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간은 마치 회계 장부나 유언장처럼 가서 보기만 하면 알 수 있는, 모든사람에게 동일한 물질로 구성된 전체가 아니다. 우리의 사회적 인격은 타인의 생각이 만들어 낸 창조물이다. "아는 사람을보러 간다."라고 말하는 것 같은 아주 단순한 행위라 할지라도,
부분적으로는 이미 지적인 행위다. 눈앞에 보이는 존재의 외양에다 그 사람에 대한 우리 모든 관념들을 채워 넣어 하나의 전체적인 모습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 P43

나는 어머니로부터 눈길을 떼지 않았다. 이제 모두들 식탁에 가 앉으면, 엄마는 내가 저녁 식사가 끝날 때까지 남아 있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고, 또 아버지의 비위를 거스르지않으려고, 여러 사람이 있는 데서는 내 방에서 하는 것처럼 여러 번 키스를 해 주지 않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저녁 식사를 하기 시작하면 식당에서 그 시간이다가오는 것을 느끼면서, 그렇게도 짧고 덧없는 키스에 대비하여 내가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해 두자고 다짐했다.  - P57

내 방에 올라가야 한다는 슬픔은 계단 특유의 바니시 냄새를 흡입함으로써 - 정신적인 침투보다 더 독성이 강한 —— 아주 빨리, 거의 순식간에, 갑작스럽고도 엉큼하게 내 몸속으로 들어왔다. 방 안에 들어서자마자 난 모든 출구를 막고, 덧문을 닫고, 이불을 들추고, 나 자신의 무덤을 파헤치면서, 잠옷이라는 수의를 걸쳐야만 했다. 그러나 여름에 큰침대 주위에 친 커튼 안에서 자는 것이 너무 더워 방 안에 들여놓은 작은 침대로 들어가 몸을 파묻기 전에, 갑자기 반항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혀 유죄 선고를 받은 자의 술책을 써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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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3-06 0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의 사회적 인격은 타인의 생각이 만들어 낸 창조물]५✍⋆*밑줄 쫘악 ~ 모나리자님 주말 해피 해피하게 ^,^

모나리자 2021-03-06 23:34   좋아요 1 | URL
그쵸. 참 정확한 통찰이죠. 처음엔 집중이 안됐는데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요.^^
어느새 잠잘 시간이 됐네요.ㅎ
오늘 바람 불고 꽤 춥더군요. 하루 남은 금쪽같은 휴일도 좋은 시간 되세요.**!
 


잠을 자러 올라갈 때 내 유일한 위안은 내가 침대에 누우면 엄마가 와서 키스해 주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저녁 인사는 너무도 짧았고 엄마는 너무도 빨리 내려갔기 때문에, 엄마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리고 뒤이어 문짝이 두 개 달린 복도에서 밀짚을 엮어 만든 작은 술이 달린 푸른빛 모슬린 정원용 드레스가 가볍게 끌리는 소리가 들릴 때가 내게는 정말 고통스러운 순간이었다. 




***
일본어 원서 읽는 것보다 어렵네요.^^;;
순 한글인데 왜 이렇게 안 넘어가지??ㅎㅎ
밖에 가서 산책 좀 하고 와야겠어요...




- P32

 "아! 여보게, 이런 좋은 날씨에 함께 산책하다니,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자네는 이 모든 나무들이며 산사나무들, 그리고 자네가 한 번도 칭찬한 적 없는 이 연못이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자네는침통한 표정이구먼. 이 산들바람을 느끼는가? 아! 누가 뭐래도사는 건 좋은 거라네.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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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3-04 10: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나리자님 1년만에 완독하셨군요~! 이제 11권이 남았습니다 ^^

모나리자 2022-03-04 14:55   좋아요 1 | URL
네, 1년이 금세 지나갔어요.ㅎ 11권 이번달에 읽으려구요.^^
 

나는 어린 시절 뺨처럼 팽팽하고 싱그러운 베개에다 뺨을갖다 대었다. 시계를 보려고 성냥을 켰다. 곧 자정이다. 여행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환자가 낯선 호텔 방에서 잠이 들었다.
가 갑작스러운 통증으로 깨어나 문 아래로 스며든 한 줄기 햇살을 보고 기뻐하는 순간이다. 얼마나 다행인가, 벌써 아침이라니! 곧 종업원들이 일어날 테고 종을 울릴 수 있고, 그러면누군가가 와서 보살펴 주겠지! 고통을 덜 수 있다는 희망이아픔을 견뎌 낼 용기를 준다. 그때 마침 발자국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발자국 소리는 가까이 다가오더니 이내 멀어진다. 문 아래 보이던 빛줄기도 사라졌다. 자정이다. 가스등의불도 방금 꺼졌다.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종업원도 떠났고,
그는 밤새 아무런 처방도 없이 고통에 시달려야 한다.
- P17

처음엔내가 누구인지도 알지 못했다. 내겐 동물 내부에서 꿈틀거리는 생존에 대한 지극히 단순한 감정만 있었을 뿐, 아니, 동굴속에서 살았던 사람들보다도 더 헐벗은 존재였다. 그러자 추억이, 현재 내가 있는 곳에 대한 추억이 아니라, 내가 살았던곳, 혹은 내가 살았을지도 모르는 곳에 대한 추억이 저 높은곳에서부터 구원처럼 다가와 도저히 내가 혼자서는 빠져나갈수 없는 허무로부터 나를 구해 주었다.  - P19

이 소용돌이치는 혼란스러운 회상은 아주 짧은 순간만 지속되었다. 내가 있는 장소에 대한 이런 짧은 순간의 불확실성은, 마치 우리가 영사기를 통해 달리는 말을 보면서도 말의 연속적인 자세에서 각각의 자세를 분리해 내지 못하듯이, 그 불확실성을 구성하는 여러 다른 가정들을 자주 구별해 내지 못했다. - P22

 습관! 능숙하면서도 느린이 조정자는, 잠시 머무르는 숙소에서 몇 주 동안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다가, 우리가 찾아내면 행복해지는 그런 것이다. 습관의 도움 없이 정신이 가진 수단만으로는 우리의 거처를 살만한 곳으로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울프 여사가 정말 존경스럽네요!!ㅎㅎ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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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3-03 23: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책 제작년에 사놓기만 하고 시작도 못했는데 ㅜㅜ완독 기원합니다~!

모나리자 2021-03-04 10:09   좋아요 1 | URL
저도 20대 초반에 읽다가 놓고 지금에야 다시 잡았네요.ㅋㅋ
워낙 읽기 어려운 책이라서 한 달에 1권씩 읽으려고 계획하고 있는데... 이것도 잘 되려나 모르겠어요. 아무튼 응원 감사합니다~ 새파랑님.^^!

새파랑 2021-03-04 10: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0대 초반에 전 뭘한건지 ㅜㅜ 저도 한달에 1권 한번 도전해봐야겠네요~잘 읽으세요^^

모나리자 2021-03-04 10: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네, 한달 1권 읽는 방법 괜찮은 것 같죠?ㅎ 읽기 어려운 책 계속 붙들고 있는 것보다는 그 사이 사이 다른 책을 읽어가면서 머리도 식히고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원래 이런 책은 여러번 읽어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떤 고전 읽는 분은 이 책을 해마다 한번씩 읽는다고 하더군요. 새파랑님의 도전 응원할게요~!!

scott 2021-03-04 1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나리자님 한달에 한권씩이면 올해 끝자락에는 완독으로 멋진 엔딩을 !
응원합니다 ^.^

모나리자 2021-03-04 14:00   좋아요 1 | URL
넵!! 감사합니다~스콧님!
이렇게 공약을 했으니 어떻게든 될 거예요.ㅎ^^!!
 
책숲에서 길을 찾다 - 좋은 책 고르기부터 잘 읽는 법까지. 미래를 디자인하는 독서 기술
류대성 지음 / 휴머니스트 / 2016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국어교사로 오랫동안 일했던 저자가 독서 초보자들에게 좋은 책을 골라 읽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하지만 내가 읽어본 느낌은 독서 초보들이 읽기엔 좀 어렵겠다는 책들도 다소 보였다. 독서 초보의 기준을 어느 수준으로 정할 것인지가 모호하지만,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나름대로 자신의 독서 상황을 가늠해보기에는 유용한 책인 건 사실이다. 저자가 지은 책으로는 사적인 글쓰기, 청소년을 위한 북 내비게이션이 있고 공저로는 고전의 나의 힘등 다수 있으며, 전국의 도서관, 시도 교육청, 학교 등지에서 책읽기와 글쓰기에 관한 강의를 하고 있다.

 


크게 1부 책 숲을 바라보다 2부 책 숲을 거닐다 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왜 책을 읽어야 할지,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그리고 책을 읽고 나서 무엇을 해야 할지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 부분에서는 현실에 도움이 되는 책 읽기독서는 취미가 아니다는 말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현실에 도움이 되는 책읽기란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보자. 학생인가, 직장인인가, 또 공부하는 직장인가에 따라 책읽기의 목적을 달리 설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이라면 교과서에 나오는 문학작품이나 국어, 사회, 과학탐구 영역에 관련된 책을 읽으면 성적을 끌어올리거나 독서 습관을 정착시키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직장인이라면 자신의 업무와 관련된 전문적인 분야의 책을 읽을 것이고, 어학이나 자격증 공부를 한다면 그 분야의 공부와 공부법에 관한 책 등으로 확장할 수 있다.

 


 이렇게 자신의 상황을 제대로 바라보고 독서 계획을 세운다면 자연스럽게 취미독서에서 벗어나 성장을 꾀할 수 있는 독서로 발전시킬 수 있다. 코로나19가 예상치 못하게 장기화되면서 어쩌면 책을 읽는 습관을 들이기에는 적절한 때라고 생각한다.

 


 독서를 대단한 행위라든가 숭고한 작업이라는 식으로 너무 지나치게 생각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그보다는 매일 일상생활에서 하는 다른 행동들처럼 그냥 가볍게 받아들이는 것이 좋아요. 예를 들어, 독서란 어떤 옷을 골라 입는 것과 비슷합니다. 독서는 패션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죠. 좀 더 쉽게 말하자면 매일 갈아입는 옷에 가깝습니다.(P83)

-마쓰오카 세이고의 독서의 신

 


 독서란 그냥 자연스러운 일상적인 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에겐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에 잠들기 전까지 정해진 루틴이 있다. 그 과정에 들어있는 자연스런 습관처럼 책읽기도 몸에 배어야 한다는 말이다. 사실 읽는 행위는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글쓰기는 더 큰 결심과 습관이 누적되어야 한다.

 


책읽기의 끝에는 글쓰기가 기다리고 있다. 책을 읽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자신을 변화시키고 세계를 해석하는 데 있다. 자신의 변화 과정을 확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글쓰기다.(P89)

  


 글쓰기의 강조는 아무리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취미독서를 하면서 독후감은 내가 쓰고 싶은 책만 썼던 내가 2016년 여름 블로그 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 읽은 책은 무조건 리뷰를 쓰는 습관을 들였다. 그 습관이 쌓여서 엄청난 글쓰기 훈련이 되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니 책을 좋아해서 읽는 사람은 반드시 11글 쓰기를 습관들이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2부에서는 문학을 비롯하여 수학, 과학, 인문, 역사, 사회, 경제, 문화, 심리, 글쓰기 분야까지 다양한 책을 소개하고 있다. 여기서 마음에 들었던 인용 문장을 소개하면서 리뷰를 마칠까 한다.

 


 학교에서 하는 공부는 오직 타인을 지배하거나 누르기 위한 것이다. 그렇게 공부를 하면 그 지식을 돈으로 교환하지 않고서는 살아가기가 힘들다. 그 교환의 궤도를 벗어난 공부, 그것이 곧 삶의 지혜다. 공부가 지혜로 변주되는 곳에선 늘 밥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단적으로 말하면, 공부와 밥은 하나다!(P187)

 


 고전평론가 고미숙이 쓴 돈의 달인, 호모 코뮤니타스에 나오는 문장이다. 전에 이 저자의 책을 여러 권 읽었는데 공부가 밥이다는 말이 정말 인상 깊었고 감동적이기까지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누구나 책을 읽는 목적이 있을 것이다. 물론 책을 좋아해서 읽을 것이다. 취미독서도 좋지만 거기서 한 발짝 나아가 자신의 성장을 위한 독서를 계획해 보면 어떨까



그리고... 반드시 쓰는 습관은 더욱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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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3-04 11: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교환의 궤도를 벗어난 공부, 그것이 곧 삶의 지혜다. 공부가 지혜로 변주되는 곳에선 늘 밥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단적으로 말하면, 공부와 밥은 하나다]
이문장 새겨두어야 할 문장 밑줄 쫘악 ५✍⋆*

모나리자 2021-03-04 14: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문장 정말 좋지요? 마음에 드는 문장이에요. 공부가 밥이 된다는 것 멋진 일인 것 같아요.^-^!!
 

"태엽 감는 새 아저씨." 하고 그녀가 내 얼굴을 빤히 쏘아보듯 올려다보면서 말했다. "나는 아직 열여섯 살이고, 이세상에 대해서도 아는 게 별로 없지만, 그래도 이거 하나는확신을 갖고 단언할 수 있어요. 만약 내가 페시미스틱이라면, 페시미스틱이 아닌 이 세상 어른은 다 바보예요."
- P238

그러나 나를 포함하고 있는 세계가 그렇게 좁아지면 좁아질수록, 그것이 움직임을 멈추면 멈출수록, 그세계가 기묘한 일들과 기묘한 사람들로 넘쳐 나는 것처럼생각되었다. 마치 그들이 내가 걸음을 멈추기를 어딘가에숨어 지긋하게 기다렸던 것처럼,  - P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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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3-02 22: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태엽감는 새 보니 반갑네요^^ 학교다닐때 이 작품(옛날 4권짜라 ㅎ)을 통해 하루키 처음 접했었는데, 지금까지 4번은 읽은 것 같아요~
다시 읽고싶어집니다~!

모나리자 2021-03-02 22: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4번이나 읽으셨다니 대단하세요!
전 이 책을 작년부터 띄엄띄엄 읽다보니...ㅋㅋ
좀 더 읽어야 재밌겠죠??
왠지 응원 같은 댓글 같아서..감사합니다~새파랑님.^^!

새파랑 2021-03-02 22:47   좋아요 2 | URL
가끔씩 우물 생각이 나면? 읽고싶다는 기분이 들어서 ㅋ 읽으시다보면 재미있을겁니다~즐독 응원합니다^^

모나리자 2021-03-02 22: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