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동일한 존재로 만들려는 순간 폭력이 발생한다. 내가 생각하는 기준에 맞지 않으면 차별하고억압하며, 심지어 죽이기까지 하는 비극이 생겨나는 것이다. 크고작은 전쟁들이 그런 연유에서 발생하였다. 집단의 동일성을 강조하고 개인의 고유성과 주체성을 인정하지 않는 순간 전체주의의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는 것이다. - P261
롤스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그들의 재능은 순전히 자신의 노력만으로 획득한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사회라는 협동체제에서 운 좋게 유리한 카드를 받은 것이니 그 유리한카드를 통해 얻은 이익을 최소 수혜자의 처지를 향상시키는 데 쓸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 P306
우리 사회에서 어떤 사람은 운동의 재능을, 어떤 사람은 치료의 재능을, 어떤 사람은 노래의 재능을, 어떤 사람은 가르침의 재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재능은 가족과 사회를 배경으로 하여우연히 분포되고 계발된다. 이렇게 분포된 재능은 사회가 협동체제로서 기능하기 위한 공동의 자산으로 여겨야 한다. 그러니 자신에게 부여된 재능을 ‘개인의 권리‘만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혼자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분업을 통해 누구나 타인의 재능에 기대어 살아간다. 그러니 정의로운 체제는 각 개인의재능의 차이점을 살리되 우연성이 정의의 원칙에 부합되게 만드는것이다. - P307
그레고르는 모습은 변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인간의 심성을갖고 있었다. 그가 벌레로 변하기 전에는 가족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으로 일을 했으며, 벌레로 변한 후에도 자신의 변신으로 가족이 겪을 고통을 끊임없이 의식하며, 자신 나름대로 가족들을 배려했다. 여동생이 바이올린을 켰을 때도 그 소리를 아름답게 여길줄 아는 심미적 감수성이 있었다. 이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거실로 기어 나오고,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레고르의 가족들은 그에게 혐오감과 거부감을 느끼며, 마지못해 그와 함께 생활했다. 특히 아버지는 그레고르가 눈에 띄기만 하면 폭력을행사하였다. 어머니는 그레고르의 모습을 보면 기절을 하고, 그의존재 자체에 거부감을 느꼈다. 여동생은 처음에는 그럭저럭 돌봐주었지만, 결국에는 가장 진저리치며 그의 존재를 부정하기에 이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제구실을 한다는 것은 가족을 위해 직장을다니며 돈을 벌어오는 것이다. 그리고 직장에서 내쳐졌을 때 하찮은 존재가 된다. 마치 벌레처럼. 흉측하고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고용 체계 안으로 들어가기 위
해 어린 시절부터 학교에서 가정에서 ‘경쟁으로 내몰리는‘ 것이다. 카프카의 『변신』은 가정이라는 생활세계가 경제라는 체계에 의해식민화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가족들은 그레고르에게 동정심을느끼기보다 자신들의 생계를 먼저 걱정한다. 그레고르가 없으면살아갈 수 없을 것처럼 여겨졌던 아버지,어머니, 누이동생은 그가 없어도 살 수 있었다. 고용시장에 자신들을 맡겨 생계를 유지해 나갈 수 있었다. 그들이 그레고르없이도 자립할 수 있게 된 후에는 그레고르의 존재를 더욱더 짐스럽게 여겼다.
하버마스(Jürgen Habermas)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체계와생활세계로 분화되어 왔다고 말한다. 체계는 화폐를 매체로 하는경제체계와 권력을 매체로 하는 행정 체계로 구분된다. 생활세계는 가정, 학교, 시민사회 등이다. 체계가 복잡해지고, 생활세계가합리화되면서 체계와 생활세계는 서로 분리된다. 경제체계와 행정체계의 자립성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이 체계의 힘이 점점 강력해지면서 가정과 시민 사회라는 생활세계를 침범하는 데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하버마스는 경제체계와 행정 체계가 생활세계를 침범하는 현상을 생활세계의 식민화라고 표현한다. - P315
경제체계는 이처럼 생활세계를 식민화하게 된다. 하버마스는의미 상실과 자유 상실과 같은 병리 현상은 체계의 논리가 생활세계에 침입하여 발생하는 ‘생활세계의 식민화로 인한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서 경쟁하고, 정신없이 뛰어가고 있는가? 더 편리하고, 더 멋지고, 더 새로운 것을 향해서 쉼 없이 나아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의미에 대한 물음을 상실한 시대가 되었다. 자기가 자신을 스스로 착취하는 사회가 되었으며, 더 큰 문제는 이를 의식하지도 못하고 병들어간다는 것이다. - P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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