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은 아침에 뜨는 별이다 - 장석주의 인물 읽기
장석주 지음 / 현암사 / 201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별 일 없는 소박한 일상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알면서도 우리는 가끔 아니 자주 다른 이들의 삶을 기웃거린다. 사실 그렇다. 무언가 근사한 일은 없을까 항상 궁구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일 것이다. 왜 그럴까. 어린 시절이나 아니면 좀 더 자라서 자신만의 꿈과 목표를 갖게 된다. 그것을 향해 어느 정도 노력을 하며 즐겁게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인생이란 그렇게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어서 복병을 만나기도 하고 아니면 나태로 인하여 그 노력이 중단되고 좌절하기도 한다. 그럴 때 세상에 한 획을 긋고 떠난 위인들의 삶에서 위로를 받고 힘을 얻는다. 태양은 아침에 뜨는 별이다는 바로 그런 책이다. 장석주 시인은 이 책이 청년들은 물론 많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용기와 지침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2016월간중앙에 연재한 글들을 다듬은 것이라 한다.


 책과 버드나무를 사랑하는 자칭 문장노동자라는 장석주 시인이 지금에 이르기까지 서재 깊은 곳을 자리하고 있던 열다섯 인물들을 이야기한다. 붓다, 톨스토이, 공자, 아르튀르 랭보, 노자, 체 게바라, 프리다 칼로, 프리드리히 니체, 스콧 니어링, 헨리 데이비드 소로, 알베르 카뮈, 프란츠 카프카, 시몬 드 보부아르, 허먼 멜빌, 스티브 잡스까지다.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 탄탄대로의 삶이 보장되었지만 거기에서 벗어나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노력한 인물도 있고 힘든 환경에서 자랐지만 자신의 주관을 가지고 열심히 살았던 인물들도 있다. 그러니까 스스로를 불우한 환경으로 내던진 사람들도 있었고, 불우한 환경에서도 초인적인 긍정의 자세로 세상을 살아냈던 인물들이다. 읽으면서 마음이 뜨거워지고, 끝까지 불우한 삶인 채로 생을 마감한 인물들에 대해서는 그 안쓰러움에 마음이 저며왔다.


 우리는 흔히 어떤 사람의 성공한 모습을 보면 그 이면의 과정은 덮어두고 겉모습만으로 압도당하는 경우가 많다. 즉 그 사람은 원래 성공인자가 있었거나 좋은 환경에서 훌륭한 교육이 밑바탕이 되었으니 당연한 결과 아닌가, 그런 생각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러 책을 통해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결핍이 자양분이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오직 하고자하는 일에 열정을 기울이며 노력에 노력을 거듭했던 결과인 것이다.


 안으로는 아버지와 불화했고 밖으로는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배척을 받으며 평생을 불행하게 살았던 프란츠 카프카. 그는 직장을 다니며 글쓰기에 몰두한 완전히 무명작가였고 사후에, 그것도 40년이 지나서야 작품성을 인정받고 유명해졌다. 성과가 보이지 않음에도 무언가를 위해서 계속 애를 쓰며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오직 잠 못 이루는 밤에 지끈거리는 관자놀이 사이에서 모든 것을 이리저리 곱씹어봤을 때…… 다시금 의식되었다. 내가 얼마나 약한 혹은 존재하지 않는 기반을 딛고 살고 있는지, 어둠의 세력이 제멋대로 튀어나와 나의 말더듬음 따위에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나의 삶을 파괴하는 정체 모를 어둠을 딛고 나는 살고 있다.’(P253)


 그렇게 약한 존재감을 갖고 혼신을 다해 쓴 작품인데, 자신의 원고를 모두 없애달라는 카프카의 유언을 친구 브로트가 그대로 이행했다면 카프카의 작품은 세상에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세 번의 약혼과 세 번의 파혼으로 누구와도 어긋난 사랑으로 인해 불행 속을 걸을 수밖에 없었던 카프카는 그래서 더욱 문학으로 보상 받고자 했을지도 모른다. 문학에의 순수한 열정과 절실함이 없었다면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열 가구 정도의 작은 마을에도 나처럼 충성스럽고 신의가 두터운 사람은 있겠지만, 나만큼 배우기를 좋아하지는 못할 것이다. (중략) 배우면서 그것을 익히는 것도 기쁘지 않은가? 친구가 먼 곳에서 찾아오는 것도 즐겁지 않은가? 사람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는 것 역시 군자답지 않은가?(P59)


 공자도 그랬다. 위대한 사상을 지니고 있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수많은 제자를 키워내면서 조금씩 알려지고 하찮은 말단 관리직을 맡게 된 것이다. 자신이 하는 일에 굳건한 신념이 없었다면 수십 년씩 세상을 주유하며 살아갈 수 없었을 것이다. 배움을 좋아하는 것에 있어서는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경지였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빨리빨리를 외치며 제풀에 꺾이는 삶을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할 부분이다. 25백년이 지난 지금에도 인류에게 끼치는 영향은 실로 지대하다.


 “나는 붕괴 그 자체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는 멕시코의 천재 화가 프리다 칼로의 생애를 자세히 알게 되고는 그 불행의 양에 대해서는 아연실색 할 수밖에 없었다. 버스와 전차 충돌하여 철제 막대가 부러져 튕겨 나오는 반동으로 그것이 프리다의 옆구리를 뚫고 골반을 관통한 뒤 자궁으로 빠져나온 끔찍한 사고를 당하고 의사의 꿈을 화가로 바꾼다. 또 하나의 사고는 화가 디에고를 만나 걷잡을 수 없는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한 일이다. 스물한 살이라는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또 프리다의 여동생과 디에고의 불륜으로 인해 받는 고통, 무릎을 절단하는 수술 등 불행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인생이었다. 그럼에도 프리다의 디에고에 대한 사랑은 식을 줄 모른다. 다시 재결합으로 새 출발을 하며 불행 덩어리였던 삶에서도 의연함을 잃지 않았다. 그야말로 천 년의 사랑을 하다가 떠났다. 이토록 큰 불행을 극복하고 담담하게 살아내는 이야기 앞에서는 숙연해진다. 만약 이런 일을 겪는다면 어떻게 될까. 감히 상상할 수도 없다. 우리는 정말 소박하고 행복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IT산업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스티브 잡스는 또 어떤가. 태어난 직후 친부모에게 버림을 받고 잡스 부부에게 입양된다. 냉담과 잔혹함, 거칠고 반사회적 행동을 보였던 까다로운 성격의 소유자로 항간에 오르내리지만 그의 천재적인 직관력과 예술가의 감성은 또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무엇보다도 감동적인 스탠퍼드 대학 졸업의 연설문은 그가 어떤 사람인지 잘 이해할 수 있는 척도가 되지 않을까.



제가 17세 때 다음과 같은 글을 읽었습니다. “하루하루를 인생의 마지막 날처럼 살아간다면 당신은 당신이 분명히 올바르게 살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제게는 감동적이었고, 그 뒤로 33년을 살아오는 동안 저는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면서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저는 무엇인가를 바꾸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내가 곧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 그것은 인생의 중대한 선택들을 도운 그 모든 도구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외부의 기대와 자부심, 망신 또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 등 거의 모든 것이 죽음 앞에서는 퇴색하고 진정으로 중요한 것만 남더군요.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상기하는 것은 아까운 게 많다고 생각하는 덫을 피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입니다. 우리는 알몸입니다. 가슴을 따르지 않을 이유가 없지요.

(중략)

여러분의 시간은 제한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누군가의 인생을 사는 것처럼 낭비하지 마세요. 다른 사람의 생각으로 살아가는 도그마에 빠지지 마십시오. 자신 내면의 소리를 방해하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허락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 여러분의 마음과 직관을 따르는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여러분은 자신이 진정 되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 외의 모든 것들은 부차적인 것입니다.(P299~301)



 다시 메멘토 모리의 이야기다. 죽음은 삶이 만들어낸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했다. 인생의 유한함을 알고 소중함을 깨닫는다면 하루하루를 헛되이 보내지 않고 날마다 기쁨으로 살아갈 수 있다. 이 이야기는 단지 새 출발하는 졸업생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지루한 일상을 살고 있다고 투덜대는 모두에게 필요한 이야기다. 절실함이 자신이 원하고 목표하는 길로 데려다 줄 것이다. 열다섯 인물들의 이야기는 어느 것 하나 감동적이지 않은 게 없었다. 불우함 속에서도 찬란한 삶을 꽃피웠다. 누구나 힘들다고 하는 시절이다. 모두가 이런저런 이유로 힘들다고 한다. 여기 열다섯 위인들의 이야기는 우리 앞에 놓인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깊은 생각거리를 안겨 주고 나아가는 삶에 커다란 용기를 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은 나를 사랑해 주자
나츠오 사에리 지음, 김미형 옮김 / 열림원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나름 열심히 살아가려고 하고, 그렇게 살아간다고 자부하지만 가끔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문득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무언가를 하며 계속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멍 때리고 있을 시간 따위 내겐 없다. 아니 그렇게 보내는 것이 용납이 안 된다고 할까. 누구나 그럴 것이다. 오늘보다 내일이 좀 더 먼 자신의 미래가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 그래서 이것저것 시도하고 도전한다. 하지만 하는 과정에서 악마의 장난에 고개 숙이고 흐지부지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여전히 성공과 행복은 평생토록 추구해야 할 숙제 같은 것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이 글을 쓴 나츠오 사에리는 출판사에서 책을 만드는 일을 했으며 IT기업에서 웹 편집자로 일하다가 현재는 프리랜서 작가로 일하고 있다. 트위터 팔로워 13만 명 이상의 인기 작가로 일본의 젊은 여성에게 공감을 얻고 있단다. 어려운 일을 부드럽게 접근 하는 것,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는 방향을 살피는 것, 평범한 일상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내는 것이 특기라는 작가의 소개 글에 마음이 푸근해진다. 한 때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하는데 그러한 경험이 바탕이 되어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따뜻한 글을 쓸 수 있는 원동력이 되지 않았을까.


 <오늘은 나를 사랑해 주자>는 최선을 다해 살아가지만 항상 부족함을 느끼는 우리들에게 위안을 주는 글이다. 작가 자신의 체험에서 생긴 에피소드, 거기서 깨달은 점을 자양분 삼은 48가지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주고 있다. 어찌 보면 그리 특별한 것도 아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쉽게 잊고 무관심으로 일관하며 앞만 보고 달려가는 우리에게 좀 주위를 돌아보고 더 늦기 전에 이제는 자신을 보살피라는 따끔한 충고 같기도 하다. 물론 문장은 따끔하지 않다. 부드럽고 여유가 있고 가끔 웃음도 선사한다. 지금 충분히 분발하며 살고 있으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욱 빛나는 방법이 아니라 하루하루를 조금 더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너무 빡빡하게 살지 말고 좀 느슨하게 살기를 추천하는 마음에서라고.


 경쟁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목표 세우기와 친하다. 그것이 달성될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작가는 자신감을 갖기 위해서 소박한 목표를 세우라고 한다. 가급적 구체적이고, 달성하기 쉬운 목표일 것.’(p21) 마음껏 목표를 세우고 다 해내지 못한 것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정리를 예를 들면 오늘은 책상만, 아니면 자신이 늘 사용하는 공간 중 조그만 부분을 청소하는 것으로 해냈다는 자신감으로 뿌듯해 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이어지면 점점 더 넓은 공간이 반짝반짝 빛나지 않을까. 작은 목표로 느끼는 성취감 나도 실천해 봐야겠다.


케 세라 세라라는 건 그거죠? 될 대로 되라는.”

, 그런데 원래는 뜻이 미묘하게 달라. 케 세라 세라란 원래 될 대로밖에 되지 않는다.’는 뜻이야.”

열심히 하든 안 하든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어. 그러니까 잘 해야겠다고 애면글면하지 말고 그냥 즐기면 되는 거야.”(P33)


 잘 하려고 하면 할수록 위축이 된다. 실수하지 않고 완벽을 기하려는 마음에서 이미 실수를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 어차피 그렇게 되도록 정해져 있었다면 편안한 마음으로 즐기는 것, 그것이 우리가 원하는 목표에 더 빨리 데려다 주는 것은 아닐까.


 아사쿠사에 놀러 갔다가 엿 공예품 만드는 장면을 보고 시간에 대한 느낌을 연상한 부분은 놀라운 통찰이다. 따뜻하게 데워진 엿이 늘어나고 또 줄어드는 모습을 보면서 보이지 않는 시간이라는 것도 그렇게 늘이고 줄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는 작가. 어떤 시간을 보내면서 괴롭다’, ‘귀찮다는 생각보다는 마음먹기에 따라 기분 좋은 마음으로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힘든 시간을 보낸다는 것도 어쩌면 자신의 마음 상태의 반영이 아닐까. ‘말랑말랑한시간의 느낌을 맛볼 수 있는 능력도 모두 자신을 사랑하는가의 태도에 달려 있을 것이다.


네가 장미를 위해 쏟은 시간이야말로 네 장미를 다른 것과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지.”(P122)(생텍쥐베리의 <어린 왕자> )


 누구를 위해 정성을 쏟는 일은 참 아름답다. 아마도 연애의 과정에서 많은 시간을 상대방에게 들이는 시간을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 그처럼 나 자신에게 들이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이 글을 읽으면서도 일본 여행에서도 느꼈던 것인데 여성들이 예쁜 옷을 입고 자신을 가꾼 모습들이 떠올랐다. 멋 내기에 대해선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듯. 반면, 요즘은 너무 여성스러운 것을 지양하려는 페미니즘의 시선에서 화장을 거부하거나 옷차림을 단순화하려는 시도를 어디선가 본 듯도 하다. 꼭 외관의 모습에만 시간을 들이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내면의 편안한 마음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그리고 소중한 자신을 위해 맛있는 요리를 해서 대접하는 그런 시간도 필요하다. 신선한 재료를 다듬고 요리가 완성되어 가는 과정, 그윽한 음식의 냄새를 맡는 그 순간은 행복한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다고 일어나자마자 주문을 왼다.(P191)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함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이에게는 그토록 원하는 일상이 되기도 한다. 학교로 직장으로 저마다 가야할 곳으로 떠나기 위해 매일 아침을 맞이한다. 그렇게 반복되는 매일이 신나지만은 않다. 일어나기 싫어서 버티다가 할 수 없이 일어나는 일이 다반사다. 이럴 때 딱 필요한 말이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미리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고 주문을 외는 일.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게 하는 힘을 줄 것이다. 부정적인 생각으로 온통 들끓기 전에 미리 기선제압을 하는 일, 그것이 바로 긍정적인 하루를 만들어가는 시작이 아닐까.


 누구나 경쟁시대에 성공과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간다. 그 과정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도 한다.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게 아니어서 자신의 뜻대로만 되지 않는다. 때로는 좌절하고 일어서기도 하고 때로는 행복한 마음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특별할 것 없이 비슷비슷하게 살아가는 인생이 아닐까 싶다. 너무 주변에 휩쓸리지 말고 내 삶에서는 자신이 주인공이라는 확고한 믿음을 갖고 나아가는 자세가 중요하지 않을까. 누구보다도 내가 가장 소중하다는 생각을 잊지 않으면서 말이다.



 ** 이 리뷰는 최인훈 작가의 리뷰 대회 수상을 계기로 선물 받은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강으로 - 버지니아 울프와 함께한 가장 지적인 여행
올리비아 랭 지음, 정미나 옮김 / 현암사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전에 <작가와 술>로 만난 적이 있는 작가라서 우선 믿음이 갔다. 이 작품 <강으로>는 벌써 표지에서부터 버지니아 울프의 분위기를 잘 나타낸 것 같아서 정말 기대했던 책이다. 전에 버지니아 울프의 책을 몇 권 읽었는데 일부는 술술 읽히는 이야기는 아니어서 좀 어렵게 느껴졌고, 이 책으로 아직 만나지 못한 그녀의 작품에 접근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했었다. 이 작품은 올리비아 랭의 데뷔작이라 한다. 많은 언론 매체의 호평도 기대감을 더욱 부채질했다.


 사람은 누구나 심란한 시절을 겪는다. 크건 작건 그것이 인생의 어떤 전환점을 만들기도 한다. 무엇이 그녀를 우즈 강으로 불러냈을까. 언제나 물에 사로잡혔다는 올리비아 랭은 직장을 잃고, 사랑하는 남자와 헤어진 뒤 복잡한 마음을 말끔히 정리하고 싶은 강한 의욕이 우즈 강변으로 향하게 한다. 강은 우선 탁 트인 공간을 그대로 드러냄으로써 복잡한 마음을 단순하게 하여 마음의 여유를 주는 대상이 아닐까.


 여행은 언제나 마음을 설레게 한다. 그것도 좋아하는 작가, 이미 푹 빠진 작가의 흔적을 따라가는 여행이라면? 두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힘든 것도 모두 감수하게 된다. 그녀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우선 수많은 식물들의 이름 등 자연의 해박한 지식에 놀라게 된다. 심지어 토양에 대한 지질학적인 지식을 펼쳐 놓으며 이어간다. 글쎄 굳이 이런 지식까지 필요할까 싶을 만큼. 내가 지금 소로의 <월든>을 읽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약간 지루함도 있었다. <월든>이 정말 좋은 작품임에는 틀림없는 것처럼. 신화, 역사, 많은 작품들과 함께 어우러져 세세한 주변과 자연의 묘사는 워낙 방대한 이야기여서 몰입감이 좀 떨어지는 것이 아쉬웠다. 아마도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읽어야 강으로 가는 여정에 몰입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알려진 바와 같이 버지니아 울프는 부모와 사별, 형제자매들의 연이은 죽음 등으로 신경쇠약에 빠진다. 그 후에도 신경쇠약은 여러 차례 발병하면서 결국 우즈 강에 빠져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이렇게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그녀를 세상과 단절된 생기 없는 환자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지만, 사실은 친구들이나 경쟁자들이 인정했을 정도로 좋은 매력을 가졌고 예리한 유머 감각까지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학교를 한 번도 다녀본 적이 없는 울프는 부모에게 고전공부를 확실히 교육 받을 수 있어서 그나마 그것은 다행이었을까. 차별로 인해 학교를 못 다닌 그녀는 영원한 아웃사이더처럼 살아야 했다. 그것은 아마도 글쓰기에 대한 절실함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남편 레너드 울프에 대한 이야기와 그들이 사랑했던 오두막 집 몽크스 하우스에서 집필했던 작품들 등을 통해서 둘 사이의 사랑은 비교적 만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어찌하여 자살로 생을 마감 했을까, 라는 의문이 생긴다.


 울프와 비슷한 예로 올리비아 랭은 케네스를 이야기한다. 옥스퍼드 대학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허락은커녕 삼촌들의 혐오를 샀던 케네스 그레이엄은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에 그 마음을 털어놓는다.


강은 쉬지 않고 재잘거렸다. …… 땅의 심장이 보내 온,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를 종알거리며 흘러가 종국엔 만족할 줄 모르는 바다에게도 그 이야기를 전해준다.”(P111)

-케네스 그레이엄의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인사이더들은 따분한 영어를 쓴다. 그들은 대학이라는 기계에서 배출된 사람들이다. 나는 그들을 존경한다. …… 그들은 로만 로드 Roman road 에 필적할 만한 뛰어난 공로를 세우고 있다. 하지만 숲과 도깨비불에는 관심도 없다.”(P100~101)버지니아 울프의 일기


두 작가의 강에 대한 사랑이 공통점으로 느껴진다. 그들이 숨 쉬고 생활하는 곳은 영감을 불어넣기도 하지만 애증으로 작용하기도 하는 것 같다.


 슬라팜Slaugham 을 시작으로 한 여정은 어느새 로드멜에 이른다. 이곳은 버지니아 울프가 1919년부터 사망한 해인 1941년까지 오며 가며 머물던 산책로 로드멜이다. 역시 아름다웠다는 로드멜. 이어서 결혼 첫날밤을 보내고 첫 번째 소설 출항을 탈고했다는 아샴을 찾지만, 살던 집은 오래전에 사라지고 없었다.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에는 물과 관련된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항해』『등대로』『파도』『올랜도』『막간까지.


 물이란 생명의 근원이라고도 할 수 있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이미지도 있지만 무섭기도 하다. 물에 대한 신화 중 노아의 방주는 얼마나 많은 것을 금세 사라지게 하는가.

로드멜 인근에 폭탄이 떨어져 우즈강의 둑이 터진 당시에 버지니아 울프는 가이 포크스 나이트에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바다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한다. 이 홍수가 언제까지나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방갈로식 별장이 없는, 처녀의 입술처럼 태초 같은 이 상태가 계속되었으면 좋겠다.”(P270).


또 넬리 세실에게 써 보낸 편지에는,

초록빛 홍수의 바닥에서 뒹구는 기분이에요. 부드럽게 정돈되어 완전히 흔적이 지워진 채로. 그런데 어떻게 내 호주머니에는 아직도 말들이 가득할까요?”라고.


 어쩌면 그만큼 물을 사랑해서 자신의 마지막 생은 물에서 살고 싶었을까. 겉으로는 매력을 발산하며 유머 감각이 있었다지만 속마음은 많이 아팠을 것이다. 여성 차별이 없는 세상, 아픈 마음을 모두 치유해주는 그런 세상을 원했을지도 모른다. 아마도 그 모든 것을 깨끗하게 해주는 태초의 자연의 상태로 돌아가고 싶었을까. 부드럽고 정돈되고 흔적도 지워주는 깨끗한 순백의 삶을 간절히 원한 결과 우즈 강으로 뛰어들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강으로>를 따라 여행한 덕분에 아직 읽지 못한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을 알아보고 싶어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못다핀 청년시인 -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윤동주.이상.박인환 지음 / 스타북스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이 서른을 공자는 이립(而立)이라고 했지만 그 나이가 되도록 자신의 앞날을 설계하지 못하고 갈팡질팡 하는 이들도 허다한 현실이다. 그럼에도 여기 못 다 핀 청년시인들은 험한 세상에 태어나 저항정신과 시를 향한 열정적인 삶을 살다가 서른도 못되어 요절한 시인들이다. 저마다 타고난 시대는 사람을 단련하고 성숙하게도 만드는 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학창시절 국어 교과서에서 이들의 음성은 꽃이 되어 빛났다. 소녀의 감성을 적시던 윤동주의 시, 난해하여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던 이상의 시, 왠지 낭만의 대명사로 느껴지던 박인환의 시까지. 저항시인이자 서정시인 이라 불리는 이들의 시 중에서 각 41편씩 골라 총 123편이 실려 있다.


 서로 만나지도 못했다는 이들의 특별한 인연으로 엮어진 운명 또한 묘했다. 윤동주가 사랑한 시인 이상, 또 이상을 너무 좋아해 그를 기리는 추모회를 주선하고 사흘 내내 폭음하다 요절했다는 박인환. 무엇이 그렇게 그들의 마음을 애틋하게 붙잡았을까. 시 뿐만 아니라 민윤기 시인이 취재한 그들의 흔적이 담긴 사진 자료라든가 각 시인들의 가까운 지인들의 추도 시 및 발문, 후기 등이 실려 있어서 시인들의 내면적인 모습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특히 윤동주의 서시(序詩)’, ‘별 헤는 밤은 우리가 그 시절 늘 사용하던 연습장의 겉표지에 시와 그림으로 나타나 얼마나 소녀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가. 아마도 그 시절이 시를 가장 많이 접했던 시절로 기억된다.


어머니


어머니!

젖을 빨려 이 마음을 달래여주시오.

이 밤이 자꾸 서러워지나이다.

 

이 아이는 턱에 수염자리 잡히도록

무엇을 먹고 자랐나이까?

오늘도 흰 주먹이

입에 그대로 물려있나이다.

 

어머니

부서진 납인형도 쓰러진지

벌써 오랩니다.

 

철비가 후누주군이 나리는 이 밤을

주먹이나 빨면서 새우리까?

어머니! 그 어진 손으로

이 울음을 달래여주시오.

-윤동주-(1939)(P69)


 식민지 치하에 너나없이 굶주림이 일상이 된 고통스런 상황이었을 것이다.

어머니가 먹지 못하니 젖인들 잘 나오겠는가. 어린 것은 손을 빨고 있다. 어서 젖을 빨려서 이 마음을 달래어 달라고 한다. 배고픔뿐만 아니라 마음은 얼마나 허기가 졌을까. 자유를 뺏겨 힘도 없는 나라에서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어두운 터널 속을 걷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허기진 아이는 울음을 터뜨리고 비마저 내리는 그 밤, 울분은 괜히 죄 없는 어머니에게 향한다. 안타깝고 간곡한 어조가 더욱 서럽다.


 말주변도 사귐성도 없었던 윤동주의 방에는 언제나 친구들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돈이건 시간이건 모두 내어주면서도 친구들에게 당당하게 거부하는 일이 두 가지 있었으니, 하나는 시를 고치는 것에 대한 고집이 있었고 또 하나는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는데 그렇게 친한 친구들에게도 끝내 고백하지 않았다고 한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라고 부르짖었던 윤동주는 애석하게도 19452월 조국의 해방의 기쁨을 누리지 못하고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하였다.


 천재 시인 이상의 시는 옛날에도 어려웠으나, 오랜만에 읽었어도 여전히 어려웠다. 예전부터 천재들의 머릿속은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했다. 왜 알기 쉬운 언어로 쓰지 않는 것일까. 그 천재를 알아보고 그 시를 읽고 알아보는 사람이 분명 있었을 거다. 정말 부러운 일이다. 자주 읽다보면 좀 이해가 될까. 오감도는 그 절정이다. 13인의 아해(兒孩) 도로로 질주하는 모습, 대부분 띄어쓰기가 없이 붙여서 쓴 시들을 읽는데 역시 글자만 읽을 뿐 의미가 와 닿지 않는다.


육친(肉親)의 장()


나는 24. 어머니는바로이낫새에나를낳은 것이다. 성쎄바스티앙

과같이아름다운동생. 로오자룩셈불크의 목상(木像)을닮은막내누

. 어머니는우리들삼인(三人)에게잉태분만의고락을말해주었다.

나는삼인을대표하여-드디어-

어머니 우린 좀더형제가있었음싶었답니다

-드디어어머니는동생버금으로잉태하자육개월로서유산한전말

을고했다.

그녀석은 사내댔는데 올에는 19(어머니의 한숨)

삼인은서로들알지못하는형제의환영을그려보았다. 이만큼이

나컸지-하고형용(形容)하는어머니의팔목과주먹은수척하였다.

번씩이나객혈을한내가 냉청(冷淸)을극()하고있는가족을위하여빨

리아내를맞아야겠다고초조하는마음이었다. 나는 24세 나도어머니

가나를낳으드시키무엇인가를낳아야겠다고생각하는것이었다.

-이상-(P110)


 24세의 어머니가 를 낳고 그 내가 24세가 되었나보다. 여동생은 성 세바스티앙도 닮고 혁명가 로자룩셈부르크도 닮은 모양이다. 형제가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들에게, 죽 둘러앉아 오래전 남동생을 유산한 사연을 전하는 어머니. 수척한 어머니를 보면서 어서 아내를 맞아야겠다고 초조해 했지만 병약한 몸으로 서른도 못 살고 간 이상 시인의 비애. 육친의 정이 느껴지는 이 시가 짠하게 다가왔다. 어려운 시들이 가득한 가운데서 이 시는 가장 내밀한 이상의 시라고 해야 할까.


 천재시인이자 소설가, 빼어난 건축가였으며 그림 솜씨가 뛰어났고 훌륭한 편집디자이너이자 명수필가였던 이상의 죽음을 듣고 김기림은 한국문학이 50년 후퇴했다고 탄식하였다고 한다. ‘이상 특집으로 이상의 생애에 특별한 장소열 곳을 소개한다. 사직동 생가 등 운명의 여인 금홍을 만났던 제비다방, 일본 도쿄역과 마루노우치 일대, 긴자의 과자점 센비끼야 까지. 폐결핵이 악화되어 동경제국대학부속병원에서 267개월 삶을 마감하고 화장된 유해는 미아리공동묘지에 안장하였지만 지금은 주택가로 재개발되어 무덤들은 흔적이 사라졌다 한다. 이상의 묘소 역시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니, 이렇게 안타까울 수가.


목마와 숙녀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그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중략)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작가의 눈을 바라다보아야 한다

등대에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 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후략)

-박인환-(P210)

 

 학창시절 자주 접했던 이 시를 외우면서도 버지니아 울프를 알지 못했다. 왠지 외국어 명칭이 신선하게 다가왔고 왠지 멋져만 보이던 기억이다.세월이 가면과 위의 시로 박인환 시인의 전부인 것처럼 회자되고 있는데 이제는 그 밖의 시로 제대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박인환 시인의 시는 아는 게 별로 없었다. 낯익은 시가 이 두 편 밖에 없다니. 이제 고통을 짊어지고 순수를 노래했던 세 시인의 시를 알게 됐으니 한 편 한 편 소리 내어 읽어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대표적인 시 몇 편만 알고 있었는데 많은 시들을 만나 행복한 시간이었다. 젊은 나이에 안타까운 삶을 마쳤지만 이 시인들은 우리의 마음속에는 영원한 청년시인으로 남아있다. 험난한 시절에 태어나 조국의 자유를 찾기 위해 저항하고 고통을 무릅쓴 숭고한 그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오늘이 있는 것이다. 아마도 시를 향한 열정이 그들의 고통을 조금은 덜어주지 않았을까. 순수한 마음으로 노래했던 이들의 육성이 소중한 시로 남았으니 다행이다. 우리는 이제 그들의 시를 읽으면서 소통하고 귀 기울여야 한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それでも僕は夢を見る (單行本(ソフトカバ-))
文響社 / 201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지고 있는 일본어 원서 만화가 꽤 많은데 아직까지 읽어본 것은 거의 없었다. 좀 더 공부한 다음에 읽어야지 했었는데, 책장을 들춰 보다가 읽으면서도 공부가 될 것 같아 붙잡게 되었다. 커다란 그림도 들어있고 여백이 많아서 읽을 만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 아니 중년들이라도 공감할 수 있는 에 대한 이야기다.

 

한 청년이 나온다. 아니 학생이다.

첫 장면에 대학 합격자 명단이 나오는데 제 1지망에서 떨어졌다.


はいつも裏切(꿈은 언제나 나를 배신한다)


그는 이렇게 생각한다. 실의에 빠진 그. 그가 좋아했던 여자도 뒤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하고 싶었던 일을 잡지도 못했다. 그냥 적당한 곳에서 일하기로 했나.

그래도 은 항상 내 옆에 있었다.

이란 녀석은 괜찮다며 경박한 를 격려해 주었다. 그 여자 너한테는 별로야.

다음 인사이동 때는 확실히 빠지지 않을 거야. ‘은 그렇게 찰싹 붙어서 다독여주었다.

그런데...

여기저기서 거절을 당한다. 기획서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상사의 태도...

만원버스에 시달리고 피곤에 절은 모습, 녹다운 된 채 침대에 엎드려 있다.


 


꿈은 기필코 이루어지니까.

ずかなうから


라며, '꿈'은 같이 파이팅을 하자고 한다.

하지만 너무 지쳐 너랑() 같이 있는 것도 싫다며 이제 꿈을 버렸다고 한다.

그리고 청년은 시들시들 늙어가고 세월이 흘러 중병에 걸리고 병상에 누워 있다.

의사는 이제 3일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고 친족들에게 연락을 하라고 하는데 아무도 없는 모양이라는 간호사의 말...

 

,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은 어떤 심정이 될까.

자신의 인생을 돌아다본다.

꿈에 악전고투(惡戰苦鬪)했던 날들이 떠오른다.

 

이루지 못한 꿈이었는데도

그 날들이 반짝반짝 빛나 보인다.

 

꿈을 버려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자 꿈은

 

나는 항상

너의 옆에 있었단다.

 

하지만 꿈의 목소리는 옛날처럼 힘차지 않았다. 자신과 함께 꿈도 늙어서 병약해졌겠지.

 

나는 이 세계에

내가 존재했다는

증거를 남겨 놓고 싶었어.

하지만 열심히 하지 않았어

재능도 없었어.

나는 이대로

없어지는 것이 무서워

무엇이라도 남기지 않은 채

나라는 존재가

이 세계에서

사라져가는 것이 무서워.’

 

이 말을 들은 은 아직 시간이 있다고 한다.

노트와 연필을 갖다 주며 뭔가를 써서 남기라고 한다.

떨리는 손을 뻗쳐 연필을 겨우 잡았지만 떨어뜨리고 만다.

 

無理むりだよ(무리다.)라고 말하는 그에게

はいつもそうだった(넌 언제나 그랬어)

 

우리도 그렇지 않은가.

어떤 일을 시작함에 있어 잘 될까 안 될까를 가늠하느라고 허송세월을 보내기도 한다.

최후의 최후까지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의 말에 뜨끔하게 된다.

그래서 그는 눈물 젖은 손으로 다시 펜을 잡고 수신인 없는 편지를 쓴다.

 

누가 받을지 알 수 없는 편지에는 어떤 이야기가 들어있을까...

하찮은 인생이라도, 살아서 한번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싶고 친구와 술을 마시며 웃고 싶다고 한다. 사람을 좋아하고 싶다고 한다. 좋아하는 여자가 뒤돌아 보아주지 않아도 좋다고 한다. 상처뿐인 것으로 끝나도 좋다고 한다. 그 사람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시간을 한번 맛보고 싶다고 한다. 이루어지지 않아도 다시 한 번 꿈을 꾸고 싶다고.

그가 편지를 써서 우리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은 바로 이것이다.

 

きること, そのものが, かがやきでした(, 그 자체가 빛나는 것이었습니다)

 

, 살아있다는 그 자체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겠다.

그것으로 기본 바탕은 준비된 것이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