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리나 부인과 두더지 손님
에르네스토 페레로 지음, 파올라 마스트로콜라 그림, 김현주 옮김 / 재승출판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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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퀴리나 부인은 이탈리아의 명문가 메디치 가문 출신이었고, 학창시절 도시 대학에서 고전문학을 전공한 재원이었다. 부인이 이곳 롬바르디아 지방 산동네에서 혼자 살기 시작한 것은 15년 전에 과부가 되면서부터였다.

퀴리나 부인의 정원에는 로즈마리와 세이지, 차이브, 바질, 토마토, 치커리밭, 호박이 주렁주렁 열린 밭도 있었다. 잔디밭에는 커다란 수국, 모란, 백일초 한 다발이 앤티크 장미들과 거의 정확하게 대칭을 이루며 펼쳐져 있었다. 규모는 작지만 조화로웠다. 이 세상의 모든 가정과 단체에서 본받아야 할 만한 완벽한 공간이었던 것이다. 대문만 닫으면 혼란한 세상과 차단되는 공간. 정기 구독한 신문으로 매일 일어나는 재해와 폭력, 불행한 사건을 담고 있는 세상을 알 수 있었다.


잔디밭 한가운데에는 안네타 대고모님이 심은 최소한 백 년이 넘는 늙은 배나무가 있었다. 배들은 해마다 열매를 맺었고 근처 수녀들이 주워다가 잼을 만들어 구호소 수용자들에 제공하곤 했다. 이렇게 부인은 정원을 가꾸고 정리하며 그 반듯한 질서를 바라보며 흡족한 미소를 짓곤 했다. 부인은 외로움도 별로 느끼지 않았으며, 혼자 지낼 수 있는 것을 특권으로 여겼다. 건강상태도 최고였다. 스스로도 완벽하게 만족할 만큼. 자신은 농부들이 좋아하는 소 품종인 ‘브루나 알피나(Bruna alpina)'에 속한다며 으스댔다. 브루나 알피나는 16세기 이탈리아에 서식하던 힘 좋고 수명도 길고 젖도 많이 나오는 암소 품종이다. 죽음도 두렵지 않았다. 자신의 규칙에 따라 정원을 다스리는 한 죽음 따위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었다. 오직 눈부신 5월의 아침 풍경만 가득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아침, 부인의 고요한 규칙을 깨는 풍경이 있었으니.

부드럽고 푹신한 잔디 양탄자를 밟으며 걷다가 풀밭을 지나왔을 때 화가 치밀고 증오심이 끓어올라 참을 수 없어 폭발하는 듯 했다.

땅이 파헤쳐져 원뿔 모양으로 쌓여 있었던 것이다.

퀴리나 부인의 비명은 30미터나 떨어진 식료품점까지 들렸고, 이에 위풍당당하고 친절한 안토니에타 부인이 달려왔다. 일명 ‘숭고 부인’이라고 불렸다.


퀴리나 부인의 백과사전에는

‘모든 두더지가 낮이든 밤이든, 여름이든 겨울이든 언제나 생기 있고 아주 활동적이다. 대부분의 두더지가 행동이 민첩하여 땅속에 굴을 파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일부 수중생활을 하는 습성이 있는 두더지들은 수영도 매우 잘한다’고.

딸인 마리아 피에라도 밤새 인터넷을 뒤져서 조사를 했다. 두더지들은 서로의 땅굴이 연결되도록 파고 악명 높은 원뿔 모양 흙더미는 땅굴 보수작업이 남았을 때 쌓아두는 것이었다. 이 흙더미로 땅굴을 깨끗하게 유지한다고 한다. 흙을 파다가 식물의 뿌리를 손상시키기도 하지만 먹지 않는다. 두더지들의 움직임이 빠른 것은 매일 자기들의 체중과 비례하는 영양분을 먹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즉 땅굴 파기는 먹이를 찾기 위한 활동이라고.

또 두더지가 외롭게 산다고 했다. 짝짓기를 하면 평균 세 마리에서 다섯 마리 정도의 새끼를 낳고 젖을 떼고 나면 되도록 빨리 바깥세상으로 내보낸다. 그렇게 새끼를 떠나보내고 혼자 살면서 자신의 영역을 맹렬하게 지킨다.

퀴리나 부인은 불쾌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두더지가 조금 지나치게 영리하고, 모범적인 동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동물들의 세계에서는 새끼를 망치는 어미가 절대 없다.


“글쎄요. 두더지가 부모들은 못하는 걸 하더라고요. 요즘은 부모가 항상 대기하고 있을 수 없잖아요. 그래서 아이들이 스마트폰이나 소셜네트워크 같은 것에 빠져 바보가 되게 만들기도 하죠. 아이들을 방치해두면 그렇게 점점 덜 스마트해지고 있어요. 이게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죠.”(p51)

“먹이 사냥이 너무 바빠서 서로 갈등이나 싸움을 만들지도 않아요. 요즘은 이런 것을 두고 자원의 최적화라고 부르죠.”(p52)

퀴리나 부인은 강한 동질감을 느꼈다. 주고받는 것이 균형을 이룬다면 고독한 삶이 공생보다 훨씬 낫지 않은가. 일찍이 에피쿠로스도 숨어서 살라고 당부했었다. 시인들이 침입자 편에 서 있다는 것도 부인의 마음을 거슬렸다.


숭고 부인의 권유로 처음으로 통마늘로 두더지 퇴치를 시도한다.

두 번째는 땅굴 입구 근처에 병을 꽂고 그 위에 금속 막대를 올려놓는 것이었다. 바람이 불 때 부딪히는 진동으로 쫓아내는 것이었다. 세 번째는 땅굴 입구에 호스를 끼워 넣고 하룻밤 동안 수도꼭지를 열어 놓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방법이다. 또 야생 고양이를 동원하고, 다음엔 금속 파이프. 모두 실패.

다음은 덫이다. 딸과 사위가 덫에 대해 공부하고 연구하여 최대한 부드러운 덫을 구입 했다. 숭고 부인과 함께 덫을 설치하고 두더지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미운 적을 막상 마주할 준비가 안 됐는데... 드디어 적이 나왔다. 두더지는 파헤친 흙에 앞발을 올려놓고 미동도 하지 않고, 부자연스럽게 부인쪽을 향해 고개를 쳐들었다. 브루나 알피나 암소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주려고 지팡이를 잡았는데도 두더지는 꼼짝을 하지 않는다. 마주한 두더지의 눈에서 왜 체키나의 눈이 보이는가. 체키나는 전쟁중에 부인의 어머니와 형제들을 굶어죽지 않게 매일 알을 하나씩 낳아 준 암탉이다.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고 ‘너희 언니’이며 가족처럼 지냈던.

퀴리나 부인이 지팡이를 들어 내리칠 준비를 하고 있다가, 잠시 풀밭에 내려놓고 다시 돌아봤을 때는 두더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리하여 모두 패배로 끝났다.

이제 두더지와의 전쟁은 그만 두고 싶었다. 자신과 두더지가 공통점이 너무 많다는 것을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고 친구인 아델라이데에게 고백한다. 동료처럼 지내고 있으며, 애완동물이나 다름없지만 매일 먹이를 챙겨줄 필요도 없다고 말이다.


그 후 문득 두더지가 부인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깨닫게 되었다. 바로 ‘경쟁상대’였다.

“우리의 인생에는 경쟁상대가 필요해요. 그래야 제자리에 멈춰 서지 않고 해이해지지도 않죠.”

성탄절을 앞둔 퀴리나 부인의 생일에 손자들로부터 두더지 박제 인형을 선물로 받았다. 두더지의 털은 얼마나 부드러웠는지. 어리시절 체키나와의 추억이 물밀 듯이 밀려옴을 느낀다. 겨울이 오고 눈이 두껍게 땅을 덮었는데, 퀴리나 부인은 전혀 흔적이 없는 땅 속의 두더지가 걱정이 된다. 딸과의 통화도 화제거리가 없어서 짤막하게 끝났다. 다시 여름이 오고 화려하게 핀 수국 아래 신선한 흙더미를 발견한다.


“돌아왔어!”

두더지의 흔적에 퀴리나 부인은 마냥 생기가 돌았다. 경쟁상대가 돌아온 것이다. 우리에게 활력을 주는 경쟁상대 말이다. 우리와 공존하는 삶의 동반자인 것이다. 어린시절 시골에서 밭고랑에 죽어 있는 두더지를 본 적이 있다. 무서웠었다. 몸집은 뭉뚝하고 통통하며 발바닥이 분홍색이었던. 날렵하지도 않은 그 몸으로 어떻게 땅을 파고 다닐까 궁금했었다. 그 후 두더지는 볼 수 없었다. 땅 속의 광부 두더지는 아직도 어디선가 밭을 갈고 있을까. 세상의 만물은 모두 존재의 이유가 있겠지.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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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의 집 헬렌 그레이스 시리즈
M. J. 알리지 지음, 김효정 옮김 / 북플라자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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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인형의 집>은 영국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라 대히트를 친 <이니미니>시리즈의 연속작품이다. 범죄 추리스릴러 소설은 미스테리한 사건의 연속과 반전이 있어 속도감 있게 읽혀지는 것이 그 묘미라고 생각한다. 이 책도 다르지 않았다. 게다가 등장인물의 심리묘사가 탁월하여 금세 몰입하게 된다.


 

 인형이나 인형의 집은 본래 어린 아이들이 즐겨하는 놀이도구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섬뜩한 연쇄살인범이 그들보다 나약한 여성들을 꼼짝 못하게 가두고 생명을 앗아가고 무기력하게 만드는 도구로 사용되었다. 예나 지금이나 물리적으로 대항하거나 저항하기 힘든 여성, 어린이들이 범죄의 표적이 된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헬렌 그레이스는 여자 경찰로서 불우하고 어려운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사건 현장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다. 경찰관은 보통은 남자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는데 여기서는 거의 여성으로 이루어져 있는 점도 흥미롭다. 투철한 직업의식과 사명감으로 똘똘 뭉쳐 하나하나 사건을 풀어가는 모습에서 멋지고 아름다움을 느꼈다. 반면에 위험한 상황에 처하여 생사의 갈림길에 놓이기도 하는데 그것을 초월하는 모습은 숭고하기까지 느껴졌다. 또 그 내부에서도 남을 밟고 출세하려는 비열한 야심을 품은 세리 하우드 총경같은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 분야나 악의 끝은 좋지 않다. 결국 자신이 몸담았던 직장을 떠나게 되고 그동안 쌓아올린 명예도 모두 실추되고 마는 것이다.

 

 

 짧은 호흡으로 여러 인물의 시점으로 사건을 연속으로 배열한 구성법은 추리게임을 하듯 두뇌회전을 하게 된다. 여기서 읽기의 묘미을 더해 준다.

루비의 감금과 피파 브리어스의 사체 발견으로 시작되는 사건의 전개, 범죄를 숨기려고 피해자의 휴대폰으로 트윗을 올리며 교묘히 경찰의 눈을 피해 따돌리지만, 결국 범인은 약물중독자인 엄마의 학대와 무관심 속에 자란 벤 프레이저로 밝혀진다. 급박해진 범인은 불을 질러 루비를 죽이려고 시도한다. 한편 헬렌은 그녀를 구하러 적진으로 돌진하여 적과 대치하는 장면에선 얼마나 긴장했는지 손에 땀이 흐를 정도였다. 아, 헬렌이 죽으면 안되는데. 어쨌든 루비와 헬렌이 살아남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항상 엄청나고 엽기적인 사건을 일으키는 사람들의 성장과정은 불우하고 사랑을 받지 못하고 폭력과 무관심 속에서 자라 온 것을 볼 수 있다. 사람으로 태어났어도 인간답게 살지 못하고 떠나는 경우도 허다한 것이다. 오늘을 사는 우리의 삶도 다르지 않다. 충격적인 살인 사건이나 자녀의 학대, 살인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세상이다. 성장과정의 결핍이 어떤 사람에는 성공의 밑거름이 되고, 어떤 사람에게는 범죄의 바탕이 되기도 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 좀 더 나은 세계, 조화로운 삶으로 만들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해 볼 시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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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 5대 OLI게임의 서막
중세 : 종교, 경제에서 태어나 경제를 낳다.
근세 : 인간은 어떻게 돈의 노예가 되었는가
근대 : 머니게임 후반전, 경제와 과학과 종교의 분립
현대 : 하나로 움직이는 세계 경제와 그 배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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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무거울 때 채근담을 읽는다
사쿠 야스시 지음, 임해성 옮김 / 안타레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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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근담(菜根譚)은 중국 명나라 말기 홍응명(洪應明)이 지은 책이며, ‘채근(菜根)’풀뿌리’, ‘나물뿌리를 의미한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채근담(菜根譚)에 대해서 많이 듣긴 했지만 제대로 읽어 본 적은 없어서 이 책을 만난 것이 반가웠다. 하얀색 표지 디자인이 단아하고 깔끔해서 마음에 든다. 요즘 코로나19 사태가 1년 넘게 계속되고 있어서 왠지 마음이 붕 뜬 듯한 느낌이었는데, 읽으면서 잊고 있던 소중한 메시지를 되새겨 주어서 좋았다. 마치 명상하는 듯한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을 엮은 지은 사쿠 야스시는 1944년 도쿄에서 태어나 게이오대학교 문학부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원에서 중문학과 일문학을 전공한 동양 고전 해설 전문가다. 게이오고등학교에서 좋아하는 선생님’, ‘존경하는 선생님’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학생들 사이에서 명망이 높았으며, 첫 책 고교생이 감동한 논어가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논어해설가로서 이름을 높였다. 저서로 맹자가 사람을 강하게 만든다등 다수 있다.

 


  이 책의 구성은 1장 사람의 품격을 생각하다 제2장 남부끄럽지 않은 삶을 생각하다 제3장 삶의 무게를 생각하다 제4장 더불어 사는 삶을 생각하다 제5장 잘 되고 싶은 나를 생각하다

 


 이렇게 다섯 가지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다. 전집(前集) 225장과 후집(後集) 134장으로 되어있는 채근담(菜根譚)에서 전집 90장과 후집 29장을 뽑아 주제에 맞게 분류하여 119장으로 엮은 책이다. 목차를 찬찬히 훑어보니 우리의 삶에 적용해 볼 수 있는 주제의 이야기가 많아서 기대감을 갖고 읽었다.

 


 한 주제의 이야기가 두 쪽으로 되어있다. 한쪽에는 원문과 직역한 내용이 있고, 옆에는 오늘날의 상황에 맞게 깊이 있는 해석을 곁들인 내용이 들어있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주제별로 5장으로 나뉘어 있지만 읽고 싶은 주제를 먼저 선택해서 읽어도 좋고 아무 곳이나 펼쳐서 마음이 가는 대로 읽어도 좋을 것 같다.

 


 

 내려놓아야 나아갈 수 있다

 

공적과 명성, 부와 지위에 집착하면 오히려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도덕과 인의에도 얽매이지 않아야 비로소 성인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

-전집33 (P25)

 


이 문장의 해설에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풀베개의 서두에 나오는 문장이 인용되고 있다.

 

이지(理智)만을 따지면 다른 사람들과 충돌한다. 타인에게만 마음을 쓰면 자신이 발목 잡힌다. 자신의 의지만 내세우면 옹색해진다. 어쨌든 사람 사는 세상은 살기 힘들다.”

 


 일본인들도 좋아하는 명문장이라고 하는데 소세키의 팬인 나도 이 문장이 아주 좋아해서 글쓰기에 인용한 적도 있다. 적당한 선에서 중용을 지키며 인간관계에서도 원만함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는 건 알지만 모든 일에 사람의 욕심이 들어가게 되니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어쨌든 사람 사는 세상에서는 사람과의 관계가 가장 힘든 부분이다. 원래 사람 사는 세상 자체가 살기 힘들다고 인정하고 있으니 묘하게 위로되는 기분이다. 나와 타인의 다름을 인정하고 너무 세세한 곳에 감정을 소비하는 일이 없도록 스스로를 돌보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경우에도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다

 

작은 일도 소홀히 하지 않고 어두운 곳에서도 속이거나 숨기지 않는다.

궁지에 처해서도 자포자기 하지 않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이다

              -전집114  (P80)


 

이 이부분의 해설에서 중국 명나라 말기에 최선(崔銑)이라는 학자가 남긴 여섯 가지 처세훈이라는 육연훈(六然訓)으로 소개하고 있다.


  • 혼자 있을 때는 초연할 것
  • 사람을 대할 때는 온화할 것
  • 유사시에는 단호할 것
  • 평상시에는 잔잔할 것
  • 성공할 때는 담담할 것
  • 실패할 때는 태연할 것    -(P81) 

 


 참 심플하고도 담백하다. 스스로를 속인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의욕에 차서 어떤 계획을 세워놓고 작심삼일 하는 것도 해당되지 않을까.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과정이야말로 작은 것을 이루는 가장 기본일 것이다. 혼자 있을 때나 여럿이 어울릴 때도 이러한 태도로 살아갈 수 있다면 괴로울 일도 없고 맑은 수채화처럼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자가 마음을 차분히 하고 갈고 닦는 자세가 필요하겠지.

 


채우지 말고 덜어낸다

 

인생에서 한 푼을 덜어내면 곧 한 푼을 초월한다.

사귐을 덜어내면 분란을 면한다.

말을 덜어내면 허물이 줄어든다

생각을 덜어내면 정신이 소모되지 않는다.

총명함을 줄이면 본성이 보전된다.

사람들이 날로 덜어내기를 원하지 않고 오직 더하기를

구하는 것은 스스로 삶을 속박하는 것이다.

                -(P102)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하나라도 더 채우지 못하면 불안해하는 것 같다. 집안에 물건을 들이는 것도 그렇다. 그렇게 꼭 필요한 것이 아닌데도 나중에 쓸모가 있겠지 하면서 여분을 비축하려는 생각들. 덜어내고 줄이는 것은 정리의 기술에만 필요한 게 아니라는 걸 이 문장들을 보면서 깨닫게 된다. 사귐과 말, 생각 등에도 미니멀니즘을 적용할 수 있다면, 이리저리 휘둘리지 않고 마음 편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너무 많은 생각은 결정 장애를 일으키고 말이 너무 많으면 실수가 따르니 덧셈보다는 뺄셈이 중요하다는 저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세상 모든 것들로부터 깨달음을 얻는다

 

새와 벌레가 우짖는 소리는 모두 마음을 전하는 비결이다

꽃과 풀의 빛깔은 모두 도를 전하는 무늬다.

배우는 사람은 마음을 맑게 하고 가슴속을 영롱하게 해서, 듣고 보는 것마다 깨달음을 얻고자 애써야 한다.

                 -후집7 (P242)

 


 항상 새소리를 듣고 살면서도 큰 관심은 갖지 못했다. 그들끼리 서로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자연의 꽃과 풀들은 돌보아주지 않아도 때가 저마다의 예쁜 자태로 피어 우리에게 기쁨을 선사한다. 자연 만물을 보면서 배우려는 자세를 가지고 그것들만 제대로 받아들여도 인생은 훨씬 행복해질 수 있다고 한다. 뭐든 빨리빨리 하려고 서두르느라 계절의 변화를 제대로 만끽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아무리 바빠도 사계절의 변화를 알아차리고 그것을 누릴 줄 아는 마음의 여유를 갖고 살아야겠다.

 


사람의 마음은 채우기 어렵다

 

눈으로 서진(西晉)의 가시나무와 개암나무를 보면서도 칼날의 푸른 서슬을 뽐낸다.

몸은 북망산의 여우와 토끼의 몫이건만 여전히 황금을 아낀다.

속담에 이르기를, “사나운 짐승은 길들일 수 있어도 사람의 마음은 굴복시키기 어렵고, 깊은 골짜기는 채울 수 있어도 사람 마음은 채우기 어렵다.”고 하였다.

참으로 그렇다.

             -후집65 (P250)

 


 위나라를 빼앗아 세운 나라가 서진(西晉)인데, 그 나라가 망했는데도 사람들은 싸움을 멈추지 않고, 사람이 죽으면 땅속에 묻힐 텐데 평생 돈만 좇는 세태를 비유한 문장이다. 99석을 가진 사람이 1석을 채워 백석을 만들려고 한다는 말이 떠오른다. 사나운 짐승 길들이기와 사람의 마음을 비유한 것이 참으로 절묘하다. 이런 마음의 본성을 알고 각자 스스로 욕심을 줄이고 지금 현재의 행복에 초점을 맞추며 살아가는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다. 그러면 남들을 의식하기보다는 자기 본연의 삶에 충실해지지 않을까.

 


 이 책에 들어있는 짤막한 문장들은 잘 알면서도 우리가 놓치고 있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일깨워준다. 채근담이 오래된 이야기라서 어른들이 읽는 책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는 인간관계에서 많은 피로감을 느끼고 산다. 경쟁과 비교의식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짧은 시간에 성과를 보려는 조급함 때문일 것이다. 개인적인 처세는 물론 조직생활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서 폭넓은 독자층에서 읽을 수 있겠다. 짧지만 깊은 뜻을 담고 있는 문장들을 만나면서 옹달샘 같은 맑은 기운을 느껴보기 바란다.

 

 

 

 

59~99189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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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읽는 습관 - 모든 기획의 시작 좋은 습관 시리즈 4
김선주.안현정 지음 / 좋은습관연구소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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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19 초유의 사태로 인해 사회 각 전반에 대한 트렌드 변화를 알리는 언론 매체의 기사를 시시각각 전해 듣고 있는 요즘이다. 몇 달 전에 비하면 그나마 움직임이 좀 나아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문제가 잠재되어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의 모임 자체가 줄어든 상황에서 공연 실황을 유투브로 보여준다는 기사도 눈에 띄어서 세상이 변화하고 있구나 실감할 수 있었다. 이전에는 이러한 초유의 사태를 경험하지 못했던 만큼 일상에서 트렌드를 읽는 습관을 알려준다는 이 책에 관심을 갖고 읽게 되었다. 하얀 표지의 심플한 디자인이 시선을 끌었다. ‘좋은습관연구소의 네 번째 책이다.

 

 저자 김선주, 안현정은 현재 트렌드 전문 컨설팅 펌인 COA컨설팅의 대표와 파트너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역시 공저로 트렌드 와칭, 마켓센싱하라, 트렌드 코드에서 비즈니스 기회 찾기가 있다. 저자는 트렌드 읽기를 주로 비즈니스 활용에 중점을 두어 연구했기 때문에 일시적 이벤트성으로 생각했지만 습관처럼 매일 해야 하는 일상적인 일로 생각의 전환을 하면서 집필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의 구성은 1트렌드를 읽기 위한 4가지 질문’ 2트렌드를 읽는 12가지 습관’ 3트렌드를 비즈니스로 연결하기세 가지를 다루고 있다. 더 읽기코너에서는 트렌드 읽기에 대한 이론적 배경이나 팁을 깊이 있게 알려주고 있다. 어렵지 않고 쉽게 읽혀서 좋았고, 접한 적은 있지만 모호했던 용어들을 검색해 보면서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어서 유익한 시간이었다.

 

1부 트렌드를 읽기 위한 4가지 질문

 

 먼저 트렌드, 패드, 마이크로트렌드, 메가트렌드 등의 용어에 대해 먼저 알아 둘 필요가 있다. 또 트렌드를 읽을 때 트리거(trigger)와 배리어(barrier)가 될 수 있는 거시 환경 요인을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전자는 트렌드를 폭발적으로 확산시키는 방아쇠(trigger)역할을 하거나 반대로 성장을 멈추고 지연시키는 장벽(barrier)의 역할을 한다. 코로나19는 트렌드에 영향을 주는 환경요인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또 트렌드의 중요한 특징은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생성, 성장, 쇠퇴의 과정을 거치므로, 주목하는 트렌드가 있다면 어느 단계에 해당하는지 읽어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한다.

 

 트렌드의 사전적 정의는 장기간에 걸친 성장, 정체, 후퇴 등의 변동 경향으로 5~10년 정도의 시간을 두고 유행하는 것을 말한다. 패드(Fad)For A Day의 약자로 지속되는 시간이 짧은 것이 특징이다. 최근 식품 업계에서 핫한 트렌드였던 흑당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는데 시간의 경과에 따라 트렌드로 발전할 수도 있고 패드 상태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고 했다. 몇 달 전 흑당이 주방에 놓여 있어 뭔가 했는데 작은 아이가 사왔다는 걸 알았다. 음악을 하는 아들이 새로운 식품에 은근히 관심이 많다. 자주 밖에 나가고 다양한 정보에 많이 노출되어서 그런가.

 

 마이크로트렌드((Microtrends)5~10년 지속되는 유행이지만 더 좁은 대상을 상대로 한다는 특징이 있다. 마지막으로 메가트렌드(Megatrends)는 미국의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Johnn Naisbitt)가 동명의 저서에서 처음 언급한 용어라고 하며, 어떤 현상 혹은 변화가 특정한 영역에 그치지 않고 공동체 전체로 퍼져 정치, 경제, 문화 등으로 광범위하게 영향을 주는 것을 말한다. 인공지능이나 사물 인터넷, 1인 가구의 증대, 고령화 등은 세계적인 추세이며 현재 전 세계에 만연해 있는 코로나19도 메가트렌드라고 할 수 있다.

 

2부 트렌드를 읽는 12가지 습관

 

 2부에서는 사람, 매장 거리 모습에 관심을 갖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다양한 장소에서 일상의 트렌드를 읽는 방법을 알려준다. 뜨는 거리, 핫 플레이스, 전시회, 박람회, 대형 서점, 친인척 집 방문, 다양한 네트워크, SNS 활용, 뉴스 구독 서비스까지 다양한 경로에서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트렌드에 대한 관점을 바꾸어 나가는 태도에 달려있지 않을까 한다. 나와는 관련 없다고 단정 짓는 것 보다는 좀 더 관심을 가지고 내가 속한 일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생각하는 열린 마음이 필요할 것 같다.

 

 대형서점은 트렌드의 집합체라는 이야기가 나와서 흥미로웠다. 삼성그룹 창업자인 이병철 회장의 유명한 도쿄 구상이야기다. 역시 신간이며 베스트셀러 목록이라면 변화의 흐름을 살피며 신사업을 구상하는 것이 수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2년 전 도쿄 여행을 갔다가 들렀던 긴자식스의 츠타야 서점에서 보았던 광경이 떠오른다. 수많은 책들이 쌓여있는 것만 해도 웅장하고 눈부실 지경인데, 서점 한 가운데서 명품 경매가 행해지고 있었다. 책만 있는 서점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뭔가 이색적인 볼거리를 제공하는 등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는 변화의 흐름이 느껴졌다. 대형 서점이 트렌드의 집합체라는 말에 수긍하게 되는 이유다.

 

3부 트렌드 비즈니스로 연결하기

 

 이렇게 트렌드를 읽기 위한 4가지 질문의 내용을 알고 12가지 습관을 배웠다면 이제는 내 일의 관점으로 주관화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한다. 트렌드를 재빨리 포착했다면 내가 하는 일에 적용할 수 있는 순발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트렌드 주관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개념 이해보다 트렌드의 원인이 되는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덧붙이자면 해당 트렌드가 어떤 이유로 나타났고 어떤 변화를 거쳤는지 이해가 될 때 해당 트렌드를 우리 업에 접목시킬 주관화와 연결고리도 쉽게 찾을 수 있’(P153)다는 것이다. 변화무쌍한 모습을 연상시키는 트렌드라는 속성을 볼 때 새롭고 독특한 것이 아니면 시선을 모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꾸 익숙한 것만을 연결 짓는 것보다는 관련 없는 산업의 트렌드까지도 함께 가져와서 과감하게 시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어제 1인 가구가 600만 시대라는 뉴스 기사를 보았다. 가족과 가정이라는 개념을 유연하게 변화시켜 놓았다고 할 수 있을까. 수많은 트렌드 변화는 이미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도 수많은 형태의 비즈니스 아이템이 숨어 있을지 모른다. 일상에서 트렌드를 읽는 12가지 습관 중 단 몇 가지라도 연습을 해보고, 실천할 수 있다면 누구보다 먼저 기회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트렌드의 사업화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조직의 협조와 이해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어떤 트렌드 변화(Why)가 있었는지 명확하게 했다고 해도 누가, 어느 조직(Who)에서 할 것인지 결정하지 못한다면 사업화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출해 낸 트렌드로 성공 비즈니스로 만들기 위해서는 조직을 움직일 수 있는 역량과 조직 내 구성원들의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했다.

 

 트렌드가 확산되고 그에 반하는 역 트렌드가 발생하는데 인간 심리가 작용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코로나 19는 이미 우리의 많은 일상을 바꾸어 놓았다. ‘비접촉을 의미하는 언택트는 온라인 구매부터 재택근무, 화상 회의, 온라인 교육, 원격 의료 등 사회 전반에 영역을 확장하는 추세에 있다. 꼭 마케팅과 비즈니스가 아니더라도 개인적으로 트렌드 변화를 읽을 수 있는 혜안이 생긴다면 여러 가지 상황에 적용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구체적으로 말할 순 없지만 이전보다 유연한 생각을 할 수 있겠고, 일상적으로 거리를 다니더라도 좀 다른 풍경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다양한 시선에서 새로운 기획을 얻고 싶은 직장인이나 트렌드 변화를 어떻게 비즈니스에 연결할 수 있을까 궁금한 이들이 읽으면 좋겠다. 

 

 

'침묵의 언어'를 살피는 것이야말로 상대의 문화를 이해하고 서로 오해 없는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다.(P104)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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