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한 편을 완성하는 노하우나 훈련법도 다르지 않을 것 같아요. 일단 목표한 분량을 채워 써보는 것. 완성한 글에 세상사람들과 나눌 만한 ‘알맹이가 있는지 점검하는 것. 알맹이가부족하다고 판단했다면 보완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책을 더 읽을지, 자료를 더 찾을지, 취재를 해볼지 생각해보고 실행하는 것. 다시 써볼 것. 이 과정을 반복하는 거죠. - P203
힘든 노동을 좋아하고, 신속하고 새롭고 낯선 것을 좋아하는 너희들 모두는 너희 자신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너희들의 근면이란 것도 자신을 잊고자 하는 도피책이자 의지에 불과하다. - P215
그렇게 한세월 독서생활자로 온갖 책을 두루 섭렵하고 나니 쓸데없이 괜히 읽었다고 생각이 드는 책은 없더라고요. 분야에 구애받지 않고 다독하는 시기가 필요한 것 같아요. 그러면서 옥석을 가리는 눈도 생기고 유난히 끌리는 책을, 나를 위해 쓴 것 같은 인생 책을 만나기도 하죠. 자기만의 독서 방향과취향이 생깁니다. - P221
글을 잘 쓰려면 책을 많이 읽어야 하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할 수도 있겠어요. 어떤 읽기는 읽는 사람을 쓰지 않을 수 없게만든다고요. 제 경험을 근거로 말씀드리면 ‘좋은 엄마란 뭘까‘ ‘인간답게 산다는 건 뭘까‘ 이렇게 자기 삶의 문제에 대한 답을찾는 수험생의 마음으로 한 독서는 쓰기에 큰 도움이 됩니다. - P222
벌문학이든 비문학이든, 모든 글쓰기는 기본적으로 자기 생각을 내보이고 논증해서 독자를 설득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날것의 생각과 사례를 다듬고, 데치고, 익혀서, 먹을 만한이야기로 접시에 담아내 제공하는 거죠. 이게 저만의 책 리뷰방식입니다. - P227
우리가 왜 읽고 쓰는지, 근원적인 물음으로 되돌아가 답을찾아보면 잘 살기 위해서입니다. 물질적 풍요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을 지키면서 살고 싶은 마음이죠. 그러니 인간다운 삶을 방해하는 구조와 요소를 보게 하는 책이 좋은 책이겠고, 그책을 읽은 사람이 자기 삶의 서사까지 보태어 책의 좋음을 굳로 증명한다면 믿을 만한 책 리뷰라고 생각합니다. - P229
제 글에 대한 피드백을 종합해보면 문장의 밀도와 온도에관한 이야기 같아요. 그래서 생각한 저의 문체는, ‘두부체?‘ 몰랑몰랑하고 맛있고 단백질 함량이 높고 몸에도 좋잖아요. 그런 글을 쓰고 싶었고 그렇게 되도록 노력했습니다. 문체를 갖겠다고 의식하지 않았는데, 글을 쓰면서 ‘정확하되 아름답게쓰자‘ ‘현실을 날카롭게 짚더라도 글에 칼날을 넣지 말자‘라는신조를 갖게 되었습니다. 누군가를 저격하는 글이나 과격하고신랄한 글을 읽으면 마음이 힘들어요. 독자로서도 그런 글을잘 읽지 못하기에 쓰지도 못하는 것 같아요. - P239
나의 요지는 글쓰기가 사랑에서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자
기방어나 증오심에서 나온 글, 남에게 명령하거나 반박하기 위한글 남을 공격하거나 남에게 사과하기 위한 글이 아니라 사랑에서나온 글을 써야 한다. 부정적인 감정을 떨쳐내기 위한 글 역시 곤 ‘란하다. 독자가 그 부정적인 감정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기 때문이다.
내 말은 세상을 너그럽게 바라보자는 것이 아니다. 솔직한 분노가담긴 글도 얼마든지 사랑에서 나올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떤 감정을 원천으로 세상을 바라보느냐다. - P243
정말 치열하죠. 저도 아이를 키우면서 글을 썼던 경험이 있던지라 더 와닿았습니다. 핵심은, 글쓰기에 넉넉한 시간이나좋은 조건은 없다는 것입니다. 글도 쓰고 빨래도 하고 아이도보는 일상이 굴러가려면, 지하실을 유배지가 아니라 집필실로
만드는 것. 한계를 출구로 만드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여러분의 ‘지하실‘은 어디인가요? 저의 ‘지하실‘은 식탁이었는데요. 좁은 집에 서재는커녕 책상을 놓을 자리도 없어서 식탁에서 찌개 냄비를 한 편에 밀어넣고 바로 그 자리에 노트북을 놓고 글 쓰는 시기를 몇 년간 보냈어요. 지금은 널찍한 책상이 생겼는데 동틀 무렵까지 앉아 있을 체력과 쓰지 않으면 잠들지 못했던 절박함이 사라졌네요. - P261
저한테 ‘잘 사는 일‘은 하루를 잘 보내는 일입니다. ‘인생‘을잘 사는 건 어려운데 ‘하루‘를 잘 보내는 건 해볼 만하죠. 아침에 일어나서 밥 먹고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한 편을 초고라도 완성하고, 아이들 먹을 닭볶음탕이라도 한 냄비 가득 만들어놓고, 카페 가서 거품 곱게 내려진 카푸치노를 마시면서 책두어 시간 읽다가 산책하고, 저녁에 친구 만나서 생맥주 한잔하면서 수다 떨고, 잠들기 전 한 시간이라도 책상 앞에 앉아오전에 쓴 원고를 퇴고한 날. 이런 날이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하루에요. ‘오늘 하루 잘 살았으면 내일도 살 수 있다.‘ 이렇게 기 - P264
운을 내는 거죠. 이렇게 하루를 잘 살려는 다짐 속에 글쓰기 활동이 들어 있습니다. - P265
한동안 고레에다의 말을 잊고 있었는데 어느 날 문득 그런생각이 드는 거예요. ‘글을 잘 쓰는 것도 결국 잘 듣는 일이겠구나.‘ 왜냐하면 제가 쓴 글을 봐도, 제가 사람들한테 들은 많은 이야기가 들어 있더라고요. 타인의 삶에 접속하는 건 결국세상에 흘러다니는 이야기를 통해서 가능하잖아요. - P268
대작가들은 햇살이고 물이고 바람이에요. 이 햇살과 물과바람은 자기 삶에 뿌리내린 사람에게만 지속적인 양분이 되는 것 같아요. 대작가의 말과 글을 자기만의 관점으로 해석하고 녹여내지 않으면 고유한 글을 써내기 어렵죠. 멘토로 삼은작가를 모방하는 글로 글쓰기를 시작할 수는 있어도 언제까지흉내만 낼 수는 없어요. 한그루 나무처럼 자기만의 중심이 있어야 하니까 글쓰기에서 궁극의 멘토는 나 자신이 아닐까 싶습니다. - P273
"저는 가진 걸 내어주는 마음 그리고 돌려놓는 마음으로 책을 내고 있습니다. 우리가 맨몸으로 세상에 태어나서 많은 것을 얻고 경험하고 누리고 죽잖아요. 사랑하고, 실패하고, 좌절하고, 성취하고, 상처받고, 상처 주고, 일어서고, 살아가다 소멸하죠. 저마다 치열한 세상살이에서 무언가를 느끼고 깨닫습니다. 삶에서 얻은 것 중 가장 귀한 것을 죽기 전에 글로 엮어세상에 내어놓는 것, 세상에서 받은 것 중 쓸 만한 것을 추려서돌려놓는 게 책이라고 생각해요. - P281
글쓰기란 자기 관점을 세우고 그걸 부수고, 남들의 생각을 좇는 게 아니라 내 생각에 몰입하고 그걸 다시 의심하고. 그렇게 내가 변해가는 과정을 기록하는 일입니다. 쓸수록 옹졸해지고 피폐해지기보다 품이 넓어지고진실해진다면 우리의 글쓰기는 삶의 선물이 되겠죠. 칠레 소설가 이사벨 아옌데도 말했습니다. "제가 악마를 쫓아내고 천
사를 맞이하고 제 자신을 탐구하는 유일한 방법은 글쓰기입니다. " - P289
한번은 글쓰기 수업에서 말했습니다. ‘삶에서 버릴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아는 사람이 작가다‘라고요. 기존에는 쓸모를기준으로 어떤 존재나 경험을 생각하고 평가하는 사람이었다면, 글을 쓰는 사람이 된 이후로 어떤 사물과 현상과 존재에서다른 의미를 발굴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뜻입니다. 스페인 소설가 하비에르 마리아스는 이렇게 말했죠. "글을 쓰고 있을 때제가 가장 훌륭한 생각을 한다고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나 다르게 생각하게 됩니다." - P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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