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나는 밭 일구는 일이 좋았다. 밭을 갈다보면 내가 어른이된 것 같았다. 밭 가는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갈 때면, 할아버지뒤를 따라 걷는 내 보폭이 전보다 쪼끔 더 길어진 것 같기도 했다.
또 그런 날이면 어김없이 저녁식탁에서 할아버지는 할머니에게 내자랑을 한참씩 늘어놓곤 하셨다. 그러면 할머니도 내가 갈수록 어른스러워진다고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셨다. - P87

할머니가 나에게 잘했다고 칭찬해주셨다. 뭔가 좋은 일이 생기거나 좋은 것을 손에 넣으면 무엇보다 먼저 이웃과 함께 나누도록해야 한다. 그렇게 하다보면 말로는 갈 수 없는 곳까지도 그 좋은것이 퍼지게 된다. 그것은 좋은 일이라고 하시면서. 
개울에서 물을 튀기며 다니는 바람에 옷이 젖었지만 할머니는거기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으셨다. 체로키는 아이들이 숲에서 한 일을 가지고 꾸짖는 법이 절대 없다. - P96

영혼의 마음은 근육과 비슷해서 쓰면 쓸수록 더 커지고 강해진다. 마음을 더 크고 튼튼하게 가꿀 수 있는 비결은 오직 한 가지.
상대를 이해하는 데 마음을 쓰는 것뿐이다. 게다가 몸을 꾸려가는마음이 욕심부리는 걸 그만두지 않으면 영혼의 마음으로 가는 문은 절대 열리지 않는다. 욕심을 부리지 않아야 비로소 이해라는 것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더 많이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영혼의 마음도 더 커진다. - P101

"링거야, 잘 가거라."
나도 링거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그러고 나서 우리는 떡갈나무밑에 잠든 그를 떠났다.
나는 가슴이 뻥 뚫린 것처럼 허전하고 마음이 아팠다. 할아버지는 네 기분이 어떤지 잘 안다. 나도 너하고 똑같은 기분을 맛보고있다. 사랑했던 것을 잃었을 때는 언제나 그런 기분을 느끼게 된다. 그것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는것뿐이지만, 그렇게 되면 항상 텅 빈 것 같은 느낌 속에 살아야 하 - P125

는데 그건 더 나쁘지 않겠느냐고 말씀하셨다.
"링거가 그다지 충실한 개가 아니어서 우리가 별로 자랑스럽게여기지 않았다고 해보자. 그러면 아마 기분이 더 안 좋았을 것이다."
- P126

자연의 비밀은 이미 다 밝혀졌고, 자연에 영혼 따위는 없다고 하면서 자연을 비웃는 사람들은 산속의 봄태풍을 한번도 겪어보지못한 사람들일 것이다. 자연이 봄을 낳을 때는 마치 산모가 이불을쥐어뜯듯 온 산을 발기 발기 찢어놓곤 한다. - P159

인디언은 절대 취미삼아 낚시를 하거나 짐승을 사냥하지 않는다. 오직 먹기 위해서만 동물을 잡는다. 즐기기 위해서 살생하는것보다 세상에 더 어리석은 짓은 없다고 할아버지는 분개하곤 하셨다. 할아버지는, 그 모든 것들이 정치가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분명하다. 전쟁이 끝나면 사람을 죽이러 갈 수 없으니까 그동안 살인하는 방법을 잊지 않기 위해 동물을 상대로 그짓을 하게 하는것이다.  - P166

할아버지는 나와 뱀 사이에 당신의 손을 집어넣었던 일에 대해서 한마디도 하지 않으셨지만, 나는 할아버지가 이 세상에서 할머니 다음으로 나를 사랑한다는 것을, 또 블루보이보다 나를 더 사랑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P177

하사의 시신은 나무상자에 넣어져 유족들이 있는 일리노이 주로보내졌다. 시신을 씻기고 옷을 갈아입히던 사람들은 그의 한쪽 손이 꽉 쥐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사람들은 기를 쓰고 그 주먹을펴보려 했다. 급기야 도구까지 동원해서 억지로 그 손을 폈을 때.
예상과 달리 그 손 안에는 값나가는 어떤 것도 없었다. 펼쳐진 손바닥에서는 검은 흙 한줌이 주르르 흘렀을 뿐이다.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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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다 큰 사내자식이야. 거기다 딸린 식구까지 있구. 그러니 이러쿵저러쿵 잔소리할 필요는 없을 성싶다………… 다만 우리가 믿는걸 지키려고 할 때는 한시바삐 손을 내밀어 다른 사람과 손을 잡도록 해라. 우리 시대는 갔다. 지금 오고 있는 너희들의 시대가 어떻게 될지 나로서는 알 수 없다. 그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너구리 잭도 그럴 게다. 그런데 너한테 남겨줄것조차 없으니……… 하지만 아마 산만은 언제나 변함없을 거다. 너도 누구보다 산을 좋아하니 다행이고. 우리는 자기 감정에 솔직한사람이 되어야 한다.
- P80

 나도 할아버지 할머니를 따라 증조할아버지와 증조할머니의 무덤에 여러 번 가보았다. 그 무덤들은 흰참나무가 서 있는 높은 산등성이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가을이 되면 무덤가에는 무릎까지 쑥쑥 빠질 만큼 낙엽이 쌓였다. 그러다 무정한겨울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모두 다 날아가버리긴 했지만 그러고나서 봄이 오면 강인한 인디언 제비꽃들이 땅을 뚫고 나와 작고 푸른 꽃을 피운다. 자신들의 시대를 격렬하고 끈질기게 살다간 영혼들을 머뭇머뭇 위로라도 하는 듯이.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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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08-26 13: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
따뜻한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있는 느낌!

모나리자 2023-08-31 16:24   좋아요 0 | URL
정말 페크님의 말씀대로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입니다!
월말이라 바빠서 블로그에 들어올 짬이 별로 없었네요.ㅜ
8월 마무리 잘 하시고 9월에도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페크님.^^
 

한번도 여우를 죽인 적이 없었다. 여우몰이를 하는 이유는 개들 때문이었다. 할아버지는 개들이 쫓아다니는 소리를 듣기만 하시다가여우가 굴로 들어갔다 싶으면 개들을 도로 다 불러들였다. 말하자면 여우몰이는 개들을 훈련시키기 위한 놀이였다.
- P47

어느 날 정부군 병사들이 찾아와 종잇조각 하나를 내보이며 서명을 하라고 했다. 새로운 백인 개척민들에게 체로키족의 토지가아닌 곳에 정착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서류라고 하면서, 체로키들이 거기에 서명을 하자. 이번에는 더 많은 정부군 병사들이대검을 꽂은 총으로 무장을 하고 찾아왔다. 병사들 말로는 그 종이에 적힌 내용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제 그 종이에는 체로키들이자기들의 골짜기와 집과 산을 포기하겠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체로키들은 저 멀리 해지는 곳으로 가야 했다. 그곳에 가면 체로키들이 살도록 정부에서 선처해준 땅, 하지만 백인들은 눈곱만치도관심을 보이지 않는 황량한 땅이 있었다.
- P72


이런 상태로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이제 체로키들을 거의 다잡아들였다고 생각한 그들은 마차와 노새를 가져와, 체로키들에게해가 지는 그곳까지 타고 가도 좋다고 했다. 체로키들에게 남아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마차를 타지 않았다. 덕분에 체로키들은 무언가를 지킬 수 있었다. 그것은볼수도 입을수도 먹을 수도 없는 것이었지만, 그들은 그것을 지켰다. 그것을지키기 위해서 그들은 마차를 타지 않고 걸어갔다.
- P72

기나긴 행렬의 맨 뒤쪽에는 아무 쓸모 없는 텅 빈 마차가 덜그럭거리며 따라왔다. 체로키는 자신들의 영혼을 마차에 팔지 않았다.
땅도 집도 모두 빼앗겼지만, 체로키들은 마차가 자신들의 영혼을빼앗아가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 P73

처음에는 병사들도 행렬을 멈추고 죽은 사람을 묻을 시간을 주었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다. 그 수는 순식간에몇백 몇천으로 불어나, 결국 전체의 삼분의 일이 넘는 체로키들이행진중에 숨을 거두었다. 그러자 병사들은 3일에 한번씩만 매장할시간을 주겠노라고 했다. 하루라도 빨리 일을 마치고 체로키들에게서 손을 떼고 싶은 게 병사들의 심정이었다. 병사들은 죽은 사람들을 수레에 싣고 가라고 했지만, 체로키들은 시신을 수레에 누이지 않고, 자신들이 직접 안고 걸었다.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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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너구리가 꾀를 내는 것도 읽을 수 있었다. 너구리가잔꾀를 부리는 걸 보면 할아버지는 즐겁게 웃으셨다. 그럴 때마다할아버지는, 맹세하지만 너구리도 종종 자신을 즐겁게 해준다는말을 하곤 하셨다. 할아버지는 야생 칠면조들이 다니는 길도 잘 알고 있었고, 물가에서 벌집까지 날아가는 벌을 눈만으로 쫓아갈 수도 있었다. 또 사슴의 호기심 많은 성격을 이용해서 사람 가까이오게 할 수도 있었으며, 깃털 하나 건드리지 않고 메추라기 무리속을 살금살금 걸어다닐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필요한만큼을 빼고는 절대로 동물들을 괴롭히지 않으셨다. 동물들도 이점을 잘 알고 있는 듯했다. - P43

멀리서 산비둘기 우는 소리가 들렸다. 산은 목이 쉰 것처럼 컬컬하면서도 기다랗게 이어지는 그 울음소리를 재빨리 삼켰다가는 몇번이고 도로 뱉어냈다. 그럴 때마다 그 소리는 점점 더 멀리 퍼져나갔다. 얼마나 많은 산과 계곡을 지나쳐갔는지 알 수 없을 정도가되자 그 소리는 소리라기보다는 마치 오래된 기억처럼 그렇게 사그라져갔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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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나를 파괴할 수 없다 - 인생이라는 극한의 전쟁에서 끝내 승리하는 법
데이비드 고긴스 지음, 이영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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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미국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 실 출신의 데이비드 고긴스의 회고록이다. 그는 네이비 실 뿐만이 아니라, 육군 레인저 스쿨, 공군 전술 항공 통제반 훈련을 모두 완수한 세계 최강의 전사다. 30시간 동안 200km를 달리고, 울트라 마라톤, 철인 3종 경기 등 극한의 레이스에 70회 이상 출연, 17시간 동안 턱걸이 4,030회를 달성하여 기네스 세계 기록을 세운 철인 중의 철인이라 불린다.

 



미 대륙을 전율케 한 500만 베스트셀러

아마존에만 97,000건의 압도적 리뷰

출연한 영상마다 1,000만 이상 조회

라는 대단한 찬사와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데이비드 고긴스의 모습이 담긴 책 표지를 보니 빨려들 듯했다. 과연 전 세계가 열광할 만한 아우라였다.

 



그는 동기부여로 바뀌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게 무슨 말일까. 아마도 한 번 해볼까, 하는 얄팍한 마음으로는 근본적으로 사람이 바뀔 수 없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레전드 멘탈이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달게 된 그이지만, 어린 시절은 경악할 만큼 지옥 같은 삶을 살았다. 스케이트랜드를 운영하며 남들 눈에는 안정된 삶을 살았지만, 어머니는 돈 한 푼 가져본 적이 없었으며 어린 형과 고긴스는 노동과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려야 했다. 그는 아버지는 악마였고 지옥에서 살았다고 표현한다. 결국, 어머니는 아버지와 헤어지기로 결심하고, 여덟 살의 고긴스는 어머니와 살게 된다. 지옥에서 도망쳤지만 가혹한 가난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뿐 아니라 인종차별 때문에 학교생활도 고통스러웠다. 증오와 분노로 얼룩진 인생이라고 할 수 있었다. 가난과 싸우면서 아무런 희망도 보이지 않는 세상을 어떻게 견딜 수 있었을까. 마치 드라마틱한 소설을 읽는 듯했다. 그런 고긴스에게 남아 있는 꿈이 하나 있었으니 공군이 되고 싶다는 거였다. 군은 누구나 받아준다고 생각했던 그는 군 입대 적성검사(ASVAB)에서 떨어지고 만다. 수년 동안 모든 시험에서 컨닝으로 학점을 유지했던 그는 정신을 차리고 태도를 바꾸게 된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책임 거울이다. 그는 자칭 돈도 목표도 미래도 없는 건달 새끼라고 했다. 누구는 공부가 제일 쉬웠다고 했지만, 고긴스는 공부만큼 힘든 것이 없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바퀴벌레를 잡는 136킬로그램 거구의 남자고긴스는 철저히 다른 사람으로 변화한다. 골절된 무릎을 하고 전사자들의 자녀를 위한 장학금을 모금하는 울트라 마라톤을 뛰는 등 그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그가 행한 과정을 보면서 어디까지가 인간의 한계일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앞서 말한 책임 거울은 반드시 포스트잇에 당신의 모든 불안, , 목표를 적어 거울에 붙인다. 성적을 올리고, 몸을 단련하고, 학교를 졸업하고, 공군에 가는 목표를 이루는데 필요한 의식이었다. 디지털 기기보다 포스트잇으로 활용하기를 강조한다.

 



매일 밤 얼굴과 머리를 면도하고, 큰 소리로 마음을 표현하고, 현실을 마주했다. 나는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포스트잇에 적은 뒤 거울에 붙였다. 나는 이 거울을 책임 거울이라고 부른다. 매일 세운 목표 달성의 책임이 내게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기 때문이다.(P79)

 



이 책임 거울은 그가 중심을 잃지 않게 해 주었다고 한다. 고통은 그를 성장하게 했고 고통 속에서 현재의 모습으로 변화되었다. 네이비 실 지옥주의 훈련 상황이나 육군 레이저 스쿨, 공군 전술 항공, 울트라 마라톤, 철인 3종 경기 대회에 참여했던 상황을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어쩌면 자신에게 그토록 혹독한 고통을 허용했을까. 그는 강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어렸을 때 아버지에 대해 학대를 당하고 인종차별을 당하면서 무의식 속에 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트라우마의 투영이 아니었을까,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게다가 건강에 이상이 생기고서 선천적으로 심장에 구멍이 난 채 태어났다는 놀라운 일도 벌어진다. 그럼에도 몸과 마음이 강인함으로써 얻는 혜택이 많으니 부러운 마음도 들었다. 스스로 극한의 상황에 놓이게 하여 그것을 완수하고야 마는 집념의 인간이었기에, 누구나 할 수 없는 일이었기에 그가 더욱 빛나 보였다.

 



데이비드 고긴스는 이 책을 7년에 걸쳐 썼다고 한다. 정말 감동적이었고, 잠자고 있는 열정을 일으켜 세우는데 충분한 책이다. 그는 인생은 거대한 심리전이라고 말한다. 40%의 한계에 자신을 가두지 말고 원하는 삶이 있다면 자기 자신에게 좀 더 가혹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이 가득했고 나는 너무 나태하게 살지 않았나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하는 말도 있지만, 간절한 마음이 있다면 쉽게 원하는 모습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그가 수행해 낸 활동에 십 분의 일, 아니 백 분의 일이라도 실천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 훨씬 변화된 내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지금까지 읽은 어느 자기계발서보다 최강의 멘탈을 배울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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