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랑의 추억은 기억의 일반적인 법칙에서 예외가 아니며, 또 이 기억의 법칙은 보다 일반적인 습관의법칙의 지배를 받는 법이다. 습관은 모든 걸 약화하므로, 우리가 망각했던 부분이 바로 우리에게 어떤 존재를 가장 잘 생각나게 한다. - P10
바로 이런 이유로 우리 기억의 가장 좋은 부분은 우리 밖에, 비바람이나 밀폐된 방의 냄새 속에, 타오르기 시작한 불길의 그을음 속에, 다시 말해 우리 지성이필요로 하지 않아 방치했던 것, 과거의 마지막 저장소, 우리의 모든 눈물이 메말랐을 때에도 여전히 우리를 울리는 최상의 저장소를 발견하는 곳이라면 어디에나 존재한다. 우리 밖이라고 했던가? 아니다, 우리 안이라고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이 저장소는 우리 시선에서 빠져나가 조금은 오래 지속되는 망각 속에 존재한다. 바로 이런 망각 덕분에 때때로 우리는 우리의 옛 존재를 되찾을 수 있고, 이 존재가 대했던 그대로의 사물과 마주하며 다시 괴로움에 빠질 수 있다. - P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