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읽는 부모는 아이를 창업가로 키운다 - 4차 산업형 인재로 키우는 스탠퍼드식 창업교육
이민정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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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얼굴만 봐도 성적이 보였"(4쪽)던 자칭 "잘 나가는 입시강사"(4쪽)였다던 저자 이민정은 한국에서 열린 아이비리그 대학 입학설명회에 참석했다가 그녀의 교육관을 뒤흔든 한줄기 빛을 본 듯 하다. 그것은 "스탠퍼드식 창업교육!"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자녀가 있다면 스탠퍼드에 보내야 합니다. 이렇게 깔끔하게 정리될 수 있으면 제가 이 책을 쓰지도 않았겠지요."(20쪽) 하지만 현실적으로 한국 학생 대다수가 스탠퍼드 유학 비용을 쉽게 해결할 수도, SAT고득점 얻어 입학 허가서를 받기도 어려우므로 바로 이 책, 『미래를 읽는 부모는 아이를 창업자로 키운다』을 썼다 한다. "4차 산업형 인재로 키우는 스탠퍼드식 창업교육"이라는 부제만큼이나 제목이 길다. 요새 뜨는 드라마 "SKY캐슬"을 향한 대중의 관심으로 미루어, 이 제목 자체로 많은 독자들을 모으리라 예상된다. 열심히 쓴 좋은 책이겠지만, 개인적으로 저자의 주장에 의문부호가 많이 생기는지라 리뷰가 치우칠까 봐, 의도적으로 저자의 목소리를 직접 인용해본다.


공부는 순수학문으로 접근해야지 취업 훈련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것은 현실을 너무나 모르는 말입니다... 전 세계의 교육 추세가 학령기에 들어서는 학생들에게 경제 교육과 기업가 정신 교육의 비중을 점점 더 늘리고 있습니다. (38쪽)

자기 자신을 사업가로 볼 수 있는 시야가 생겨야 합니다. "나도 사업가가 될 수 있다."라는 자각이 생기면 모든 것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태도가 생깁니다. (39쪽)

『미래를 읽는 부모는 아이를 창업자로 키운다』 본문 중




이민정 저자는 두 아이를 각각 캐나다와 국내 대학에 진학시키고, 입시강사로서 많은 학생과 학부모를 만나온 노하우에 더해 한국미래교육협회 (futureedu.co.kr)를 운영하는 기업가로서의 경험을 십분 살려 『미래를 읽는 부모는 아이를 창업가로 키운다』를 집필했다. 군데군데, 책장 넘기다가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부분이 꽤 많은 이유는, 사교육-공교육을 떠나 저자가 교육현장에 오래 몸담으며 숙성시켜온 내공력 때문일 것이다.

"기업가 정신을 가르치고 창업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SKY 보다 훨씬 중요" (27쪽) 하고 SKY진학을 목적으로 한 교육은 시대 흐름을 잘못 읽은 오류이기에, 이젠 4차 산업혁명기를 준비하며 모두가 "내 안의 기업가 정신"을 일깨워서 기업에 고용 당하는 게 아니라. 주체적으로 창업하라고 주장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독자만 1등 하는 경쟁주의가 아니라, 협력하고 혁신적으로 생각하고 능동적으로 같이 잘 살려는 태도를 체화해야 한다고 한다. 듣기엔 멋진데 현실에서 실천하기 어려운, 익숙한 이야기들의 조합이다.



궁금해서 참기 어려운 질문이 있다. 저자는 『미래를 읽는 부모는 아이를 창업가로 키운다』에서 (비록 일일이 세어 보지는 못했지만) '4차 산업형 인재'니 '4차산업혁명 시대' 라는 단어를 수십여 번 사용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일반인이 이 단어를 들을 때 떠올리는 막연한 수준의 단어들 외에, 어떤 구체로서 "4차 산업혁명"시대를 상상하는지 잘 모르겠다. 왜 굳이 이런 질문을 하느냐고?

이민정 저자가 그리는 근거리 미래사회, 즉 "4차산업혁명시대"의 속성과 밑그림을 알아야, 다가올 미래 시대에 왜 우리 모두가 "기업가 정신"을 살려내야 하는지 저자 주장의 당위에 수긍할 수 있을 테니까. 왜 우리가 미래 사회에서 잘 살려면, 창업을 해야 하지? 모두가 대학을 창업 위한 디딤돌로 활용하고, 창업하려 애쓴다면 나머지 학생들은 무얼 하지? 왜 창업이 살 길이고, 왜 기업가 정신이 그토록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는 가치이지? 그런데 정작 이민정 저자는 '기업가 정신'이 무엇인지, 왜 초등학생부터 기업가 정신을 길러야 하고 전 국민 수준의 기업가化를 꾀해야 하는지 여백은 채워주지 않은 것 같다. 난 그게 젤 궁금한데......

또 하나의 궁금증. 저자가 다양한 연령대에서 스탠퍼드 대학의 디스쿨 프로그램을 현지 응용한 디스쿨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수만 명을 가르쳤다고 하는데, 스탠퍼드 대학 측과는 이에 대한 어떤 사전 조율 혹은 인가가 있었나? 스탠퍼드 대학 프로그램과 무관하게 창업교육을 독자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라면 이런 식으로 스탠퍼드 대학 마케팅을 하는 데 문제가 없는가?

궁금증 둘. 한국에서 스탠퍼드식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그것을 성공적으로 이수했다고 해서 과연 그 학생이 창업에 성공해서 스탠퍼드대학 출신 창업가처럼 주가를 올릴 수 있을까? 저자가 1장에서 극찬한 snapchat의 CEO 에반 스피겔 역시, Google회장 에릭 슈미트와 Youtube공동 창업자 채드 헐리랑 대학수업후 뒤풀이차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스탠퍼드 식 인맥의 덕을 보진 않았을까? 스탠퍼드 대학이 자랑하는 인맥과 글로벌한 외국어 소통능력이 없는데 과연 저자가 운영한다는 '미래교육협회'의 디자인싱킹 수업을 듣고, 불과 4시간 만에 창의력을 신장시킨다고 미래에 대비한 "4차산업형인재"로 "성공" 할 수 있을까? 자신이 운영하는 프로그램, "2~3시간, 길어봐야 4시간 남짓한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서로 소통하고 창의적으로 변하는 것을 목도"(8쪽)했다지만, 진정 wild world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소통능력 창의능력만큼이나 글로벌 인맥과 학교이름이 주는 아우라의 힘이 크지 않을까? 스탠퍼드 나온 사람을 어찌 따라잡나.....나는 솔직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스탠퍼드 대학 출신이 어마무시하게 실리콘벨리를 끌어왔고 끌어갈거라면, 스탠퍼드 식 창업가 교육프로그램이 훌륭한 이유도 있겠지만 이 대학의 글로벌 인맥과 자원이 순항지원하는 힘이 더 클거라고 본다. 스탠퍼드식 프로그램이 훌륭하다는 저자의 주장에 반대할 생각 전혀 없지만, 과연 같은 프로그램을 한국에서 단기 이수한다고 해서 스탠퍼드 대학 출신처럼 창업가 신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커질까? 그렇다면 결국 답은 열심히 SAT 점수 올리고, 추천서 써서 스탠퍼드 가는 것? 모르겠다. 더 머릿 속이 복잡해진다. 무엇보다, 미래 인재상을 '기업가'로 정의하고 미래사회에 안정적 성공을 도모하려면 창업이 제일이라는 생각에 물음표를 자꾸 도발시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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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에서 사람의 품격과 취향을 덧씌워 상상할 나이에 들어선 것도 같다. 핏줄 팔딱거렸던 시절, 거리에서 번쩍이는 간판과 로고만 보았다면 이젠 공간을 드나들던 사람들을 상상한다.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을 십수 번 찾으면서, 나는 이곳을 스치거나 머물렀던 배우, 김민기 대표, 관객, 스텝, 또 그 누군가......를 상상한다. 또 안다. 내가 이 극장을 다시 찾으리라는 것을. '학전블루,' 이 공간, 극단 나아가 여기 속한 사람들을 열렬히 응원하리라는 것을.



연극, "고추장 떡볶이" 보고 온 소감이 이야기하려는 데 '주저리주저리'가 길었다. 학전 어린이 무대의 대표작, 벌써 몇 번째인가? 세 번째 본다. 어린이 연극이라는데 어른이 주책이지 왜 보고 또 보느냐고? 게다가 120분짜리 작품이라는데? 아직 못 본 분들 하시는 말씀이라 감히 말할 수 있다. 재미있다. 메시지 정말 좋다. 믿고 보는 학전 블루, 역시 엄지 척! 어린이 연극이라지만, 객석에는 혼자 앉은 어른, 어른끼리 온 관객들도 꽤 있다. 작품의 가치를 알아보고, "고추장 떡볶이" 배우와 스텝, 김민기 대표, '학전블루'를 응원하는 팬들일 거다. 유료회원에 가입하면 혜택도 많고, 무엇보다 그 팬심 잘 키워나갈 수 있다. 2년마다 회원 갱신해야 하지만(현재 나는 유료회원 기간이 끝나서 재가입 이벤트 날짜를 기다리는 일인이다)......



고추장 떡볶이는 12살이다. 12년째 살아 있다. 2008년에는 대한민국연극대상 아동청소년 연극상을 수상했고, 제 17회 어린이연극상 우수작품상과 연기상을 더했다. 10살짜리 비호와 유치원생 동생 비룡이가 엄마 없이 집을 보면서, 떡볶이를 만든다는 아주 단순한 줄거리이지만 그 안에 아이들이 키워야할 좋은 가치들을 다 담고 있다. 어린이의 자립 능력, 자존감의 의미, 가족의 소중함 등 좋은 메시지를 120분 안에 노래와 연기로 너무나 재미있게 풀어냈

다. 꼬마 관객 입장에서는 치약 까지 짜넣어 휘저을 뻔한 떡볶이가 과연 완성될까? 궁금할테고.


비호와 비룡이 역은 해를 바꿔 "고추장 떡볶이" 무대 올릴 때마다 바뀌는 것 같은데, 나는 2016년 박철완 배우의 연기를 여전히 기억할 정도로 깊은 인상을 받았다. 천방지축 귀여운 유치원생, 그러나 다 하고 싶고 잘 하고 싶고 어엿한 한 명으로 대접받고 싶은 그 귀여운 마음을 참 잘 표현해냈다. 2019년 출연진 역시, 학전에서 배출하는 배우들인 만큼 엄지척. 120분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을 할 즈음이면 관객들이 주제곡을 절로 따라부르게 된다. 제목이 "아이들도 뭐든지" 인데, 몇 번 부르고 나면 어깨가 으쓱해지면서 건강한 자존감이 높아진다. 노래가 넘 좋으면, CD 구매하면 된다.


"고추장 떡볶이" 다 끝나고 박수칠 때 꼬마가 몇 시냐고 묻는다. 2시간이 지났다니, 꼬마답게 놀라며 "30분 지난 줄 알았으니, 엄청 재밌는 거 맞네"하며 혼잣말 한다. 재미있는 걸 하면 시간이 바람처럼 지나간다는 말을 들은 꼬마인지라. 다만, 1시 공연 끝나고서는 '아딸' 떡볶이를 먹을 수 없어서 4시 공연을 더 탐내했다.

요렇게 떡볶이를 먹기 좋게 담아, 공연 끝나고 극장 나오는 관객들에게 나눠주는 서비스는 토요일 4시 공연과 그 외 공연들. 혹 예매하실 때는 떡볶이 시식을 염두하시라.




포토존에 사람들 몰리기 전에 찰칵. 어린이무대인만큼 좁아도 깔끔하고 안전하게 꾸며놓았다.


공연 티케팅하며 할인 받는 방법이 다양하다. 문화가 있는 날은 왠지 사람이 많이 몰릴 것 같은데, 설연휴 가족할인 받아 대학로 나들이겸 동선 짜봐도 좋겠다. 어린이를 둔 가족이라면 근처에 과학관, 마로니에 공원, 박물관 등이 있으니 하루 코스 설 연휴 즐기기에 딱일듯.


가상현실의 재미와 자극이 현실 세계의 생동감과 온기를 못 이긴다. 아니, 못 이겼으면 좋겠다. 긴긴 겨울 방학, 아이들이 폰 끄고 가뿐하게 일어나서 대학로 학전블루, "고추장 떡볶이" 보러 나왔으면 좋겠다. 클릭클릭, 영화 예매해서 대형 스크린에 4DX의 감각 자극 받는 것도 재미있겠지만, 생동감과 온기에 비하랴. 놓치면 또 내년, 혹은 그 후년까지 기다려야할지 모르니 2019년 공연하는 김에 꼭 감상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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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3일 로그인?" 영화 다 보고 나오니, 이제서야 홍보 포스터의 문구가 새롭게 다가오네요. "1월 3일" 개봉했군요. 저는 1월 10일에 보았으니, 개봉 후 일주일 차에 극장 찾은 셈입니다. 예상은 했지만  졸업했거나 기말 시험 끝난 중 고등학교 학생 단체 관람객이 가장 많더군요. 혹은 방학 맞은 유치원 꼬마들과 엄마의 조합도요.

 

관객 입장을 유도하는 "1월 3일 로그인문구야 말로 "주먹왕 랠프2"의 분위기를 잘 전해주는 듯 합니다. 1편에서는 게임 프로그램의 캐릭터들을 주인공 삼아, 게임랜드 안의 모험을 환상적으로 그렸다면 2편에서는 광활한 인터넷의 세계에서 시공간을 초월해 유동하는 무수한 캐릭터들을 살려냈습니다. 정말이지, 상상력이 대단합니다. 누가 디즈니 애니메이션 아니랠까봐, 디즈니의 지적재산들인 캐릭터들이 무료 찬조 출연도 무더기로 합니다. 공주들이 버글버글!

 

 

가상현실, 정보의 바다, 시공간을 초월해 교차하고 흐르고 차단되는 정보의 흐름을 어떻게 이런 멋진 상상력으로 풀어냈는지 감탄하며 보았지요. 성인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대사들도 많고, 만화 속에서 또 게임을 하는 액자형 구조로 관객들은 마치 자신이 게임 플레이어가 된 듯한 스릴도 느낄 수 있어요. 흥행몰이 할 만 하더라고요.

 

알고리즘도 의인화했어요. 스웩 넘치는 여성 캐릭터로.

인터넷 접속 처음 한, 랠프가 GOOGLE 빌딩을 보고, '고글이 엄청 많이 있나보다'하죠. 이 영화에 등장하는 기업 로고와 주요 용어들이 당장 10년 후에는 어떻게 다른 의미로 이해될까 갑자기 궁금해지더라고요.

요새 유발 하라리의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을 심각하게 읽고 있는지라 『주먹왕 랠프2』를 정말 재미있게 봤으면서도, 미래에의 불안이라는 현을 건드려서 진동이 계속 남았어요. 계속 진동하니 불편하네요.

 

 

1. 랠프와 바넬로피의 관계

'우정, 단짝'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는 있지만 랠프가 '바넬로피'에게 보이는 소유욕, 집착이 불편하던 차에 영화 속에서도 이를 콕 집어 괴물로 형상화시켰더라고요. 영화 속에서는 '바넬로피'의 눈물 어린 호소에 괴물로 형상화된 그 비틀어진 의식(개인이건 집단의 것이건 혹은 어떤 흐름이건)의 막힌 매듭히 풀리는 것으로 해결되지만 현실 혹은 미래에 비슷한 상황에서 개인의 눈물어린 호소는 아무 힘도 발휘할 수 없겠지요. 일단 인간의 마음구조를 반영한 프로그램 스위치가 작동하면, 개인 차원에서의 바로잡음은 불가능할 것 같아요. 괴멸이죠........

 

 

2.과도한 새로운 재미 추구는 현실 도피의 다른 모습

영화 속, 바넬로피는 반복되는 일상을 지긋지긋해하면서 모험하고파 안달입니다. 일상의 평온함에서 안정을 취하는 친구 랠프를 마음 속으로 무시하기도 하지요. 대놓고는 아니지만. 인간 아이라면 분명 미성년일 바넬로피는 인터넷 세계 게임 중에서도 'Slaughter Race'라는 폭력과 광기와 죽음이 범벅된 위험 집합체에 자석에 끌리듯 끌립니다. 그리고 마치 그 세계가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인양 선언하고 핑크캔디, 핑크 팽크 하던 sugar rush라는 유아기를 스스로 끝냅니다. 랠프는 그런 바넬로피의 결정을 존중해서 빠이빠이 손을 흔들어주고요. 바넬로피가 새로운 경험을 찾고, 자극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모습을 어린 아이들이 보면 모험으로 착각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게 과연 모험일까? 극단의 재미와 스릴만을 찾는, 반복되거나 예측가능한 일들을 '일상'이라 폄하하고 탈출하려는 모습은 '현실도피'와 크게 다르지 않을텐데요?

 

3. 무력한 인간들, 혹은 connected

"주먹왕 랠프2"에 현실세계의 인간이 몇 명이나 등장하나 복기해봅니다. 우선, 오락실 주인 할아버지, 게임 중독자 10대 2명, 그리고 게임에 열중한 나머지 게임기의 조종간을 망가뜨렸던 소녀와 그 동생 등. 등장하는 모든 인간이 온라인 접속이건 게임 접속이건 연결된 상태입니다. 수동적이고 무기력한 인간들 외 어떤 인간이 이 만화에 등장했는지 다시 짚어봐도 안 떠오릅니다.

 

이런 저런 무서운 생각들은 요새 읽는 책 때문에 드는 것이겠죠? 뭐, 영화야. 디즈니가 만들었는데요 뭘, 최고로 잘 만들었죠? 디즈니는 10년 후에도, 15년 후에도 계속 있을 로고 아닙니까? 잘 만든 영화에 후추 치는 이야기 여기서 마무리해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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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손가락 풀기가 덜 된 탓이라 핑계를 댈까요? 저도 맞춤법 참 많이 틀리고, 글 쓸 때면 부산대 맞춤법 검사기에 손을 내밀거나 네이버 맞춤법 자동 검사 기능을 켜둡니다. 어느 정도의 오탈자는 되레 친밀함을 주는 실수라 칩시다. 그런데, 간혹 아니 기막힐 정도로 자주, 온라인 기사 읽다 보면 '이 기자님 대체 생각의 속도대로 타이핑해서 바로 기사 송고하셨나? 검토 단 한 번도 안 하고 전송 버튼 눌렀나?' 싶은 글들이 '나 좀 봐주소!'하며 손들고 있지요.

최근의 예로는, 심석희 선수를 '손석희'라 잘못 표기한 기사 이야기를 JTBC 뉴스에서 손석희 앵커가 직접 전한 걸 들 수 있습니다. 심석희 선수만 잘못 표기했냐고요? 가관입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조재범 코치는 어느덧 김기덕 감독과 나란히 추잡한 범죄를 폭로당해 이름이 더럽혀질대로 더럽혀진 '조재현' 배우와 이름이 바뀌어 기사화됩니다. 안 믿기시면 녹색창에 검색해보세요.

 

 

 

 

 

 

 

그제, 우연히 제목만 보고도 '읽고 싶어진' 책을 발견했습니다. 오호! 2015년에 나온 책을 여태 몰라보고 지나쳤구나 하며 반가운 마음에 그 자리에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제목은 『모방 사회』, 교보문고에서 출간했습니다. 서문 마지막 문장이 이렇습니다. "물론 사회 분야"여야 하는데, "물론"을 "물로"로 잘못 썼습니다. "물론" 실수는 누구나 합니다. 서문부터 오타라니 편집자님 체면이 말이 아니겠지만 말입니다. 본문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아예 대놓고 '나 편집 엉망이야'의 페이지가 연달아 나오더군요.

 

 

 

 

 

 

 

 

 출판사 작업은 전혀 모르지만, 요새 편집자분들이 개인적으로 책들을 많이 펴내시기에 편집 작업의 노고가 어떠할지 짐작은 합니다. 칼퇴근 개념 없이, 집에까지 일을 들고 와서 오탈자를 잡아내고 편집 일하기 일쑤라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얇은 책의 서문, 그리고 첫 페이지, 그리고 본문 구석구석, 이런 식의 편집이면 독자는 배려가 아닌, 무시당한 기분이 듭니다. 다행히 친절하게도 편집자 성함과 연락처가 적혀 있어서 연락도 드렸지요. 혹시 '2쇄' 발행하실 때는 제가 찾아낸 오류들을 수정하고 발간해주셔서 다른 독자들 배려해주십사 하고 말씀드렸는데 이런 답변을 받았습니다. "이 책은 더 찍지 않습니다. 말씀 전달하겠습니다." 네에, 감사합니다. 다음에 **문고에서 발행한 책들은 오탈자 깔끔하게 잡아서 최소한 수준의 편집이 이뤄진 완성본으로 만나보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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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4 1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9-01-14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에 오탈자가 있는 건 참을 수 있어요. 그런데 오탈자를 찾아내서 알려줬는데도 출판사 측이 고치지 않으면 화가 나요. 그건 독자의 목소리를 무시한 태도입니다.

2019-01-14 15: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cott 2019-01-22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토를 안하고 출판했나봐요 책만 찍어내고 수정을 안하다니
독자를 무시했네요

2019-01-23 09: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임모르텔 2019-02-07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책장에 제 취향의 도서들이 ? 엄지척~입니다.
 
작은 생각
멜 트레고닝 지음 / 우리동네책공장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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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표지가 평범해 보이지 않아서 도서관 책 더미에서 저도 모르게 집어 왔습니다. "작은 생각," 원제는 "Small Things"라네요. 유난히 좋아하는 '글자 없는' 그림책이었기에, 읽으려 쌓아둔 활자 피라미드를 밀어 놓고 『작은생각』부터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첫 페이지 문구가 마음에 걸립니다. 보통 첫 페이지에는 작가가 사랑하는 이들을 언급하며 "누구누구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라고 써 있는데, 그 반대입니다. 작가의 가족이 작가를 추모하는 듯한 인상의 문구를 새겨 넣었거든요. "이 책을 너에게 바친다. 이젠 네가 편히 쉬기를 바라며 너의 꿈은 이제 우리 모두의 꿈이 되었고, 우리 모두가 열심히 노력해 그 꿈을 이루었단다. 전보다 너를 더 많이 사랑하고, 네가 자랑스럽다."

 

 

『작은생각』을 끝까지 다 본 후,왠지 느낌이.......왔습니다. 작가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을지도 모른다는......

마지막 메시지는 '널, 괴롭히는 생각들, 외롭고 버려졌고 남들과 다르다는 그 생각, 실은 다른 모든 사람도 한단다. 남들도 너만큼 외롭고 상처 많고 힘든데 감추며 사는 거야."라며 스스로를 다독이는 듯 했거든요. 글자 없는 그림책이긴 했지만 메시지가 강렬했습니다. 책 덮은 후 Mel Tregonning이란 이름으로 검색해보니, 제 느낌이 맞았습니다. 멜은 오빠와 여동생을 두었어요. 가족들은 쾌활하고 재치 넘치던 멜이 불면증을 호소하며 이상 신호를 보낼 때, 같이 있어주었지만 이런 파국에 치다를지 정녕 꿈도 꾸지 않았지요. 멜의 여동생이 글을 올렸더군요. 누군가 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을 때 절대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http://thingsmadefromletters.com/blog/2016/09/08/story-behind-small-things/

 

 

  

Mel Tregonning은 1983년에 태어났습니다. 상상하고 그리는 탁월한 재능 덕분에 이미 16세에 전국적 규모로 발행되는 잡지에 자신의 작품(만화)를 장기 연재했고, 관련 분야 수상을 하며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했습니다. 그러나, 2014년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녀의 가족들이 Mel이 그린 초안을 책으로 출간한 것이 바로 이 『작은생각』입니다. 작품에서 과묵하고 표정 잃어가는 듯 보이는 소년은 우등생에서 외로운 왕따 피해자로 변해갑니다. 멜 트레고닝은 정신적 고통이 어떻게 신체화되는지, 서서히 생명 영역에 침범해 들어오는지를 무섭도록 공감되는 화풍으로 시각화했습니다. 몸에 금이 가고, 물질로서의 몸이 증발하여 자아가 상실되는 고통을 겪고 있는데 부모님도 선생님도 아이의 마음을 몰라줍니다.

 



 『작은생각』에서, 아이는 그래도 이 마음의 고통을 이겨내고 성숙해집니다. 내 고통에 침잠해서 타인의 정신세계를 보지 못했는데, 이 외로운 지구에서 외로운 지구인들은 저마다 고통을 겪고 있다는 걸 보고 연민을 보내거든요. 물론 활자화된 것이 아니라, 제가 멜 트레고닝의 생각을 상상해본 데 지나지는 않지만......사실은, 마지막 페이지는 멜 트레고닝이 직접 그린 것이 아니라 그녀 가족의 의뢰로 Shaun Tan이 완성했습니다. 그래서 더 마음이, 마음이 아파옵니다. 고통 속, 작가는 그런 회복의 메시지를 스스로 만들어내지 않았으니까요......


Shaun Tan의 블로그

http://thebirdking.blogspot.com/2016/09/mel-tregonnings-small-things.html 


이렇게 매혹적인 작품을 만들어낸 천재 작가가 더 이상 좋아하는 그림, 만화를 그릴 수 없다니 안타깝고 슬픕니다. 멜 트레고닝의 가족들이 전하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여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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