출판사의 소개글을 일부 수정, 인용했습니다.)

 

언젠가 중고책 직거래 때문에 만난 분이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전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은 무조건 사서 읽는데, 미야베 미유키는 작품마다 좀 들쑥날쑥 해서 일단 여기저기 물어보고 구입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 전 그 반대인데...”

일본 미스터리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이 두 작가 때문이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에 대한 신뢰와 애정은 깊어진 반면, 히가시노의 경우 가끔씩 헉 소리가 나오게 하는 경우가 잦아졌습니다.

 

매스커레이드 호텔을 손에 쥐고도 잠시 고민했던 게 사실입니다. 그리고 반쯤 읽었을 때,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다양하고 개성 강한 호텔 손님들의 행태를 보여주는 신참자호텔 버전인가 싶기도 했고, 어떤 대목에선 주객이 전도된 듯 경찰이 잠복근무를 하게 된 호텔 이야기같기도 했습니다. (“온갖 군상이 등장하는 휴먼 드라마에 가깝다.”는 인터넷서점 소개글이 정말 공감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미스터리의 긴장감은 갈수록 옅어졌고, 중후반에서야 뭔가 일이 벌어지려나, 했지만, 딱히 만족스럽진 못했습니다. 범인이 남긴 트릭도 히가시노의 작품이라기엔 좀 어설프거나 억지스러웠습니다. 물론 막판에 나름 이리저리 꼬아서 긴장감을 주긴 했지만,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별 세 개 이상은 못 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히가시노가 작품 수에 대한 욕심을 조금 포기하더라도 읽고 나서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던 전작들처럼 좋은 작품들을 써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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