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린 시절을 보내던 그 상태,
얼어붙은 채로 그렇게 동작을 멈추고 몸이 녹기를, 잠에서 깨어나다시 살아가기를 기다리는 상태로 돌아갔다. 어머니의 불행은 내가 끌고 가야 할 썰매라고 생각했다. 나 자신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 그리고 어쩌면 어머니를 자유롭게 해 주기 위해, 그 썰매를 끌면서 곰곰이 살폈다. - P42

어머니는 나를 당신의 거울로 생각했지만, 거기에 비친 모습이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거울을 탓했다. 서른 살 때, 종종 분노에 차서 쓰기는 했지만 거의 보내지는 않았던 편지 중 하나에 나는 이렇게 적었다. "엄마는 내가 일종의 거울이 되기를 바라셨죠. 엄마가 보고 싶은 자신의 이미지, 완벽하고 온전히 사랑받고 언제나 옳은 모습을 비춰 주는 그런 거울 말이에요. 하지만 나는 거울이 아니고, 엄마 눈에 결점으로 보이는 것들도 내 잘못은 아니잖아요.
- P42

 어린 시절에는 스스로 환경을 바꿀 수 없기 때문이며, 그 감정과 그 감정을 낳은 잔인한 이유를 알아보고, 거기에 이름을 붙이고, 그것을 느끼는 일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신은기다린다.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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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상처를 어떻게 불멸의 것으로 만들어 주는지 나는잘 안다. 이야기를 하는 이는 물 긷는 장치에 묶인 낙타처럼 계속원을 그리고 돌면서 부지런하게 비극을 길어 올리고, 매번 다시 이야기할 때마다 그때의 감정도 되살아난다.  - P39

그날 이후로, 어머니는 종종 다른 사람에게 분노를 표출했고,
내 삶에 분노를 쏟아 냈다. 그녀는 나만 빼고 다른 사람들에게, 그것도 내가 있는 자리에서 무언가를 나누어 주는 일에서 기쁨을 찾았고, 모임에서 나를 따돌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일에 몰두했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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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지 않으면 인생은 바뀌지 않는다 - 위대한 변화를 이끌어내는 아주 작은 실행의 힘
브라이언 트레이시 지음, 정지현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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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책 읽기에 집중하기 어려운 시절이 있었던가 싶다. 충격적인 뉴스로 도배하다시피 한 몇 달 동안 도파민 중독자처럼 지냈다. 양파 껍질을 벗기듯이 자꾸만 쏟아지는 뉴스를 보다가 하루가 가곤 했다. 그래서 좀 정신을 차려 보려고 브라이언 트레이시의 이 신작을 골라잡았다. 금세 뚝딱 읽을 수 있는 책인데도 20여 일이나 걸렸다. 그 사이 또 한눈을 팔았던 거다. 23년 전 내 인생을 바꾼 스무 살 여행으로 브라이언 트레이시를 처음 만났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자기계발 전문가이며 수많은 CEO와 인풀루언서들이 멘토로 꼽는 브라이언 트레이시의 눈부신 성공의 결과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이 책의 구성은 1장 무엇이 당신을 안주하게 하는가 2장 한 번에 인생 전체를 바꿀 필요는 없다 3장 성공을 가속화하는 성장 마인드셋 4장 목적지를 정해야 출발할 수 있다 5장 빠르게 시도하고 유연하게 대처하라 6장 나 자신의 첫 번째 후원자가 되라 7장 멀리 보아야 멀리 간다 8장 실패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실패다 9장 성장을 이끄는 리더가 되라 10장 성공을 자동화하는 루틴의 힘 열 개 주제가 들어있다. 주로 기업가 비즈니스 컨설팅을 업으로 하는 저자라서 조직의 구성원으로 일하는 직장인이 읽기에 유익한 내용이 많다. 하지만 업무 역량을 키우거나 성공하고 싶은 개인이 적용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사람은 누구나 성공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왜 세상에는 성공한 사람이 소수일까. 무엇이 우리를 안주하게 하는 걸까. 각자 상황은 달라도 성공하지 못하는 핑계에는 공통점이 있다. 출신과 배경을 탓하거나 컴포트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등 자신의 능력에 한계를 긋기 때문이다. 이만하면 됐다고 현재에 만족하며 적당히라는 함정에 빠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자신이 지닌 잠재력의 2퍼센트도 채 쓰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세계적인 경영 컨설턴트이자 행동심리학 박사 데니스 웨이틀리(Denis Waitley)우리는 백 번을 살아도 다 쓰지 못할 잠재력을 지니고 태어났다.”(성공의 10대 원리, 백만문화사, 2012)라고 말했다. 어떻게 하면 잠재력을 최고조로 끌어낼 수 있을까. 저자는 자기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고 바라보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성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건이라는 자존감에 대한 얘기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리가 가진 능력은 쓰여지기 위해 아우성을 치고 있다. 우리가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때만 이러한 내면의 아우성을 잠재울 수 있다.”(59p, 에이브러햄 매슬로)

 

사실 성공 메커니즘은 알고 보면 그리 어려운 게 아니다. 먼저 목표를 정하고 계획을 세운 다음 실천하는 것이다. 될 때까지 계속하는 것 그것밖에는 없다.

 

명확한 목표를 정한 뒤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는 것 그리고 즉시 행동에 돌입하고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계속 노력하는 것, 이것은 절대 비밀이 아니다. 너무나 당연하고 뻔해 보이기에 간과되곤 하는 성공 원칙이다.’(67p)

 

모멘텀의 법칙: 외부의 방해를 차단하고 내면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이면 목표를 향한 동기는 절대 줄어들지 않는다.’(69p)

 


하지만 아무리 좋은 목표와 계획을 세웠어도 작심삼일에 그치곤 했던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무언가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어두운 터널 속을 걷는 것과 같다. 부정적인 생각이 피어오르고 주저앉게 된다. 절실한 마음이 부족해서다. 근대 심리학의 창시자이자 하버드대 교수였던 윌리엄 제임스(Willian James)어떤 자질을 원한다면 이미 그것을 지니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라”(81p)라고 했단다. 시크릿에서 말하는 이미지화이고 시각화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는 효과적으로 목표를 세우는 방법을 소개해 보겠다. 먼저 목표란 무엇인가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 흔히 행복해지고 싶다’, ‘큰 부자가 되고 싶다라는 말은 목표가 아니라고 한다. 단순히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는 것은 목표가 아니라 소원이다. 소원에는 목표와 달리 에너지가 없다. ‘목표를 세우고 실행하는 7단계 프로세스의 단계는 1. 원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떠올려라, 2. 목표를 적어라, 3. 기한을 정하라. 4. 해야 하는 일의 목록을 작성하라, 5. 체크리스트를 활용하라, 6. 한 걸음만 내디뎌라, 7. 계속하라, 이 순서로 세우면 된다. 연말연시가 되면 새로운 마음으로 목표와 계획을 세워본 적 있을 것이다. 이렇게 구체적으로 세워본 적 있는가.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한을 정하고 해야 하는 목록을 작성하고 그것을 꾸준히 계속 실천하는 일일 것이다. 목표란 정확한 목적지로 안내하는 나침반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오직 행동만이 행동이다.

말을 하거나 간절히 바라거나

희망을 품거나 의도하는 것은 행동이 아니다.”(98p)

-루트비히 폰 미제스(경제학자, 인간행동론저자)

 


나는 이 문장에 깊이 공감했고 지난날 목표와 계획을 실천하면서 얼마나 허술했는지 반성하였다. 간절함이 아니라 행동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 뼈를 때리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성공에 이르는 길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매일매일 성실해야만 원하는 결과를 이룰 수 있다. 똑같은 시간을 가지고도 왜 어떤 사람들은 더 큰 소득을 얻는 것일까. 1950년대 하버드대학교의 사회학자이자 정치학자였던 에드워드 밴필드(Edward Banfeld)의 연구에 따르면 장기적 관점이 모든 사회 경제적 수준에서 급속한 상향 이동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을 발견했다. 장기적 관점은 장기적 목표를 세우는데 적용할 수 있다. 그리고 장기적 목표를 이루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 관리이다. 많은 자기계발서에서 시간 관리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이 책에서 새롭게 다가왔던 시간 관리의 사분면을 언급해 보겠다.



시간 관리의 사분면



위 사진에서 오른쪽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1~4분면이다. 순서대로 열거하면 즉시성의 사분면, 효과성의 사분면, 낭비의 사분면, 착각의 사분면이다. 1사분면은 지금 당장 해야만 하는 일이고 2사분면은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들이다. 효과의 사분면이라고도 하는데 여기에는 인생에서 장기적이고 잠재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일을 넣으면 된다. 업무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이나 강연 프로그램, 제안서나 보고서 작성 연습, 자기계발을 위한 독서가 여기에 속한다. 3사분면은 휴대폰으로 각종 SNS를 확인하며 광고성 이메일 훑어보기 등 긴급하지도 중요하지도 않은 낭비의 사분면이라고 부른다. 4사분면은 동료와의 잡담, 점심 메뉴 정하기 등 긴급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일로 착각의 사분면이라고 부른다. 장기적인 관점을 키워주는 일은 모두 2사분면에 있다. 사업과 성장에 큰 변화를 불러오고 싶다면 2사분면에서 보내는 시간을 점점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이 사분면 시간 관리는 커리어 뿐만 아니라 건강이나 개인의 행복에도 적용할 수 있다.

 


마지막 10장의 성공을 자동화하는 루틴의 힘도 꽤 유익한 내용이었다. 잘 알면서도 평소 지켜지지 않는 것들이다. 충분한 수면, 운동, 도파민 중독에서 벗어나기, 책으로 명상하기 등이다. 이중 책으로 명상하기는 마음을 다스리는 보통의 명상도 좋지만 사색할 수 있는 내용이나 동기부여가 되는 내용의 책을 15분 정도 읽으면서 긍정적이고 희망찬 하루를 시작하는데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되었다. 좋은 루틴을 많이 가지면 좋은 성과로 이어진다. 좋은 루틴은 어떻게 늘릴 수 있을까.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나씩 지워가다 보면 성공의 루틴에 가까이 갈 수 있다. 휴대폰 들여다보는 시간만 줄여도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각 장의 끝에는 핵심 정리실행 프로젝트가 있다. ‘핵심 정리는 본문의 내용을 기억하기 쉽도록 깔끔하게 정리해 두었고, 실행 프로젝트에는 독자 스스로 적용해 볼 수 있는 질문이 있는데 이에 대한 답을 정리해 나간다면 자신에 대해 자세히 알아갈 수 있고 성공의 습관을 찾는 데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작은 실천이 위대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진리를 다시금 확인하였다. 자신의 목표와 계획을 수정하고 실천하는데 동기부여를 받고 싶은 독자가 읽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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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5-04-22 0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쁜 버릇을 고치기보다 좋은 버릇을 만들라는 말을 보기도 했군요 좋은 버릇을 많이 만들면 나쁜 버릇은 줄어들지도 모르겠습니다 목표를 정하고 기한을 정해야 뭔가 할 것 같습니다 행동, 실천하지 않아서 잘 안 되는 거겠지요


희선
 
コンビニ人間 (單行本)
무라타 사야카 지음 / 文藝春秋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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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은 원서는 무라타 사야카가 18년 동안 편의점에서 일한 경험을 소설로 써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편의점이 소설의 소재가 될 수 있다니. 실제로 작가는 내게는 성역 같은 곳인 편의점이 소설의 재료가 될 줄은 몰랐는데 이렇게 상까지 받았다라고 하며 수상 소감을 말하기도 했다. 직접 읽어 보니 편의점을 향한 작가의 러브레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일터에 대한 애정이 듬뿍 느껴졌다.

 



이야기의 도입부는 소리에 대한 묘사로 시작한다. 편의점은 소리로 가득 차 있다. 손님이 들어올 때 나는 차임벨 소리, 가게 안에서 흘러나오는 유선방송의 신상품을 선전하는 아이돌의 목소리, 점원이 말을 거는 소리, 바코드를 스캔하는 소리, 바구니에 물건을 넣는 소리, 빵 봉투를 잡을 때 나는 소리, 또각또각 걷는 하이힐 소리 등. 이 모든 것이 합쳐져 편의점의 소리가 되어 나의 고막에 닿는다. 이 묘사를 따라가다 보면 편의점 내부를 보는 듯 생생하고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모습이 그려진다. 작가의 촉은 이런 사물의 모습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구나 싶어 감탄했다.

 



화자는 후루쿠라 게이코 서른 여섯 살 미혼이다. 멀쩡해 보이는 그녀에게도 흑역사가 있었으니. 유치원생이던 어느 날 죽어있는 참새를 발견하고 이거 먹자라고 말해서 부모님은 물론 친구들과 어른들을 충격에 빠뜨린다. 아빠가 야키토리를 좋아한다며 무심코 한 말이었다. 동물이 죽으면 무덤을 만들어 주며 불쌍히 여기는 것이 보통의 아이들인데 이런 말을 했으니 놀랄 만도 하다. 이런 일은 또 있었다. 초등학교 때는 싸우는 남자아이들을 말리는데 삽으로 머리를 때려서 모두를 당황하게 했다. 가장 빠른 방법으로 싸움을 멈추게 하려고 그랬단다. 그 소문은 삽시간에 퍼지고 후루쿠라는 이상한 아이가 되었다. 나이가 들면서 게이코 자신도 보통 사람들과 다르다는 걸 깨닫는다. 점차 입을 다물게 되었고 친구들과도 어울리지 않았다. 그것이 게이코의 처세가 되었다.

 



그렇게 조용한 아이로 지내다가 대학 1학년생이 된 어느 날, 시내에서 길을 헤매다 우연히 사원모집 광고를 보게 되고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스마일 마트라는 편의점이었다. 부모님이 보내주는 용돈은 충분했지만 아르바이트에 흥미가 있었다. 대학생, 파트타이머 주부, 밴드를 그만둔 남자아이 등이 같은 색의 제복을 입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손님을 반갑게 맞이하는 법, 인사하기, 물건을 포장하는 법 등 점원으로서 해야 할 예절과 행동을 배웠다. 일이 끝난 후 제복을 갈아입으면 평소의 자신으로 돌아오는데 그 느낌도 좋았다. 게이코는 편의점에 오는 손님들을 대하면서 자신도 세상의 부품의 하나로써 일을 하고 있다는 뿌듯함을 느끼는 것 같았다. 함께 연수를 받았던 동료들은 모두 떠나고 지금의 점장은 여덟 번째다.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했을 때 가족은 모두 응원해 주었다. 세상과 접점이 없었던 딸이 자진해서 사람들과 만날 수 있게 된 것을 환영했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도 아르바이트를 하는 딸을 보고 부모님은 걱정했다. 20대 때 취업 활동을 한 적이 있지만, 서류전형을 통과하는 일도 거의 없었고 겨우 면접을 보게 되었을 때도 왜 오랫동안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지 설명할 수가 없었다.

 



게이코는 지금의 를 형성한 것은 곁에 있던 사람들 덕분이라고 한다. 3할은 이즈미씨, 3할은 스가와라씨, 2할은 점장, 나머지는 이미 그만둔 여러 명의 동료 덕분이었다고. 아르바이트생이 말도 없이 갑자기 결근하는 바람에 힘든 일도 있었다. 그런 불만을 동료들에게 털어놓으면 함께 공감해 주어서 연대감이 생겼고 자신이 괜찮은 인간이 되어가는 것 같아 안도했다. 이제는 손님이 들어올 때 울리는 차임벨이 마치 교회의 종소리처럼 느껴졌다.

 



편의점에 손님으로 온 친구를 오랜만에 만나게 된 계기로 동창회에도 나가고 여러 친구가 생겼다. 편의점에서 손님들을 상대하는 일을 하면서 긍정적인 성격으로 바뀐 것 같다. 특별한 사건이 없는 잔잔한 소설이지만 우리가 평소에 자주 가는 편의점이라는 장소를 소재로 쓴 이야기라 친숙하고 재미도 있다. 작가는 상을 받는 날에도 편의점에서 일하다 갔다고 하는데 이 작품에는 소설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일을 하면서 소설을 끄적였던 계기나 에피소드가 들어있었다면 더 흥미로웠을 것 같다.

 



여기서 시선을 끌었던 캐릭터는 신입 아르바이트생 시라하였다. 그는 툭 하면 조몬시대를 들먹이며 투덜거리는 남자였다. 가부장적인 사고방식과 기성 사회의 잣대를 비판하면서도 거기서 벗어나지 못했다. 며칠 되지 않아 해고를 당했는데 편의점 주변에서 얼쩡거리는 그를 후루쿠라는 집으로 데려온다. 집세도 밀려서 쫓겨난데다 고향으로 돌아갈수도 없다고 넋두리하는 그를 내버려둘 수 없었다. 남자친구가 생긴 줄 알고 좋아하던 여동생은 그를 만나보고 실망하며 언니의 병이 아직 낫지 않았다고 슬퍼한다. 시라하는 자기를 먹여주고 숨겨주기만 하면 후루쿠라에게도 이익 일거라는 궤변을 하며 눌러 앉으려고 한다. 제대로 된 직장을 다니지 않고 결혼도 하지 못한 여자가 남들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에 안성맞춤이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생판 모르는 남자를 집에 들여서 어찌 하려는 걸까 걱정했는데 시라하에게서 이상한 아이였던 자신의 어린 시절이 오버랩 되었나 보다. 어린 시절과 비교하면 대단한 성장이다. 후루쿠라가 보통의 아이와 다르다는 걸 일찍 알아채고 가족 모두가 꾸준한 관심과 사랑을 쏟은 덕분이 아닐까. 시라하와 후루쿠라는 나름 진지한 대화를 통해 제대로 된 직장을 다니기 위해 면접길에 나선다. 하지만 결국 후루쿠라는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은 편의점이라며 시라하에게 결별을 선언한다. 이런 결단과 자신감은 모두 편의점에서 배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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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인가? 이야기란, 말하는 행위 안에 있는 모든 것이다. 이야기는 나침반이고 건축이다. 우리는 이야기로 길을찾고, 성전과 감옥을 지어 올린다. 이야기 없이 지내는 건 북극의툰드라나 얼음뿐인 바다처럼 사방으로 펼쳐진 세상에서 길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이야기한다. 살아가기 위해 폭력이나무감각으로 누군가의 삶을 앗아가는 것을 정당화하고 삶의 실패를 변명하기 위해. 그것은 우리를 구원해 주는 이야기이자 무너뜨리는 이야기, 익사시킨 이야기, 정당화하는 이야기, 고발하는 이 - P13

•야기, 행운의 이야기, 이루어질 수 없었던 사랑의 이야기 혹은 냉•소로 뒤덮인 이야기이다. 이때 냉소는 꽤나 우아해 보이기도 한다. - P14

우리는 우리가 이야기한다고 생각하지만, 종종 이야기가 우리에게 말을 걸기도 한다. 사랑하라고, 미워하라고, 두 눈으로 보라고 혹은 눈을 감으라고. 종종, 아니 매우 자주, 이야기가 우리를 올라탄다. 그렇게 올라타서, 앞으로 나아가라고 채찍질을 하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알려 주면, 우리는 아무 의심 없이 그걸 따른다.

자유로운 상태가 되기 위해서는, 이야기를 듣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 이야기에 질문을 던지고, 잠시 멈추고, 침묵에 귀 기울이고, 이야기에 이름을 지어 주고, 그런 다음 이야기꾼이 되어야 한다. 술탄에게 죽임당한 숫처녀들은 술탄의 이야기 안에 있었다. 셰에라자드는 노동자들의 영웅처럼, 생산수단의 통제권을 쟁취한 다음,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길을 열었다. - P15

사람들은 알츠하이머병이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하지만, 어린 시절에는 왕성한 정신으로 지식을 쌓아가는 반면, 인생의 반대쪽 끝에 있는 이 단계에서는 그 지식들이 해체된다. 얻는 것과 잃는 것인 만큼, 두 단계는 다르다. 

나는 어머니가 뜯어지는 책 같다고 생각했다. 책장이 날아가고, 문단이 뭉개지고, 단어가 흘러내려 흩어지고, 종이는 순수한 흰색으로 되돌아•간다. 가까운 기억이 먼저 사라지고 새로운 것은 더해지지는 않는•뒤에서부터 지워지는 책. 어머니의 말에서 단어가 사라지기 시작 - P24

하며, 텅 빈 자리만 남았다. - P25

동화는 문제에 관한 이야기, 문제에 휘말렸다가 그것에서 나오는 이야기다. 문제 상황은 무언가 되어 가는 여정에서 꼭 거쳐야만하는 단계인 듯하다. 

 대부분의 이야기에 담긴 핵심은 역경에서 살아남는 일, 세상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는 일, 자기 자신이 되는일이다. 어려움은 늘 필수 사항이지만, 거기서 무언가를 배우는 건선택 사항이다.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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